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스킬포인트를 사용해 육체강화 스킬의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
“올려.”
몸 안에서 마치 폭탄이 터지는듯한 기분.
전에도 느껴봤지만 이번에 그 급이 달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덩치는 커질 거다.
아직 한 번 정도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거의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계에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커지면 인간이 아니라 거인이 된다.
그걸 지금 제어할 필요를 느꼈다.
마력을 감당할 그릇이 버티지 못해 덩치가 커지는 거다.
그렇다면 그 그릇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나의 의지가 발현해 마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쏟아부으며 깨질 것 같던 육체를 마력으로 억지로 이어 붙였다.
효율은 높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해서는 그냥 내버려 둬 계속 육체를 키우는 게 가성비는 좋았다.
덩치가 커진다면 더 많은 마력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순 없다.
터무니없이 많은 마력을 소모해 육체를 더 커지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더욱 질기고 튼튼하게 만드는데 쏟아부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도 필사적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됐나?’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고 몸이 바뀌어 가는 걸 느꼈다.
그 모습을 관조했다.
끊임없이 마력을 쏟아부으며 육체를 부서뜨리고 재생시키며 더 강하게 탈피시켰다.
커지지 않고 한층 단단해진 육신에 팽창하던 마력이 갈 곳을 잃는다.
그러자 마력이 압축되면서 더욱 농밀해졌다.
견고한 신체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발정이 난 듯한 육체의 반응도보다 쉽게 제어를 할 수 있게 된듯했다.
‘마력이 성격에도 영향을 주나?’
안 준다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여자를 싫어하진 않지만, 이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으니.
각성하면서 심층 심리가 튀어나온 걸 수도 있고.
내가 원래 이런 놈이었고 힘이 생기니 그 본능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었다.
특히 김경숙과의 관계는 예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가정이 있는 그녀와의 관계로 상당히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귀찮은 일조차 별거로 취급할 정도가 되었지만….
겨우 조금 여자 안지 못했다고 발정하는 일도 없을 거다.
그래, 나는 성장했다.
현자 운호가 됐다.
라는 건 개소리고….
어느 정도 발정을 제어할 수가 있게 됐으니, 여자를 밝히는 일도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아마도?
......확신은 들지 않았다.
육체 강화는 마무리 단계였다.
마력의 증가량이 좀 줄은 건 아쉽지만….
그 반대급부로 거대한 마력을 붙잡아 두기 위해 육체는 예상보다 훨씬 강해졌다.
강화된 육체와 한층 확장된 감각은 내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줬다.
추측에 불과했던 나와 관계하는 여자들이 각성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이없군. 몸 전체가 영약 덩어리였어….’
굳이 정액 같은 체액이 아니더라도 피나 살점도 영약 그 자체였다.
이런 육체가….
더 이상 인간의 육체라고 할 수 있을까.
지아가 말한 잡아먹힌다는 게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층 민감해진 감각으로 육체가 미세하게 주변의 마력을 끌어당겨 흡수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흡수되는 마력은 경험치로 환산되는 듯합니다. 계산하면 다음 레벨업까지 2년 정도 걸릴 겁니다.]
다음 레벨까지는 한 25퍼센트 정도 남았다.
그런데 수니의 계산으로 2년이다.
말 그대로 상당히 미세한 양인 거 같았다.
미약하다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강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후우….”
끊임없이 이어지던 상념과 관조 속에 육체 강화가 끝나고 고양돼있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꽤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졌지만 언제나처럼 실제로는 얼마 흐르지 않았다.
마력의 헤일로에서 터진 폭발에 멀리 튕겨 나간 흑랑이 빠르게 천부문 무인들에게 달려가는 게 보였다.
당연히 놈을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었다.
거대한 검은 마력창을 만들어 놈에게 힘껏 던졌다.
-펑!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마력창이 쏜살같이 흑랑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바로 이어 흑랑을 향해 달렸다.
내가 던진 거대한 마력창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놈은 자신의 뼈칼을 들어서 막았다.
-콰앙!!
데미지를 주진 못했지만, 주춤은 하게 만들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강하게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놈에게 짓쳐 들었다.
흑랑과 천부문 무인들과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공격보다는 전투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게 놈을 멀리 치울 때였다.
-콰앙!
놈에게 몸통 박치기를 하고 함께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 놈에게 대검에 마력을 씌우고 휘둘렀다.
놈도 굴러가던 몸을 추스르고 내 검격을 빠르게 막아냈다.
-쾅! 쾅! 쾅!
하지만 아까와는 격이 다른 훨씬 무거운 내 검격에 놈이 당황한 게 느껴졌다.
아까와는 다른 흑랑 놈이 압도적으로 밀리는 양상이 이어졌다.
그 짧은 순간에 갑자기 강해졌으니 놈에게는 어처구니없고 안된 일이었지만,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거다.
그 씁쓸함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강화된 육체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순식간에 놈의 뼈칼이 부서지고 앞발이 잘렸다.
놈은 결국 쓰러져 내 검 앞에 목숨을 내놓고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크릉. 크릉.
놈은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도저히 짐승의 눈이라고 볼 수 없는 지성을 가진 기분 나쁜 눈이었다.
사람도 거침없이 죽이는 인간이.
지성이 느껴지는 괴물이라고 해서 봐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스킬포인트 다섯 개면 없던 살의도 끌어올려야 할 판이었다.
-퍼억!
흑랑의 머리에 내 대검이 거침없이 틀어박히며 놈의 눈에 빛이 사라졌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침식체를 처리했습니다.>
<스킬포인트 5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를 갱신합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스킬포인트에 기분이 좋아졌다.
흑랑 놈은 진짜 안 오르는 경험치도 벌써 절반은 채워 주었다.
정말 싹수는 없었지만, 아낌없이 주는 놈이었다.
“해치웠나?”
“........”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아쉬움에 한소리 지껄여 보기도 했다.
그만큼 스킬 포인트 다섯 개의 맛은 달콤했다.
그 뒤는 거칠 것은 없었다.
무난하게 남은 놈들을 처리했다.
안타깝게도 천부문이 상대하던 중급 세 놈 중 한 놈은 천부문에서 처리해 두 놈밖에 내가 처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천부문에서 다시 학교 건물로 돌아왔다.
천부문에서는 죽은 문도들의 장례식이 치러졌지만 나는 참가하지 않았다.
친분도 없었고 오히려 사이가 좋다고 볼 수도 없는 사이였으니.
*
*
*
【 운호 8 레벨 】
【 스킬 】
〔 육체강화 Lv 5 〕
〔 로그인 Lv 2 〕
〔 인벤토리 Lv 4 〕
〔 마력변환 Master 〕
〔 차원상점 〕
【 스킬포인트 4 】
흑랑을 잡고 얻은 포인트는 인벤토리 스킬에 사용했다.
흑랑의 사체는 돈이 되어 보였다.
인벤토리에 넣기엔 공간이 부족해서 스킬을 올려 흑랑의 사체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스킬을 올리고 4포인트나 남았지만, 딱히 쓸데가 없었다.
로그인 스킬을 올려도 되지만 일단은 쓰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필요하면 올려도 된다.
“으음….”
상태창을 한창 집중해서 보던 중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츕. 츄릅. 쯉.
침대에 걸터앉은 내 앞에 무릎 꿇은 지아와 설화가 내 물건을 경쟁적으로 빨고 있었다.
그녀들의 혀에서부터 오는 자극에 내 물건이 사정을 위해 부풀어 오른다.
그 징조를 빠르게 알아챈 그녀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때 설화가 입을 열었다.
“이, 이번엔 접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뷰루룩!! 븃!!
그녀의 입안에서 내 정액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꿀꺽. 꿀꺽.”
설화는 내 물건에서 쏟아지는 정액을 맛있게 삼키고 있었다.
내 정액은 육체 강화 스킬이 오름과 동시에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전에도 좋긴 좋았지만, 이제는 그저 그런 정액이 아닌 영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 물건을 열심히 빨고 있는 설화의 모습을 본 지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불알주머니를 입에 넣고 빨았다.
-쯉. 쯉.
“후우….”
그녀들의 봉사에 기분 좋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설화가 깔끔하게 내 물건에서 정액...아니 영약을 빨아내고 입술을 떼자,
“이, 이번엔 나야!”
지아가 내 물건을 입에 물고는 열심히 쥐어짜기 시작했다.
그 기특한 모습에 사이좋게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
*
*
채원은 옥상정원에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자가 강해지면 그렇게까지 되는 건가?’
그녀는 흑랑이라 불리던 존재와 싸우던 운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건 서채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누가 괴물인지 모를 터무니 없는 강함.
운호가 어렴풋이 강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거대한 괴물이 처참하게 앞발이 잘리고 머리에 운호의 대검이 박히던 장면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리고 천부문 무인들 사이에서 보란 듯이 초능력을 쓰며 서포트를 하던 지아 언니….
이어지는 상념의 끝은...
지독한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주변에 능력자만 있으니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먹고살 만하니 하는 배부른 고민일지도 모른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채원은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백설화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멍하니 밤하늘을 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우울한 기분에 말투가 부드럽진 않았다.
“고민이 많으신 거 같아 여쭤봤습니다.”
“후우...그냥....아무것도 아니에요….”
백설화에게 말해봐야 뭐할까.
넋두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초능력이 없는 것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운호 아저씨가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언제란 말인가.
말이 가능성이지 아저씨의 말투나 표정으로 보면 희박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만약에 괴물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저 아이들과 함께 서로를 끌어안고 벌벌 떠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채원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백설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힘을 원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