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은 없나?”
[네. 없습니다.]
단호한 수니의 대답.
첫 퀘스트 자체가 미궁 진입이다.
퀘스트 보상도 꽤 좋았다.
이건 날로 먹을 생각하지 말고 찾으라는 거다.
뭐, 처음 접속은 정찰이다.
일단은 하루는 이 근처에서 대충 보내고 돌아갔다 와야 한다.
원래 세계와 좀비 세계의 시간 흐름의 차이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확인해볼 것이 있었다.
“차원 상점 오픈.”
<판테라 New!!>
제일 중요한 건 언어다.
<판테라 공용어.>
<마족어.>
<세이렌어.>......
몇 개 있긴 했지만, 지구보다는 적었다.
<판테라 공용어 언어 팩을 구매하시겠습니까?>
공용어라니까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가 아닐까.
지구 쪽이랑 언어 팩의 가격에 큰 차이는 없었다.
한 언어당 500코인.
판테라 공용어 언어 팩을 구매하자 신비한 문양이 있는 카드가 하나 튀어나왔다.
<판테라 공용어 언어 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언어 팩 카드를 사용해 판테라 공용어를 배웠다. 다른 건 필요할 때 배우면 된다. 그리고 다른 물품을 살펴봤다.
우선 이번 진입에 가장 중요한 목표.
<마법 입문.>
“미친....100만 코인.”
개비싸다.
고등급 마석을 환전해야 할 정도의 상점 코인.
차원 상점 이놈들의 눈탱이 짓은 알아줘야 한다. 이쪽 세계에서는 몰라도 원래 세계로 가져간다면 그 정도 가치는 있을 거다.
아니, 팔면 더 벌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입문이다. 시작일 뿐이란 이야기였다.
당연히 지금 살 생각은 없었다.
나는 급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직접 산다면 훨씬 싸게 살수도 있을 터였다.
그리고 다음.
“판타지 하면 아티팩트지.”
목록을 살펴본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티팩트가 있긴 있었지만, 별로 쓸만한 게 없었다.
<빛의 반지.>
<파이어볼 반지.>
<실드 마법 목걸이.>.....등등.
이것저것 다양하게 있었지만 내 능력으로 사기에는 꽤 애매한 물건들이었다. 심지어 영구적인 아티팩트도 아니었다.
양산형 아이템의 냄새가 풀풀 났다.
‘대마법사가 만든 건 없는 건가….’
이리저리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다.
마법 책처럼 보이는 건 많았다.
<원소의 이해. 마법 기초. 마나의 이해….>
별의별 책이 다 있었다.
비싼 거도 있고 싼 것도 있었다.
진짜 급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고 배짱 장사하는 차원 상점.
재수 없는 차원 상점을 닫았다.
영웅의 안식처로 들어가서 시간을 보낼까 싶었지만, 모처럼 판타지 세계에 왔는데 감성을 챙길 필요가 있다.
풍경 좋은 적당한 호숫가에 텐트를 쳤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보였다.
물고기를 잡아 먹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손질할 생각을 하니 급격하게 귀찮아졌다.
그냥 컵라면이나 끓여 먹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버너를 꺼내 물을 데우고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라면의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후루룩! 쩝. 쩝.
순식간에 컵라면을 비우고 빈 껍데기를 호수에 던졌다.
깨끗한 호수를 내가 먹은 컵라면 쓰레기로 더럽혔다.
환경오염.
좆간이 미안하다.
하지만 나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세이브 포인트가 재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나온 동굴이 있는 거대한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워낙 큰 나무다 보니 꼭대기에 서자 주변이 아주 잘 보였다.
말 그대로 숲의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숲이 펼쳐져 있었다.
문명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숲의 한복판.
심지어 산조차 보이지 않는 지평선까지 숲 이외에는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숲밖에 없었다.
‘범위가 얼마나 되려나.’
시야로는 가늠이 되질 않았다.
뭐라도 있어야지 이 정도로 아무것도 안 보이니.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
*
*
세이브 포인트가 활성화가 되고 좀비 세계와 원래 세계에 들렀다.
그리고 판테라가 다른 세계의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궁이라는 곳을 찾아야 할 때였다.
방향을 정할 때였다.
나뭇가지가 쓰러진다.
“남쪽? 남동쪽?”
어디로 갈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어서 그냥 대충 나뭇가지로 방향을 잡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이 넓어 보이는 곳에서 미궁을 찾는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일단 목표는 휴먼이었다.
인간을 찾아야 무슨 정보라도 얻고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마력으로 만든 갑옷을 중세다운 검은 전신 갑옷 형태로 바꿨다.
이곳이 중세판타지라면 갑옷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우습게 보진 못할 거다.
발을 구르자 순식간에 몸이 떠올라 호수 건너편의 대지를 밟았다.
내 육체의 힘은 한달음에 호수를 건널 수 있게 했다.
판타지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로망 있게 두 발로 걸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로망 타령하면서 낮에는 걷고 밤에는 안전하고 편안한 영웅의 안식처로 가서 잠을 잤다.
그리고….
“로망은 개뿔”
결국 며칠 못가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약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숲에 나는 지쳤다. 정말 미친 범위의 숲이다.
수니가 세이브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이 근처에 있으면 감지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그런 곳은 없었다.
세이브 포인트는 멀어져만 가고….
세이브 포인트가 멀어질수록 나는 점점 불안했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개고생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감정이 가슴속에 피어났다.
그러다 특이한 숲을 발견했다.
거대한 나무의 군집지대라고 해야 하나.
다른 곳보다 유난히 나무가 컸다.
변화 없던 숲의 변화가 반갑기도 했고 호기심이 생겨 그곳으로 내려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 크기가 상당했다.
내가 작아진 기분이 들 정도의 거대한 나무들이었다.
주변에 비슷한 나무들이 서 있었는데 같은 종인 거 같았다.
신기한 게 나무들의 밑동에는 비슷한 크기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가까이 가서 안을 들여다봤다.
안이 굉장히 깔끔했다.
누가 봐도 들어와서 쉬라는 듯한 완벽한 공간.
입구에 문을 달고 집으로 살아도 될 거 같았다. 오히려 누가 살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야겠군.”
영웅의 안식처도 좋지만, 가끔 이런 판타지 감성을 챙겨줘야 한다.
나무의 구멍 안으로 들어가 조금 어두운 느낌에 조명을 설치하니 분위기가 기가 막혔다.
안이 깔끔해서 텐트를 설치할 필요도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테이블을 하나 꺼내 그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영화를 틀었다.
그리고 치킨을 꺼내 뜯으면서 영화를 봤다.
다 먹은 치킨은 대충 밖에다 버리고 입구를 거대한 방패로 막았다.
침대를 꺼내 놓고 그 위에 몸을 뉘었다.
몸이 노곤하게 늘어지니 완벽한 아늑한 공간이 완성됐다.
아쉬운 건….
역시나 여자.
나는 지금 며칠째 금욕생활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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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사정으로 잠에서 깼다.
처음엔 몽정인가 생각했다.
며칠 굶긴 했지만 이젠 몽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쯉. 쮸읍.
몽정의 그 찝찝함보다는 여전히 자지에서 따뜻하고 기분 좋은 쾌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은 익숙하다.
자지가 마치.....누군가의 입 안에 있는 듯한 느낌.
눈을 떠 밑을 바라봤다.
벌거벗은 누군가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고 펠라티오를 하고 있었다.
여자 같았다.
옅은 녹색의 긴 머리카락.
그 특이한 색깔의 머리카락에는 옅은 덩굴이나 수풀 이파리 같은 게 붙어있었다.
내가 입구를 막아놓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아직 무겁고 거대한 방패가 굳건히 입구를 막고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연약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저걸 치우고 들어왔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쯉. 쮸읍. 쮸읍.
그녀는 여전히 내 자지를 열심히 빨고 있었다.
그 테크닉이 상당했다.
자지에서 오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제야 그녀가 고개를 든다.
머리카락과 같은 옅은 녹색의 눈동자를 가진 미소녀였다.
그녀의 그 음란한 행동과 다르게 얼굴은 색욕이랑 조금 거리가 멀어 보였다.
표정은 평온….
아니, 무표정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