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5화 (194/259)

릴리아나가 들었다면 목덜미를 잡고 쓰러졌겠지만, 복잡하게 이야기를 지어낼 생각은 없었다.

“왓더.......마, 마법서!!!”

앨리스는 프린트한 종이 뭉치를 두 손으로 번쩍 들고 그것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김진아가 프린트해 온 오러 단련법을 살펴본다.

“이, 이게….”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그녀들에게 파티 초대를 보냈다.

“아저씨. 허공에 파티에 들어오라고 이상한 문자가 떠올랐는데 아저씨가 한 거야?”

유재은이 허공을 보면서 물었다.

“내 마법이다. 다들 파티 초대받아라.”

“홀리몰리!! 노, 놀라운 마법이에요!”

앨리스는 왜인지 굉장히 신이나 있었다.

경험치는 그녀들이 온전히 취할 수 있게 다 몰아 배분해 줬다.

그녀들에게 대충 해줄 건 다 해준 거 같다.

“내가 준 마법서나 오러 단련서들은 각자 방에 가서 보고 진아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좀 남아줘.”

*

*

*

박운호의 이야기를 들은 김진아는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한나의 집무실.

김진아에게 박운호의 이야기를 들은 한나는 경악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마법과 오러라니.

“어, 언니가 보기에는 어때요?”

“아마도....진짜인 거 같아.”

김진아는 이곳으로 오기 전 앨리스가 평범한 마력 발현과는 다른.

마법이라고 하는 현상을 구현하는 걸 보고 왔다.

김진아도 오러 단련서를 찐득하게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급하게 오느라 얼마 보지 못했다.

“지, 진짜라고요? 저, 저도 그 마법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마도.....그가 말하기로는 자연 계열 마력 발현자나 특이 각성 능력 같은 경우는 마법이 어울릴 거고 강화계는 오러가 적성에 맞을 거랬어.”

“운호 님이 원하는 건 뭐에요?”

“마법서나 오러 비전서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고 서버 좀 준비해달래.”

“서, 설마 이 비전을 다 풀 생각이신 거에요?”

“그럴 생각인 거 같아. 돈을 받고 열람권을 팔겠데.”

“굳이 그런 방식으로요?”

“........나도 그의 생각을 모르겠어. 이타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운호 님이 원한 건 서버 관리만이에요? 사이트 운영이라니.....꽤 손이 많이 갈 텐데….”

“나머지는 알아서 하신데….”

“헉!! 우리 말고 다른 회사랑?!”

그가 다른 회사랑 일을 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건.....아닌 거 같은데. 모르겠어. 조력자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우리가 서버를 준비해준다고 한들 관련된 지식도 없는 그가 전부 다 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지. 이번 일로 누가 조력자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

“하…. 마법이라니....이게 현실인지….”

김진아가 가져다준 USB 메모리를 멍하니 쳐다봤다. 박운호가 선물이라고 줬단다. 아마도 안에 마법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을 거다.

“그리고….”

“예? 또 뭔가 있어요?”

“나 C등급으로 올랐어.”

“예? 등급이 올랐다고요? 어, 어떻게....설마 운호 님이 알려 주신 그 오러 비전 같은 것으로요?”

“아니야. 그전에 등급이 올랐어. 급하게 오느라 아직 오러 수련은 하지도 못했고.”

각성자의 성장척도를 알 수 있는 특이능력.

그게 한나의 각성 능력이다.

지금까지는 유재은을 제외하고는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측근이었던 김진아마저 그 범위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 되니.

한나는 뭔가 자기 능력에 대해 잘못된 착각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은은한 빛을 발했다. 능력을 극도로 강하게 발현한 것이다.

“어? 이건….”

김진아를 자세히 살펴본 한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뭔가 이상해?”

“언니....유재은 씨랑 비슷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앨리스 씨랑 유나 씨도….”

앨리스는 제주도 가고 싶다고 회사에 이유나와 함께 찾아왔을 때 한번 본 적 있다.

한나는 그녀들이 박운호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설렁설렁 대할 수가 없어 직접 대면했다.

그때 그 둘의 성장 가능성을 슬쩍 살펴봤다. 그녀들이 유재은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을 봤고 의아하게 생각했기에 잘 기억하고 있었다.

“제 능력이 조금 변한 걸까요? 아니면 새로운 유형의 능력자들이 생긴 걸까요.”

한나의 말에 김진아는 그녀들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언니? 뭐 짐작이 가는 거라도 있어요?”

김진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한나가 물었다.

“........아, 아니....그, 그냥....화, 확실해지면 말해줄게….”

김진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녀와 허물없는 사이라고 해도 박운호와 섹스를 하는 여자들이 그런 거 같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예상일 뿐이다.

마법이니 오러니 하는 것보다 더 황당할 수도...아니 그런 변태 같은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과 박운호와의 관계가 밝혀진다.

한나는 자신이 그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문어발식으로 여자들을 건드는 운호와 연인관계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그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에 그와 관계를 한 구실은 회사를 위해서였다. 만약에 그 사실을 안다면 한나가 굉장히 슬퍼할 게 뻔했으니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

*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나는 혼자 소파에 느긋하게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단정하게 올린 군청색 머리와 뿔테안경, 잘빠진 오피스룩을 한, 히어로 프렌즈 한나 대표가 보였다.

-찰칵찰칵찰칵.

요란한 셔터음과 함께 번쩍이는 플래시.

오랜만에 본 화면 너머의 한나는 여전히 회사 대표인지 연예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 상단에는.

S급 히어로 박운호의 중대 발표!!

라는 글자가 크게 박혀있었다.

운호 없는 운호의 중대 발표.

나를 대신한 한나의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지금 마법과 오러에 빠져 이것을 볼 여유가 없었다.

앨리스가 단 하루 만에 마나의 고리를 만들고 마법을 발현했을 때는 나도 놀랐다. 그녀는 그 후 광적으로 마법에 파고들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말했다.

마력을 깨우치고 속성 발현할 정도라면 빠른 발전을 할 거라고.

각성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정도로 빠를지는 몰랐다.

원래 마법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는 건가?

나야 마법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모르지만.

아니면 릴리아나의 마법 입문서가 꽤 잘 만들어졌다던가.

앨리스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또 한 번 피를 흘릴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내로서 내 여자를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이 뭐가 힘들까.

서버 준비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상당히 많은.....아니 얼마나 많은 인간이 몰릴지 모르기에 한나가 꽤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한 달도 빠른 거라나 뭐라나.

나야 급할 게 없었으니 느긋하게 기다려 줬다.

물론 평범한 인력을 썼으면 접속사이트를 만드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수니가 있었다.

「내일을 기점으로 세상은 대격변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한나의 말은 시작부터 거창했다.

역시 이런 건 나보다는 한나가 적격이었다.

「박운호 님은 각성자들이 빠르게 차원 균열을 정리해 세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비전을 공개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건 아니지만….

세계 평화라.

한나의 포장 솜씨는 아주 기가 막혔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찔릴 것도 없다.

「박운호 님의 비, 비전 말입니까?!」

「그게 사실입니까?!」

「그 비전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기자들의 흥분이 텔레비전 화면을 넘어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한나는 잠시 카리스마 있게 기자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마법과 오러입니다.」

순간 기자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예?」

「잘 못 들었습니다?」

「하하....설마.....농담은.....아니시죠?」

「그......판타지 영화에 나오는....마법 말씀하시는 겁니까?」

「믿지 못하시겠죠.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믿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 증거를 보여드리죠.」

한나의 손위로 하얀 불빛이 떠올랐다.

「라이트라는 빛을 내는 기초마법입니다.」

-웅성웅성.

「당연히 이것만으로는 믿지 못하시겠지요.」

하얀 불빛이 붉게 변하면서 작은 불꽃으로 변한다.

「어!?」

이어 불꽃이 하얗게 변해 하얀 냉기가 흐르는 작은 얼음덩어리가 생성되는 듯하더니 흩어지며 손위에 작은 스파크가 튄다.

손위에 있던 그 자그마한 스파크를 한나가 손을 움켜쥐어 꺼뜨렸다.

그러자 기자회견장에 시원한 바람이 퍼져나갔다.

-후웅!

마치 공연하는 듯한 그 신비한 장면을 기자들은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요? 이쯤 되면 믿을 만하지 않나요?」

「서, 설마....네 가지 속성을 다 발현하신 겁니까?」

「그래요. 마법도 적성이 맞지 않으면 큰 힘을 내기 힘들지만, 지금처럼 미미한 힘이라면 모든 속성을 발현하는 건 힘든 일은 아니에요.」

한나가 눈앞에서 4가지 속성을 다루는 것을 봤다.

그쯤 되니 기자들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 진짜 마법이라고?!」

「대박!!!」

기자들의 열기가 폭발적으로 달아올랐다.

그 뒤로 한나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 일반인들도 그 비전을 배우면 각성자가 되는 것이 가능합니까?」

「네. 가능합니다.」

「왓?!」

「일반인들도 각성할 수 있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단순히 비전을 보고 모두 오러와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죠.」

「그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안타깝게 비전을 익히는 것도 재능의 벽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그건 마력 측정처럼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죠.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각성의 폭은 훨씬 넓어질 거라는 겁니다.」

「박운호 님은 그런 놀라운 비전을 공개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비, 비전은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실 겁니까?」

「그건….」

-꿀꺽.

기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한나를 주목했다.

기자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전 세계인들이 숨을 죽인 재 한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0초 후에 공개된다고 하면 화내시겠죠?」

「으악!!!」

기자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른 모양이었다.

「후후 농담이에요. 오늘 자정에 마법과 오러 비전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개방할 겁니다. 물론 무료는 아니에요. 회원가입을 하시고 비전 열람권을 구매하셔서 보시면 됩니다.」

「자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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