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청주의 풍경은 도시에 눈이라도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광대한 괴물 거미들의 영역이다.
그리고 도시의 중심부에 거대한 알? 고치 같은 게 보였다.
‘당연히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생긴 건 아닐 테고….’
그렇다고 건드려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된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게 아닐 거라는 건 확신했다.
뭐....일단은 대전이다.
청주를 뒤로하고 멧돼지를 찾으러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으로 날아가는 도중 어떤 시선을 느꼈다.
그곳을 보니 상당히 먼 거리에 새 같은 게 보였다.
멀리 있으니 작아 보이는 거지 상당히 큰 새였다.
“까마귀?”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놈이 어디론가 휙 날아갔다.
‘5포인트는 돼 보였는데….’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쫓아가기에도 애매했다. 날아다니는 놈이니 잡기도 쉽진 않을 거 같았다.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해도 새처럼 자유자재로 날 수는 없다.
하물며 몬스터다.
내가 원래 세계 부산에서 잡은 검은 용도 처음부터 놈이 하늘에서 싸웠으면 그렇게 쉽게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행히 아이들이 있는 세종시 쪽으로 가는 거 같진 않았다.
놈은 나중에 찾아보기로 하고 나도 원래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대전은 숲이 되어 있었다.
가로수들은 기이할 정도로 커져 있었고 건물들은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말 그대로 진짜 빌딩 숲.
신기하고 황당한 현상이었지만, 하늘에서 본 풍경 자체는 장관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된다고? 여름이라고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지? 멧돼지 놈은?’
괴물같이 거대한 크기의 멧돼지다.
대전에 있다면 못 찾는 게 말이 안 됐다.
놈을 찾으며 대전 상공을 날다 작은 동산 아래 있는 멧돼지 무리를 발견했다.
10마리 정도 돼 보였다.
그곳은 유난히 나무도 크고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놈들은 크기로 보면 중급 침식체 정도 돼 보였다.
커다란 동산을 끼고 빙글빙글 돌면서 놀고 있었다.
‘하나, 둘......여, 열한 마리...시, 십일 포인트….’
이건 노다지였다. 대량의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생기자 군침이 흘렀다.
놈들을 잡으려 내려가려 한 순간 흠칫했다.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도심 한가운데 웬 동산?’
수풀이 빼곡히 덮여있어 처음에는 작은 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마치 동물이 엎드려 있는 것 같은 모양….
시선을 머리로 예상되는 쪽으로 옮기니 수풀에 덮여있어서 헷갈렸지만, 자세히 보자 멧돼지의 얼굴 형상이 보였다.
크기도 터무니없이 컸고 몸 전체가 수풀로 뒤덮여 있으니 착각할 만도 했다.
‘그때 대전에서 봤던 멧돼지 녀석이랑 같은 놈인가?’
그때의 감염된 듯한 흉측한 검은 멧돼지와는 다른.....저렇게 몸이 수풀에 덮여있으니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놈은 조용히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다.
‘죽은.....건 아니겠지?’
유심히 살펴보니 숨을 쉬는 듯 동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괴물 멧돼지 놈이 거느리고 있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중급 침식체가 11마리라니 질이 좋았다.
‘될까.’
중급 침식체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다.
저것뿐이라면 가능성은 있었다.
내가 하늘에서 놈을 살펴보며 그렇게 사냥 각을 재볼 때쯤이었다.
-크엉!!!
멀리서 괴성이 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 진동이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 구름 같은 게 보였다.
‘저게 뭐야….’
슬쩍 밑을 봤다.
꽤 커다란 포효가 들렸는데도 수풀에 뒤덮인 괴물 멧돼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간과할 수 없는 궁금함에 멧돼지는 놔두고 검은 구름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개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씹….’
어마어마한 숫자의 커다란 벌 떼들이 거대 괴물 멧돼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냥 벌이 아니다.
그 악명 높은 장수말벌이었다.
장수말벌의 크기부터가 살벌했다.
작게는 사람만 한 크기부터 큰 거는 소형트럭만 했다.
그런 놈들 수백 마리가 합심해 거대 괴물 멧돼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벌 떼는 그렇다 치고....시불.....두마리였나?’
이 거대 검은 멧돼지는 익숙한 놈이었다.
체고가 20미터는 될듯한 괴물 같은 크기.
흉측한 그때보다는 말끔해진 모습이었지만, 처음 대전에서 본 그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수많은 괴물 장수말벌 떼의 공격에도 멧돼지는 끄떡없었다.
입으로 씹고 머리를 대충 휘저을 때마다 괴물 장수말벌이 터져나갔다.
괴물 장수말벌 떼들이 공격하다 결국 안 되겠는지 남쪽으로 날아 도망갔다.
멧돼지는 그것 보고는 유유히 아까 거대 수풀 멧돼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검은 멧돼지가 접근하자 작은? 멧돼지들이 마중 나온다.
그러자 검은 멧돼지가 입 안에 있던 장수말벌들을 뱉어냈다.
작은 멧돼지들이 그걸 맛있게 뜯어먹는다.
‘우웩.’
이건 멧돼지 가족이었다.
‘...두, 두마리....’
두 마리라니 부담스럽긴 했다.
멍청한 놈들이면 모르겠지만, 당연히 그런 기대를 할 순 없다.
‘아까 본 그 까마귀 놈이나....찾아서 조지는 게 더 쉽겠군.’
그놈을 잡고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면 이놈들도 그리 위협은 아닐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가려는 그때였다.
《인간 대화가 하고 싶다.》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하늘은 맑고 푸르를 뿐이었다.
“수니야, 아무것도 못 들었어?”
[네, 못 들었습니다.]
그건 또 이상했다. 수니는 내가 듣는 소리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헛소리를 들었다고? 그것도 말이 안 되는데….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밑이다.》
그저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그런 느낌이었다.
밑이면 멧돼지였다.
밑에서 수풀에 둘러싸인 멧돼지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나를 보고 있는 저....멧돼지가 말을 거는 건가?”
《맞다. 인간. 내가 너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언어라기보다는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다이렉트로 머릿속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건 마치........텔레파시 같았다.
니미, 최상급 침식체쯤 되면 텔레파시 같은 것도 쓸 수 있는 건가?
살다 살다 몬스터가 말하는 걸 듣게 될 줄은....정확하게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무슨 용무지?”
《부탁이 있다.》
“..........”
《이건 너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나한테 중요한 문제가 될만한 일을 네가 알고 있다고?”
당연히 나로서는 멧돼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다. 너는 북쪽에 무리를 이루고 있지 않나.》
“......아.....닌데….”
《.......진짜 아닌가.》
“어….”
《그렇다면 그냥 가면 된다.》
괴물 멧돼지 놈은 생각보다 쿨했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도 없었다.
“........크흠...그 중요한 문제라는 건 뭐지?”
《관계도 없는 네가 그걸 왜 듣고 싶어 하는 건가.》
“원래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라잖아.”
《.........틀린 말은 아니군.》
“혹시 내가 얘기를 듣고 네 부탁을 들어줄 맘이 들지도 모르고….”
《왜 네가 거짓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열심히 속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
“........”
시불.....지금 몬스터 따위에게 바보 취급당한 건가?
당한 거지?
하지만 욕할 수도 없는 게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을 하다 걸렸다.
니미, 몬스터면 몬스터답게 좀 멍청할 것이지.
“후...그래.....내가 왜 너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건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너의 무리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협박인가?”
《협박이 아니다.》
“협박이 아니라고?”
《아까 장수말벌 무리를 보지 않았나.》
“그래.”
《놈들이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대가 우리와 함께 놈들의 확장을 저지해 줬으면 한다.》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던데. 맛있게 먹는 거 보니….”
《놈들이 우리의 식량이 되기는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 네가 본건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놈들이 이곳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도 시간문제다.》
“극히 일부분이라는 말은 수십 배는 많다고 봐야 하나?”
《수십 배가 아니다. 무한에 가깝다. 그들의 여왕은 끊임없이 일꾼들을 생산한다.》
‘괴물 장수말벌이 무, 무한….’
《우린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면 떠나야 한다. 우리가 떠난다면 네가 사는 곳이 다음 목표가 될 거다.》
이제야 멧돼지들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한 말이 이해됐다.
이 괴물 멧돼지들은 지금 벌들이 확장을 못 하게 어느 정도 장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너희 둘이 안 되는데 내가 포함된다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모른다. 안되면 우리는 이곳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간다.》
“그, 그렇군.”
심플한 해결 방법이었다.
이놈들처럼 쿨하게 떠날 게 아니라면, 결국 아쉬운 건 나였다.
‘이 영악한 새끼들….’
혼자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