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열람권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정확한 가격은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각성자라면 비전 열람권을 쉽게 구매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반인은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마음먹는다면 구매하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한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저는 이것도 너무 싸다고 생각한답니다. 박운호 님은 대의를 위해 큰 결정을 하셨어요. 여러분은 그걸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프라인 판매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지금 오프라인 판매 계획은 없습니다. 일단 온라인에서만 판매할 생각입니다.」
「온라인이라니.....보안에 취약하지 않겠습니까?」
「관리는 철저하게 할 겁니다.」
철저히 한다고 해도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기자들의 얼굴에 떠올랐다.
「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한나도 걱정한 일이었다.
그녀도 내가 어떻게 관리할지 모른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괜찮다고 말했으니 그냥 저렇게 말할 뿐이었다.
「온라인은 관리한다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필사까지는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없겠죠.」
한나의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박운호 님은 경고하셨습니다. 지인들끼리 돌려보는 거야 너그럽게 이해하시지만, 자신의 비전서를 판매하다 걸리면 각오해야 할 거라고. 부디 혹여나 박운호 님의 화를 사시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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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각성자들은 특별하게 제대로 된 길을 보여주는 확실한 수련 방법이 없었다.
이건 그 길을 보여주는 일이었으니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일반인은 각성자로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에 환호했다.
오러를 느끼거나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판별할 수 있는 구간.
딱 그 부분까지 잘라 1만 달러 즉 천만 원 정도로 책정해놨다.
이건 일반 서민들을 위한 조치였다.
천만 원.
각성자면 별거 아닌 돈이다.
수중에 천만 원도 없는 각성자는 없을 거다.
각성자들에게는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큰맘 먹으면 그래도 살만한 가격이었다.
맛집 비법 양념장도 천만 원씩 주고 배운다던데 못해도 그 정도는 받아야지.
물론 그 돈도 없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면 한도 끝도 없다.
지금도 충분히 신경을 써준 거다.
가족끼리 사서 돌려보던.
친구 여러 명이 돈을 모아 사서 필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계의 계정에 한 명만 접속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구의 계정으로 할 건가도 중요하고.
믿을만한 친인들이 아니면 공유가 힘들 거다.
천만 원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니고 먹고 나르면 어쩔 건가.
입문 각성 후의 그다음 내용은?
당연히 가격이 세진다.
각성 이후의 비전 열람권은 다소 비싸게 책정해도 괜찮았다.
그다음 내용을 본다는 건 각성자가 됐다는 걸 의미하기에 비싼 가격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운호의 비전 도서관】
사이트 이름이다.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이름 짓는데 에너지를 쏟는 시간이 아까워 대충 지었다.
촌스러운 이름과 달리.
자정에 사이트가 개방되자마자.
돈은 세기도 힘들 정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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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이트에 공개한 비전은 전 세계에 광풍이라고 할 정도의 반응을 끌어냈다.
그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서 모이기 힘들다는 S급 히어로 3명.
멀린과 왕천.
그리고 오라클이 한달음에 내가 있는 제주도로 헐레벌떡 날아왔다.
아쉽게도 엘라는 보이지 않았다.
무시하기도 뭐해서 적당한 응접실에 자리를 마련해 줬다.
“왕춘도 왔군.”
“왕천이다!”
“개명할 생각 없나?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아? 왕춘.”
“둘 다 그만 해요.”
잘 그을린 갈색 피부와 하얀 머리의 미소녀.
오라클이 우리 둘을 중재했다.
“자네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가.”
멀린이 물었다.
그는 일단 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8서클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일단 릴리아나보다 약해 보였다.
멀린은 내가 퍼트린 마법과는 다른 체계의 마법을 익히고 있는 거 같았다.
역시 내가 갔다 온 판테라와는 다른 세계의 마법이지 않을까.
“뭘 생각하기는. 너희가 원하는 대로 지구를 지키고 있잖아.”
“이게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내가 공개한 비전들로 인해 각성자의 능력이 올라갈 테고 차원 균열 정리도 더 쉬워지겠지.”
“도대체 그 지식은 어떻게 구한 건가?”
이게 본론이다.
결국 그것이 궁금해서 날아왔을 거다.
나는 허공을 보면서 분위기를 잡고 말했다.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났다.”
“뭐? 자고 일어나니 생각이 났다고?! 그게 말이 돼?!”
왕천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당연히 모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허....계속 들어라.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맑아지며 마법이나 오러를 다루는 방법들이 생각이 나더군. 그래서 생각했다. 전생의 나는 천마가 아니라 굉장한 마검사가 아니었을까 하고.”
그들은 여전히 황당한 표정이었지만.
결과가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을 거다.
“전생의 지식을 아는 너희도 비슷하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제가 보기에는 환생자로 보이지는 않는데......그렇다고 이 상황까지 오면 마냥 부정만 할 수도 없겠네요.”
오라클이 조금은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난 대의를 위해 비전을 푼 거다. 너희들이 그러지 않았나. 세상이 위험하다고.”
“너,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멀린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성급? 뭐가 성급하다는 거지?”
“혹여라도 악인의 손에 들어가면….”
“그건 어쩔 수 없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고.”
“무책임하군.”
왕천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책임한 건 너희고.”
“뭐라고?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위험한 차원 균열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정도로 되겠어? 지구 멸망한다면서? 그깟 범죄자 몇 생기는 것이 중요한가?”
“그, 그건....아,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도….”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 네놈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야. 그렇게 아니꼬우면 너희들은 보지 말던가.”
“크흠.”
“흠. 흠.”
멀린과 왕춘이 고개를 돌려 헛기침을 했다.
이놈들 역시 다 봤구먼.
“모두 진정해요. 운호 님은 누가 봐도 비전이라고 할 만한 것을 공개하셨어요. 정말 큰 결심을 하신 거예요.”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역시 예쁜 오라클밖에 없었다. 그녀를 끌어안고 뽀뽀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매너가 있는 남자이기에 참았다.
그녀의 가슴엔 벌써 마나의 고리가 3개 생성되어있었다. 공개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열심히 마법을 익히고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
허접하긴 하지만 나름 바쁜 녀석들이다.
비전 공개에 놀라서 날 찾아오긴 했지만, 그들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떠났다.
“고마워요. 비전을 풀어주셔서. 저도 그 둘이 너무 꽁꽁 감춰두는 게 별로였거든요. 운호 님 덕분에 그 둘도 조금은 바뀌겠죠. 후후.”
“역시 오라클! 내 마음을 아는 건 너밖에 없군. 식사라도 함께하고 싶은데 어떤가.”
“미안해요. 하던 일을 팽개치고 급하게 와서...돌아가 봐야 해요. 식사는 다음을 기약하죠.”
아쉽긴 했지만 바쁘다는 사람을 붙잡기도 뭐해 떠나는 오라클에게 손을 흔들며 쿨하게 배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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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호 님! 이거 보세요!!”
옆에 누워 있던 앨리스가 뱀처럼 내 몸을 타고 올라와 호들갑을 떨며 스마트 폰을 보여줬다.
포므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라고 쓰여있고 내 얼굴이 보였다.
“역시 운호 님이세요. 가장 존경받는 인물 1위라니.”
“이거 1위 하면 상금 같은 것도 있나?”
“헤헤, 그런 건 없을걸요.”
내가 공개한 마법과 오러 단련법으로 인해 세계는 격변했다.
그 영향으로 각성자들이 마법과 오러에 정신이 팔려 제주도의 토벌이 잠깐 주춤할 정도였다.
염제 곽상현은 내게 찾아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성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일반인 중에도 각성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런 상황이 되니 비전 열람권은 더욱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각성자들도 마법과 오러를 익히고 더욱 능력이 강력해졌다.
이제는 각성자를 자연계나 강화계로 나누지 않고.
마법사나 오러 각성자로 나누게 됐다.
그 와중에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은.
베이 오러 단련법이다.
이 세상에는 운호의 오러 비전으로 알려진 오러 수련법.
그것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균형 있게 육체를 강화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특이하게 피부에 오러를 집중적으로 모아 무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화하는 인간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무공처럼 단전 비슷한 것을 만들기도 하고, 오러 코어를 심장부터 팔이나 다리까지 제각각인 부위에 생성하기도 했다.
오러 수련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자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찾아왔다.
어느 쪽이 정상적인 수련 방법인지 헷갈렸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나도 그 원인을 알 수는 없었고.
릴리아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베이 오러 단련법이다.”
“원래 그렇다고?”
“괜히 원류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 수련하는 인간마다 다른 방향성이 나타나지. 똑같은 방향성을 원한다면 직접 관여해서 일관된 개념을 잡아 주는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당연히 나는 귀찮게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이 현시대 베이 오러 단련법이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 같은 오러 단련법을 익힌 인간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니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수련법으로 방향을 바꾼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각자 자신의 특성을 살린 오러 단련법.
얼마나 개성 있고 좋은가.
생각해 보면 판테라의 기사들도 꽤 오러 단련법이 다양하긴 했다.
아예 오러 코어가 없고 육체 전체에 쌓아 놓는 인간도 종종 봤다.
“안정성만큼은 그 어떤 수련법보다 대단하니 큰 문제는 없다. 그런 안정성이 없었으면 원류가 되지도 못했겠지.”
「운호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개성이 있습니다. 오러 비전의 방향성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습니다.」
한나가 기자회견을 열어 적당한 포장과 해명 아닌 해명을 하자 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각성자들은 한나의 기자회견에 안심하고 베이 오러 단련법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해 수련하기 시작했다.
릴리아나가 오러 단련법들의 원류라고 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오러 각성자들을 보니 원류라는 그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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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경우 원래 가지고 있던 각성 등급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