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뒤에 들러붙어 짐승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아아아앙. 주인님!!”
나는 한동안 씻겨도 씻겨도 잘 씻겨지지 않는.
그녀의 구멍을 씻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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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클로에는 없었다.
일을 하러 간거 같았다.
내가 좀 아침이 늦은 편이다.
그러니 메이드인 그녀로서는 마냥 나와 함께 누워있을 수는 없었을 거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으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운호 있어?”
아일라였다.
“들어와.”
아일라가 루나와 함께 진지한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운호, 우리 엘프 마을로 돌아가 봐야 할 거 같아.”
예상치 못한 이별 통보.
“허....아일라, 내가 질린 건가? 이렇게 날 버리고 떠난다고….”
“아, 아니야. 미궁에서의 일은 심각한 일이야. 흑마법사까지 나왔다고. 보고해야만 하는 일이야. 프리실라 님에게 이번 일을 보고만 하고 돌아올 거야.”
농담을 좀 해본 건데, 아일라는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었다.
“진짜?”
“그, 그래. 진짜야.”
애초에 그녀들이 나를 따라온 이유가 미궁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미궁에서 겪은 일은 그녀들을 느긋하게 있을 수 없게 했다.
헤어지는 게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깐의 이별이다.
“언제 갈 거지?”
“내일….”
“빠르군.”
“미안….”
“미안해할 거 없다. 다시 돌아온다며?”
“응….”
조금 시무룩한 그녀를 토닥여줬다.
그날 저녁 아일라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함께 잠이 들었다.
*
*
*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일라가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바깥은 아직 컴컴한 것을 보니 새벽인 거 같았다.
그녀의 잘빠진 속옷 차림 모습을 보니, 붙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참았다.
“벌써가려고?”
“벌써는....무슨 지금도 조금 늦었다고.”
다시 볼 수 있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슨 일 있으면 메시지 보내고. 바로 달려갈 테니까.”
“풉! 알았어.”
아일라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그녀가 예뻐서 끌어안고 작별의 키스를 했다.
“으음....츕. 츄읍.”
*
*
*
“운호, 잘 있어요.”
루나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래. 루나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군.”
“네, 저도요.”
아일라와 루나는 여전히 파티원이다.
떨어지더라도 메시지로 연락은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괜찮은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 기도 했다. 파티 메시지의 작동 거리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
파티 메시지에 거리 제한이 없다면?
생각만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전파의 거리나 방해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것만큼 괜찮은 통신수단이 있을까.
이른 아침 떠오르는 햇살을 맞으며 떠나는 아일라와 루나.
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했다.
그렇게 루나와 아일라는 슬러버를 떠났다.
엘프의 숲에 잇는 자신들의 마을로….
*
*
*
루나와 아일라를 배웅하고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모아놓은 스킬포인트는 36개.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려면 32개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32개의 스킬포인트 사용은 나도 주저하게 했다.
나는 지금도 꽤 강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태의 강함도 크게 부족하진 않았다.
‘올려 말아….’
인벤토리 스킬이 조금 땡기기는 했다.
육체 강화 스킬이 오로지 내 개인의 무력을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인벤토리 스킬은 종종 튀어나오는 추가 스킬도 그렇고 유틸성에 몰빵이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절실한 순간에 필요한 건 무력일 거다.
그런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올릴 걸 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올릴 수 있을 때 올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강함이란 건 아무리 넘쳐흘러도 좋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무력이 강하면 부도 권력도 자연히 따라온다.
“그래,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지.”
언젠가 어차피 올릴 스킬이다.
아까워할게 아니다.
<32개의 스킬포인트를 사용해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시겠습니까?>
<32개의 스킬포인트를 사용해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시겠습니까?>
......올린다.
<32 스킬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육체 강화 스킬이 7레벨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마력의 팽창과 함께 육체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그리고 의식이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확장된 의식은 슬러버를 뒤덮고 그 너머까지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한계를 넘어 가속되는 사고.
광범위하게 인지된 세계는 시간이 멈춘 듯 정지되어 있었다.
내 의식이 빠르게 도시를 훑는다.
의식 속에 도시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내가 인식하는 순간 나는 이미 그곳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전지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슬러버 호텔에서 샤워하는 베르나가 보였다.
정지된 시간 속 멈춰있는 물줄기와 촉촉이 젖은 나체.
하나의 예술 조각품을 보는듯했다.
그녀의 은밀한 균열 위 오른쪽에 작은 점이 하나 보였다.
그런 좋은 장면을 감상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시선? 관심? 같은 것을 느꼈다.
.....인간은.....아니군.
시스템도 아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접촉해 있는 어떤 존재의 기운을 느꼈다.
그게 어떤 존재인지는 알 수 없다.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초월적인 무언가라는 것은 알 거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직은 무린가….’
스킬을 한두 번 정도 더 강화하면 되려나.
그러면 시스템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접촉해 있는 이 존재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확장된 의식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어느새 저택의 내 방에 서 있었다.
아니, 애초에 육체는 움직인 적이 없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내 의식이 육체 안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체감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시간도 거의 흐르지 않았다.
키를 더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 조금 성장했다.
0.1 cm 정도?
미미하긴 했지만 방대한 마력을 가둬두는 게 한계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됐다.
스킬을 조금만 더 올리면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거 같다는 말이지….
그때 릴리아나가 내 앞에 뿅 하고 나타났다.
순간이동인가?
“그, 그대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녀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크도 안 하고 매너가 없군.”
“지금 노크가 중요한 일이냐!!! 어, 어서 말해보거라! 이 저택에서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연구한다고 오랜만의 복귀에 마중도 나오지 않고 연구를 몰두하던 릴리아나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그 재미없는 식사 대용 알약을 먹으면서 생활한 거 같았다.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던 그녀가 튀어나왔으니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그 잠깐의 순간을 감지한 것은 대단하지만.
“무슨 짓이라니. 나는 그저 성장했을 뿐이다.”
“서, 성장이라고?! 그 상태에서 한 단계 더 위로 올라섰다는 말이냐?!”
“뭐....그렇지.”
“어, 어떻게….”
“.....그냥?”
나도 별로 말해줄 것이 없었다.
“그, 그냥이라고?”
릴리아나는 상당히 억울한 표정이었다.
아니........억울하다기보다 내가 성장한 게 상당히 배가 아픈 거 같았다.
“주군. 들어가도 되겠는가.”
이그니스의 목소리였다.
“들어와.”
이그니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릴리아나가 이그니스를 보고 놀란다.
“어? 이런 괴물은 또 어디서 데려온 거냐?”
“오! 주군의 수하 중에 이런 존재도 있었구나. 이제야 격이 조금이나마 맞는 존재를 만나는군. 반갑다. 난 이그니스다.”
“무례한. 난 운호의 수하가 아니다!”
“그런가? 그건 실례했군. 아쉽구나. 함께 전장을 헤쳐 나갈 전우가 될 거라 생각했건만.....그나저나 주군. 더 강해졌군.”
“뭐 그렇지.”
“역시. 그새 또 강해지다니 주군은 대단하다. 주군을 따라가려면 나도 분발해야 하겠군. 그것 때문에 혹시나 해서 찾아왔다. 그러면 볼일 봐라. 나는 확인했으니 됐다.”
이그니스는 할 말만 하고 쿨하게 떠났다.
그녀도 내가 육체 강화를 하던 그 짧은 시간을 감지하고 그게 궁금해서 찾아온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