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1화 (181/259)

“저기….”

“왜 그러지?”

“혹시 뭔가 이상한 냄새가....나지 않나요?”

“........이상한 냄새?”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인 거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

-뜨끔.

“제 착각일까요? 아일라에게 미궁에 가는 건 제가 말해둘게요.”

“그, 그래.”

루나가 나가고, 나는 마리의 입에 정액을 시원하게 쏟아냈다.

-울컥. 울컥.

-꿀꺽. 꿀꺽.

익숙하게 귀두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액을 깔끔하게 받아 삼키는 마리.

“후....좋았다. 마리.”

책상 밑에서 나온 마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전 미궁의 정보를 구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아, 메이드 복 잊지 말고.”

정보보다는 그쪽이 더 중요했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잊지 않겠습니다.”

*

*

*

미궁 원정대가 결성됐다.미궁 원정대의 구성원은.

루나. 아일라. 에일린. 마리.

그리고 지금 영웅의 안식처에 있는 이그니스.

릴리아나는 내 혈액을 연구한다고 가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성과라도 있는 건가?

미궁으로 출발하기 위해 마차를 타러 나가니, 예상치 못한 얼굴이 보였다.

앨버트였다.

“네가 무슨 일이지?”

“스승님. 저도 스승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설마 했는데 미궁까지 따라간다는 이야기 같았다.

어처구니없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녀석이 돌아다니던 허접한 1층이 아닌 깊은 심층이다.

마력도 다루지 못하는 앨버트는 짐밖에 안 됐다.

남자 녀석이 짐이라니.....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고 하더니.녀석은 둘리가 되어있었다.

에일린에게 미궁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가?

“내 말이 우습게 들린 모양이구나.”

“예?”

“내가 네게 만들라고 한 집은 다지었느냐.”

“아, 아직 입니다….”

“허! 너는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따라갈 생각을 하느냐!! 제자가 만만해? 신경 써서 교육 프로그램을 짜줬더니....이 고얀 놈이?”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녀석은 어이없게도 거절당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건지 내게 혼나자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래서 개념 없는 녀석들은.

“죄송하면 다야?”

“아닙니다.”

“여기가 밖이지. 안이야?”

“흠흠.”

신나게 앨버트를 갈구다가 아일라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렸다.

“크흠! 이놈이 귀한 알약까지 줘가면서 배려해 줬더니. 내가 내린 첫 훈련도 마치지 않고....허허 욕심 많은 놈이로다.”

“죄, 죄송합니다.”

“됐다. 마력도 다루지 못하는 넌 그냥 짐이다. 그런 너를 내가 데려갈 거 같으냐? 실망이구나. 앨버트. 날 더는 실망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윽. 죄송합니다. 스승님.”

내게 혼쭐난 앨버트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

*

*

앨버트를 기분 좋게 갈궈주고.마리가 모는 마차를 타고 미궁으로 향했다.

루나와 아일라는 각자 자신의 무기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에일린의 얼굴은 조금 시무룩해 있었다.

앨버트가 혼난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쯧쯧. 저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마차로 이동하는 동안.

마리가 가져다준 정보가 적힌 종이를 들고 훑어봤다.

모험가들이 진입한 미궁의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건 12층이었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은 두 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5층과 10층.

나오는 몬스터는 다양했는데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10층부터는 1~9층에 나오지 않는 중형몬스터가 나온다는 거다.

10층에서 나온다는 중형 몬스터의 크기로 예상해 보자면 원래 세계의 C등급 정도로 볼 수 있었다.

내가 미궁 정보를 보는 사이, 마차는 열심히 달려 미궁 위에 세워져 있는 건물.

미궁 관리소에 도착했다.

말들만 관리소에 맡기고 마차는 인벤토리에 통째로 집어넣었다.

릴리아나가 개조한 마차는 그 자체로 좋은 휴식처다.

미궁 안에서 텐트 대신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번 미궁 탐사의 목표는 11층 진입로를 찾는 거였다. 파티 스킬은 그 와중에 충분히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11층의 진입 통로.

진입 통로의 위치 정보는 단순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모험가 놈들이 자기들끼리 뭉쳐 꽤 커다란 길드 같은 것을 만들어 키운 게 몇 개 있었고.

11층의 진입로는 그놈들이 독점하듯 꽁꽁 감춰 두고 있었다.

그래서 대충 어느 방향에 있을 거라는 정도만 파악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개미 모험가들은 직접 찾아야 했다.

다른 방법도 있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거대 모험가 길드에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거다.

그런데 그 정보이용료가 상당히 비쌌다.

그리고 그 정보를 되팔아 재테크도 못 하게 한다고 했다.

역시 이쪽 세계도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정보를 살만한 돈이야 있었지만, 왠지 놈들을 배를 불려주는 것이 싫었다.더럽고, 치사해서 직접 찾을 생각이었다.

급한 것도 아니고 겸사겸사 스킬포인트도 벌면서 찾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몇 층을 가시겠습니까.”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진 방.

텔레포트 마법진을 관리하는 중년의 마법사가 물었다.

그는 3서클이었다.

하긴, 중위 이상의 마법사가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다.

“10층.”

“최, 최심층 말입니까?”

마법사가 놀라 다시 물었다.

“그렇다.”

우리를 그 정도의 수준으로 보진 않은 건가?

마법사는 보는 눈이 없었다.

그러니 3서클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10층을 진입하는 조건은 없다.

조건이라면 금화를 넉넉히 들고 있어야 한다고 할까.

“아, 알겠습니다. 텔레포트는 1인당 10골드입니다.”

다 합해서 50골드.

왕복도 아니다.한번 이용하는 비용이었다.

비쌌다.

하지만 10층을 들락이는 모험가들은 그만큼 버는 인간들이었다.

마법사에게 골드를 지불하고 우리는 커다란 마법진 위에 올라섰다.

마법사의 지팡이가 빛나고 텔레포트가 작동했다.

텔레포트의 느낌은 내가 로그인하는 감각과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 같기도 했다.

이내 사람만 바뀐 똑같은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마법진을 관리하는 마법사가 바뀌지 않았으면 이동한 지도 몰랐을 거다.

텔레포트한 건물에서 나가자.

어둡지만 밝은 묘한 풍경의 마을이 우리를 반겼다. 하늘은 마치 새벽녘의 어두운 하늘을 보는 듯했다.미궁이라기보다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릴리아나는 미궁의 공간이 왜곡되어있다고 했다. 그러니 진짜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

번듯하게 지어진 목제 건물들.

어스름한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

모험가로 예상이 됐다. 그들의 복장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기사나 중위 마법사도 꽤 보였다.

게임으로 치면 고렙들의 사냥터답게 능력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관과 술집.상점 같은 것들도 보였다.

물가는 굉장히 비싸다고 들었다.

마을이라기보다 상점이 몰린 번화가에 가깝게 느껴졌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중심으로 세워진 마을.그 마을을 둘러싼 두꺼운 목책.

그리고 그 목책 위, 경비를 서는 병사들.

영주가 과감한 투자를 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새라고 들었다.

골드를 꽤 쏟아부어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만큼 뽑아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꽤 시선을 끌었다.

내 체구도 있었겠고, 나 이외에 전부 다 여성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다.

굳이 요새 안을 둘러볼 생각은 없었다.

바로 본격적인 미궁을 탐색하기로 했다.

요새 바깥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전에.”

일행들이 나를 의아한 얼굴로 쳐다봤다.

영웅의 안식처 문을 열고 이그니스 소환? 했다.

화려한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이그니스가 허공에서 등장한다.

“우, 운호? 이, 이 사람은?”

아일라가 허공에서 튀어나온 이그니스를 보고 놀라 물었다.

“소환수다.”

“소, 소환수? 저, 정령?”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지.”

“흠. 주군의 동료들인가? 반갑다.”

이그니스는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말했다.

“주군. 내가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미궁에서 11층으로 가는 통로를 찾아야 한다.”

이어서 파티 스킬을 사용해 루나와 마리, 이그니스를 초대했다.

<루나와 마리, 이그니스에게 파티 초대를 보냈습니다.>

내게 파티를 초대받은 여자들이 허공을 응시한다.

“파티 초대?”

“음? 운호 이게 뭐죠?”

“마스터. 이상한 문자가 떠올랐습니다.”

“내 마법이다. 모두 수락해.”

“이게 마법이라고요?”

<루나 님이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마리 님이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이그니스 님이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메시지 전송기능을 개방했으니, 좀 떨어지더라도 파티원들 사이에는 문자로 문제없이 소통이 가능할 거다.”

“.....정말 놀라운 마법이군요.”

루나가 감탄하며 말했다.

“진입하지.”

우리는 방패와 창을 든 이그니스를 선두로 어둠에 싸인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옆에 걷는 에일린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미궁 1층에서 돌아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10층에 왔으니 당연했다.

불안해하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줬다.

“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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