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은 결국 백설화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네...뭐...원하죠.”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처음엔 백설화가 무술이라도 가르쳐 주려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이었다.
“그렇다면.....낭군님과 동침을 하시면 됩니다.”
“.......그게 무슨….”
“낭군님과 동침을 하신다면 채원 님은 각성하실 겁니다.”
채원은 한수지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를 제가 믿을 거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바보 같긴 하지만 사실입니다.”
“설마 그 이야기가 진짜라는 말이에요?”
“저는 진실을 말할 뿐입니다.”
채원은 언니들과 백설화가 전부 다 짜고 자신을 속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굳이 속일 필요가 있나? 아니면 운호 아저씨가 시켰나?’
그건 아닐 거다.
채원은 아저씨가 자신의 몸이 목적이라면 이런 어이없는 이유를 붙여가며 안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쓸데없는 복잡한 수를 쓸 것도 없이 그냥 덮치면 된다.
‘아니면 그냥 요구하던지….’
자신도 거부할 생각이 없었고,
그가 마음을 먹으면 거부할 수도 없었다.
채원은 겨우 몸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이곳의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아저씨는 자신의 몸을 안기 위해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퍼트릴 이유가 없다.
그리고 채원은 운호가, 이 어설프고 귀찮은 술책을 쓸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백설화가 하는 이야기가 진짜라는 말인가?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진짜인 듯도 싶었다.
‘그 말이 진짜라고?’
채원은 자신도 어이없지만 혹하는 마음이 생겼다.
“제게 말씀만 해주신다면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혹하는 듯 보이자 백설화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아...바보 같네…. 지금 왜 고민하는 거지?’
그는 터무니없는 강자이기도 하고 능력 자체도 특별했다.
생각해보면 그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혹여 저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능력이 없는 자신과 동생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었다.
운호 아저씨와 관계하기 위해 가장 큰 장애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여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백설화가 판을 깔아준다.
몸을 아껴서 국을 끓여 먹을 것도 아니고 지금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해도 모자랄 판이다.
자신의 몸에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여태까지 처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운호 덕분이었다.
운호와 만나지 않았으면 죽어 좀비가 됐거나 진작 다른 남자의 노리개가 됐을 가능성이 컸다.
손해 볼 게 없는 일이었다.
“설화 씨는 괜찮은 거예요?”
명색이 그의 여자다.
‘이 여자는 질투심도 없나?’
“낭군님은 색을 밝히십니다.”
그건 채원도 알고 있다.
소싯적? 길거리 캐스팅도 받아봤으니 자기 얼굴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직 그에게 덮쳐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저희 둘로는 낭군님을 욕구를 완벽히 해소해 드리지 못합니다.”
‘두, 두 명으로도 힘들다고?’
“낭군님은 저희 말고도 많은 여자를 안으실지도 모릅니다. 아니 안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낭군님의 능력은 언젠가 드러날 겁니다.”
확실히 강제로 하지는 않지만,
기회가 있다면 아주 거침없이 여자를 안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저는 낭군님이 어차피 여자를 안으실 거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라는 건가요?”
“네. 낭군님은 크게 되실 분입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 겁니다.”
‘아저씨의 능력이라면….’
채원에게 백설화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긴 했다.
“그러니 앞으로 믿을만한 사람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그게 낭군님의 여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렇다고 해서 보통 자기 남자에게 여자를 붙여주나? 보통.’
채원은 아무리 세상이 망했다고는 해도 백설화의 사고방식이 정상이 아니라고는 생각했다.
그 덕에 자신에게 괜찮은 계기가 생기긴 했지만.
채원을 보며 백설화는 확신에 찬 눈으로 말했다.
“낭군님은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오롯이 빛나는 영웅이 되실 분입니다.”
*
*
*
집중하고 있었는데 귀가 가려웠다.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사각. 사각.
면도기가 움직임에 따라 맨들맨들한 살이 드러났다.
김경숙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욕실에서 욕조 턱에 올라가 오줌을 누는 쪼그린 자세로 내게 수북한 음모를 밀리고 있었다.
싫어하는 기색은 역력하지만,
언제나 내 요구를 잘 들어주는 순종적인 김경숙이었다.
면도날이 살을 훑을 때마다 보지 둔덕이 움찔움찔한다.
“어허, 움직이지 마. 베일지도 모르니까.”
“흡!!”
그 말에 김경숙이 놀란 듯 숨을 삼킨다.
사실 그녀가 춤을 춰도 내 능력이면 무난하게 면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김경숙이 베일 일은 없겠지만,
그걸 모르는 그녀는 내 말에 겁을 먹은 거 같았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김경숙을 놀리기도 해본다.
“음? 뭐지…. 이 끈적한 건...설마 느끼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럼 오줌인가.”
“아, 아니에요!”
깔끔하게 브라질리언 왁싱인가 뭔가 하는 것도 있었지만.
손수 해주는 이 느낌.
왁싱이 아닌 면도로 심이 박혀있으니 오히려 더 음탕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후~”
그녀의 음부에 입김을 불었다.
“히익!”
김경숙이 움찔하며 음부에서 애액이 스며 나왔다.
-쏴아.
샤워기로 음부를 씻어냈다.
“맨들맨들 해졌군.”
그녀의 음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이런….”
김경숙은 털이 다 밀려 노골적으로 균열이 보이는 자기 음부를 보고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이 상태로는 대중목욕탕은 절대로 못 갈 거다.
쪼그려 앉은 그녀의 다리에 팔을 걸고 들어 올렸다.
“꺄악.”
힘이 좋다는 건 섹스할 때 상당히 좋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힘이 들지 않았으니.
내 귀두가 그녀의 보지 구멍에 잇대어졌다.
-찔걱.
“하윽….”
김경숙의 얼굴은 불안함과 기대감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대로 거칠게 육봉을 찔러넣었다.
-푸욱!
이미 질척한 그녀의 질은 내 물건을 거침없이 삼켰다.
귀두가 단숨에 치고 올라가 그녀의 자궁 입구를 두드렸다.
“어억!!”
그녀의 눈자위가 위로 올라갔다.
팔에 그녀의 다리를 걸어 들고서 허리를 거칠게 흔들었다.
육봉이 그녀의 안을 거칠게 휘젓는다.
-철썩. 철썩.
애액인지 물인지 모를 액체가 사방으로 튄다.
“아악! 악!!”
그 격렬한 자극에 김경숙은 내 목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그녀의 격한 신음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욕실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
*
*
김경숙은 한숨을 쉬었다.
딸을 되찾겠다는 명목하에 맺게 된 관계.
그 사내와 관계하고 온 날이면, 그의 품에 안겨 쾌락에 몸부림치는 자기 모습이 떠올라 자괴감이 들었다.
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와 첫 관계를 한 처음부터 끊임없이 심각하게 고민했다.
정말 딸을 위한 일일까.
이제는 그 의미마저 흐릿해져 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연락이 오면 어김없이 그를 만나러 나가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하아….”
멍하니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봤다.
그녀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전보다 생기있고 예뻐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만수는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보는 아내 김경숙에게서 요염함을 느꼈다.
어영부영 섹스리스가 된 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고 있었다.
아내 임신하며 단절된 관계는 순식간에 몇 년이 지나있었고, 뒤늦게 회복하기에는 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만수도 그렇게 성욕이 왕성한 사람이 아니었고, 사업으로 바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김경숙은 다른 친구의 아내들처럼 결혼하고 자신에게 육아나 집안일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얻어먹기 힘들다는 아침밥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유나를 데려왔을 때도 싫은 기색 없이 허락해준 아내다.
좋은 여자였다.
요즘 아내는 부쩍 이뻐진 거 같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아내를 보고 있자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성욕이 조금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힘들었던 회사 일도 잘 풀려서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 섹스리스 부부이긴 하지만,
이만수는 조금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저, 저기....여, 여보.”
하지만 그가 다음 말을 꺼내기 전 아내 김경숙의 말이 먼저 나왔다.
“저 아직 못 한 일이 있으니 먼저 자요.”
그리고 아내는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갔다.
“어? 어...어.”
이만수는 멋쩍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아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와서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그녀에게 관계 요구를 하려 한 자신도 조금 민망하긴 했다.
이만수의 달아오른 감정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김경숙은 남편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자리를 피했다.
방을 나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켜지지 않은 텔레비전을 바라봤다.
“후우….”
아마도 남편이 자신에게 성욕을 느낀 거 같았다.
남편과 관계를 요구할 줄 알고 자리를 피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들었다.
이제 와서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남편과 성관계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 사내와도 하는데 남편과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 사내에게 털이 밀린 음부를 보일 수는 없다는 것도 이유가 됐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기가 두려웠다.
만약에….
남편과 관계했을 때 그 사내와는 다르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김경숙은 그때는 정말 무언가 돌이킬 수 없을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