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7화 (177/259)

앨버트 녀석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결론을 내주는 것이 좋다.

디저트 타임.

앨버트 녀석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녀석의 진상 짓을.......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앨버트.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했지.”

내 그 말에 풀어져 있던 앨버트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예, 운호 님!”

“내 제자가 되는 건 쉽지 않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앨버트는 내게 결의찬 눈빛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옆에서 에일린이 응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내 제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내리겠다. 이 시련을 통과한다면 제자로 받아주지.”

“무엇이든 맡겨주십시오!”

“그 각오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군.”

“제 마음이 꺾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의 눈은 내 제자가 되겠다는 단 하나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련을 내리겠다.”

-꿀꺽.

앨버트가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킨다.

“메이드 10명.”

“예?”

“그냥 메이드가 아니다. 미인! 청소뿐만 아니라 정원관리나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제자 시험에 앨버트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의미가….”

“갈! 감히 네가 이 시험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냐!”

무슨 의미이기는….

너의 제자탈락이라는 의미가 있지.

내가 낸 제자 시험이 어지간히 충격적인 건지 앨버트의 표정은 멍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어도 되나? 시간은 내일까지다.”

“허헉!! 내일 까지란 말입니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앨버트가 헐레벌떡 뛰쳐나갔다.

걱정 가득한 표정의 에일린이 그 뒤를 따라갔다.

‘외간 남자를 따라가다니 나중에 철저하게 교육을 해야겠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에일린에게도 납득할만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

솔직히 시간제한을 오늘 안으로 하고 싶었지만.....그건 너무 노골적으로 제자를 탈락시키려는 수작으로 보였기에 타협했다.

물론, 에일린 때문에 체면을 차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였다.

이 저택은 유령의 저택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냥 일꾼도 아니고 고급 기술을 가진 미인 메이드를 10명 구하는 거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다.

시간도 촉박하다.

이건 나도 거의 불가능한 임무였다.

‘골드를 쏟아부으면 가능하려나?’

골드로 가능하다고 해도….

빈털터리인 지금의 앨버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시험을 하는군. 너는 그 아이를 제자로 받을 생각이 없구나.”

잘 아는군.

릴리아나는 시험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는 돼야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있지.”

“메이드와 제자를 들이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만......어째서 앨버트를 제자로 들이지 않는 것이냐?”

“응? 왜냐니?”

당연한 거 아닌가.남자니까.

“앨버트 그 아이가 에일린보다는 더욱 재능이 넘친다.”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 아이의 육체에 마나가 흐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마력의 흐름 정도는 볼 수 있다. 관심이 없으니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았다.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앨버트는 남자다.

내 관심 밖이었다.

“마스터 오늘 잠깐 외출해도 괜찮겠습니까?”

옆에 있던 마리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오늘은 나도 중요한 할 일이 있었다.

집안에서.

“그래. 오늘은 나갈 생각이 없으니 괜찮다. 편히 나갔다 오도록.”

“감사합니다. 마스터.”

*

*

*

황당한 제자가 되기 위한 시험.

앨버트는 이 황당한 시험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메이드라니.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험이었다.

‘귀족의 집에 있다는 그 메이드를 말하는 건가?’

그냥 메이드도 아니다.

미녀에 상당히 유능한 메이드를 원했다.

무려 10명이나.

기한은 내일까지다.

고민할 시간조차 촉박했다.

“애, 앨버트!”

에일린이 뛰어오고 있었다.

“아, 에일린.”

“나, 나도 도울게.”

“안돼. 에일린. 이건 운호 님이 내게 주신 시험이야. 너의 도움을 받는다면 의미가 없어. 이건 나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야.”

“앨버트….”

에일린은 우두커니 서서 메이드를 구하러 가는 앨버트의 비장한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마리는 외출을 허락받고, 저택을 나섰다.

한동안 걷던 그녀는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꽤 규모가 있는 커다란 옷 가게로 들어섰다.

평민들이 입을법한 온갖 옷을 파는 곳이었다.

가게 안은 많은 사람이 옷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리는 자연스럽게 옷을 하나 고르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이어 탈의실의 비밀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비밀통로를 거쳐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넓은 공간이 나타나고 여러 개의 문이 보였다.

마리는 익숙한 듯 그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방안에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마이클이 보였다.

마리를 본 마이클은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허리를 펴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마이클, 여요원들은 도착했나?”

“여요원…? 도착했다.”

“감시 목표가 메이드를 구한다. 그들을 메이드로 침투시키지. 되도록 미인에 처녀로 준비해라.”

“처녀?”

처녀 여요원들은 중요한 인물에게 접근시킬 때마다 투입하는 편이었다.

“감시 목표의 중요도가 더 올라갔다. 그와 함께 다니는 릴리아나라는 여자가 대마법사일 가능성이 크다.”

“대.....마법사라고?”

초월자에 가까운 존재가 뜬금없이 또 하나 나타났다.

“앨버트란 삼류 모험가가 메이드를 찾고 있을 거다. 그를 이용하면 쉽게 저택에 침투시킬 수 있을 거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있다.”

마리는 마이클에게 종이 한 장을 넘겨줬다.

“알았다. 그 건은 처리하지. 그리고 마리.”

“뭐지?”

“너는 그곳에 철수해라.”

“......뭐라고?”

“이제 여요원들을 투입할 거다. 너는 이제 빠져도 된다.”

“그럴 수는 없다. 이미 나는 그와 상당히 친밀해진 상태다. 갑자기 사라진다면 의구심을 가질 거다.”

‘친밀’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을 때 마이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건 시간을 주겠다. 자연스럽게 그의 저택에서 나오는 거다.”

“이해할 수 없군. 마이클. 나는 지금 그의 정부라고 할 만큼 가까워진 상태다. 그런데 그 이점을 포기하고 철수하라고?”

‘정부’라는 말에 마이클은 폭발할뻔했다.

“마리....이건 명령이다.”

“.......명령?”

마리는 마이클의 명령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와 자신은 상하관계가 아니었다.

“마이클 아니, 앨런 님의 명령을 들어라. 마리.”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마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레, 레이븐님….”

마리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애꾸눈을 한 중년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마이클과 자신에게 임무를 내리던 고위 간부였다.

그런 그가 마이클을 앨런 님이라고 부른다.

마리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앨런 님은 차기 케르베로스의 수장이 되실 분이다. 인수인계가 시작됐다.“

“마, 마이클이….”

“앨런 님을 도와 이번 일도 잘했다. 마리. 차기 수장의 정체를 안다는 것은 네가 승진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제는 현장보다는 요원들을 관리하게 될 거다.”

“이제 알았나. 마리. 여요원들은 너의 말대로 투입한다. 너는 그 저택에서 이른 시일 내에 철수해라.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상명하복에 대해 세뇌 교육을 받은 마리.

그녀는 이제 상관이 된 마이클….

아니, 앨런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

*

*

앨버트는 이제 정리됐다고 할 수 있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기분이 홀가분했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시간문제였다.

내일 시무룩한 앨버트의 얼굴을 보고 사요나라 하면 끝이다.

앨버트에 관한 생각은 여기까지다.

녀석 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목욕재계를 한 후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본의 아니게 어제저녁부터 금욕도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영웅의 안식처에 들어섰다.

익숙한 새하얀 작은 별의 풍경이 나를 반겼다.

“후우….”

영웅 확정 소환권.

확정이라고 하고 “좋은 거 준다고 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데인 것이 있다 보니,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는 게 가장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끼면 똥이라는 말도 있다.

“차원 상점 듣고 있나? 이걸 기점으로 나의 영웅 소환권에 대한 취급이 달라질 거다.”

의미 없다고는 생각하면서 협박도 한번 해본다.

<영웅 소환 확정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소환 옵션을 선택해 주십시오.>

옵션은 성별을 고르는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암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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