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60화 (160/259)

“네….”

“그걸 맞고도 멀쩡한 걸 보면 진짜인가 보네? 알렉스, 초월자를 만나고 팔 하나 주고 살아남다니 운 좋았네.”

“네...그, 그렇죠….”

"추적은?"

“에르푸 쪽에 보내놨습니다.”

"그의 얼굴은 봤어?"

"전신 갑옷을 입고 있어서.....체구가 상당히 크다는 것밖에….”

"혼자?"

“아닙니다. 그 사내와 비슷한 전신 흑갑으로 무장한 부하 3명을 데리고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그의 부하들은 체형을 봐서 여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사야?"

“처음엔 그런 줄 알았습니다만....그게.....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예, 하늘을 날았습니다."

"아티펙트 아냐?"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검사인가? 흠.....그 초월자가 마검사였다면 네가 살아나온 것도 말이 안 돼....직접봐야 알겠군. 아무래도 포섭이겠지?"

“왕국에서는 시도해볼 만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포섭한다면 제국 눈치 안 봐도 되고.”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신경 건드리지 말라고 해.....발견하면 나한테 즉각 보고하고."

"아, 알겠습니다."

슬쩍 베르나의 눈치를 보던 알렉스 후작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탑주님 ・・・ 아니, 스승님!!"

"뭐야...징그럽게.…”

“도, 돈 좀....”

“아....너 지팡이 날려 먹었다고 했지? 그래도 제자니까 싸게 해줄 게 30퍼센트.”

“미?”

알렉스 후작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던 쌍욕을 삼켰다.

“미, 미천한 제게 제발 자비를! 스승님!! 30퍼센트라니 너무 가혹합니다.”

“후......그 제자니까

20퍼센트 더는 돼. 못 갚으면 알지?

"아, 알겠습니다.”

알렉스 후작은 베르나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

한번 말하지만, 그

발견하면 나한테

- 먼저 보고해. 알았어?"

<158화> 매너

*

*

*

“좀 천천히 가라....난 다리가 아프다. 너희는 나를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릴리아나는 우리를 따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징징댔다.

“그 꼴로 다니니 당연하지."

아일라가 징징대는 릴리아나를 구박했다.

확실히 릴리아나는 구박받을 만한 괴이한 꼴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베일이 달린 고급스러운 긴 챙의 검은 모자.

검은 드레스.

검은 구두에 검은 양산까지 쓰고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무지하게 튀는 의상이라는 것은 둘째치고 누가 봐도 도저히 여행할만한 복장이 아니었다.

“홍. 무식한 엘프. 이건 전부 고도의 마법이 인첸트 된 귀한 것들이다. 내가 힘든 건 이 복장하고는 상관이 없다."

자세히 보니 릴리아나의 구두나 드레스에 먼지 한 톨 묻어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체력이 저질이라는 이야기군.”

내 말에 릴리아나가 발끈한다.

“무슨 소리! 나는 성인 남성 이상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 네 녀석들이 터무니없는 체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마법사잖아. 마법 뒀다 어디다 써먹게.”

“옛날에는 너희가 깜짝 놀랄만한 마력 마차가 있었지만....실험재료가 부족해서 분해해 버렸다.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하늘을 나는 마법 같은 거 있잖아."

“그 마법은 장기간 이동하는 데는 효율이 낮다.”

나는 루나에게 진짜냐는 시선을 보냈다.

“레비테이션은 중위 마법사는 돼야 사용할 수 있는 고급마법이에요. 잠깐이면 모를까 장기간 여행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릴리아나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면 나도 방법이 없군."

있다."

있다고?"

“네가 날 업어주면 된다.”

“야!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릴리아나의 요구에 아일라가 버럭했다.

“뻔뻔한 것이 아니다. 정당한 요구다. 인간에게 엘프 이상의 체력을 요구하다니 그쪽이 너무한 게 아닌가. 나는 대마법사다. 나는 지금 나의 대우가 너무 박하다고 생각한

다.”

들어보니 그녀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였다.

나한테 그녀의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녀의 요구는 내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크흠....확실히 일리가 있군.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지? 그대는 엘프보다 말귀를 알아듣는구나.”

나는 그녀에게 등을 내어 줬다.

그에 반해 아일라는 내 행동에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릴리아나가 업히자 약간의 땀 냄새와 그녀의 좋은 향기가 코에 섞여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와 밀착한 등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가슴의 쿠션감은 일품이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를 받쳐 없었다.

여행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네 등은 참 넓구나.”

릴리아나가 내 등판을 손으로 쏠며 말했다.

"도시에 가면 마차나 말이라도 구해봐야겠어."

아일라가 릴리아나를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데….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한동안 걷다가 은근슬쩍 릴리아나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주물렀다.

"......"

한 소리 할 줄 알았던 릴리아나에게서 의외로 반응이 없었다.

'이 정도면 오케이라는 건가.

장난기가 조금 솟아올랐다.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슬쩍 마력으로 자극을 줘봤다.

“네 녀석 굉장히 이상한 방식으로 마력을 사용하는구나....마력을 이용해 여자의 성적흥분을 유도하다니.....흥미롭군. 이런 변태적인 방식으로 마력을 사용하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

과연 대마법사....단박에 알아차렸다.

아일라가 릴리아나의 말을 들은 건지 도끼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

슬슬 날이 저물어 야영을 준비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밥을 먹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필요한 영양분만 섭취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릴리아나는 자기 손바닥 위에 있는 검은색 알약을 보이며 지루한 자기 자랑을 하고 있었다.

“하암...그게 그 결과라고."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너 있게 호응해 줬다.

“그래. 이 알약 하나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는 충족된다. 어떤가 하나 먹어 볼 텐가?"

릴리아나가 선심을 베풀듯이 내게 알약을 내밀었다.

“아니....됐다. 나는 알아서 차려 먹지."

오늘 저녁 메뉴는 라면이다.

인벤토리에서 버너와 냄비와 봉지라면을 꺼냈다.

“그건 뭐지? 너희는 그걸로 끼니를 때울 텐가?”

내가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봉지라면을 보고 흥미가 솟는 듯 릴리아나가 물었다.

"라면이라는 거다.”

“그런 부피가 큰 음식을 아공간에 보관하다니 비효율적이다."

“그래서....너는 안 먹겠다고?"

“그렇다. 난 이걸로 충분하다.”

"진짜지?"

“귀찮게 몇 번을 물어보는 건가. 안 먹는다. 나는 이 알약 하나면 충분하다.”

릴리아나는 자신이 만든 알약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래?”

나도 안 먹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었다.

알약으로 끼니를 때우겠다는 릴리아나를 빼고 세 명 분량의 라면을 끓였다.

-보글보글.

"냄새가 자극적이군. 맛있는 냄새가 난다.”

"......"

그녀의 말에 불안감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다.

라면이 다 끓고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후루룹. 쩝쩝.

"맛있나?"

릴리아나가 물었다.

"......"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라면을 먹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릴리아나.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라면을 먹었다.

“흠흠....운호...너희들이 먹는 모습을 보니 어떤 맛인지 궁금하구나. 한 입만...다오.”

결국 나와서는 안 될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운호, 설마....내게 한입을 주는 게 아까운 건가? 생각보다 속이 좁은 사내군.”

“......넌 지금 선 넘는 말을 했어. 네가 아무리 이쁘더라도 해야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데….”

“운호, 그대 그깟 음식 하나에 쪼잔하게 이럴 건가?"

"쪼, 쪼잔?!"

원래 세계였으면 100이면 100 내게 손을 들어줬을 거다.

하지만 이곳은 이 세계.

나만 속 좁고 쪼잔한 놈이 되는....이건 내가 무조건 지는 싸움이었다.

“후..... 알았다...딱 한입만이다."

“알았다.....그렇게 안 봤는데 그대도 의외로 쪼잔한 면이 있군."

-빠직.

순간 발끈할뻔했다.

하지만 예수, 부처님조차 감탄해 마지않을 자제심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후우.... 젓가락질은 할 줄 아는 건가?"

“문제없다. 네가 하는 걸 봤다."

릴리아나는 나무젓가락을 정확한 파지법으로 쥐고 이내 까닥인다.

천재인가....

그녀는 야무지게 나무젓가락으로 면발을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입으로 넣었다.

“어디…. 후루룹. 음?"

-후르릅․ 쩝쩝․ 후르릅․ 쩝쩝.

맛을 본 그녀는 한 젓가락이 아닌 두 번, 세 번, 라면을 집어 들고 입으로 욱여넣었다.

"야! 네가 다 먹으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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