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 (199/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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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라즈카.

세계 유일의 S급 빌런.

남미의 독재자.

남미의 왕 등 여러 수식어가 붙어있는 남자다.

그도 역시 박운호의 비전을 접했다.

“터무니없는 호구 놈이로군. 세계 평화를 위한답시고 이런 걸 그냥 풀어버리다니.”

자신 같았으면 이 지식을 이용해 강한 군대를 만들어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을 거다.

그런 걸 푼돈 받고 풀어버렸다.

하지만 그 덕에 자신의 능력은 더욱 강해졌다.

후안은 원래부터 강화계와 뇌전 능력을 모두 다룰 수 있던 복합 능력자였다.

박운호라는 호구 히어로 놈이 공개한 비전 덕분에 마법과 오러 두 가지를 문제없이 다 익힐 수 있었다.

마법과 오러는 원래 마력을 사용하던 방식을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해 사용하는 행위다.

안 그래도 S급에 이를 정도로 마력의 제어와 이해가 뛰어났으니 박운호의 비전을 접하자마자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슴에 생성된 7개의 고리.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코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전에는 S급 히어로를 상대하는 것이 꺼려졌다면, 지금은 이젠 누가 와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후안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러 코어는 키우는 것이 조금 단순했지만.

마법의 고리는 추가해 만들수록 더욱 정교한 마력 운용과 마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7개의 고리까지는 S급으로서의 마력 제어 능력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7개의 고리가 끝이 아닐 거다.

'고리가 7개가 된다면 8개도 된다는 말인데….'

7개의 고리를 만들고부터는 도저히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없었다. 고리 7개가 지금 자기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한계라는 말이기도 했다.

당연히 다음 단계가 욕심이 났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넘어갈 방법도 예상이 갔다.

마법이다.

다음 스텝을 밟으려면 좀 더 정교한 마력 제어가 사용된 고위 마법의 분석이 필요했다.

비전 도서관 사이트에는 3서클의 마법까지만 개방이 되어 있었고, 잠겨있는 고등 마법이 있었다.

부하들을 이용해 해킹이라는 것을 해보라고 했지만 당하기만 했단다.

그 누구도 뚫지 못한 난공불락이라나 뭐라나.

무능한 놈들이다.

아마도 박운호는 비전 도서관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숨겨진 비전을 가지고 있으리라.

다행히 박운호는 큰 대가 없이 자신의 비전을 공개 정도로 세계 평화를 생각하는 호구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다.

“박운호의 신상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보고해.”

후안 라즈카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은 은밀히 한국으로 입국해 박운호의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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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지구로 접속하시겠습니까?>

이제는 완전히 익숙한.

투명하게 물결치는 통로로 몸을 집어넣었다.

정적.

여전히 조용한 세계였다.

코끝에 들어오는 풀 내음.

과할 정도로 밝은 여름의 태양.

그에 반해 진하게 져 있는 그림자.

그리고 관리 된 생기있는 식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좀비 세계에서 거처로 삼고 있는 학교의 옥상정원이다.

오랜만이었다.

멈춰 있던 시간 속 나만이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영웅의 안식처 문을 열었다.

고대 그리스 전사와 같은 갑주와 등에는 방패와 창을 매고 있는 붉은 머리의 미녀가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흠....여기는 어디지? 저기 보이는 건 탑인가? 특이한 건물이 많은 곳이군."

영웅의 안식처에서 나온 이그니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세계다."

"다른 세계?"

"그래. 나는 여러 세계를 오갈 수 있지."

"......그건 놀랍군. 주군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이구나."

이그니스를 꺼낸 이유는 명확했다.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치트키다.

이그니스는 내 자동사냥을 완성해줄 수 있는 존재였다.

청주 거미 지대에서 사냥을 시키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놀면서 벌어들일 수 있을지 벌써 두근두근했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누가 봐도 눈길을 끌 만한 미인이 옥상 입구에 서 있었다.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다.

이지아였다.

현지처라고 해야 하나?

그녀는 혀를 빼문 새하얀 강아지를 한 마리 끌어안고 있었다.

-앙. 앙.

강아지가 반가운 듯 나를 보고 짖는다.

저 녀석 이름이….

[메리예요.]

강아지 메리는 내 아픈.......아니, 화나는 손가락이다.

영웅 가챠가 시원하게 폭삭 망한 후에 속이 쓰려 좀비 세계에 방치하고 말았다.

강아지와 이그니스.

같은 영웅인데 너무 격의 차이가 큰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건 저 강아지의 잘못이 아니다.

더러운 차원 상점의 수작임에 틀림이 없다.

넓은 마음으로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내게는 이그니스가 있다.

이제는 저 영웅 강아지를 용서할 때였다.

"오, 오빠. 그분은…."

나와 이그니스를 번갈아 보던 지아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이그니스는 괴이한 행색일 테니 궁금할 만했다.

"나 말인가? 이그니스라고 한다. 나는 주군을 섬기는 사람이다."

이그니스가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했다.

"예?"

이지아는 당연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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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를 시켜 아이들을 빈 교실로 불러 모았다.

아이들이 다 모인 것을 확인한 나는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드르륵!

아이들이 옹기종기 책상 의자에 앉아있었다.

익숙한 얼굴의 여자 4명.

교실 구석에는 꼬맹이 두 명이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야. 갑자기 이런 교실에 부르고."

포니테일을 한 건강미인.

한수지는 여전히 투덜댄다.

"새로운 사람을 소개하려고 한다."

"새로운 사람?"

지아를 제외한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와라."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를 한 아름다운 미소녀와 붉은 머리의 여전사.

수니와 이그니스였다.

수니는 어째서인지 검은색 교복을 입고 있었다.

"제군들. 주군을 모시고 있는 이그니스라고 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안녕하세요. 전 주인님을 모시는 수니라고 해요."

씩씩한 이그니스와 발랄한 수니.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전학생도 아니고…."

아이들은 두 여자의 괴이한 행색을 보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저씨, 무섭게 생긴 외국인 코스프레 언니는 또 뭐고....저 여자애는 주인님이라니....어떻게 된 거야."

한수지가 교단에 선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일단 인벤토리에서 마법서와 오러 수련서를 꺼내 각자의 책상 위에 올려줬다.

"오, 오빠 그거 염력 아니에요? 이, 이 책은?"

"너희들한테 준 책은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련서고 그녀들은 나를 섬기는 영웅이다."

"서, 섬기는 영웅?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한수지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 궁금하면 그녀들에게 물어보고."

굳이 숨겨야 할 일은 아니지만.

설명하기 귀찮았다.

자세히 이야기하려면 상당히 길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낭군님. 이그니스 님은 상당히 강한 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나 외에는 상대할 인간은 없을 거다."

내 말에 아이들이 놀랐다.

"그, 그렇게나 강하시다는 말입니까? 나중에 가르침을 받고 싶군요."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대는 체계적인 수련을 한것 같구나. 앨버트라는 녀석보다는 훨씬 낫군. 그대도 주군의 제자인가?"

이그니스가 백설화를 기특하게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 낭군님의 처, 백설화라고 합니다."

"주군의 반려였었나?"

"네 그렇습니다. 전 낭군님의 둘째 부인입니다."

"두 번째? 두 번째라는 것은 첫째 부인도 있다는 말인가?"

"저, 저예요…."

이지아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셋째 부인은 없나?"

"예, 아직 없습니다."

"그럼 내가 셋째 부인이 될지도 모르겠군."

""예?!""

이그니스의 폭탄 발언에 모두가 경악했다.

"이, 이그니스 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설화가 침착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후후. 주군이 내가 마음에 든다고 고백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감정을 쌓아가기로 했지."

"어…."

그 순간 나는 이그니스와의 첫 만남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게 그렇게 되나?

이그니스의 말에 아이들의 입이 벌어진다.

"미친! 내가 잘못들은 건가? 저....아저씨가 고, 고백이라고?!"

"나, 낭군님. 이그니스 님의 말이 진실입니까?"

그녀들은 내가 고백을 했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그게 고백한 건가?'

그땐 별 자각이 없이 한 말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지아와 백설화가 나를 보는 시선이 애처롭다. 그 뒤에서 조용히 무언의 시위를 하는 채원도 보였다.

"히잉....오빠…."

그녀들에게서 쏟아지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등줄기에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다.

'젠장.....그때 이그니스한테 찝쩍거린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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