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화 (197/259)

"이야기했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는 모양새는 아닙니다."

"흠…. 그게 내건 줄 알면서도 그런다고?"

나는 신사다.

일단 왕천에게 연락했다.

"왕춘. 나와라 오바."

오라클이 떠나면서 가디언즈의 멤버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을 줬다.

첨단기술이 들어간 화상통화다.

「왕천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박운호. 무슨 일이냐.」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녀석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쯧쯧. 어린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과 전화하는데 표정 관리도 하지 않나?'

그래도 난 어른이다.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다.

"왕춘. 중국에 내 비전서를 공장에서 찍어내는 괘씸한 놈들이 있다. 그놈들을 좀 조져라. 장소는 알려주겠다."

중국에서 왕천은 상당한 권력자일 거다.

아마도.

그런 왕천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박운호. 난 네 부하가 아니다. 부탁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명령조라니.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

"진짜?"

「흥. 진짜고 뭐고 내가 네 녀석의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다.」

-삑.

놈은 버릇없이 먼저 연락을 끊었다.

"허.....이 싸가지 없는 놈이."

나도 싫다는 놈에게 억지로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수니 장소 알지?'

[예. 주인님.]

"잠깐 갔다 오지."

"예? 어디 가실 생각이십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는 진아.

"어디긴."

*

*

*

-콰아아!!

투명화도 없이 아주 대놓고 화려하게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에서는 미사일이라도 날아오는 줄 알고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 알 바 아니다.

놈들이 관리를 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내가 이렇게 중국 출장을 갈 일도 없었을 거였다.

수니의 유도에 따라 초음속으로 이동해 도착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내 비전서를 찍어내고 있는 곳은.

대륙의 스케일답게 그냥 작은 공장이 아니라 공장단지였다.

"어처구니없네.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군."

하늘에서 떨어진 나를 보고 어벙한 표정의 경비.

"뭐, 뭐야 네놈.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검문소의 경비 두 놈이 총을 내게 겨누며 위협한다.

"나 누군지 몰라?"

내 말에 유심히 날 보던 한 놈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놀란다.

"어? 바, 박운호?"

"잘 아네. 어쩔래? 덤빌래? 그냥 갈래?"

"가, 가겠습니다."

내 눈치를 보던 두 놈은 헐레벌떡 도망쳤다.

그 방향은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느긋하게 검문소를 지나 부지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컨테이너가 보였다.

인지능력을 확장해 컨테이너 안쪽을 살펴보니 안에는 내 비전서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익스플로전 지팡이를 꺼냈다.

지팡이 끝에 익스플로전이 생성되더니 빠르게 컨테이너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애앵~!

거대한 폭음과 함께 공장단지에 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안쪽에서 무장병력이 튀어나왔다.

"뭐, 뭐야!! 습격이야?"

"한 명?! 각성자?"

"멈춰!!"

무장병력이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고 총구를 겨눈다.

오러 각성자 놈들도 몇 놈 보였다.

"도망가는 놈들은 살려준다."

"바, 박운호?!"

나를 알아본 어떤 녀석의 외침.

그 소리를 들은 둘러싼 놈들의 눈동자가 떨렸다.

녀석들이 실시간으로 눈에 띄게 전투의지를 상실하는 것이 보였다.

유명인이라 그런지 다행히 알아보는 인간들이 많았다. 워낙 내 체구가 크다 보니 알아보기가 쉽기도 했을 거다.

"덤빌 건가?"

무심히 놈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결국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목숨을 걸 정도의 충성심이 있는 녀석들은 아니었다.

유명하다는 것은 좋았다.

이렇게 살생하지 않고도 손쉽게 일 처리가 가능했다.

덤비는 놈들이야 모르겠지만.

내가 대량 학살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간다는 놈들을 억지로 붙잡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나는 느긋이 인간이 사라진 빈 공장 부지를 돌아다니며 익스플로전을 날려 건물들을 초토화를 하고 제주도로 복귀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왕천에게 연락이 왔다.

「뭐 하는 짓이냐!! 박운호! 중국에 멋대로 들어와 무력을 사용하다니!」

"뭐하기는 내걸 마음대로 찍어내길래 손 좀 봐줬다."

「이렇게 무식하게 행동하다니! 중국 정부에서 가만히 있을 거로 보이나!? 외교 문제로 번질 거다!」

"번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다음에 또 내 귀에 불법복제 소리 들어오면 다시 가서 박살 낼 테니까 알아서 해."

「이이….」

얼굴이 터질 듯이 울그락불그락하는 왕천.

-삑.

뒷말은 듣지 않고 바고 연락을 끊었다.

다시 왕천이 핫라인 연결을 해왔지만 무시했다.

다음날.

퉁퉁한 중국대사라는 놈이 찾아왔다.

"주석님은 이번 일에 상당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럼 너희가 관리를 잘하던가."

"예? 한국은 중국에 많은 수출을 하는 국가입니다. 이, 이런 식의 해결책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애국심이 없는 내게, 별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지만 놈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기에 기분이 나빴다.

"지금 나한테 협박하는 건가? 주석 놈 멱살이라도 잡아야 말귀를 알아 처먹으려나?"

기세를 일으켜 중국대사 놈을 압박했다.

"그, 그건…."

내 험악한 기세에 중국대사가 몸을 벌벌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

"너 때문에 기분 나빠졌다. 중국은 내 비전서 사이트를 볼 수 없다. 차단할 거다. 내 책을 찍어내는 불법 공장 소리 들려오면 직접 가서 계속 조질 거니까 알아서 하고."

"예?"

"꺼져."

놈을 노려보며 축객령을 내렸다.

"허억!"

어디서 지린내가 났다.

중국대사 놈의 바지의 사타구니가 진하게 물들어있었다.

"씹…."

이 새끼 지렸다.

그거 조금 기세를 일으켜 겁준 거 가지고….

중국대사쯤 되면 높은 자리 아닌가?

담이 약한 놈이었다.

똥을 안 싼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

*

중국 쪽 비전 도서관 사이트 접속을 완전히 차단했다.

우회접속도 소용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종종 중국에 있는 내 비전서를 찍어내는 공장을 찾아 박살 냈다.

당연히 중국 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또 어떤 남자가 찾아왔다.

금테안경을 쓴 말끔한 중년 아저씨였다.

조금은 낯이 익었다.

"누구…."

"대, 대통령 비서실장 임재원입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전에 한나의 회사에서 잠깐 본 적이 있었다.

중국 놈들에게 쪼여서 찾아온 거 같았다.

"..........다소 과격한 것이 아닌가 하고.........대화로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서실장이 주절주절 길게 얘기하는 걸 대충 들어보면 결국은 중국으로의 출장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었다.

"그 대화가 되지 않으니까 내가 힘들게 움직이는 거 아냐. 내 몸값이 얼만 줄 알아? 나라고 좋아서 이 짓 하는 줄 아냐고."

나는 내 여자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영양가 없이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움직이기 싫다.

그런 내가 움직이는 건 중국애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였다.

"예?"

비서실장 녀석은 어벙한 표정을 짓고 되묻고 있었다.

도대체 말귀를 알아 처먹는 놈이 없었다.

내가 왜 움직이는지 진짜 모르는 건가?

모른 척하는 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도 내 물건의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놈이 없어 직접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내가 불법판매 완전 박멸 같은 큰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놓고 파는 놈들만 단속해도 내가 움직일 일은 없다.

"야. 너도 꺼져."

비서실장은 그래도 오줌은 지리지 않고 물러났다.

중국 놈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나.

*

*

*

「박운호 님은 불법복제의 완전 박멸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버젓이 박운호 님의 비전서를 찍어내고 있는 공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걸 방치하는 중국 정부가 이해되지 않아 움직이신 겁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기자회견을 열심히 하는 한나가 보였다.

무단으로 그렇게 중국을 들락날락하는데 논란이 안 될 수는 없었다.

한나는 그런 내 변호를 하는 거다.

내가 괜찮다고 하는 걸 굳이 나서서 하고 있다.

세계인들은 모르겠지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은 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그러니 그들이 뭐라 하던 별 감흥이 없는 거다.

그리고 내 여론은 중국 빼고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한마디로 한나의 기자회견은 난리가 난 중국 때문에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대로 중국 쪽에 비전 도서관을 계속 차단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박운호 님의 의향에 달려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진심 어린 사과와 성의를 보이신다면 박운호 님의 마음을 돌리실지도 모르겠군요.」

-쯉. 쮸읍.

느긋하게 누워 한나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재은이의 탐스럽고 부드러운 살덩이를 물고 빨았다.

-쯉. 쯉.

그 끝에 톡 튀어나온 돌기를 혀로 굴리는 맛이 있었다. 별맛이 느껴지지 않는데도 맛이 있는 듯, 묘한 중독성이 있다.

"우리 아저씨, 요즘 중국 출장 때문에 얼굴 반쪽 된 것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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