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가 잘 드러난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검은 경장.
머리에는 검은 복면을 썼다.
엘프의 활을 등에 메고 차분히 단검을 곳곳에 착용했다.
장비를 다 착용한 그녀는 객실의 테라스에서 뛰어 건너편 건물의 지붕 위에 올라섰다.
지붕 위에는 이미 그녀와 비슷한 복장을 한 선객이 있었다.
“루, 루나?!"
"...…결국 가는구나….”
“.....웅...미안...."
서로를 한동안 응시하던 그녀들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147화〉요구
그녀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지붕을 타고 움직였다.
엘프가 잡혀있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두운 도시.
그곳만큼은 대낮같이 환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저택이었다.
그 저택을 지키는 무장 병력의 통일된 군청색의 유니폼이 낮에 수레를 끌던 이들과 같은 소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일라는 루나와 함께 저택의 주변을 돌면서 살펴봤다.
상상 이상으로 경비가 삼엄했다.
물론 자신들이 올 것을 대비했다기보다 엘프를 다른 인간으로부터 강탈당하지 않기 위해서일 거다.
저택을 살펴본 아일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들어갈 틈이 영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당장 뛰어 들어가 놈들을 전부 쳐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물불 가리지 않는 아일라가 흠칫할 정도로 경비를 서는 인간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저 정도면 마법으로 방비도 어느 정도 해놨을 거다.
들키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자신을 위에 이곳까지 따라와 준 루나를 생각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한참을 저택 주변을 서성이며 빈틈이 있을까 살펴보며 머리를 쥐어짜 봤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다.
‘그냥 빠르게 돌파해 볼까. 돌파한다고 해도 그다음은?'
저 삼엄한 곳에서 구출한 엘프를 데리고 탈출해야 한다.
도저히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엘프 노예 두 명이 추가될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아일라는 결국 도저히 내뱉고 싶지 않은 말을 내뱉었다.
“돌........아가자..….”
"아일라?"
아일라의 결정은 루나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그녀들이 여관을 은밀히 떠나는 걸 느꼈다.
매정하게 어떻게 그냥 보낼 수 있을까.
내? 엘프들이 남의 노예로 들어가는 일은 당연히 참을 수 없었다.
투명화를 하고 그녀들을 쫓았다.
루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친구를 버릴 수 없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저택 주변을 한참을 서성이더니 결국 철수했다.
의외였다.
'그 아일라가..?
그녀들이 철수하는 것을 보고 나도 재빨리 여관으로 돌아왔다.
포기한 건가?
그걸로 결론이 났다고 봐도 되는 건가?
‘흠....내일 같이 떠나면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워 있으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아일라였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풀이 죽어있었다.
그 모습이 비 맞은 처량한 고양이 같았다.
크게 맘먹고 갔다가 그냥 돌아왔으니 기가 죽을 만했다.
“나를 안고 싶어 했지."
"......."
아일라는 치트키를 꺼냈다.
“그 대가로......나한테 도와달라는 건가?"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구해줘...”
“........그걸로는 부족해."
“뭐!?"
내게 돌아온 대답이 예상외였는지 그녀는 초조한 듯 입술을 물어뜯었다.
“그, 그럼....뭘…”
나는 이 기회를 일회용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내 애인이 돼라.”
“가, 갑자기 무무무무...무슨 소리야!!"
그녀는 내 뜬금없는 요구에 당황하면서도 얼굴이 폭발할 듯 달아올랐다.
판타지 세계는 가혹했다.
여자가 부족하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고 안는다면 그저 일회용일 뿐이지만 그녀가 내 애인이 된다면?
원하는 만큼 안을 수가 있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하는 게 비겁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다.
갖고 싶은 여자를 위해서는 조금 비겁해도 된다.
“무슨 말이기는....네가 내 애인이 되어주면 도와주겠다는 거다."
“.......나, 나를 좋아하는 거야?"
그녀가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며 묻는다.
“물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것이 사랑이냐면 글쎄였지만….
육체관계에서 쌓아가는 정도 있는 법이다.
“내 애인이 돼주는 건가?"
"아, 알았어."
아일라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자, 잠깐! 너, 누, 눈이!! 옵!!"
초식동물같이 당황한 그녀의 입을 내 입술로 막았다.
-츄릅․ 츕․ 춥․
서로의 혀가 엉킨다.
키스하며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
*
*
*
짹 짹.
새소리에 잠에서 깼다.
날이 밝았다.
옆에서 곤히 자는 나체의 금발미녀가 보였다.
많은 숲의 미녀들과 있을 때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그녀.
사람은 성욕에 굶주릴 때 비로소 소중한 존재를 깨닫는다.
그녀의 위로 슬그머니 올라가 다리를 벌렸다.
벌어진 다리 사이 반짝이는 금빛 음모 틈새로 보이는 분홍빛 균열.
그곳을 벌려 내 거대한 물건을 집어넣었다.
-쯔어억~ 푸욱.
이미 숲의 미녀들과 함께 상당히 개발 당한 그녀는 내 거대한 페니스를 손쉽게 삼켰다.
포근한 점막이 내 페니스를 기분 좋게 감싸 안았다.
아일라는 갑작스레 자기 질 안에 들어온 불청객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아,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아흑!"
“원래 애인끼리는 아침에 섹스하는 게 정석이야."
아일라에게 잘못된 상식을 주입하며 그녀의 위에서 신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 그런....하앙! 앙!"
*
*
*
테이블에 앉은 루나가 우리 둘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었다.
아일라는 얼굴이 벌게진 채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어젯밤 그렇게 떡을 쳤는데 눈치를 못 채는 게 이상했다. 그래도 루나는 그것에 대해 굳이 우리에게 캐묻지는 않았다.
“놈들도 이곳에서 엘프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을 거다.”
내가 엘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이곳은 이 바루라스라는 나라에서도 변두리의 도시.
엘프의 숲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 도시 구색을 갖춘 거다.
엘프는 이곳보다는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번창한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컸다.
“놈들은 결국 엘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날 거다. 우리는 놈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한적한 곳에 가서 놈들을 습격해 엘프를 구출한다. 간단하지?"
“그것뿐? 달리 준비할 건 없어?"
“뭐....기다리는 동안 심심하면 놈들의 정보라도 긁어모으던가. 몸 상태 관리 잘하고.”
그러면서 은근슬쩍 옆에 앉아있는 아일라의 탱탱한 엉덩이를 루나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물조물 만졌다.
아일라는 내게 눈을 홀겼지만, 별말은 하지 않았다.
역시 애인이란 지위는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새로 생긴 엘프 애인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도적질을 하게 생겼지만....그럴 가치는 있었다.
예쁜 엘프를 구하는 일이다.
도적보단 의적으로 하자.
우리는 도적....아니, 의적이 되는 거다.
*
*
*
알렉스 페르쿠나 테일러 후작은 7서클 마법사다.
페르쿠나 마탑의 부탑주이기도 했다.
엘프가 필요한 일이 생겼다.
연구하고 싶은데 엘프는 마탑주나 고위 귀족만이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잠깐 빌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 남의 것이다.
한계가 있었다.
괜히 실험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엘프는 상당히 귀하다.
그 미모를 가지고 오래 살기까지 하니 당연했다.
거의 다 왕족이나 고위 귀족들의 진상으로 들어가기에 구하기도 힘들다.
설사 노예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마법 실험으로 골드를 펑펑 쓰는 알렉스 후작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돈이었다.
제자를 시켜 엘프 사냥을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들어보니 엘프의 사냥 성공률이 상당히 낮았다.
성공확률이 5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어중이떠중이가 들어가는 것도 생각해야 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성공확률이 낮았다.
제자를 보내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시간만 날리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