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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44화 (144/259)

“그, 그건….”

“방해는 안 할 테니까 그 대신 마법사는 잠깐 살려줬으면 좋겠군. 나도 볼 일이 있어서.”

“........알았어요.”

그동안 음식으로 호감도를 올려놓길 잘했다.

마법사면 나름 박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내가 이 세계에 온 목적에 부합되는 인간이었다.

그녀들과 함께 노예 사냥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거리는 1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말이 10분이지 엘프의 속도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 숲에서 한 시간은 걸릴 거리다.

공터에서 노예 사냥꾼들이 천막을 세우며 야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충 열댓 명 정도로 보였다.

(저들이 노예 사냥꾼이라고 어떻게 아는 거지?)

(저 정도 병력을 끌고 이곳까지 올 이유가 하나뿐이기 때문이죠.)

(.......)

이곳에 있으니 노예 사냥꾼이라고?

노예 사냥꾼이 아니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건가?

나는 도와주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녀들이 내게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도와줄 필요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공격의 시작은 아일라부터였다.

그녀는 나뭇가지 위에 조용히 숨어 화살을 날렸다.

가벼운 가죽 갑옷을 입은 사내의 머리에 화살이 꽂혔다.

“습격!!”

“엘프다!!”

어떻게 엘프인지 바로 알아차린다.

저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숲에 엘프 외에는 없다는 말도 됐다.

그래도 훈련이 된 건지 빠르게 방진을 형성한다.

그들에게 아일라의 화염구가 들이닥쳤다.

“실드.”

가운데 마법사의 지팡이가 빛이 나며 전방에 투명한 막을 생성했다.

-쾅!

실드에 불덩이가 막혔다.

뒤를 이어 루나가 레이피어를 빼 들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옵니다!”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용병 검사가 희미한 오러를 피워 올리며 루나를 막아섰다.

-챙. 챙.

루나와 용병이 검격을 나눌 때마다 스파크가 튀었다.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검기에 번개 속성을 섞은 건가?’

서로의 검격을 나누던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기쇼크 때문인지 사내의 몸이 눈에 띄게 둔해지는 게 보였다.

“이, 이년 마검사야!!”

다급한 유언을 남기고 순식간에 루나의 레이피어에 팔이 잘리고 목이 꿰뚫려 허무하게 죽었다.

“루크님이!!”

그때 숲에서 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여성이 날아들었다.

“저, 정령!!”

노예 사냥꾼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물의 정령이 그들을 훑고 지나간다.

“어?”

정령에 의해 물에 흠뻑 젖은 그들이 별 이상이 없자 어리둥절해했다.

-쩌저적.

하지만 이내 그들의 다리가 얼어붙었다.

아일라가 단검을 쥐고 무자비하게 그들 사이를 춤을 추듯 휘젓는다.

그녀의 자비 없는 단검은 그들의 목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아일라의 눈은 나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다.

노예 사냥꾼들은 단 3명의 엘프에 의해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그녀들은 엘프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지 않을까.

아일라는 내가 한 이야기는 까먹었는지 마법사의 멱까지 따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마법사가 죽지 않게 막았다.

그녀가 나를 노려본다.

“정신 차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내쉬는 그녀가 내 말에 팔의 힘을 풀었다.

생사의 경계에 있던 마법사는 공포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법사는 평범한 30대에 조금 긴 브라운헤어의 남성이었다.

“묻고 싶은 게 있다.”

“....뭐, 뭘….”

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어비스 침식 미궁에 대해 알고 있나?”

“어, 어비스 침식 미궁....말입니까?”

처음 듣는 말인 듯 어벙한 표정.

모르는 거 같았다.

그러면 볼일이 없었다.

아일라에게 눈짓했다.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단검을 들어 올렸다.

“아, 알고 있습니다!!”

마법사가 급하게 소리쳤다.

“알고 있다고?”

“네, 네......그….”

그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거 같았다.

“안다면 살려주지.”

내 말에 아일라의 눈이 험악해졌다. 곧 폭발할 거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아일라는 내 텔레파시를 듣고 흠칫하더니 단검을 집어넣는다.

마법사가 잠시 눈을 데굴 굴리더니 말을 시작했다.

10년 전.

슬러버라는 도시에서 한 던전이 발견됐다.

그 던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그리고 몬스터는 바깥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흉포하고 강했다.

하지만 그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잡으면 마석이 나왔다.

흔치 않은 마석 광산에서 미량만 채취되던 마석이 몬스터만 잡으면 나온다.

도시의 영주는 환호했다.

원래는 영주 혼자 독식하려고 했지만, 던전 안의 몬스터는 너무 많았고 독식은커녕 흘러넘칠 지경이 됐다.

영주는 눈물을 머금고 용병과 모험가들에게 던전을 개방했다.

그렇게 슬러버는 용병과 모험가들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몬스터를 잡아 부산물만이 아니라 마석까지 나오니 당연한 결과였다.

수많은 용병과 모험가가 그 도시로 몰렸다.

현재 그 던전은 마계의 입구.

혹은 슬러버 미궁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 마법사 놈이 말하는 곳이 어비스 침식 미궁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단서도 없는 지금은 가뭄에 단비 같은 정보였다.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마석이라는 게 꽤 신빙성이 있었다.

도시에서 정보를 더 수집해봐야 하겠지만, 특별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볼 가치는 있었다.

“약속대로 살려주지. 가봐.”

“가, 감사합니다.”

놈이 자신의 소지품이었던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려 한다.

“누가 그런 거까지 챙기라고 했지?”

“그, 그건….”

내가 노려보자 놈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가방을 엉거주춤 들고 있었다.

저놈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안에 들어있는 게 좋은 물건이라는 거다.

그러니 더욱 들고 가게 둘 수 없었다.

“그걸 들고 갈 여유가 있나 보군. 팔이 없으면 움직이기 더 편해지지 않을까?”

“히익!!”

내 말에 놈은 가방을 내동댕이치고 빠르게 숲으로 사라졌다.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일라에게 말했다.

“내 볼일은 다 봤다.”

내 말에 아일라의 몸이 마법사가 사라진 숲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마법사 놈이 놓고 간 가방을 집어 들었다.

매고 다니기 적당한 크기와 투박한 디자인의 크로스 백이다.

그 안을 뒤적거렸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음?”

“프로텍트가 걸려있어요.”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루나가 다가와 말했다.

“프로텍트?”

“네. 보안 마법이죠.”

“풀 수 있나?”

“한번 봐야지 알 수 있겠어요.”

루나에게 가방을 건네줬다.

내게 가방을 건네받은 루나는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정교한 마력제어를 했다.

“풀었어요. 아공간 가방이에요. 그렇게 그가 고위 마법사가 아니어서 쉽게 풀었네요.”

다시 루나에게 건네받은 마법사 놈의 소중한 가방을 살펴봤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공간 가방만으로도 상당히 가치가 있을 거예요.”

“너희들이 들고 있는 가방도 아공간 가방인가?”

“네, 맞아요.”

그동안별로 티가 나지 않았지만, 엘프라서 단출한 모습을 하는 줄 알았더니, 아공간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아공간 가방이라....차원 상점에도 찾아보면 있을지 모르겠군.’

차원 상점에서의 구매는 최후의 수단이다.

인벤토리가 있는 내게 그렇게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상당히 편리한 물건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 몇 개 장만해 가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가방 안에 손을 넣어 봤다.

안은 꽤 넓은 박스처럼 느껴졌고, 뭔가 들어 있긴 하지만 뭐가 있는지 꺼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거 같았다.

대충 손에 잡히는 물건을 안에서 꺼내놨다.

C등급 하나와 D등급과 F등급 마석이 몇 개 있었다.

“꽤 고등급 마석이네요.”

C등급 마석을 본 루나가 말해줬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지?”

“그것보다 높은 등급은 보기 쉽지 않을 거예요.”

이 세계도 마석이 귀한 건 매한가지인 거 같았다.

마법서를 몇 개 발견했다.

“페르쿠나 학파 마법사로 보여요. 중급 마법서하고....그 마법사에 비해 고등급 마법서도 있네요.”

〚페르쿠나 4서클로의 도약. 〛

〚페르쿠나 6서클 뇌전 활용 마법서.〛

‘뇌전이라.....속성별로 모아야 하나?’

각성자들도 속성이 다양하니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았다.

아공간 안에는 금화도 꽤 들어있었다.

마법사가 놓고 간 마법 지팡이도 알뜰하게 챙겼다.

그래도 잠깐 나들이 한 거치고는 수확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련한 표정을 한 아일라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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