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09화 (109/259)

*

*

*

천부문주 할배를 요즘 자주 보는 거 같았다.

“크흠....요즘 사냥이 빡빡하지 않나? 마석 구하느라.”

나답지 않게 천부문을 걱정하는 듯한 소리를 내뱉으니, 문주 할배가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설화가 흠칫하는 게 그 정도로 놀랄 일인가 싶었다.

하긴, 나도 이런 안부를 묻는 내가 어색하긴 했다.

“.........그것 때문에 요즘 건너편 생존자집단과 조금 분쟁이 있네.”

문주 할배는 떨떠름한 표정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대답을 해줬다.

사실 사냥감이 부족한 건 그저 천부문이 열심히 사냥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조금 열심히 사냥한 덕에 괴물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크흠....내가 괴물들이 많은 좋은 사냥터를 알고 있지.”

“......어디 말인가.”

문주 할배의 눈초리가 영 미덥지 않은 불순한 눈빛이기는 했지만, 대의를 위해 참기로 했다.

“청주.”

“청주…? 청주말인가....거긴 너무 멀지 않나….”

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냥하기 위해 맨몸으로 왔다 갔다 하기에는 부담이 좀 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서 말이지….”

나는 문주 할배에게 카탈로그를 보여줬다.

내가 준 카탈로그를 본 문주 할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동차는 기름을 구하기도 힘들고 아직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네.”

“마석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아니, 뭐....그, 그런게....어떻게….”

내 말에 문주 할배는 황당함에 어버버했다.

“그래, 차량으로 가면 얼마 안 걸릴 거야. 거기는 사람이 없고 괴물들이 많아 보였어. 그렇다고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 너희들 능력이면 문제없을 거다.”

도시 거의 모든 지역이 거미줄로 덮여있다.

나는 그곳에 얼마나 많은 거미 괴물이 있을지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차로 다니려면 길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에는 꽤 치워야 할 거다.

하지만 내가 치울 건 아니었으니 상관이 없었다.

도로가 크게 망가진 것도 아니다.

한번 치우면 그다음부터는 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마석이 많이 필요한 천부문으로서는 해볼 만한 일이었다.

나는 차를 타고 다니지 않지만, 천부문이 도로 정비를 잘해놓는다면 기분전환 삼아 타고 다녀도 될 거 같았다.

“혹시라도 위험한 중급 괴물이 나타난다면 연락만 해. 그건 내가 처리해 주지.”

나는 선심을 쓰듯이 말했다.

하지만 내 말에 문주 할배와 설화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마음에 안드나?”

“아, 아니네....그렇게 해준다면야 고, 고맙네.”

“크흠. 다 돕고 사는거 아니겠어?”

하지만 문주 할배의 얼굴이 영 믿지 못하는 불순한 얼굴이었다.

“조부님은 낭군님의 선의를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아, 아니다. 설화야. 믿는다. 믿어...”

불순한 표정을 지은 문주 할배는 결국 설화에게 혼났다.

천부문이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마석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마석은 괴물에게서 나온다.

결국 괴물이 필요하고 계속 사냥을 해야 한다.

나는 천부문에 괜찮은 사냥터를 알려줬다.

그곳에서 천부문이 지저분한 잡몹들을 잡고 실한 놈들을 골라놓는다면, 나는 그곳에 가서 스킬포인트를 벌 생각이었다.

거미 괴물이 싫다고 해도 중급 괴물 이상이면 당연히 잡아야 했다.

중간에 통신 중계기와 기지국을 적절히 설치한다면 빠르게 연락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통신망이 있다면 수니를 통한 위치추적도 편하고 세이브 포인트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날아서 간다면 그곳까지는 금방이었다.

‘이게 서로 윈윈이라는게 아닐까.’

결국 문주 할배는 떨떠름하게 차량 카탈로그를 가져갔다.

설화 말에 따르면 천부문 남자들이 카탈로그의 화려한 라인업에 어떤 차를 살지에 대한 상당한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마석이 쪼들리는지 두돈반 군용트럭을 샀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승차감은 개떡 같다.

하지만 군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차량이다.

가격이 싼 것도 있지만, 튼튼하고 뒤에 사람과 짐도 싣는 효율성 좋은 물건이었다.

*

*

*

강 건너 생존자 캠프의 리더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장서원입니다.”

장서원의 뒤에는 그를 수행하는 듯한 총을 든 두 명의 군인이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이 사람이 채원이가 말한 그 인간인가?

이놈이 동생을 노리는 거 같아서 캠프를 나왔다고 한 거 같은데….

“우리에게 발전기를 팔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마력 발전기를 팔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들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것에 대해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으니 소식이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발이 빨랐다.

천부문에 첩자라도 있는 거 같았다.

장서원이라는 인간은 C등급 각성자였다.

군복을 입고 있지만, 얼굴은 젊었을 적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면상이었다.

‘이놈이 로리콘?’

그렇게 생기지는 않았지만.....채원이가 그렇다고 했으니 그래도 내 여자의 말이라고 신뢰가 그쪽으로 기울었다.

발전기라....못 팔아 줄 건 없었다.

“너는 로리콘인가?”

“뭐, 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인간은 아닙니다.”

내 뜬금없는 소리에 장서원이 당황했다.

“어린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저는 그저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가 있는 아이들을 잘 보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냄새가 났다.

이 팍팍한 험한 세상에 아이들을 챙긴다?

‘흠....나는 꼬맹이 둘만해도 빠듯한데 그런 아이들을 챙긴다고….’

정말로 괜찮은 호구거나.....채원이 말대로 로리콘이거나.

“아니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네가 로리콘이라는 소문이 여기까지 들리더군.”

“나를 모욕하는 겁니까. 팔기 싫으면 팔기 싫다고 말씀하십시오. 같잖은 이유 붙이지 말고.”

“흠….”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까. 그와 대면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무고합니다.”

내 미심쩍은 표정에 장서원은 굉장히 억울한 듯했다.

저게 연기라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감이다.

이놈의 목적이야 어찌 됐든 놈이 데리고 있는 아이 대부분이 이놈 덕분에 살아있는 것도 맞긴 할 거다.

그 아이들이 이놈에게 추행당하더라도 사는 게 나은 삶일지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잘 대해 주고 있는 듯하고 이 좆망한 세상에 저런 짓은 귀여운 측에 속할 수도 있다.

“로리콘이라고 해서 안 판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으득! 저는 로리콘이 아닙니다….”

장서원은 조금 화가 난 거 같았다.

통신망 구축을 위해서 한 집단보다는 두 집단이 힘을 쓰는 게 빠를 거다.

‘파는 게 나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도 채원의 말 때문인지 고민이 좀 됐다.

“생각해 보지. 한 달 후에 다시 오도록.”

뭐,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다.

고민이 되니 일단 보류하고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

*

*

캠프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장서원은 모욕감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에게는 이런 세상이 된 후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정보원이라도 있나?’

장서원은 자신이 로리콘이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발기부전이다.

그리고 그저 어린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해 돌보는 걸 좋아할 뿐이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고 잠을 자긴 하지만, 겨우 그거 가지고 로리콘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로리콘이라고 폄하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신사적으로 대했더니 돌아온 건 모욕뿐이었다.

장서원은 박운호와 대화를 하며 마치 상관과 이야기하는 듯한 불쾌한 기분이 들었었다.

“발전기의 기름을 구하는 것도 간당간당합니다. 한 달이나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가 팔아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부관 임구성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놈의 태도를 보면 그때도 판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가 강자라는 거다.

천수호는 박운호가 강자라고 했다. 천수호와 자신의 강함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박운호는 자신보다 강자일 거다.

아니, 강자가 맞다.

박운호의 첫인상은 그 거대한 체구와 탄탄한 근육들도 그렇지만 그에게서 강자의 압박감이라는 걸 절절히 느낄 수가 있었다.

천수호의 경고를 듣지 않았더라도 만나는 순간부터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강자 그 자체였다.

솔직히 그의 포스에 눌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캠프 쪽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곳까지 무장병력을 끌고 가기에는 천부문이 걸렸다.

“캠프에 놈의 정보를 돌게 해. 그리고 놈에게 감시를 집중해.”

“예, 알겠습니다.”

장서원은 자신의 캠프에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조치원에 있는 약탈자 집단의 첩자가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세력이 큰 자신들과 부딪치는 걸 꺼렸다. 그러면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도 알고 있다.

약탈자 놈들이 박운호가 푸른 돌이 원료인 발전기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