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35화 (135/259)

“무슨 전생의 나이까지 치나. 그렇게 따지면 내가 더 연장자지.”

“뭐....라고?”

내 말에 왕천이 화들짝 놀란다.

“설마 네놈도 환생자였다는 말이냐?!”

“그래. 그러니 내가 형님이니 공손하게 대하도록 해.”

“어떤 전생이었다는 말이냐!!”

“천마라고 알려나 모르겠군.”

“미친?! 네, 네놈이 천마!! 그렇다면 그 강함이 이해된다! 오라클 어떻게 된 일이냐! 이놈이 깨끗하다고 했잖은가! 그가 천마라면 정말 큰 일이다!”

“어휴, 왕천 그는 환생자가 아니에요. 운호 님. 왕천 좀 그만 놀리세요.”

오라클은 환생자를 알아볼 수 있는 거 같았다.

“이, 이놈이 본좌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냐!!”

“어허! 아니다. 네놈도 전생이 있는데 내가 없으라는 법이 없지. 단지 기억을 못 할 뿐이다. 아마도 난 한 천년쯤 산 천마였을 거다. 장유유서 알지? 그러니 공손하게 대해라.”

“이....이….”

내 놀림에 한때 진짜 무림인이었던 왕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자, 자 진정들 하게.”

멀린이 우리 둘의 터질 것 같은 분위기를 중재했다.

물론 진정할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나를 불러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네. 거창하지만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힘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

결론은 간단하게 균열 지대 정리 좀 도와달라는 말이다.

솔직히 귀찮았다.

괜히 왔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쓸데없는 말을 들어 생각만 복잡해졌다.

내가 아니라도 세상은 그럭저럭 잘 지켜지지 않았을까.

“아! 그 무공과 마법이라는 것을 다른 각성자들에게 전파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 세계 각성자의 전체적인 전력이 올라가면 차원 균열은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컸다.

“.....그건.....학파 문제도 있고....복잡하네. 잘못된 이가 마법을 익힌다면 위험할 수도 있고….”

멀린은 조금 궁색하게 주절거렸다.

“흥. 무공은 비인부전이다.”

왕천 놈은 재수 없이 당당했다.

이건 뭐.........그냥 자기들 비전을 내놓기 싫은 거다.

이놈들 세상 멸망 운운하면서 쉬운 걸 어렵게 돌아가려 한다.

비전을 풀어서 각성자 놈들 전체 전력을 올리면 되는 것을.

물론 그게 내 것이 아니니 이렇게 쉽게 말하는 거긴 하지만.

그들을 이해는 했다.

나라도 내 중요한 능력을 인류를 위해서 내놓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싫었다.

그러니 내가 이들에게 자신들의 비전을 풀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아직은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부는? 너희들이 환생자라는 건 알고 있나?”

“환생자라는 건 몰라요. 말해도 이 사실을 믿어줄지 어떨지 모르겠고. 균열 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건의는 하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는 않아요.”

환생자, 침식률, 외계 간섭이니......나도 지금 반신반의였다.

나도 이들의 능력과 마력 패턴을 보고 어느 정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균열 지대 처리는 어렵다.

그리고 냉정하게 보면 초창기부터 있던 균열 지대는 황금알 낳는 거위다.

놔두면 꾸준히 마석을 캘 수 있지만 정리하면 그 마석 광산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방치된 그곳을 지금 와서 처리한다고 해서 크게 이득도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제 와서는 그냥 방어만 하는 실정이다.

다른 세상과 연결된 개방형 게이트도 한몫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야 움직이는 게 정부다.

S급 각성자가 건의한다고 해도 이런 이권이 걸린 일에 즉각 즉각 빠르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이 녀석들이 히어로라고 체면 차리는 것도 있는 거 같고….’

우리나라도 내가 윽박지르면 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면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거.

그건 좀 생각해볼 문제였다.

“내게 말하고 싶은 건 그거뿐인가?”

“너는 이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왕천 주제에 근엄하게 말했다.

“될 거 같은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좀비 세계는 차원 균열이 없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낸 바로는....보지 못했다.

그러니 침식체가 무한으로 있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내가 충분히 강해질 만큼은 있지 않을까.

좀비 세계 쪽을 거의 정리할 정도가 되면 이쪽 문제는 문제도 아니었다.

물론 그게 몇 년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급하면 왕천 네놈 무공이라도 각성자 놈들에게 풀던가.”

“크, 크흠. 비인부전이다.”

그놈의 비인부전.

“이 건은 생각은 해 보도록 하지. 그런데 너희들의 비밀을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어차피 이야기할 데도 없잖아요. 그리고 설사 운호 님이 악의를 가지고 폭로를 한다고 해도 우리가 부정하면 그만이고요. 우리는 당신이 차원 균열 지대에 신경을 더 써주길 바랄 뿐이에요.”

‘친구 없다고...무시하는 건가….’

진짜 친구가 없었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거느린 세력으로 따지면 내가 제일 허접하기도 했으니….

내가 바깥에 떠들어봐야 이들이 전부 부정한다면, “환생자다. 외계 간섭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나만 이상한 놈 된다.

*

*

*

가디언즈의 회합은 끝났다.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가던 도중,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내게 앨리스가 물었다.

“지구 평화.”

“멋져요! 가디언즈의 회의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역시 비밀이겠죠?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히어로의 고충이겠군요? 운호 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얼마 안 있어서 가디언즈에 합류할 테니까요. 운호 님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겠어요.”

앨리스가 선망에 찬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그 모습이 꽤 귀엽다.

‘외계 간섭이라....’

오라클 말로는 침식률이 20퍼센트는 진작에 넘어섰고 30퍼센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 말대로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그때가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나 혼자라면야 걱정할 게 없긴 하지만.

옆에 앉아 내 팔을 끌어안고 귀엽게 웃는 앨리스.

“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리고 반대편에 앉아있는 김진아.

양손에 꽃!

그녀들을 생각하면 손가락 빨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내 나름의 대비는 어느 정도 해야 할 거 같았다.

결국 가봐야 하나.

내가 지구를 지키기는 귀찮다. 그렇다면 남한테 시키면 된다.

지구 각성자의 전력을 올린다.

‘마법과 무공이라….’

멀린과 왕천, 그들에게는 비전일지 모르겠지만.

‘무공은 설화에게 물어볼까.’

천부문의 비전은 아니더라도 쓰지 않는 자투리 허접한 무공이라도 이 세계에 푼다면 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법.

마법을 구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을 거다.

아마도.

스킬포인트 벌이도 무난하고 꽤 만족스러운 좀비 세계 생활에 굳이? 라는 생각으로 외면한 세계.

좀비 세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가려면 조금 준비를 조금 해야겠군.’

다음화는 11월 16일 22시 업데이트 됩니다.

*

*

*

나는 히어로가 아니다.

다행히도 지구에는 히어로가 넘치도록 많다.

지구를 구하는 것은 히어로들에게 맡기면 된다.

나는 내가 그 짓을 하게 만들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접속할 세계를 선택해 주십시오.>

“판테라.”

<여분의 세이브 포인트가 없습니다.>

좀비 세계 청주에 설치한 세이브 포인트를 제거하고 판테라의 접속통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판테라의 접속통로를 생성합니다.>

익숙한 직사각형 문 형태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혹시 몰라 마력 갑옷으로 몸을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개방된 통로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들어서자 칠흑 같은 어둠이 나를 반겼다.

어둡다고는 해도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육체를 가진 나에게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보기에는 동굴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드래곤은 없었다.

그 정도로 공간이 크지도 않았고.

하지만 동굴 입구뿐만이 아니라 사방이 덩굴로 덮여 있었다.

<퀘스트: 어비스 침식 미궁에 진입하세요.>

<진입 보상: 「스킬」 「영웅소환 확정권 1장」 「스킬포인트 10」>

<경고: 세이브 포인트는 정해진 구역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알림 메시지가 떴다.

‘개떡 같은.........영웅소환 확정권이라고….’

영웅소환이라는 말만 들어도 욕이 튀어나올 거 같았다.

말 그대로의 의미일 거다

확정적으로 영웅을 소환하게 해준다는 것.

‘또 강아지 한 마리 나오는 건 아니겠지.’

내게 깊은 실망을 안겨준 영웅소환 따위보다 기대되는 건 스킬이다.

스킬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세이브 포인트는 정해진 구역에만 설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왠지 굉장히 불편할 거 같은데….’

[설치할 수 있는 구역 근처에 가면 감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수니의 말은 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일단 덩굴을 헤치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가 있던 곳이 동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커다란 호수에 둘러싸인 작은 섬에 있는 거대한 나무.

그 나무 밑동에 나 있는 구멍이었다.

밤하늘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그 밑으로 펼쳐진 투명할 정도로 맑은 호수.

풍경이 기가 막혔다.

달의 크기는 각각 달랐다. 푸른 달이 더 크고 붉은 달은 작았다.

전반적으로 판타지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차원 이동다운 차원 이동을 한 느낌이었다.

좀비 세계는 차원 이동이란 느낌이 안 살긴 했다.

‘애들도 데려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별장이라도 지으면 딱 좋을 만한 호수에 둘러싸인 이름다운 섬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궁이 어디 처박혀있는지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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