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에일린. 저 건방진 마법사에게 너의 성과를 보여주거라.”
“예, 스승님.”
에일린이 자신의 지팡이를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뭣?!”
에일린이 인벤토리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릴리아나가 벌떡 일어났다.
“봤나. 릴리아나.”
“어, 어떻게 된 것이냐!”
릴리아나가 에일린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흔들면서 물었다.
“예? 그, 그건….”
에일린이 난처한 얼굴로 나를 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보냈다.
“진정해라. 릴리아나.”
릴리아나를 에일린에게서 떼어놨다.
“진정? 이게 진정할 일이라고? 네 녀석, 도대체 무엇을 한 거냐?”
“어허, 마법사의 비밀을 캐려면 쓰나.”
옆에 있던 아일라가 입이 근질근질한 표정을 지었지만, 릴리아나에게는 파티 스킬에 대해서는 비밀로 하라고 한 내 말을 충실히 지키는 모습이었다.
“흥, 순순히 밝힐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다고 내가 네 비밀을 못 밝혀낼 줄 아느냐?”
나도 모르는 내 능력의 비밀을 그녀가 밝혀낼 수 있을까?
밝혀내면 밝혀내는 대로 괜찮을지도….
*
*
*
내 능력도 보여줬고 에일린도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에일린과 조금 더 진도를 나가도 괜찮을 거 같아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내 방으로 불렀다.
“사람은 누구나 마력이 흐른다. 크고 작고의 차이지.”
“예….”
누구나 다 알법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말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와 같은 말이다.
본론을 말할 때였다.
“먼저 너는 마력 흐름을 깨끗하게 할 필요가 있어.”
“마, 마력 흐름이요?”
그녀의 모습을 살펴본다.
청순하고 귀여운 외모.
검은색 긴 생머리.
원래 세계에서 아이돌을 했으면 꽤 잘나갔을 법한 외모였다.
단점이라면 예쁜 몸매가 전혀 보이지 않는 펑퍼짐한 다소 밋밋하고 둔해 보이는 마법사 로브를 입고 있다는 것.
“스, 스승님?”
내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에일린이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힌다.
“조금 가벼운 옷을 입었으면 좋겠군.”
“가, 가벼운 옷이요?”
“속옷이면 좋고.”
“소, 속옷이요!?”
강렬한 거부.
그녀의 눈빛에 스승에 대한 반항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너무 섣불렀나?’
이건 급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으흠...잘못말했다. 잠옷 정도면 좋겠군.”
“자, 잠옷….”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의식은 중요하다. 가벼운 복장으로 받는 것이 좋다.”
“아, 알았어요.”
쭈뼛거리며 방을 나간 에일린은 얼마 후 옷을 갈아입고 왔다.
노출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파자마를 입고 왔다.
대실망.
그래도 그녀의 예쁜 몸이 그 파자마 안에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침대 위에 엎드리거라.”
“치, 침대에 엎드리라고요!?”
그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의구심이 든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다 너를 위한 일이다. 파티 마법처럼.”
“그, 그렇군요.”
내 파티 마법이라는 말에 겨우 납득한 그녀가 머뭇머뭇 침대 위에 엎드렸다.
처음 파티 스킬로 내 능력을 보여준 게 효과가 있었다.
그녀가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부위는 피하면서 안심할 수 있는 발부터 종아리, 팔 같은 부위를 마력으로 자극을 천천히 주면서 주물러 줬다.
파자마 위로도 느껴지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살결.
“느낌이 어떻지?”
“따, 따뜻한 거 같아요.”
시간을 들여 점점 자극의 강도를 높이고 그녀의 몸을 주무르는 손이 점점 대범해 져갔다.
슬슬 손의 위치가 허벅지까지 올라갔다.
“자, 잠깐, 스승님. 하응. 흐읍!”
“아파도 참아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릴리아나의 말에 따르면 고위 마법사는 되야 내 마력 간섭을 감지할 수 있을 거랬다.
그녀는 중위조차 되지 못한 마법사다.
안심하고 마력으로 성감 자극을 마음껏 주기 시작했다.
“하윽! 스승님, 이건! 자, 잠깐….”
“어허,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조금만 더 참아라.”
“아니, 그, 그게 아니에요! 하악!!”
에일린은 이제 엉덩이를 마구 주물러 대는 대도 신경을 못 쓸 정도로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하응. 스, 스승님 이거 뭔가....자, 잘못........흐그그극!!”
그녀의 눈자위가 점점 위로 올라간다.
그녀의 사타구니의 파자마는 이미 흠뻑 젖어 그 갈라진 둔덕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지금이었다.
엉덩이를 주무르는 엄지를 펴고그녀의 도톰한 균열 양쪽의 둔덕을 엄지로 꾸욱 눌렀다.
“흐하아아아악!!”
-푸슛! 푸슛!
절정에 오른 에일린은 전기에 감전된 듯 부들부들 떨더니 축 늘어졌다.
잠옷의 사타구니가 색이 진하게 물들어 갔다.
눈자위가 반쯤 위로 올라가 입을 반쯤 벌리고 넋을 놓은 에일린.
그녀는 생각보다 민감했다.
잘 교육하면 훌륭한 제자가 될듯싶었다.
-움찔움찔.가끔 몸을 떨긴 했지만,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것이 정신을 잃은 거 같았다.
‘그냥 덮칠까?’
수십 번을 갈등했다.
하지만 자제력을 발휘할 때였다.
첫 제자다.아직 때가 아니었다.
소중히? 대해줄 필요가 있었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어 그녀의 엉덩이를 마음껏 주물렀다.
좋은 엉덩이였다.
에일린은 기절해 깰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옆에 누워 그녀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
*
*
-짹. 짹.
오랜만에 혼자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잠에서 깼다.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방의 풍경이 보였다. 중세귀족이 나오는 영화의 화려한 세트장처럼도 보였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릴리아나의 취향이겠지.’
그렇다고 인테리어를 뜯어고칠 만큼의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다.
불편한 것도 없는데, 있으면 있는 대로 사는 거다.
어젯밤 같이 잔 에일린은 없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제자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거다.
커튼을 걷으니 잘 정돈된 깔끔한 정원의 풍경이 펼쳐졌다.
인벤토리에서 캔 커피를 꺼내 마시면서 분위기를 잡아본다.
세이브 포인트도 설치했고.
귀환해도 될 시기인데 하나 부족한 게 있었다.
그것은 수니였다.
수니가 깨질 않는다.
원래 세계에는 수니한테 시켜놓은 것도 몇 개 있고 그녀 없이 돌아가기에는 조금 껄끄러웠다.
야심 차게 계획한 원래 세계에 마법을 퍼뜨린다는 포부도 수니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마법책은 판테라 공용어로 되어있고 번역을 해야 하는데 내가 하기에는 너무 개고생할 게 뻔했다.
수니가 전산상에서 정리하는 것이 압도적인 효율을 자랑한다.
인벤토리에서 빈 화분을 꺼냈다.
창가에 올려놨다.
그리고 품속에서 수니가 들어간 정령의 씨앗을 꺼냈다.
씨앗은 여전히 은은한 검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화분 위에 씨앗을 올렸다.
“물이라도 줘야 하나….”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나오겠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곳의 마법사 컨셉 놀이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으니.
《배고프다.》
릴리아나가 메시지 마법을 보냈다.
슬슬 식사할 때긴 했다.
그녀의 재촉에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보기 싫은 얼굴이 보였다.
“아, 운호 님! 편히 쉬셨습니까!”
반갑게 내게 고개를 깊이 숙이는 앨버트.
꼬리가 있다면 신나게 흔들지 않았을까 싶은 모습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예! 운호 님께 안부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택 앞을 서성이고 있더구나. 불쌍해서 들여보내 줬다.”
릴리아나 녀석.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애, 앨버트!”
식당으로 들어온 에일린이 앨버트를 반갑게 불렀다.
“에일린, 잘 잤어?”
“으, 응….”
에일린이 내 눈치를 보면서 귀엽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의 마사지가 마음에 들었나?
릴리아나가 연락을 한 건지 하나둘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 루나 님, 아일라 님, 밤새 강녕하셨습니까.”
예의 바르게 그녀들에게 인사하는 앨버트.
쓸데없이 사교성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데면데면 간단하게 고개를 슬쩍 까닥이고 자리에 앉았다.
엘프인 그녀들에게 앨버트는 꺼려지는 존재였다.
호텔처럼 음식을 해줄 사람도 없고 결국 내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앨버트 저 녀석은 눈치껏 안부 인사를 했으면 가야지.
밥까지 얻어먹고 있다.
눈치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운호 님, 처음 먹어보는 음식입니다. 정말 맛있군요!”
입에 시커먼 짜장면 소스를 묻히고 이야기하는 녀석의 귓방망이에 단무지를 날려주고 싶었다.
앨버트 녀석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녀석을 빼놓고 음식을 주기에는 너무 속이 좁아 보였으니 참아야 했다.
이게 다 녀석을 들여보낸 릴리아나 탓이다.
“응? 뭘 보는 거냐.”
릴리아나가 우아하게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서 얄밉게 물었다.
더 이상 질질 끌면 안 된다.
헛된 희망을 계속 품게 해 주는 것은 그에게 못 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