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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11화 (111/259)

계속 놈들을 두들기며 신문해본 결과 두목은 조치원에 있었다.

그리고 병력은 거의 절반 정도를 보낸 모양이었다.

대충 알아낼 건 알아내니 두 놈이 살아남았다.

놈들의 시체는 인벤토리에 넣었다.

시체 같은 것을 인벤토리에 넣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레를 끌고 와 이 많은 시체 치우는 뻘짓을 할 수는 없었다.

‘역시 정리해야 하나?’

이 약탈자 집단의 처분에 대해 고민했다.

위협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귀찮다.

결국 정리하지 않는다면 놈들이 이걸로 포기할지 안 할지 모르니, 나는 꾸준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오는 걸 때려잡는 건 어렵진 않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싸워야 하는데 지금 같이 시체를 치우고 싶지 않으면 좋은 생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역시 정리하는 게 낫겠군.’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편해 보였다.

“낭군님.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내가 놈들을 정리할 마음을 정한 것을 알아챘는지 설화가 동행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놈들이 끝이라고 볼 수도 없고 괜히 엇갈리면 피곤해진다.

“넌 여기에서 애들을 지켜.”

“.......혹시 추가로 있을 습격을 우려하시는 겁니까.”

전에 강아지 녀석들 때도 그렇고 언제나 빈집털이가 문제다. 하지만 설화가 지킨다면 든든했다.

“그렇지.....전에 사태도 있고. 아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애들하고 천부문에 가 있어.”

“천부문 말입니까.....알겠습니다. 낭군님. 몸조심하십시오.”

이럴 때 쓸려고 천부문을 이 근처에 자리 잡게 했으니 이용할 건 이용해야 했다.

*

*

*

“놈이 조치원 쪽으로 이동하는 듯합니다.”

장서원은 부하의 보고에 병력을 모았다.

너무 많은 병력을 끌고 가면 천부문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으니 소수정예로 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꽤 많은 그 약탈자 놈들을 어떻게 처리한 모양이었다.

물론 약탈자 놈들의 그 허접한 병력으로 박운호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장서원도 약탈자 놈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당연히 병력의 질이야 별 볼 일 없었을 거다.

박운호에 대한 꾸준한 감시를 통해 능력자가 그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종종 괴물을 사냥하는 그의 여자들도 능력자다.

약탈자의 두목 놈이 전력을 쏟아 부었다면 조금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박운호를 얕봤는지 그러지는 않은 거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 정도 병력을 쏟아부었는데 얕봤다고 하기도 애매하긴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강자라고 할 수가 있는 박운호가 자리를 떴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쉽게 그가 움직여 줬다.

천수호가 그의 성향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이 어느 정도 쓸모가 있었다.

그렇다고 설마 박운호가 단신으로 그놈들이 있는 곳으로 갈 줄은 몰랐다.

‘자신이 있다는 건가?’

이제 그곳은 여자와 아이들만 있는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장서원의 목적은 박운호가 아니라 발전기였다.

“우리도 슬슬 준비하지.”

부관 임구성이 장서원의 지시에 출발 준비를 위해 회의실을 나갔다.

“어떻습니까. 그곳을 건드린다면 천부문이 반응할 거 같습니까?”

장서원이 천수호에게 물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천부문은 사매를 뺏겼습니다. 박운호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흠....괜찮군요.”

“이번 일에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그곳에 그 사내는 없습니다.”

천수호는 박운호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그가 열심히 단련하는 것도 알고 있다.

“복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매입니다. 그녀를 구해야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사매가 그에게 끌려갔다기에는 꽤 자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만….”

장서원은 백설화가 박운호의 여자들과 괴물 사냥을 하는 것을 그동안의 감시를 통해 알고 있었다.

“후...사매는 고지식합니다. 사매가 그곳에 있는 건 천부문의 패배로 인한 결과입니다. 그녀는 그것을 철저하게 지키는 겁니다. 아니면 그곳에 있는 여자와 아이들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요.”

천수호는 강하다.

그곳엔 백설화를 포함한 네 명의 능력자가 있었다.

천수호는 그녀가 그 자신과 비슷하게 강하다고 했다.

백설화와 안면이 있는 그가 그녀를 맡아준다면 일이 한결 편해진다.

천수호가 천부문의 사람이었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장서원은 결국 그를 작전에 포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

*

*

-부다다다.

이번 습격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한 놈이 내 앞에 오토바이를 타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나도 놈의 뒤를 따라 노획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오토바이보다 차를 좋아했지만 도로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놈의 오토바이 소리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일부로 소리를 키운 건가?’

그 소음에 마력창을 앞서 달리는 놈의 뒤통수에 꽂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원래 두 놈이었는데 한 놈은 도망가다 내 마력창에 뚫려 죽었다.

저놈마저 죽는다면 내가 손수 조치원을 뒤져야 한다.

괜히 화풀이로 죽여서 조치원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놈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두목 놈이 강하다고 해도 높게 잡아봐야 C등급 각성자 수준일 거다.

나름 한 집단의 두목 정도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권력욕이 있다는 건데...그 이상이 등급이었으면 그런 곳에 처박혀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인가?”

“예. 예.”

집플러스라고 쓰여있는 4, 5층 정도 되는 넓고 커다란 건물이었다.

지상에 유리로 되어있었을 부분은 합판 같은 걸로 잇대어 보강되어 있었다.

스캔해보니 마트 건물 안에 꽤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놈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은 거 같았다.

자신의 쓸모가 다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놈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가봐.”

“예?”

너무 쉽게 보내주는 듯한 내 말에 놈이 얼떨떨한 거 같았다.

“.........”

“가, 감사합니다!”

놈이 내게 인사하고 급하게 마트 쪽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달린다.

‘이래서 눈치 빠른 놈은….’

마력창을 만들어 내게 등을 보이고 도망가는 놈에게 던졌다.

-퍼억!

쏘아진 마력창이 놈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개….”

놈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쪽이 아니라 저승으로 가야지.”

저런 놈을 혹시나 살려두는 우를 범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인간이 별로 없는 이 좆망한 세상에 저런 양아치는 없는 게 낫다.

‘살려준다고 개과천선할 거 같지도 않고….’

이대로 보내줬다간 얼마나 많은 멀쩡한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칠지 모른다.

저놈을 죽임으로써 나는 귀한 수십의 인간을 살린 게 아닐까.

‘뭐.....애초에 살려둘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인류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할 수가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마력으로 전신을 뒤덮는 검은 갑옷을 만들었다. 그리고 6차선 도로 건너의 대형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왼손에 움켜쥐었다.

육체의 능력이 올라가며 왼손으로 쓰든 오른손으로 쓰든 크게 적응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창보다는 조금 더 정확도가 중요한 마력창을 익숙한 오른손으로 던질 생각이었다.

내가 정문 가까이 다가가자 문이 열리고 총을 든 두 놈이 나왔다.

각성자는 아니었다.

“너, 너 뭐야.”

“여기가 자지먼튼가 저지먼튼가 하는 곳인가?”

“이, 이 새끼 그걸 알면서도 왔어?”

놈들은 긴장한 듯 얼굴을 굳히며 총구를 들어 올렸다.

커다란 체구와 전신을 덮은 검은 갑옷을 입은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수상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미친놈은….”

약탈자 놈이 내 모습에 쫄아있다는 게 보였지만, 입은 아직 살아있었다.

왼손에 있던 창이 쏘아지고 놈의 그 살아있는 입에 틀어박혔다.

“컥!”

약탈자 놈의 입을 관통해 목뒤로 빠져나온 창.

옆에 놈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멍하니 있었다.

“너는 무고한가?”

“이, 이 시발!”

남은 놈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퍽!

하지만 방아쇠가 당겨지는 것보다 빠르게 내 주먹에 머리가 박살이나 쓰러졌다.

두 시체를 놔두고 마트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 좀 괜찮은 거 좀 건져왔.......어?”

담배를 꼬나물고 있던 지저분한 놈이 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무고한가?”

“뭔....개소리....크억!!”

놈의 배에 창을 꽂아줬다.

“씨, 씨발….”

그래도 깡이 있는지 들고 있던 총을 내게 갈겼다.

-탕! 탕!

-팅. 팅.

내 갑옷에 맞고 총알이 튕겨 나가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놈을 창에 꽂은 채 그대로 안을 끌고 들어갔다.

“아아아악!!! 제, 제발!!”

녀석은 배에 창을 꽂은 체 움직이니 그 고통이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총소리 난 거 같은데? 뭐,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씨발....누가 또 싸웠냐!?”

약탈자 놈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각성자도 있고 아닌 놈도 있었다.

내 모습과 그리고 창에 꽂혀 비명을 지르는 녀석을 보고 놈들의 지저분한 얼굴이 굳었다.

“씨발. 이 새끼 뭐야!!”

“스, 습격!?”

“너희는 무고한가?”

“뭔 개소리야! 이 미친 새끼야!!”

그중 한 놈의 손에서 쏘아진 새하얀 얼음 구체가 내게 쇄도했다.

내 창에 꽂혀있던 놈을 그쪽으로 움직여 막았다.

-퍼엉!

하얀 냉기가 퍼지고 창에 박혀 있던 놈이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퍼석.

그리고 창에서 얼어붙은 시체가 부서져 떨어졌다.

“뭐해! 능력자야! 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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