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초등학생이나 할법한 말을.
그렇다고 억지로 덮치기에는 만만치 않은 존재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그.....러지....”
그녀를 바로 가질 수 없는 건 아쉽기는 했지만, 나중에 천천히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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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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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는 멋진 모험가가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지고 에일린과 함께 마을을 떠나 슬러버에 왔다.
소드 마스터.
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존재.
그런 존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소드 마스터의 제자가 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생겼다.
시험을 해결하기 위해 앨버트는 일단 서둘러 모험가 협회로 향했다.
모험가 협회에서는 짐꾼같이 필요한 인력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리? 정원관리? 그거 정원사들이 하는 일 아닌가? 요리사나 정원사를 구하던가. 뭐? 그걸 할 수 있는 미인 메이드를 구한다고? 장난해?”
앨버트는 구인 접수원에게 면박당했다.
그나마 맞는 조건이라고 여자 하나를 소개해줬다.
“메이드 할 수 있죠. 제 요리 솜씨는 평판이 자자하다고요.”
앨버트보다 옆으로 두 배는 더 큰 덩치의 여인이 말했다.
‘아, 안 되겠지?’
앨버트는 소득 없이 모험가 협회를 나와 방황했다.
시간이 넉넉하면 천천히 찾아보겠지만.내일까지라니….
도저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막막했다.
앨버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방황하며 걷고 있는 앨버트의 옷자락을 잡았다.
“모험가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앨버트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젊은 미인이 간절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납치를 당했는데 혼자 겨우 탈출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동생이 아직 그곳에 있어요.”
불안한 표정의 여자가 호소했다.앨버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대번에 심각하게 변했다.
“인신매매 말입니까? 도시 치안대에 신고하죠!”
“모험가님, 그러면 늦을 거예요. 지금 제가 탈출했으니, 눈치챈다면 바로 아지트를 옮길 가능성이 커요. 그러면 영영 동생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녀의 목소리에 동생만을 두고 탈출한 죄책감이 절절히 느껴졌다.그녀의 애처로운 표정에 앨버트는 정의감이 불타올랐다.
자신도 제자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일분일초가 소중했다.하지만 앨버트는 이 건을 도저히 그냥 못 본채 넘어갈 수 없었다.
순찰대에 신고한다면 확실히 시간이 꽤 걸릴 거다.
한시가 급했다.어쩔 수가 없었다.
앨버트는 일단 혼자 먼저 가서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장소가 어딘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저가 먼저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아가씨는 도시 치안대에게 이 일을 신고하십시오.”
“아니에요. 그곳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장소에 있어요. 제가 안내할게요.”
생각해보니 그 장소가 대로변에 있지는 않을 거고, 복잡한 뒷골목에 있을 테니 혼자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닐 터였다.
“흠.......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이쪽이에요.”
여자는 급하다는 듯 좁은 뒷골목을 향해 뛰었다.
앨버트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전투에 긴장감을 느끼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자는 음침한 골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에게 길을 안내했다.
앨버트는 그녀에게 안내받지 않았으면, 목적지를 찾기 힘들었을 거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퉁이를 돌면 바로 그곳이에요.)
멈추어선 여자가 숨을 죽이고 앨버트에게 속삭였다.
앨버트는 골목 벽에 몸을 붙이고, 모퉁이 너머를 슬쩍 살펴봤다. 문이 하나 보였고, 그 문 앞에 험악해 보이는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전형적인 뒷골목 범죄자의 얼굴이었다.
대단한 강자로 보이진 않았다.
‘저곳이 인신매매범들의 소굴인가?’
앨버트는 어렸을 때부터 용병 생활했던 아버지의 검술훈련을 받았다.
단순한 건달 한 명이라면 처리할 수 있었다.
앨버트는 어리숙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험악한 사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네놈, 뭐야?”
사내가 대번에 험악한 인상을 찌푸리며 겁을 줬다.
“아, 죄송합니다. 저, 저기 길을 잃어서….”
앨버트는 나름 어수룩한 연기를 하며 사내에게 접근했다.
“앙? 길을 잃어? 내 알 바냐? 안 꺼져?”
‘지금! 속전속결!’
앨버트는 다리에 힘을 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그에게 뛰어들었다.
“이 새…!”
사내에게서 큰 소리가 나오기 전에 앨버트의 팔꿈치가 사내의 복부를 가격했다.
“컥!”
그대로 몸을 돌리며 주먹으로 사내의 턱을 후려쳤다. 턱을 맞은 사내는 눈이 뒤집히면서 의식을 잃었다.
‘다행이군. 그렇게 대단한 놈들로는 보이지 않아.’
“대, 대단하세요.”
앨버트가 험악한 사내를 가볍게 쓰러뜨리는 걸 본 여자의 얼굴이 희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본 앨버트는 가슴속에 뿌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자 시험을 치를 시간이 늦어질지언정 자신은 옳은 일을 하는 거다. 설사 이 일로 인해 시험에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었다.
“이곳입니까?”
“예, 모험가님.”
앨버트는 조심스럽게 인신매매범들의 아지트로 진입했다.
생각보다 안의 경비도 그렇게 삼엄하지 않았다. 아직 이 여인이 탈출이 발각되진 않은 것 같았다.
앨버트는 생각보다 무난히 하나씩 튀어나오는 인신매매범들을 종횡무진 멋있게 제압하며, 갇혀있던 여자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구출한 여자들은 10명이 조금 넘는 듯했다.
전부 여자였고 미인들 뿐이었다.
인신매매범들의 소굴이 맞는 거 같았다.앨버트는 다른 놈들이 더 오기 전에 그녀들을 데리고 서둘러 인신매매범들의 소굴을 탈출했다.
“가, 감사합니다.”
구출된 여자들이 앨버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앨버트는 자신 혼자 인신매매범들의 아지트를 소탕해 여인들을 구출했다는 것에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앨버트는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들에게 말했다.
몇몇 여인이 거듭 감사 인사를 하며 떠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10명의 여인.
“여러분들은?”
“흐으윽.”
그녀들이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왜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겁니까?”
그녀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저희는 돌아갈 곳이 없어요.”
“예?”
“우리 가족은 그놈들에게….”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앨버트는 새삼 인신매매범들에게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앨버트라도 10명이나 되는 그녀들을 어떻게 책임질 수 없었다.
‘자, 잠깐....이, 이건!?’
그때 앨버트의 머릿속에 번개가 치듯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호, 혹시 뭐 할 줄 아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앨버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여자들이 대답했다.
“저는 요리를 잘해요.”
“저는 예전 귀족님의 정원을 관리한 적이 있어요.”
“저, 저도 요리라면….”
“전 옷을 만들 줄 알아요.”
“저는….”
앨버트는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미인들은 수상할 정도로 유능했지만, 앨버트는 그녀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이분들이라면!’
“혹시 가실 곳이 없으시다면.....저택에서 메이드로 일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
*
*
이그니스는 일단 영웅의 안식처에 두고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영웅의 안식처는 내가 들어가지만 않으면 시간의 흐름은 조절할 수 있다.시간을 최대한 느리게 흐르도록 해놨으니, 내가 며칠 후에 불러도, 그녀가 느끼는 나와 헤어진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영웅의 안식처에서 내 방으로 돌아오니, 예상치 못한 손님이 나를 반겼다.
릴리아나였다.
“볼 때마다 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던 릴리아나가 말했다.
내 방에 멋대로 들어온 셈이지만 미인의 방문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방금의 그 요상한 짓도 내게 이야기해줄 생각은 없는 것이냐?”
설명하려 해도 그다지 설명할 게 없었다.
나야 스킬을 사용할 뿐이었고.
사실대로 시스템의 스킬이라고 해도 그녀가 “그렇군” 하고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
그녀가 괜히 내 방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 거다.
내게 안기기 위해 온 거 같지도 않고.
“운호 약속을 지켜라.”
“약속? 무슨 약속.”
“시치미 뗄 생각인가? 내게 네 피를 뽑아 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마법 지팡이 위치 추적마법을 지울 때 그런 거래를 했던 거 같다.
“.......까먹지 않았군.”
“당연하다. 난 기억력이 좋다. 이제 본격적인 연구를 할 장소도 생겼으니, 그대의 비밀을 파헤쳐 주마.”
릴리아나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굳이 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었다.
나야 손해 볼 것이 없었으니, 까맣게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돈도 빌려준 사람 보다, 빌려 간 사람이 잘 까먹는 법이다.
지금 나는 영웅 이그니스를 소환해서 피뿐만이 아니라 정액까지 뽑아서 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피...뽑아 줄 수 있나?’
이미 육체 강화 스킬을 통해 나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육체다.
그 육체의 피를 빼는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될까 싶었지만….
의외로 피 채취는 쉽게 됐다.
내가 ‘허락’한다는 인식하에 강화된 육체라도 상처는 쉽게 낼 수 있었다.
피를 빼낸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덕분에 내 육체의 재생능력도 확인했다.
“냄새가....그냥 평범한 피 냄새가 아니구나. 뭔가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흥미로워.”
비커 같은 것에 내 피를 받아든 릴리아나가 그런 소리를 했다.
-킁킁.
확실히....평범한 인간의 피 냄새는 아니었다.
뭔가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기대하거라. 내가 운호 그대의 비밀을 밝혀낼 테니.”
나도 궁금했다.
정액도 그런 효과가 있는데 피라고 없을까.
나는 오히려 그녀가 내 능력에 대해 뭔가를 밝혀줬으면 한다.
“그래, 기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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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고 있는 앨버트.
녀석의 뒤에 쭈뼛쭈뼛 서 있는 10명의 미인….
앨버트는 어처구니없게도 하루는커녕 단 반나절 만에 메이드가 될 여자들을 구해왔다.
이그니스를 뽑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내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게 말이 되나? 이게....가능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