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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27화 (127/259)

하지만 이놈들이 있을 때 처리하는 게 편하기는 할 거다.

아주~ 협상 기술이 탁월했다.

‘이딴 게 몬스터라고?’

멧돼지 녀석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시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암컷의 이름은 “산” 수컷의 이름은 “쿠” 라고 했다.

몬스터 주제에 이름도 있었다.

누가 지어줬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모른다. 그저 네가 물었을 때 저절로 떠올랐을 뿐이다.》

이상한 녀석들이라는 건 확실했다.

일단은 이 멧돼지들이 말한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가서 직접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다.

-쿵. 쿵.

조용한 세상에 커다란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두 마리의 개성 있는 초거대 멧돼지가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산”이라고 부르는 거대 수풀 멧돼지 녀석의 등에 타고 있었다.

타고 있다고 해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녀석이 워낙에 커서 그냥 나는 건물에 서 있고 그 건물이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원래는 날아갈까 했지만, 녀석들이 괴물 장수말벌들의 눈에 띈다고 등에 타라고 했다.

녀석들이 지금까지 한 말이 거짓이길 바랐다.

...........솔직히 너무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초거대 장수말벌이다.

그 자체로 안구 테러가 상당했다.

최상급 침식체와 함께 사냥이라니….

어이가 없군.

이놈들 침식체가 맞나?

말도 통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너희는 침식체인가?”

《침식체? 오염된 것들을 말하는 건가?》

“그래....아마도?”

나도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부를 뿐이다. 전부터 생각한 작은 의문이 함께 떠오른다.

‘그러면 원래 세계의 침식체라는 말은 누가 붙인 거지? 협회에서 붙인 건가?’

《우리는 오염된 것들이 아니다. 네 말대로 굳이 표현하자면 우린 정화자다.》

검은 멧돼지가 좀비들을 주워 먹던 게 생각이 난다.

“거창하군.”

《그냥 인간의 표현으로 그렇다는 거다.》

‘침식체가 아니라고….’

녀석들이 굳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나와의 대화는 주로 암컷으로 느껴지는 거대 수풀 멧돼지 산이 했다.

검은 멧돼지 쿠는 과묵했다.

과묵한 건지 말을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내가 인간들의 우두머리인 건 어떻게 안거지?”

《까마귀가 전해줬다. 북쪽에 강한 포식자가 있다고. 근처에 너 정도의 강함을 가진 인간이 또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까마귀?”

아까 이쪽으로 오면서 본 스킬 포인트 5개짜리 까마귀 놈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말이 많은 녀석이다. 종종 우리에게 와서 주변의 소식을 떠든다. 네가 검은 개와 싸운 것도 알고 있다.》

이놈들 말을 들어보면 그 녀석이 아닐까 생각했다.

허접한 놈들이 이 녀석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놈도 이놈들처럼 지성이 있다고 예상이 됐다.

‘까마귀 놈은 날을 잡아 찾아서 주리를 틀든가 해야겠군.’

“작전은 있나?”

《간단하다. 우리가 놈들의 시선을 끈다. 네가 그 틈을 타, 놈들의 둥지에 들어가서 여왕을 잡아줬으면 한다.》

*

*

*

멧돼지 녀석들의 덩치가 터무니없이 크다 보니, 걷는다고 해도 그 속도가 워낙 빨라 목적지까지의 이동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처음 본 광경은 무슨 건물이 세워져 있는 줄 알았다.

시야에 보이는 이질적인 거대한 하얀 탑 3개.

높이는 20층짜리 건물 정도 돼 보였다.

농지로 쓰였을 법한 가까운 벌판에 하나.

먼 산등성이에 서로 떨어져 서 있는 두 개.

총 3개의 괴물 장수말벌 거대 둥지 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를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는 괴물 장수말벌들.

“미친.....하나가 아니잖아.”

《우린 하나라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가까운 곳의 여왕을 처리한다면 한동안 영역확장은 늦출 수 있을 거다.》

가까운 곳이라면 먼 산등성이 말고 농지벌판에 있는 둥지 탑을 말하는 거 같았다.

“설마 이 3개 말고 더 있는 거 아니겠지?”

《남쪽으로 가면 더 있을 거다.》

“니미….”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멧돼지 녀석들이 막아주고 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저 안에 여왕이 있는 건가?”

《아니다.》

“아니라고?”

《저건 둥지 일부분일 뿐이다.》

“저....탑 같은 게 일부분일 뿐이라고?”

《그렇다. 여왕은 땅 밑에 있다.》

“땅....밑? 지하?”

《그렇다.》

“개미도 아닌 놈들이….”

[원래 장수말벌은 보통 땅속이나 나무의 공동 같은 곳에 집을 짓습니다.]

수니가 무식한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산 넘어 산이군.”

《정찰병이 우릴 발견했다. 곧 있으면 몰려들 거다. 어떻게 하겠는가.》

내 몸이 마력에 감싸이며 투명하게 변했다.

나야 준비할 게 없었다.

이왕 온 김에 빠르게 처리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시작해도 상관없다. 너희는?”

《우리도 문제없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거대한 멧돼지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대지가 울린다.

그리고 둘이서 벌판에 서 있던 그 하얀 둥지 탑을 들이받았다.

-콰앙!!

-으저적!!

둘의 박치기 단 한 번에 거대한 둥지 탑이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었다.

“와우….”

그 장관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제 시작이었다.

박살이 난 둥지 탑에서 어마어마한 장수말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괴물 장수말벌의 날갯짓 소리에 대기가 진동했다.

놈들은 몬스터로 감지가 되지 않았다.

‘원래 세계의 몬스터 감지 메커니즘이 요즘 쓸모가 점점 없어지는 거 같은데....특히 벌레 놈들 상대로.’

원래 세계에 벌래 몬스터가 없어서 일수도 있었다.

나는 투명화된 상태로 재빨리 멧돼지의 등에서 내렸다.

‘지하라고….’

굳이 입구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둥지 탑이 부서진 뿌리 밑에서 괴물 장수말벌 놈들이 꾸물꾸물 지상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어떻게 들어가라고?’

놈들의 크기가 큰 만큼 바닥의 둥지로 들어가는 구멍은 컸다.

하지만 괴물 장수말벌 놈들을 쉴 새 없이 뱉어내는 구멍.

그곳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슬쩍 멧돼지들을 봤다.

‘미친….’

멧돼지들에게 괴물 장수말벌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건 그저 거대 멧돼지 형상을 한 장수말벌 덩어리였다.

그 기괴한 모습은 나도 질릴 정도였다.

괴물 장수말벌들은 멧돼지들에게 달라붙어 꽁지로 침을 박고 독을 주입하려는 거 같았다.

그렇게 달라붙은 놈들은 멧돼지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죽어 나갔지만, 그만큼이 다시 달라붙었다.

괴물 장수말벌들은 인해전술인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둥지 바닥에서 기어 나오는 놈들은 끝이 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다.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겠군.’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냈다. 그리고 가차 없이 괴물 장수말벌들을 향해 휘둘렀다.

대검에 장수말벌의 머리가 날아가고 박살이 났다.

놈들이 죽고 최악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몬스터 감지가 되지 않는 것이 거미 괴물 같은 경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그보다 최악이었다.

놈들은 침식체조차 아니었다.

퀘스트의 카운트가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워낙 놈들이 많아서 장수말벌 여왕에게 가는 도중 어쩌면 스킬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겠다고, 터무니없는 김칫국을 들이켜고 있었다.

‘미치겠군. 이거 무임금 노동 아닌가….’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물러설 수 없었다.

놈들을 죽이면서 둥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괴물 장수말벌들은 보이지 않는 공격에 어리둥절한 기색은 있었지만, 바깥이 두 멧돼지에 의해 난장판이라 무난하게 파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둥지 안에 들어선 난 또 한 번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개미굴도 아니고 사방에 구멍이 너무 많았다.

그곳에서 쏟아지는 장수말벌들이 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찾으라고….’

단순한 몬스터 탐지로는 의미가 없었다.

육체의 감각을 활짝 개방하고 여왕을 찾았다.

수많은 주변 정보가 머릿속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사방에 느껴지는 엄청난 숫자의 괴물 장수말벌.

위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거대 멧돼지들.

그리고 벽에 막힌 듯 감지가 되지 않는 구역이 느껴졌다.

당연히 그 감지가 막히는 구간에 여왕이 있다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가까웠다.

밑으로 오 미터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그 보이지 않는 광범위한 지역이 괴물 장수말벌들의 진짜 둥지라는 걸 직감했다.

‘이곳은 그저 얇은 외벽이고 아래가 진짜인가.’

여왕을 잡으려면 저 감지가 막히는 구간 안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당연히 길을 찾을 생각은 없었다.

길은 만들면 된다.

인벤토리에서 거대 해머를 꺼내 들고 바닥을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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