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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설화, 수지, 채원.
그녀들은 다들 모여 긴장된 얼굴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이게 뭡니까?”
백설화가 신기한 듯 태블릿 형태의 기계를 보고 물었다.
“괴물 감지 장치에요.”
서채원은 백설화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귀한 물건이다.
하지만 이미 운호의 여자가 된 설화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 그런 게 있습니까?”
“운호 아저씨가 줬어요.”
“나, 낭군님이….”
세상의 상태가 이런 물건이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물건이었다.
백설화는 낭군을 알아갈수록 신기하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하급 괴물 2마리 중급괴물 한 마리가 감지됐어요. 그리고 그 괴물들의 움직임은 한 그룹 같고요.”
“그게 어느 정도입니까.”
서채원의 브리핑에 백설화는 그 기준이 궁금했다.
“좀비보다 강한 괴물 있죠?”
“네. 알고 있습니다. 천부문도 그걸 잡고 내단을 구합니다.”
“내, 내단 이요?”
“네 파란색 돌처럼 생겼습니다.”
“아. 마석 말이군요.”
서채원은 마석이 괴물을 잡고 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발전기가 마석으로 돌아간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운호 아저씨가 자신이 없을 때 시설을 관리하라고 마석을 몇 개 쥐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슈트의 동력도 마석이었다.
채원은 아저씨가 왜 그렇게 괴물을 잡는지도 조금은 알 거 같았다.
그런데 마력 발전기와 슈트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란 말인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마석....입니까.”
“아저씨가 그렇게 불러요. 어찌 됐든 그놈들을 하급이라고 부르고 그놈보다 한 단계 더 강한 괴물을 중급이라고 해요.”
“나도 본 적이 있어 그 커다란 변형된 좀비 놈들 아니야?!”
한수지가 좀비에게 쫓기던 일이 생각났는지 끼어들어 말했다.
“정확한 종류는 몰라요. 저와 지아 언니가 본 개 형태의 괴물도 있을 수 있고, 아저씨는 고양이도 봤다고 했으니....중급은 그것보다 더 강한 놈이라고 했어요.”
“그, 그거보다 더 강하다고!? 그러면 엄청난 놈 아니야!?”
한수지가 놀라 소리쳤다.
“한 단계 더 강하다면......그와 같은 존재가 이곳에도 있었습니까.”
서채원이 보기에 백설화는 그 정도의 괴물을 본 적이 있는 거 같았다.
하급 괴물만 해도 일반인은 대적 불가였다.
중급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이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채원은 아저씨에게 근처의 괴물은 다 정리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본적도 없었고,
편안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애초에 그에게 감지기를 받고 경보가 울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건 저도 모르죠. 그저 지나가는 길일 수도 있고….”
채원은 감지가 됐을뿐 괴물과는 아직 꽤 거리가 있었고, 이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 확실했다.
“어떻게 하지? 아저씨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한 거 같은데....우리보고 때려잡아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운호는 한수지의 말처럼 하급 괴물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긴 했다.
채원은 아저씨가 떠나기 전 자신을 불러서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혹시라도 중급 이상의 괴물일 땐….
어쩔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여유가 있다면 굳이 잡을 생각하지 말고 천부문 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때는 아저씨도 자신에게 말을 하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느낌으로 이야기하기는 했다.
그런데 중급괴물 하나에 하급 둘이라니….
아저씨 말대로라면 이건 무조건 천부문으로 가야 했다.
“아니에요. 아저씨는 중급괴물 이상의 존재가 나타난다면 아이들 데리고 천부문 쪽으로 가라고 했어요.”
“천부문?”
채원의 말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 다툼이 있었는데,
운호가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되는 듯했다.
채원은 언니들과 백설화의 반응을 보고 아저씨가 그것을 자신에게만 귀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저씨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걸 수도 있었지만.
채원은 아저씨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그 정도의 괴물이라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낭군님의 판단이 맞는 거 같습니다.”
백설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괴물들과 아직 꽤 거리는 있지만, 빨리 아이들 데리고 움직이죠.”
“히잉. 하필 오빠 없을 때….”
이지아는 울상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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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채영과 하나를 데리고 천부문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어?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감지기를 보던 채원이 말했다.
“보, 보인다.”
한수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상당한 거리였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크기가 컸다.
한눈에 봐도 중급이 어떤 괴물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커다란 덤프트럭 정도 크기에 네발짐승 형태의 실루엣이 보였다.
좌우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괴물 개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말이 상대적인 거지 작은놈들도 인간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큰 맹수였다.
“히익!!!”
그것을 본 지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저, 저게 뭐야......왜 저렇게 커! 느, 늑대 같은데….”
수지도 바짝 긴장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늑대는 없을걸요…. 아마도 개일 거예요.”
채원도 처음 보는 중급괴물 개의 그 터무니없는 크기에 놀랐지만 수지의 말을 정정해 줬다.
“저, 저게 개라고? 누렁이가 저렇게 된 거라고? 도대체 개는 왜 유기해서 저런 게 돌아다니냐고.”
하지만 그 개 형상 괴물의 모습을 본 백설화의 눈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이곳에도 흑랑 같은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흑랑?”
수지의 의문에 설화가 대답했다.
“천부문이 있던 계룡산에 있던 괴물입니다.”
괴물 개들도 그녀들을 발견한 듯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백설화는 괴물 개들의 달려오는 걸 보고 생각했다.
‘저 속도라면 순식간에 따라잡힐 거다. 잡을 수 있을까. 일단 아이들 안전이 먼저야.’
“채원 님. 아이들 데리고 먼저 천부문으로 가주십시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해주십시오.”
“네? 그, 그건….”
채원은 백설화의 말에 잠깐 망설였지만, 자신이 가장 전력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덩치만 크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무력감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후....알았어요. 조심해요.”
채원을 보내고 나머지 셋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잡았다.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괴물 개들의 모습에 이지아와 한수지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제가 커다란 놈을 맡겠습니다. 두 분은 나머지 두 마리를 부탁드립니다.”
백설화가 각오를 다진 듯 침착하게 말했다.
“호, 혼자?! 괘, 괜찮겠어?”
이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 강함은 제가 겪어봤으니 대처하기 쉬울 겁니다.”
수지가 백설화의 그 말에 놀라 물었다.
“저런 것과 싸워 본 적이 있다고?!”
“네. 이곳으로 오기 전 계룡산에 있던 흑랑이라는 괴물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백설화는 솔직히 말하면 싸워 본 적은 없다.
싸운 건 조부와 아버지다.
하지만 백설화는 그녀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 흑랑이라는 괴물도 저렇게 컸나 보네. 진짜로 믿어도 되지?”
터무니없는 크기의 괴물이다.
백설화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수지와 지아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네.”
백설화는 그때보다는 자신도 무공이 월등히 발전했으니 잡진 못하더라도 견제나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하리라 봤다.
세 마리는 빠르게 달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천부문으로 가는 아이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그녀들은 괴물 개들을 맞이했다.
선두로 하급 괴물 개가 달려들었다.
이지아가 손을 뻗어 염동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달려들던 괴물 두 마리가 덜컥 멈췄다.
“빠, 빨리….”
이지아의 재촉에 백설화는 멈춰있는 두 마리 괴물 개들의 사이를 빠르게 지나쳐,
그 뒤에 느긋하게 달려오는 거대한 괴물 개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수지는 지아가 멈춘 괴물 개를 향해 커다란 해머를 들고 달려들었다.
“하압!!”
수지가 들고 있던 해머가 멈춰있는 괴물 개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캐앵!
“아, 안 죽어?!”
한수지는 꽤 세게 때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살아있는 괴물 개에 당황했다.
“언니 한 번 더!!”
이지아가 급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두 마리를 멈춰 세운 게 부담스러웠는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 알았어! 흐압!”
수지는 다시 있는 힘껏 괴물 개의 머리를 후려쳤다.
움직이는 것도 아닌 멈춰있는 개의 머리를 맞추지 못하는 건 바보였다.
-퍼석!
온 힘을 다한 일격에 결국 머리가 깨지자 한 마리가 축 늘어졌다.
한수지는 한 마리를 잡고 바로 멈춰있는 다른 괴물 개에게 다가갔다.
지아는 한 마리에만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자 다소 안정된 표정이었다.
이건 다잡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수지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백설화 쪽이 걱정이되 슬쩍 봤다.
그녀는 그 거대한 괴물 개와 밀리는 기색도 없이 살벌하게 싸우고 있었다.
자신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강함이었다.
그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하며 해머를 들어 올렸다.
“흐읍!!”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염력에 의해 멈춰있는 괴물 개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퍼석!
“후우 됐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다.
지아의 초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했다.
혼자였다면 도저히 두 놈을 잡진 못했을 거다.
“언니 수고했어요.”
“너 때문에 편하게 잡았지. 그런데 저긴….”
수지의 눈에 거대한 괴물과 호각으로 싸우고 있는 검을 든 가냘픈 여자가 보였다.
눈으로 쫓기도 힘든 그녀의 움직임.
수지는 자신이 끼어들어봤자 방해라는 걸 깨달았다.
“제가 힘을 쓸 때인가요?”
두 마리의 괴물을 처리하고,
지아가 자신감이 붙었는지 팔을 걷어붙이며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조, 조심해.”
“위험하지 않아요. 어차피 멀리서 능력만 쓰면 돼요.”
백설화는 자신의 무공이 상당히 상승했다는 걸 실감했다.
계룡산에 있을 때는 맞대결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흑랑과 거의 비슷한 괴물과 싸우며 할만하다고 느꼈으니 당연한 결론이었다.
‘이 정도면 흑랑과도….’
설화는 언젠가 무공을 높여 아버님의 원수인 흑랑을 벨 생각이었다.
“설화야!”
정실부인의 외침.
뒤에 두 놈을 이미 처리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했다.
정실부인이 힘을 쓰는지 괴물 개의 움직임이 확연히 느려졌다.
“어, 어? 안 멈춰?!”
정실부인은 능력을 사용해 괴물을 묶어두려 한 듯했지만, 묶이지 않자 당황한 거 같았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설화의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대로 황금빛 검기를 머금은 검이 느려진 괴물의 앞발을 갈랐다.
검이 괴물의 가죽을 가르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설화는 만족할 수 없었다.
‘얕다.’
뼈까지 자르진 못했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백설화는 곧이어 몸을 회전하며 그대로 괴물의 눈을 노려 칼을 찔러넣었다.
그대로 눈이 관통할뻔한 괴물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크게 뒤로 물러 피했다.
백설화는 괴물의 그 모습을 보고 이지아가 도와준다면 확실하게 저 괴물 개를 처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괴물 개는 상처가 난 발을 핥으며 더는 덤벼들지 않고 백설화와 이지아를 천천히 훑어봤다.
“히익!!”
괴물의 시선을 받은 이지아는 오싹한 기분이 들어 흠칫 놀랐다.
백설화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괴물 개가 갑자기 몸을 돌려 달아났다.
“어? 도망가네?!”
한수지가 황당한 듯 놀라 소리쳤다.
네발 달린 짐승이다.
다쳤다고 해도 치명상도 아니고 당연히 쫓을 수 없었다.
“어휴...무슨 눈빛이 사람이 보는 거 같았어.”
이지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하지만 백설화의 안색은 심각하게 굳었다.
그런 백설화를 향해 이지아가 물었다.
“설화야. 왜 그래?”
“아, 아닙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채원이 도움을 청했는지 천부문의 무인들이 뒤늦게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