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96화 (96/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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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는 유재은과 함께 전에 묵던 호텔로 다시 돌아와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제주도의 상황이 흘러들어 왔다.

뉴스는 제주도에서 일어난 이상 사태에 대해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제주도 상공으로 섬광이 치솟아 오르고 그 뒤를 이어 무언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워낙 멀리서 찍은 영상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언뜻 보기에는 새같이 보였다.

하지만 당연히 새는 아닐 거다.

멀리서 찍은 영상으로 저 정도로 보인다는 거는 크기가 상당하다는 거다.

하지만 심각한 내용은 바로 뒤에 나왔다.

그 내용에 유재은과 김진아의 얼굴이 굳었다.

A등급으로 추정되는 비행형 몬스터.

그 몬스터의 예상 이동 경로에 거제도와 부산이 있다는 거였다.

A급 몬스터는 공식적으로 현존하는 최고등급의 몬스터다.

각성자가 부족한 나라는 멸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괴물이었다.

한국이라면 멸망은 하지 않을지 몰라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김진아는 제주도와 꽤 먼 거리에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런 괴물이 온다고 하니 이제는 이곳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 바깥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몬스터 재난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경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부산을 벗어나야 할 거 같습니다.”

유재은과 김진아는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그리고 막막하게 수많은 차로 막혀있는 도로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차로 운전해서 빠져서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늦었습니다.”

-빵빵!

차로 꽉 막혀있는 도로에 시끄러운 경적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운전자들의 얼굴은 이미 공황 상태였다.

그럴만한 게 한국에서는 나타난 적이 없는 A등급 몬스터다.

그런 괴물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부산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김진아는 차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려서 움직이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재난 대피소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A등급의 몬스터다 그곳도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생각에는 최대한 빨리 부산에서 벗어나는 게 좋아 보였다.

다행히 둘은 강화계 각성자였다.

차가 없다고 해도 이동하는 속도는 자동차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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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문명이라는 게임이었다.

시간 때우기 좋은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오랜만에 하니 재미가 있었다.

홀린 듯이 한턴 한턴을 넘기고 있으니 한나가 연락을 해왔다.

그녀가 직접 연락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보통 김진아를 소통창구로 이용을 많이 했다.

김진아가 재은이와 제주도를 가고 없으니 직접 연락한 모양이었다.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조금 귀찮긴 했지만.

마침 할 일도 없었다.

오랜만에 예쁜 한나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웬 정장을 말끔하게 입은 남자가 찾아왔다.

한나는 센스가 좀 부족해 보였다.

그가 운전하는 고급 세단을 타고 있는 서울 강남에 있는 히어로 프렌즈 컴퍼니로 향했다.

한나에게 주의사항을 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과묵한 건지 이동하는 동안 사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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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호 님. 어서 오세요. 귀찮게 해드려 죄송해요.”

내가 그녀의 집무실로 들어가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구십도로 굽히며 상당히 공손하게 인사를 해왔다.

“.......?”

한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공손했다.

그전에 예의가 없었다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과했다.

이런 경우는 보통….

내게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저와 운호 씨와의 관계가 들통난 거 같아요.”

아쉽게도 그녀가 말하는 관계가 남녀 간의 관계는 아닐 거다.

“어디에서 흘러나갔는지 운호 씨에 대한 지원이 터무니없다고 말이 많아요.”

맞는 말이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그녀는 과할 정도로 호의를 베풀어 왔다.

그게 회사 내부에서 들킨 모양이었다.

“횡령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계약금 명목으로 100억을 그냥 준거를 말하는 건가?

나야 좋았지만, 회사 쪽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짓이긴 했다.

“제가 운호 씨에게 빠져 회사를 말아먹는다고….”

뭐....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나만 이득을 보는 꽤 좋은 관계였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어떨까.

내가 주주라도 당장 자르고 다른 경영인으로 교체하고 싶을 거다.

한나가 구구절절하게 내게 자신의 곤란한 사정을 설명하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말인데요….”

한나가 내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 거 같았다.

내 등급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거 같았다.

“마력 검사를 받아라?”

“저기....등급만 확실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헤헤.”

지금 내가 마력 검사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의 등급이 나올까.

못해도 S급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운호 씨도 불편해지시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김진아는 기대 이상으로 내가 귀찮아하던 일을 맡아서 잘 처리해줬다.

미인이기도 하고.

한나가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그게 사라진다.

확실히 그건 아쉽긴 했다.

그녀에게는 신세를 진 것도 있고 나도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으니 마력 검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지금 내 능력은 외부에서 건드려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전 세계에서 몇 없는 S급 각성자는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다.

대량 학살만 아니라면 대부분은 다소 도덕적인 결함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 준다.

막말로 사람 하나 묻어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거다.

이건 상당한 이점이었다.

“좋아. 마력 검사를 해주지.”

“저, 정말이요?”

내가 이렇게 쉽게 허락해줄지는 몰랐는지 한나가 놀라 소리쳤다.

한나는 내 능력을 어느정도 알고있을까.

게이트 안의 일도 있고 김진아의 보고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할 테지만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 표정을 보고 싶기는 했다.

그때였다.

-똑. 똑.

자그마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어? 죄송해요. 중요한 일 아니면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들어와요.”

예쁘장한 여비서가 들어오더니 한나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대표님. 제주도에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다 들렸지만.

“뭐, 뭐라고요!?”

비서의 보고에 한나가 놀라 소리쳤다.

그곳에는 김진아가 있다. 그리고 재은이도 있었다.

그러니 비서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나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 무슨 일이 생겼지?”

내 질문에 여비서는 흠칫했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답했다.

“제주도에서 몬스터가 나타난 거 같습니다.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뉴스를 보시는 게 나으실 겁니다.”

우리는 한나의 집무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틀었다.

『...........제주도에서 나온 것으로.....A등급으로 추정되는 차원 균열 침식체는............현재 거제도에서.......』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거제도를 초토화하고 있는 검붉은 용이 보였다.

“저, 저거 드래곤인가요?”

보기에는 용처럼 보이기는 했다.

차원 균열 침식체 특유의 검붉은 피부.

제주도에 A급 차원 균열이라도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저 정도면 염제 곽상현 혼자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였다.

‘제주도 쪽은 전멸한 건가?’

재은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주인님 재은 씨의 휴대전화 위치가 부산 쪽에서 잡힙니다.]

수니가 내 걱정을 눈치챈 건지 재은의 소식을 말해줬다.

한나는 이미 김진아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언, 언니? 괜찮은 거예요?”

「응, 휴가 때문에 부산에 있었어.」

“휴. 다행이네요. 재은 씨는요?”

「옆에 있어.」

불행 중 다행으로 둘은 제주도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 부산에 있었다.

거제도와 부산은 가까웠다.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불씨가 됐는지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던 드래곤이 더 이상 부술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갑자기 날아올랐다.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화면을 본 한나가 경악해 소리쳤다.

“어, 언니! 드래곤이 부산 쪽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도 부산을 벗어나려고 이동하고 있으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그래요?”

「그럼 올라가서 보고해 줄 테니까 끊을게.」

“네. 제발 조심해 주세요.”

한나가 김진아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어디서 걸려 온 전화인지를 아는지 번호를 보고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결국 받았다.

“....엄마?”

한나의 엄마 같았다.

“엄마...갑자기 돌아오라니….”

모녀는 서로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에 차원 상점으로 이미 영어 언어 팩을 사서 사용했다.

그녀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대충 들어보면 전용기를 보내줄 테니 미국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소리였다.

갑자기 A급 몬스터가 제주도에서 튀어나왔고 S급 각성자가 없는 나라이니 부모로서 걱정이 될만했다.

수니로부터 재은이와 김진아의 위치는 꾸준히 보고 받고 있었다.

그녀들은 부산을 벗어나려고 하고는 있지만 그보다 빨리 드래곤이 부산에 도착할 거 같았다.

드래곤과는 꽤 떨어져 있긴 했지만 날아다니는 놈이다.

마냥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애매했다.

‘한국에서 저걸 토벌할 수 있나?’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 같았다.

A급 각성자는 물론 상당한 고등급 각성자들을 끌어모아야 할 거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절반은 초토화될 판이었다.

그렇게 토벌을 한다고 해도 각성자들이 꽤 많이 죽어 나갈게 눈에 보였다.

물론, 그게 걱정되는 건 아니고.

부산에 재은이가 있으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괜찮은 데뷔 무대는 되겠군.’

예상치 못한 데뷔 무대이기는 했지만.

마력 측정보다는 이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부류도 있다.

어느 정도 힘을 보여줘야 기어오르지 못한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엄마 나중에 예기해요.”

내가 몸을 일으키자 쩔쩔매면서 자기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던 한나가 급하게 전화를 끊고 물었다.

“어디에 가시려고요?”

“옥상 열려있지?”

“예?!”

갑자기 옥상을 찾는 내 말에 한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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