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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34화 (134/259)

왕천 놈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비틀어 들어오는 힘에 당황하면서 그대로 내 커다란 주먹에 안면을 허용하고 말았다.

-퍼억!

“크억!!”

왕천은 그대로 높이 하늘을 날아 멀리 있는 바다에 떨어졌다.

-풍덩!!

당연히 죽지는 않게 때렸다.

놈이 죽으면 나도 조금 곤란했다.

그래도 나름 중국의 정점에 선 히어로다.

놈을 죽이면 중국 전체가 달려들지도 모른다.

그게 무섭진 않았지만 책임질 내 여자들이 많아지니 역시 꺼려졌다.

썩어도 준치라고 왕천은 내 주먹을 맞는 순간 힘을 흘려 충격을 줄였다.

뭐, 그것도 내가 봐준 거지만.

“스, 스승님!! 네 이놈!! 기습을 하다니!”

문파 수행원으로 보였던 남자가 격노하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그냥 수행원인 줄 알았는데 제자였나.

왕천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 보이는데 제자라니...아니 면상을 보면 이놈이 나이가 더 많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기습은 아니다.

때린다고 말하고 때렸다.

-쿵.

가볍게 진각을 밟아 달려드는 제자 놈을 향해 몸통 박치기, 놈들 말로는 철산고를 먹여줬다.

“커억!!”

당연히 놈의 공격은 의미가 없었고 내 몸통 박치기에 속수무책으로 맞고 스승인 왕천 놈과 같이 사이좋게 그대로 날아 바다에 떨어졌다.

-풍덩!

“사, 사형!! 네 이놈! 사형을 죽이다니!! 용서하지 못한다!”

아직 죽지 않은 사형을 죽이는 여제자.

내가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었으면 녀석은 날아가지도 못하고 철산고에 터져 죽었을 거다.

왕천의 여제자가 원수를 갚기 위해 장렬하게 달려든다.

사부나 제자나 이것들은 버릇이 없다. 무공보다 예절교육 먼저 해야 한다.

어른을 향해 하나같이 네 이놈이라니.

하지만 여제자는 만두 머리에 귀엽게 생겼다.

봐줄 필요가 있었다.

-퍼억!

그녀의 배에 내 주먹이 파고들었다.

“커억!!”

만두 마리 여제자는 배를 움켜쥐고 그대로 쓰러졌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갑작스러운 폭력 사태에 얼이 빠져 있었다.

-이놈! 연약한 여자를 때리다니 파렴치하구나!!

-촤아악!!

바다에 빠졌던 왕천이 튀어나와 내게 하얀 구체를 쏘아냈다.

그 작은 구체에는 상당히 압축된 에너지와 파괴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미 한계를 넘고 넘은 내 육체만으로도 막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건 육감에 가까웠다.

물론 나는 육감만을 믿지는 않았다.

그 육감만 믿고 맨손으로 막다가 살짝 피라도 나면 폼이 안 난다.

마력을 오른손에 감싸고 그 하얀 구체를 막았다.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고 마력 코어가 생성되면서 마력의 질은 더욱 상승했다.

그리고 그 마력을 물질화한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왕천이 쏘아낸 에너지 구체는 당연히 내 단단한 마력을 뚫지 못하고 무난하게 막혔고.

나는 그걸 움켜쥐고 부쉈다.

-으지직!

에너지가 집약된 그 구체는 내 손에 막혀 박살이나 허무하게 사라졌다.

“아, 아니?!”

내 손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자신이 쏘아낸 하얀 구체를 보고 왕천이 경악했다.

“나한테 제자로 들어오라고 한 것치고는 볼품없군. 재롱은 잘 봤다. 더하면 이젠 안 봐준다.”

“네...놈….”

당연히 내가 안 봐준다고 겁을 줘봐야 자존심 강한 왕천이 그만둘 리는 없었고.

놈이 허공을 밟는 신기한 재주를 보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만하게!!”

그때 나와 왕천 둘 사이에 멀린이 끼어들었다.

왕천을 좀 더 두들겨 패줄 생각이었던 나는 입맛을 다셨다.

“왕천 당신 미쳤어요!? 강환을 이곳으로 쏘다니!! 운호 님이 막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요!”

오라클이 격노했다.

“히, 힘은 조절했다….”

왕천은 오라클의 노성에 찔끔했다.

“맞아. 개념도 없고. 예의도 밥 말아 먹고. 인성이 글렀어.”

내 말을 들은 왕천이 발작하려 했다.

“운호 님. 당신도 그만 해요.”

“크흠….”

(시작은 저놈이 했는데….)

내 조용한 중얼거림에 오라클이 눈을 흘겼지만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예쁜 오라클의 말이니......그만하기로 했다.

그래도 물에 홀딱 젖어 코피를 흘리고 있는 왕천의 얼굴은 보기 좋았다.

비릿한 웃음을 짓는 나를 보던 왕천은 몇 번 발작하려는 거 같았지만, 오라클이 째려보자 결국 이를 악물고 참았다.

왕천이 손을 휘젓자 내 철산고를 맞고 바닷물에 빠진 제자 녀석이 떠오른다.

‘오....저건 허공섭물?’

바다에서 건져진 왕천의 제자 놈은 기절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왕천은 제자들과 함께 나를 한번 째려보고는 이를 갈며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도 좀비 세계에서 레벨업하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레벨업을 하지 않았어도 지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처럼 쉽게 제압하지는 못했을 거다.

압도하지 못하면 저런 놈들은 두고두고 찝쩍거렸을 거다.

“운호 님!! 최고예요!! 멋있어요!!”

앨리스가 내 팔에 매달리며 좋아했다.

“왕천도 나름 S급 히어론데 팬이 아니었나?”

“어휴. 아니에요. 몇 년 전에 사인받으려고 했는데 얼마나 면박을 주던지 퉤! 퉤! 한참 전에 팬 탈퇴했어요. 흥! 그런 건 히어로가 아니에요. 내가 나중에 성장해서 콧대를 눌러주려고 했는데...운호 님이 아주 발라버려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히히.”

내가 왕천을 때려줬더니 앨리스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기세등등했다.

좋아하는 그녀 얼굴을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우리 둘 외의 파티 분위기는 좆망해 우리 일행도 결국 객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올리비아가 오라클이 부른다고 하며 나를 찾아왔다.

다른 사람은 대동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

이곳에 부른 진짜 용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할수 있었다.

모던한 분위기의 깔끔한 방안.

둥근 원탁에 네 명의 S급 히어로가 무게를 잡고 앉아있었다.

왕천은 팔짱을 끼고 두 눈을 감고 똥폼을 잡고 있었다.

‘젊은 놈이 어른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한번 미운털이 박히니 무엇을 하든 마음에 안 들어 보였다.

여기서 보니 알겠다.

멀린과 왕천의 마력 패턴이 비정상적이라는걸.

오라클과 엘라는 평범한 각성자의 마력 패턴이었다.

내가 그 원탁의 빈자리에 앉자 오라클이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이 세계는 멸망을 향해 가고 있어요.”

“........”

진짜인지는 둘째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거지?

“어.....그렇군….”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 믿기 힘들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런 일을 한 번씩 겪어봤던 사람들이에요. 아, 엘라 님은 빼고요.”

엘라의 이름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이 돌아갔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휙 고개를 돌린다.

어제 일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 같았다.

냉정하게 보면 사진이 유출된 내가 피해자인 거 같은데….

“겪어봤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저희는 환생자예요.”

“.....뭐?”

“멀린과 왕천 그리고 저는 이미 차원 균열로 멸망한 다른 세계의 환생자들이에요.”

“........”

“못 믿겠나요?”

“설마.......진짜 마법사나 무림인 같은 건가?”

“흥! 이제야 알아채다니! 멍청하군.”

왕천이 뭐가 자랑인지 잘난 척을 했다.

‘저 미친놈이....말해주지 않으면 제 놈들이 환생자라는 걸 내가 어떻게 안다고.’

왕천 녀석은 언젠가 날 잡아 두들겨 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환생자라….’

그리고 왜 왕천이 무협에 미친 놈인지도 알 수 있었다.

중국 놈들이 워낙 무협 같은 걸 좋아하니 컨셉인 줄 알았지만 ‘진짜’였다.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환생자 놈들이 3명이나 S급을 해 처먹고 있었다.

........나처럼 사기치는 인간들이 또 있었다.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전생에 이미 세계의 멸망을 겪어봤어요.”

오라클의 이야기는 로그인 스킬로 다른 세계를 오가는 내가 믿지 못할 말도 아니었다.

실제로 좀비 세상도 진짜 좆 망하기 직전이기도 했으니.

“이 차원 균열이라는 현상은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넣어요. 물론 이 지구는 우리가 있던 그 어떤 세상보다 잘 막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조금씩 침식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침식률?”

“네 차원 균열 그리고 균열 침식체 이 모든 게 침식률을 올리는 요소에요. 침식률이 올라가면 높은 등급의 균열과 더욱 강한 침식체들이 나타나죠. 하지만 지구의 차원 균열 침식은 우리가 있던 그 어떤 세계보다 그 양상이 달라요.”

“양상이 다르다고?”

“침식률이 10퍼센트가 넘었을 때 게이트가 터졌어요. 게이트가 열리는 현상은 우리가 전생에 있던 그 어떤 세계에서도 없었던 일이죠. 하지만 그 덕분에 침식률이 빠르게 올라가는 걸 어느 정도 억제해 줬어요.”

“게이트가 침식률을 억제해줬다고? 차원 균열 생성을 억제한 건가?”

“차원 균열 생성을 억제한 게 아니고 분산시켜 준 거예요. 게이트 안에 생기는 차원 균열은 지구의 침식률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니까요. 저희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기 위한 방어 작용 같은 게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어요.”

“자연의 섭리, 세계의 의지....같은 거?”

“네...아마도....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그렇게 추측만 할 뿐이지. 그리고......침식률이 30퍼센트가 넘는다면 외계 간섭이 시작될 거예요.”

“외계 간섭? 그리고 그 침식률은 어떻게 아는 건데. 그리고 그 외계 간섭이 시작된다는 것도.”

“제가 알 수 있어요.”

“네가 안다고? “

“네. 제 각성 능력 중 하나에요.”

“침식률이 30퍼센트가 됐을 때 일어난다는 외계 간섭은 어떤 거지?”

“저도 몰라요.”

“모른다고?”

“내 각성 능력은 그런 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게이트처럼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죠. 가장 좋은 건 차원 균열을 정리해 침식률을 낮추는 거예요.”

외계 간섭이라니 간단하게 말하면 우주인이라도 온다는 건가?

아니면 진짜 다른 세계에서 간섭한다는 말인가.

오라클 말대로 낙관하기에는 둘 다 별로 좋은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겠나. 그리고 본좌가 네놈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도 알겠지.”

왕천이 거만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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