소설리스트

228화 (227/259)

"흠.....협박인가?"

"협박이 아니라 경고다. 너 같은 놈에게 캐리와 만나게 할 수 없다."

레이첼과는 깊은 관계......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이곳의 3대 미녀를 모두 얻기 위한 궁극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나로서는 어차피 거쳐 가야 할 관문이다. 

그러나 지금 밝혀지는 것은 계획에 없는 일이다.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립 녀석 내 약점을 잘 파고들었군.'

"........나와 레이첼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일단 시치미를 떼며 시간을 끌면서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아니라고? 발뺌할 셈인가?"

"그건...........자만추....맞다. 자만추 그거다."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대답이었다.

"뭐..........만추?"

언젠가 너튜브에서 본 거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던가.

유행은 따라 해야 하는 거다.

더구나 그게 좋은 유행이라면 빨리 받아들여야 했다.

"어허....젊은 놈이 이렇게 유행에 둔감해서야. 자만추 몰라? 자보고 만남을 추구하는 거다. 다른 말로는 선섹후사라고도 하지. 레이첼과는 아직 자만추.....즉 '썸' 단계다."

"이, 이...개…."

"아! 나는 캐리와도 자만추를 하고 싶다. 아무리 오빠라고 해도 동생의 연애사에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아."

나는 필립에게 좋은 말로 충고했다.

캐리의 반응을 보면 얼마 안 가 내 여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녀와 좋은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하물이 꿈틀거린다.

남자 놈 앞에서 발기되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으니 가볍게 내 대물을 움켜쥐고 자리를 다시 잡아 진정시켰다.

내 그 모습을 본 필립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에서 불똥이 튄다.

"이 미친! 개자식아!!!"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건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필립이 달려들었다.

여기 미쿡아닌가?

개방적인 나라.

성에 관해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엄격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에서조차 유행하는 말인데 그렇게도 충격이었나?

뭐....나도 이 순간을 기다렸다.

-턱!

내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필립 녀석의 주먹을 왼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주먹이 내 얼굴에 닿을 리가 없다.

"이걸로 정당방위 성립인가?"

"놔, 놔라!!"

내게 주먹을 잡힌 필립이 그걸 빼내려 안간힘을 쓴다. 무시하고 녀석의 주먹을 움켜쥔 상태로 오른손으로 녀석의 두들기기 시작했다.

-퍽!퍼퍼퍽!

"컥!억!켁!"

반전 없이 신나게 두들겨 맞는 필립.

하지만 나는 평소보다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건 필립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좀비킹과 싸울 때도 이렇게 집중하지 않았다.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기절하지 않게.

"뭐, 뭐 하는 겁니까?!"

그렇게 필립을 먼지 나게 두들겨 패고 있으니 웬 남자 놈의 목소리가 들렷다.

"응?"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군가 했더니 신입이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훈계를 멈추진 않았다. 

내게 오른손을 잡혀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는 필립.

-퍽! 퍽! 퍽!

"그, 그만두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정의의 사도, 신입 에드워드가 내게 달려들었다.

"크억!"

그리고 달려들기 무섭게 내게 차여 이내 뒤로 나뒹굴었다.

"누, 누군가! 도, 도와주십시오!!!"

갑자기 녀석이 고함을 쳤다.

'이, 이놈이?!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조용히 맞고 있는 필립의 각오를 허사로 만들고 있었다.

결국 에드워드의 고함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나는 필립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필립은 비틀거리면서도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버티고 서있었다.

나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내 구타 실력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우, 운호,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란을 듣고 달려와 현장을 본 캐리가 놀라 물었다.

"저, 저 사람이 필립 님을 폭행하고 있었습니다!!"

내게 손가락질하며 얄밉게 고자질하는 신입 에드워드.

얼굴만큼 입이 가벼운 놈이었다.

"우, 운호? 이게 무슨…."

-웅성웅성.

뒤늦게 달려온 그레이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눈빛이 내게 진실을 요구한다.

"흠흠......필립이 이곳으로 끌고 와 조금 전 저 신입이 들어오는 것을 내가 반대한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군. 그리고 이 둘이서 기강을 잡겠다고 나를 폭행하려고 했지. 그래서 주먹다짐이 오갔을 뿐이야."

필립이 뭔 개소리냐는 듯 황당한 눈빛을 보낸다.

"예!? 아, 아닙니다!!"

졸지에 공범이 된 신입이 필사적으로 부인한다.

"아니기는 나와 필립이 싸우고 있으니, 네가 그 틈을 노려 뒤를 공격하지 않았나."

"그, 그건....마, 말리려고."

"나도 너희 둘에게 맞고 싶지 않아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야."

정당방위라기에는 너무 깔끔한 면상일 테지만….

여기서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먼저 공격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떳떳했다.

".........필립 진짜야?"

캐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필립에게 물었다.

평소에 투덕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으로서의 기본 신뢰라는 게 있는 것 같았다.

"그, 그건…."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필립이 어버버한다.

캐리는 알고 있다. 

필립이 나에게 중히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따로 불러냈다는 것을.

그가 내 말에 반박하려면 나를 불러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나와 캐리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그 이야기를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는데….

그 정도 머리는 또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지금 하도 맞아서 그럴 정신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한 대로.

속 좁은 리더로서 자질에 의심받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말할 것인가.

뭐.....어느 쪽이든 둘 다 쪼잔한 짓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진실을 말한다 해도.

내가 크게 손해 볼 것도 없고….

필립이 사실대로 말한다면?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은 그가 터무니없는 시스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캐리는 자신의 인간관계마저 은밀히 통제하려 하는 필립에게 굉장히 실망하고 반발할 가능성이 컸다.

어쩌면.......홧김에......흠흠….

오늘 샤워는 했는데 한 번 더 해야 하나?

필립은 지금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자신이 여동생의 연애를 통제하려고 할 정도의 시스콘으로 밝혀지느냐.

아니면 속 좁은 리더라는 꼬리표가 붙을 거냐.

선택해라. 필립!

".....박....운호...말이 맞다. 내가......속이 좁았다."

필립은 병적인 시스콘 타이틀이 더 싫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이 내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시스콘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정도의 과보호라니.

캐리는 남자를 만날 수 있기는 한 건가? 

그녀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

"하아....필립.......겨우 그런 일로 운호를 따로 부른 거야?"

필립의 인정에 캐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필립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시스콘인 녀석에게 혐오까지 갈 수 있었던 여동생의 호감도를 지켜줬으니….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 대신에 리더로서의 입지는 많이 쪼그라들 거다.

"하아....필립...네가 이런 짓을 하다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레이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 그레이스…."

그런 그녀를 본 필립은 울 거 같다.

이쯤에서 캐리와 그레이스에게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필립에게 실망한 그레이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레이스, 난 괜찮아. 필립도 그동안 이 그룹을 이끌면서 스트레스가 쌓였을 거야. 그게 폭발한 거겠지. 난 그를 용서하겠어."

"운호.....이해해줘서 고마워."

필립이 내 용서에 감동해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눈빛이 강했다.

"참나....필립, 운호한테 상대도 안 되면서 왜 덤빈 거야. 둘이면 될 거로 생각한 거야?"

캐리의 핀잔에 졸지에 필립과 한 패거리가 된 신입은 넋을 놓고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모여있던 사람들은 흩어졌다.

그러나 필립은 여전히 그 자리에 허탈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솔직히 박운호에게 맞아서 서 있을 기력이 없기도 했다.

이번 일로 상당히 체면을 구겼다.

"피, 필립 님…."

그를 살펴보던 에드워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필립은 졸지에 자신과 엮인 그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호수에서 건져 정신을 차리면서부터 자신을 살갑게 따르던 녀석이다.

"미안하다.....에드워드."

"아, 아닙니다. 이건 필립 님의 잘못이…."

"봤나?"

"예?"

"박운호의 그 영악함을…."

에드워드는 주변을 둘러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봤습니다."

"그놈은 요주의 인물이다. 너도 주의하는 편이 좋을 거다."

"그, 그도 역시 초능력자입니까?"

"맞아, 그래서 더욱 위험하지. 너도 그를 조심해. 혹시라도 그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내게 즉각 이야기하고…."

"네…."

*

*

*

감각을 퍼뜨려 궁상맞게 분위기를 잡는 필립과 신입 에드워드를 살펴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진짜 수상한 놈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필립은 말 잘 듣는 똘마니 하나 생겼다고 사리 분간 못하고 있었다.

그 후로….

둘은 같이 어울리며 죽이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같이 보급도 다니고.

놀기도 하고.

내 험담도 하고.

필립이 에드워드와 재미있게 어울리는 사이 나는….

-턱턱턱턱!

캐리의 뒤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서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한 남녀가 자주 만난다.

그것도 집에서….

이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 수순이었다.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번들거리는 굵은 살기둥이 들락거린다.

구불구불한 질 주름이 내 귀두를 기분 좋게 자극해 온다.

"하아악!! 오 마이 갓! 운호! 좀 더 세게!"

그녀의 말에 더욱 힘차게 허리를 튕긴다.

-철썩! 철썩!

내 하복부가 엉덩이에 부딪칠 때마다 하얀 살결에 멋진 파문이 퍼져나간다.

"나온다. 캐리."

"나, 나도 갈 거 같아! 싸줘! 어서!"

허리를 숙여 그녀의 풍만한 젖통을 한 움큼 움켜쥐며 끌어안았다.

"하악!!!"

그녀의 엉덩이에 하복부를 힘껏 밀착시키고 그대로 그녀의 자궁 안에 정액을 채워줬다.

-울컥. 울컥.

"흐그그극!!"

침대 시트를 힘껏 움켜쥐어 하얗게 물든 손.

오르가즘으로 부들부들 떠는 엉덩이.

캐리의 질은 내 자지를 꼭꼭 쥐어짜고 있었다.

한껏 경직되어 있던 그녀의 몸이 그대로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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