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59화 (159/259)

투덜대면서 빠르게 마석을 챙기는 릴리아나.

그녀와의 볼일은 다 봤다.

"가자"

내 엘프 여자친구들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너희는 사람들을 구출하러 온 게 아닌가?"

“아닌데....그냥 네가 흑마법사인가 확인하려 했을 뿐이다.”

"......"

촌장의 의뢰가 있긴 하지만....

그 돈은 있으나 마나 한 푼돈이었다.

푼돈 벌자고 고위 미녀 마법사와 척질 순 없었다.

“크흠...운호, 어떤

의자에서 조수까지...짧은 시간 상당한 신분 상승.

그녀는 나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어필하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말은 조수라고 하지만..….

실험체라고 걸러 들으면 된다.

“미안하군. 나는 큰일을 할 남자다. 이런 좁은 곳에 갇혀있을 사내가 아니지."

연구 조수 일을 해보는 게.”

가.....내

그 연두와 숲의 미녀들조차 뿌리치고 나왔다.

릴리아나의 미모가 탐나긴 하지만 그녀에게 묶여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큰일을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름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일은 맞으니.

“......그럼 어쩔 수 없군."

"그래, 잘 있어라."

〈157화〉합류

“기다려라.”

저택을 떠나려던 우리를 릴리아나가 붙잡았다.

"응?"

“내 실험....아니 조수를 마다하다니.....그렇다면 제자는 어떤가. 이건 진짜 파격적인 제안이다."

"......"

그게 그거 아닌가.

몸으로 꾀어도 될까 말깐데….

"관심 없다."

“응?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면 네가 잘못 들은 건가. 이 대마법사 릴리아나 님의 제자다. 제자. 그 의미를 모르는 건가?”

모른다.

하지만 릴리아나가 대단한 마법사라는 건 알겠다.

그리고 말만 조수에서 제자로 바뀌었지, 그녀가 노리는 건 결국 한가지였다.

"......생각보다 콧대가 높구나...어쩔 수 없지."

"포기한 건가?"

“그래......아쉬운 내가 따라갈 수밖에....넌 내 인생에서 가장 의문을 가지게 만든 존재다. 내가 움직여서라도 연구할 가치가 있어."

"...... 따라온다고?"

“그래, 나는 너도 알다시피 대마법사다. 그런 내가 너희의 파티에 들어가 준다는 거다."

이대로 헤어지려 했던 릴리아나가 우리와 동행한다고 했다.

그녀는 대단한 마법사다.

데려간다면 상당히 유용할 거로 생각은 든다.

‘마법에 대해 조언도 얻을 수 있을 거 같고...자기 잘난 척이 좀 과한 게 흠이긴 한데...

미인이기에 용서는 됐다.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음....내 말을 잘 듣는다고 하면 허락해 주지 않을 것도 없지."

건방지긴 하지만....그것도 아쉬운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겠지.…."

“저택은 어떻게 할 건데? 상당히 애지중지하는 거 같더만….”

저택에 흠집 난다고 전투도 중단한 그녀다.

이대로 릴리아나가 떠난다면, 빈집이 된 그녀의 고급 저택은 개판이 될 게 뻔했다.

“훗!"

그녀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양산을 접고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저택이 구겨지듯 쪼그라들더니….

그녀의 손에는 자그마한 저택 모형이 들려있었다.

저택이 있던 공간은 휑하니 공터가 되어있었다.

릴리아나는 그 저택 모형을 자신의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됐지?"

두 엘프도 입이 벌어져 있을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물론 나도 경이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진짜 대마법사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대, 대단하군.”

“후후...이제야 내 위대함이 실감이 나나? 어떤가. 지금도 난 너를 내 제자로 받아줄 의향이 있다."

제자라고 했지만, 실험체라고 듣는 게 맞다.

"음? 잠깐."

릴리아나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내 가슴을 만진다.

"이제 보니 이 촌스러운 로....이, 이건!! 무슨 물질이지?"

그러더니 내 목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다.

"웅? 킁킁..…."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체향이...꽤 좋군. 너....역시 인간이 아니구나...도대체 어떤 종이지? 아무리 봐도 생긴 건 인간처럼 생겼는데....내가 알고 있는 어떤 이종족에도 해당하지 않는군. 그 아공간도 그렇고.....너 정말 연구할 거투성이구나!!"

“뭐 하는 짓이야!!"

아일라가 내게 바짝 달라붙어 있는 릴리아나를 떼어놓는다.

"음? 왜 그러는 거지? 아! 너의 남자였던 건가? 안심해라. 나는 지금 단 한치의 사적인 감정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네 남자를 빌려줄 수 없겠나? 연구해 보고 싶다.”

"안돼!"

"그건 아쉽군."

엘프도 질투라는 걸 하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네가 잡은 광산 인부들은?"

“신경 쓸 필요 있나? 굶어 죽기 싫으면 알아서 살길을 찾든가 하겠지."

*

*

*

“마, 마녀를 처리하셨다고요?"

마을로 돌아와 촌장에게 퀘스트 완료를 보고했다.

“그래. 가서 확인해 보면 된다.”

“가, 감사합니다. 그, 그런데....잡혀간 마을 사람들은...”

“광산에 있다고 들었다."

"광산이라고요? 이 근처에는 광산이 없는데….”

“나도 모른다. 마녀에게 들은 대로 말했을 뿐...의뢰는 구출이 아니라 마녀의 처리였을 텐데.”

"그, 그렇죠."

난 촌장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

"......."

서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 저기.….”

촌장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충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적잖은 돈이다.

마녀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해 보고 주겠다는 거다.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로 보이나?"

"아, 아닙니다."

내 윽박에 촌장 할배는 눈물을 머금고 손을 떨면서 내 손바닥 위에 골드주머니를 올려줬다.

-짤랑.

깡패가 삥뜯는 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깡패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거다.

이놈들이 그곳을 확인하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오늘 떠날 생각인 나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서 보면 아주 깔끔하게 정리돼 있을 테니. 너희는 마녀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야."

다른 걸 걱정해야 하겠지만.

“네...가, 감사합니다.”

릴리아나의 말대로라면 그녀가 막아준 몬스터 중에는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괴물들도 있다고 한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이 마을의 역량으로는 막을 수 없는 몬스터였다.

뭐 그들이 초래한 결과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촌장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우리는 그대로 마을을 나섰다.

마을이 보이지 않을 때쯤 우리 곁에 릴리아나가 스르륵 나타났다. 그녀는 우리를 마법으로 투명화를 하고 따라오고 있었다.

“운호 굳이 저 인간 마법사와 같이 가야겠어?"

아일라가 슬쩍 다가와서 묻는다.

“그녀는 고위마법사다. 꽤 유용할 거야."

예쁘기도 하고....

돈과 여자는 많을수록 좋다.

운호가 그러면 어쩔

탐탁지 않아 하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토닥여서 달래줬다.

“질투하는 건가? 걱정하지 마라. 난 여전히 너밖에 없다.”

내 말에 얼굴을 붉히는 아일라.

아직은 말이지....

만….”

라는 뒷말은 좋은 분위기 유지를 위해 생략해 줬다.

“너희들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불쾌함이 든다.”

릴리아나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욤? 너도 질투하는 건가? 나는 마음이 넓은 남자야 내 한쪽 팔은 언제든 열려있다.”

내 말에 릴리아나와 아일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질투? 내가? 그건 아니다. 너희들의 애정행각이....그래, 굉장히 눈에 거슬린다고 하는 게 올바른 표현일 거다. 어떤가? 은발 머리 엘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예? 저, 저요? 그, 그건….”

갑자기 자신에게 튄 불똥에 루나는 내 눈치를 보며 당황하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들이 아일라와의 애정행각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해서 그걸 배려해줄 생각은 없었다.

*

*

*

페르쿠나 마탑의 마탑주 베르나 페르쿠나가 요양을 하고있는 알렉스 후작을 찾아왔다.

많아 봐야 2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

구불거리는 옅은 하늘색 긴 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녀, 베르나는 그 특유의 조금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 탑주님!"

베르나를 맞이하는 알렉스 후작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초월자 만났다면서?"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는 베르나.

'역시 그것 때문인가.'

알렉스 후작이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들은 질문이다.

카일 백작은 지금도 지겹게 시달리고 있을 거다.

"어땠어?"

페르쿠나 마탑의 주인 베르나는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이었다.

“주, 죽을뻔했습니다."

“헤븐즈 퓨리를 맞고도 멀쩡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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