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3화 (17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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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안쪽 문은 열려있을 겁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공손히 대기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것은 자기는 안 들어가겠다는 결연한 모습이었다.

어지간히 들어가기 싫은 모양이다.

나도 사내놈과 동행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잘됐다.

“마스터. 함께 하겠습니다.”

충직한 마리가 내 뒤를 공손히 따라왔다.

그녀와 함께 정원 너머 보이는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

저택 외관도 얼룩덜룩한 것이 유령이 나오지 않았어도 유령 저택이라고 불릴 만한 외관이었다.

저택의 커다란 현관문 앞에 섰다.

화살표는 여전히 저택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먼지가 후두득 떨어진다.

잠깐 멈칫하고 더는 먼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에 저택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안쪽도 바깥과 별다른 거 없는 퀴퀴한 풍경이었다.

수북이 쌓인 먼지.

그리고 곳곳에 집을 지은 거미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귀신의 집 그 자체였다.

‘2층은 아닌가….’

내비게이션의 화살표는 여전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마, 마스터. 저, 저기!!”

마리가 놀라 소리쳤다.

그녀가 보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향했다.

흐릿한 웬 여자아이가 나타나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디를 급하게 가는 듯한 모습.

그런데 그 소녀는 내게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게 유령?’

소녀는 내게 부딪치더니 그대로 스치고 지나가 이내 흩어져 사라졌다.

별 느낌도 없었고 마력 반응도 없었다.

“마,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내가 놀라 멍해 있는 걸 보고 마리가 걱정스레 물었다.

내가 놀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교복?’

여자아이의 환영이 입고 있는 옷이 원래 세계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입을 법한 교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 앞에 유령인지 환영인지는 모를 무언가가 계속 나타났다 사라졌다.

피곤한 표정으로 걷는 셀러리맨이나.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

공통점은.

전부 다 내가 원래 세계에서 보던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이상하군.’

그렇다고 해서 하려고 했던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화살표를 따라 거대한 식당과 주방을 지나 그 뒷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트럭이 덮쳐왔다. 진짜 트럭이라도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환영은 나를 통과하더니 얼마 안 가 흩어졌다.

마리도 적응이 된 건지 내 뒤를 차분히 따라오고 있었다.

‘확실히 이러면 평범한 인간은 살기 힘들겠군.’

저택의 뒤뜰이 나왔다.

그리고 그 뒤뜰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알겠군.’

내가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섬에서 봤던 그 나무와 비슷했다.

그것보다야 좀 작았지만.

그 나무가 워낙 괴물같이 컸던 거지 보통 나무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나무였다.

내비게이션 화살표도 나무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역시 나무 둥치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아니 동굴이라고 해야 할까.

나무 동굴은 꽤 오랜 시간 방치돼 입구가 덩굴로 치렁치렁하게 막혀있었다.

마력으로 정글도를 만들어 덩굴을 대충 쳐내면서 들어갔다.

역시 안쪽에 안락한 나무 공동이 보였다.

‘세이브 포인트 설치.’

<세이브 포인트가 모자랍니다.>

로그인 스킬을 올려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 설치된 세이브 포인트를 삭제해야 했다.

내가 처음 이 세계에 진입한 섬 쪽의 세이브 포인트를 지우는 방법도 있지만, 언젠가 연두를 만나러 갈 때 써야 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10개를 받았다.

스킬포인트의 여분은 있었다.

로그인 스킬을 3레벨로 올리려면 2포인트가 필요했다.

육체 강화 스킬만 해도 다음 레벨까지 32포인트가 필요하니 그것과 비교하면

얼마 안 되기는 했다.

스킬 포인트 한두 개에 벌벌 떨던 시절도 있었는데....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과감하게 로그인 스킬을 올렸다.

<로그인 스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세이브 포인트 설치 개수가 하나 추가됩니다.>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개방됐습니다.>

새로운 세계?

뭔지 확인해 봤다.

<진입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

‘.....이건....가기 싫게 만들어 놨군.’

미지의 세계라….

듣기는 그럴듯하지만....아무 정보도 없다.남이 가는 거면 모를까.

직접 가는 처지가 되면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개방된 두 세계는 튜토리얼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

접속할 수 있는 세계가 늘었다고 해도 지금 특별하게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예정대로 추가된 세이브 포인트로 접속 통로를 설치했다.

볼일은 끝났다.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니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저택을 보러 와놓고 갑자기 웬 나무 둥치를 헤집고 있으니 내 행동이 이상해 보일만 했다.

내 시선을 받은 마리가 얼굴을 살포시 붉히더니 몸을 돌려 나무 동굴의 벽을 짚고 내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런 은밀하고 어두컴컴한 곳으로 데려온 것이 뭔가 이상한 오해를 하게 만든 거 같았다.

“.......”

........이런 오해라면 환영이었다.

나는 그녀가 내민 엉덩이로 천천히 접근했다.

한동안 나무 동굴 안에서 두 남녀의 질척한 소리와 함께 공기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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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액을 배출하는 이 기분은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았다.마리의 안에 진한 정액을 쏟아내고 그녀의 질 안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그녀의 하얀 엉덩이 사이에서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거대한 자지 기둥이 뽑혀 나왔다.

“마스터. 청소하겠습니다.”

마리가 자연스럽게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뒤처리를 시작했다.

-쯉. 쮸읍. 쪼옵.

「아일라: 지금 뭐 해?」

마리의 기분 좋은 청소 펠라를 받던 도중 시야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메시지에 흠칫했다.

아일라한테 온 메시지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아일라에게 파티 메시지 전송 기능 권한을 부여해 줬던 게 생각이 났다.

-쯉. 쯉.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머리를 흔들고 있는 마리가 보였다.바람 피다 애인 깨톡 받은 사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운호: 집....구하는 중이야.」

뭐라고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일라: 집?」

「운호: 어,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거 같아서.」

「아일라: 그러면 나도 같이 가지. 파티원 끼리 위치 정보도 알 수 있다고 했지. 지금이라도 찾아갈까?」

「운호: 아, 아니. 이미 구했어.」

「아일라: 벌써?」

「운호: 그, 그래....괜찮으니까 편히 쉬고 있어.」

「아일라: 어....알았어.」

아일라와 문자를 끝내자 마리도 청소를 마치고 공손하게 내 바지를 올려줬다.

“수고했다.”

기특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숨겨진 정부와 같은 이 느낌.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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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집구경은 잘하셨습니까?”

저택을 구경? 하고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부동산 중개인이 반겨줬다.

“뭐....나쁘지 않더군.”

“예?”

예상과는 다른 나의 반응 때문인지 집주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나오면서 환영을 보진 못했다.

내가 세이브 포인트를 설치함으로써 사라진 게 아닐까? 확실하진 않지만, 그 영향이 없진 않을 거 같았다.

“집이 마음에 들더군. 구매하고 싶다.”

저택 상태가 별로긴 하지만 세이브 포인트가 있는 곳이다.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나무쪽만 따로 떼어놓고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 진짜 구매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지, 진짜 말입니까?”

“한번 말했으면 알아들었으면 좋겠군.”

“아, 아닙니다.“

내 심기가 불편해진다는 걸 느낀 중개인이 찔끔했다.

“그렇다고 다른 저택과 비슷한 가격에 팔아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아휴. 제가 어찌 고위 마법사님께 그러겠습니까. 당연히 근처의 저택보다는 쌉니다. 반의반도 안 되는 가격이죠. 그런데….”

“그런데?”

“구매하시고서는 마음이 바뀌셨다고 대금을 돌려 달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집주인 사정도 있고….”

부동산 중개인이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내가 사고 나서 잘못 샀으니 다시 무른다고 깽판 칠까 봐 그러는 거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계약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이루어졌다.

며칠 잡아 먹을 줄 알았는데 중개인에게 연락받은 저택 주인이 헐레벌떡 뛰어와 계약했다.

혹시나 내 마음이 바뀔까 봐 그런 거 같았다.

얼마나 안 팔렸으면….

하긴 그런 환영이 시도 때도 없이 득실거리는 곳에 살 사람은 없을 거다.

싸다고 하지만 꽤 비쌌다.

거의 천 오백 골드 가까이했다.

나는 그 골드를 C등급 마석 4개를 처분해서 지급할 수 있었다.

원래 이렇게 큰 거래는 전표가 쓰이는데.

슬러버에서는 마석도 화폐로 활발하게 쓰인다고 한다.

덕분에 보유하고 있는 C등급 마석 개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B등급 이상은 돼야 구하기 어렵지.C등급 마석은 거미 놈들 때문에 좀비 세계에서 그나마 구하기 쉬웠다.

이제 세이브 포인트도 설치했으니 마석 문제는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그렇게 거금을 쓰고 호텔로 돌아오니 익숙한 얼굴의 두 젊은 남녀가 호텔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우, 운호 님!”

남녀 둘 중에 젊은 남자가 나를 보고 상당히 반가운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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