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적!
바닥이 부서지고 어두운 공간이 나타났다.
밑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밑으로 뛰어내렷다.
확실히 질이 다르게 보이는 단단한 하얀 바닥이 나타났다.
이걸 부수고 들어가야 했다.
거대 해머에 마력을 씌우고 높이 들었다가 그대로 내려쳤다.
-쾅!
그리고 당황했다.
‘어? 안 뚫려?’
마력을 담아 상당한 힘으로 내려쳤는데 바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쿵! 쿵! 쿵!
놈들의 둥지로 들어가기 위해 해머로 바닥을 두드렸다.
‘미친! 왜 이렇게 단단한데….’
단단한 것도 정도가 있다.
이건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이건 마치 강력한 몬스터를 때리는 느낌도 들었다.
둥지 벽 자체를 마력으로 어느 정도 보호하는 거 같았다.
‘여왕 놈의 힘인가?’
그게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의 단단함이었다.
위로 올라가던 놈들이 미친 듯이 내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내가 둥지 벽을 연신 두드리니 괴물 장수말벌들이 뭔가 이상을 감지한 것 같았다.
‘여왕벌 놈이 명령을 내리는 걸지도 모르겠군….’
놈들은 내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내가 들어온 곳으로 밀려들었다.
-퍽! 퍽! 으적!.
내 거대해머에 밀려들어 오는 놈들의 머리가 바스러지고 배가 터져 나간다.
결국 벽을 부수려 힘을 쓰는 시간보다 괴물 장수말벌을 죽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멧돼지들과 싸우려 밖으로 나가려던 놈들이 전부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놈들은 끝도 없었다.
‘돌겠군.’
이젠 부수려 했던 바닥도 놈들의 시체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커다란 장수말벌의 사체가 주변에 질식할 듯이 쌓여갔다.
왜 멧돼지 녀석들이 곤란해했는지 알 거 같았다.
위에 둥지 탑을 아무리 부숴봐야 이 밑에 있는 걸 처리 못하면 의미가 없었을 거다.
내가 이렇게 뚫기 힘들다는 건.
멧돼지 녀석들도 말벌들의 공격을 뿌리치며 땅속에 있는 둥지를 부수기 힘들다는 거다.
투명화를 풀었다.
해머에 터져 나가는 괴물 장수말벌들의 체액으로 더러워진 몸은 투명화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놈들의 무시무시한 이빨 공격과 독 공격이 사방에서 짓쳐 들었다.
이젠 너무 많아서 피할 곳도 없었다.
놈들이 내 마력 갑옷을 씹고 꽁지의 독침을 찌르며 공격했다.
-딱! 딱! 딱!
-치이익~
놈들이 쏜 독이 얼마나 독한지 마력 갑옷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래봐야 놈들의 공격이 내게 큰 데미지를 줄 수는 없었다.
공격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거대해머를 휘둘러 놈들을 박살 냈다.
-퍼석! 퍽! 으직!
학살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염없이 이놈들만 잡고 있을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서는 답이 안 나왔다.
이대로 라면 어영부영 시간 끌리다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고생을 했는데 그냥 후퇴한다고?’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일단 나간다.’
나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들어와서 바로 바닥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힘껏 다리를 굽혔다 폈다.
-쿵!
몸이 빠르게 위로 치솟아 올랐다.
입구를 꽁꽁 틀어막고 있던 장수말벌무리를 몸통 박치기로 그대로 곤죽을 내며 뚫고 순식간에 지상으로 튀어 나갔다.
‘이 벌레 새끼들….’
-우웅! 웅!
둥지의 벽을 두드린 내 행동에 위협을 느낀 건지, 지상으로 튀어나온 나를 따라 괴물 장수말벌들이 새카맣게 몰려왔다.
‘수니.’
내 생각을 읽은 수니가 발밑으로 하늘을 날 때 애용하는 마력의 헤일로를 만든다.
그리고 그 헤일로에서 폭발적인 추진력이 발생했다.
-쾅!
몸에 순간 느껴지는 압력.
그대로 따라잡을 듯했던 놈들을 뿌리치고 빠르게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끝없이 치솟는 고도에 쫓아오던 괴물 장수말벌 놈들이 지쳤는지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어느 순간 놈들이 더는 쫓아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고도 상승을 멈췄다.
밑을 봤다.
놈들이 둥지로 돌아가는 게 보였다.
“후….”
가볍게 심호흡했다.
지랄 맞은 곳에 있다 탁 트인 맑은 하늘을 보니 조금 안구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갈 수가 없었다.
“이게 가장의 마음….”
쓸데없이 아무 소리나 지껄여 보면서 잠깐 기분을 전환했다.
생존자 놈들은 알까.....내가 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나는 녀석들을 더욱 열심히 부려 먹어도 될 자격이 있었다.
시야가 반전한다.
그대로 천천히 낙하를 시작했다.
거꾸로 떨어지며 대검을 꺼내 칼끝을 세웠다.
대검에서부터 퍼져나간 검은 마력으로 몸 전체를 감싸 끝이 뾰족한 거대한 송곳을 만들어 단단히 굳혔다.
-쿠앙!
검은 헤일로에서 발생한 추진력을 더해 빠르게 낙하했다.
괴물 장수말벌이 바글거리는 지상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검은색 유성이 둥지 입구에 수직으로 떨어진다.
유성은 둥지 지상 입구에 있던 몰려있던 괴물 장수말벌들을 그대로 으깨며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단단한 둥지의 벽에 그대로 충돌했다.
-콰아앙!!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단단한 둥지의 벽이 부서진다.
나는 그대로 부서진 벽을 파고들었다.
-으저적!
안쪽 벽은 오히려 부드러웠다.
둥지를 둘러싼 벽에만 방어력을 몰빵한 거 같았다.
내부에 있는 벽들을 부수며 돌진하다 어느 정도 파고들었다는 생각에 이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벽에 박혀있는 수많은 육각 모양의 구멍에 귀여운? 애벌레들이 가득했다.
부화장인 거 같았다.
‘씹..우웩! 내 눈!’
이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감각을 퍼트려 괴물 장수말벌의 여왕을 찾았다.
인지능력이 확장되며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상세한 주변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역시 안으로 들어오니 탐지를 방해하던 힘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 둥지를 감싸고 있던 그 단단한 벽에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거 같았다.
‘찾았다!’
조금 떨어진 둥지의 하단부에 보통 괴물 장수말벌 놈보다 서너 배는 더 큰 개체를 인지했다.
나를 이런 지옥을 떨어뜨린 놈은 이제 대가를 치를 때였다.
거침없이 가로막는 벽을 부수면서 여왕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향해 돌진했다.
-웅웅.
여왕의 위기를 느낀 건지 주변이 상당히 시끄러웠다.
벽을 부수며 전진하다 보니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그곳엔 그 어떤 괴물 장수말벌보다 큰 놈이 보였다.
놈은 혼자였다.
《살려줘요.》
나를 본 괴물 장수말벌 여왕이 뜬금없이 목숨을 구걸한다.
자기도 위기라는 걸 안 모양이었다.
그런데 기분 나쁘게 목소리가 예뻤다.
‘참나....이놈이나 저놈이나….’
몬스터 놈들이 이렇게 의사를 전해오는 건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목소리가 이쁘다고 해도 벌레에 홀릴 정도로 나는 무르지 않았다.
“죽어라. 이 악마야.”
더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싫었다.
내 대검이 순식간에 괴물 장수말벌 여왕의 목을 날렸다.
혐오스럽게 생긴 게 죄였다.
《끼아악!!!》
죽으며 정신을 건드리는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비명? 정신파 공격에 가까운 거 같기도 했다.
‘최후의 발악이었나?’
미안하지만 내게는 별 영향은 없었다.
여왕벌 자체는 전투력이 약했다.
물론 내 기준으로 그렇다는 거지 설화라고 해도 이렇게 간단히 죽이지는 못했을 거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두 개나 올라 11레벨을 달성했다.
<최상급 침식체를 처리했습니다.>
<스킬포인트 10을 획득했습니다.>
“후….”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진짜 무보수였다면 눈물 흘릴뻔했다.
피로감이 좀 풀리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수확이 컸다.
왠지 까다롭다고 생각했더니 최상급 침식체였다.
텔레파시를 보내는 걸 보고 예상은 했지만......하긴 마석도 없는 괴물 장수말벌들의 능력이 말이 안 됐다.
그쪽으로 발달한 개체인 거 같았다.
“마석은?”
[배 속에 있습니다.]
“씹….”
이 순간만큼은 시다바리 죄수 사냥팀이 그리웠다.
‘후....이제와서 뭘 꺼리겠나….’
눈을 딱 감고 여왕벌의 배를 갈랐다.
배가 갈라지며 곤충 특유의 더러운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