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69화 (69/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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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질척한 소리.

김경숙은 얼굴이 달아오르며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진한 애가 무슨 취급을 받는 거지?’

유나를 더 이상 수화기 너머의 사내와 붙여둘 수 없었다.

그녀는 유나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내와 급하게 만날 약속을 잡았다.

한시라도 그에게서 유나를 데려오고 싶었다.

김경숙은 급한 마음에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그때 수술을 마치고 퇴원해 집에서 회복하던 진우가 어기적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외출하려고 깔끔한 여성 정장을 잘 차려입은 김경숙을 보고 물었다.

“어, 엄마...어디….”

진우는 환자였다.

하지만 김경숙은 행선지를 물어보는 진우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지금 유나가 어떤 상황인데….’

설마 진우가 유나를 덮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

김경숙은 아들에 대한 실망감이 말도 못 하게 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초리에 풀이 죽는 진우를 보고 그래도 아들이라고 마음이 약해졌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나갔다 올 테니 밥은 알아서 차려 먹어.”

“응….”

엄마 김경숙의 시선은 차가웠다.

진우는 엄마에게 더 묻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온화하던 엄마의 분위기는 그날 이후로 한겨울처럼 차가워졌다.

모든 것을 망친 건 자신이었다.

그건 사고였다.

질투심에 이성을 잃었다.

솔직히 유나의 속옷을 보고 조금 흥분한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나를 어떻게 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변명은 안 됐다.

진우 자신이 그 상황을 목격했더라도 믿어주지 않았을 테니까.

엄마에게 섭섭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그럴 자격이 없었다.

자기 때문에 집을 나간 유나 걱정도 됐다.

다시 볼 수 있을까?

본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아….”

진우는 답답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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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페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익숙했다.

슬쩍 그들을 훑어보니 내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고개를 돌린다.

‘얼굴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내가 카운터로 가자 직원이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긴장한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요즘은 이런 시선이 익숙해져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무, 뭘 도와드릴까요?”

“김경숙이라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는데….”

유나의 양모 김경숙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머리를 단정히 올려묶은 그녀가 생각보다 젊고 예뻐 보여서 놀랐다.

아마 나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을 거다.

진우라는 놈의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 더 많을까?

하지만 나보단 어려 보였다.

좀 더 젊게 꾸민다면 유나와 자매로도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녀도 나를 보고 놀란듯했다.

나는 각성 스킬로 인해 상당한 거구가 됐다.

카페에 들어올 때도 시선을 한눈에 받았으니 비단 그녀만의 특별한 반응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의 가슴에서 엉덩이 쪽을 훑었다.

각성하고 괜찮은 여자를 보면 거의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동이었다.

양모였으니, 유전은 아닐 텐데 가슴이 유나만큼 훌륭했다.

내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건지, 그녀가 굳은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운 건 아닌 거 같고 민망함? 화도 좀 났나?

“김경숙이에요.”

유나의 양모는 이내 다부진 얼굴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박운호입니다.”

“........”

“........”

서로 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먼저 말을 꺼낸 건 김경숙이었다.

“저. 저기 유나는….”

바로 유나의 안부를 물어왔다.

“잘 지냅니다.”

내가 둔할 수도 있지만.

유나는 우리 집에서 그렇게 불편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던 거 같았다.

“그, 그렇습니까. 유나를 집에 돌려보내실 생각은 없나요?”

말할 거도 없이 당연히 나는 유나를 돌려보내기가 싫었다.

“싫습니다.”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놓아주세요.”

내 집에서 동거하는 게 유나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나?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좋아지면 좋아졌지, 악영향을 끼칠 거 같진 않았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김경숙은 내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성애가 가득한 절절한 호소.

하지만 그녀의 절절한 호소는 내게 닿지 않았다.

“저는 그 아이를 감금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음?”

내가 절대 보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느낀 건지 그녀는 몹시 화가 난 거 같았다.

내 체구를 보고 위축이 될만한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머니의 곧은 마음은 놀라웠다.

“뭐가 말입니까.”

“순진하고 착한 애 꼬셔서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 아이를 사랑하긴 하나요?”

”.......”

뭐.....틀린말은 아니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유나 뿐만 아니라 재은이와 지아.

그녀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감정이 평범함과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과거 게이트도 터지기 전.

군대 가기 전에 사귀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와 했던 게 평범한 사랑이란 게 아닐까?

어린 시절의 불같은 사랑이라 그럴 수도 있었다.

결국 군대라는 벽 앞에서는 그 불같은 사랑도 꺼져 버렸지만….

물론 내가 끄진 않았다.

의례 그렇듯이 연락이 점차 끊기고 차였다.

탈영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그 당시의 내게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그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변한 건지….

하지만 내 여자들을 향한 이 감정이 소유욕이라도 상관없었다.

이기적일 수 있겠지만.

유나가 아니 그녀들이 나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놓아주기 싫었다.

“그 아이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신다면 보내주세요.”

“.........”

잠깐.

아니....그러고 보니 내가 뭘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다지 잘못한 게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 진우라는 놈이 유나를 덮치려고 한 게 동거의 원인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쁜 놈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날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유나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쪽이 더 편할 거 같기도 했다.

유나에게 선택을 맡길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를 맡길 수는 없었다.

그 아이는 마음이 약하다.

호구다.

저 모성애 넘치는 모습을 봐라.

유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집으로 기어들어 갈 게 뻔했다.

난 절대로 유나를 보내주기 싫었으니 여기서 내가 결판을 내야 한다.

예의는 집어치운다.

“흠…. 정말 어처구니없군.”

“네?”

갑자기 일변한 내 분위기에 김경숙이 흠칫했다.

“자신의 진짜 자식이 아니라 그런가 너무 무신경하신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전 그 아이를 친자식처럼….”

“그 강간 미수범이 있는 곳으로 유나가 가고 싶어 할 거 같은가?”

김경숙이 당황했다.

“그. 그건….”

“유나가 나온 게 내 탓은 아니지 않나? 그쪽의 아들이 유나를 ‘강간’하려다가 집을 나온 거로 아는데….”

“그….”

“설마. 다시 한집에 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이거에 대해서는 그녀도 할 말이 없을 거다.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무언을 압박을 줬다.

“아, 아니….”

“쯧. 맞는 거 같군. 너무한 게 어느 쪽인지 모르겠군.”

“.........”

“못 보내.”

내 말에 김경숙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고개를 들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진우는 집에서 내보내겠어요.”

친아들을 집에서 쫓아내서까지 어떻게든 유나를 내게서 떼어놓겠다는 의지는 가상했다.

김경숙은 좋은 양모였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보내기 싫었다.

“흠. 싫군.”

“큭…. 어차피 그 아이의 몸이 목적이 아닌가요?”

김경숙의 눈에 분노의 빛이 떠오른다.

“..........”

아주 틀린 말은....아니고 핵심이었다.

“어쨌든 싫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자리를 일어섰다.

“제, 제발!!”

김경숙이 급하게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 소란에 주위에서 힐끗힐끗 이쪽을 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다지 좋은 시선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내 눈치를 보며 힐끗거릴 뿐이었다.

김경숙은 애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꽤 곱게 숙성된 농염한 숙녀의 그 모습에 마음이 조금 약해진다.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잠겨있으니.

김경숙의 얼굴에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저 몸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제가 그 자리를 대신 하겠어요.”

“.......?”

이게.....그건가?

.........어머니의 희생?

그건 둘째치고 유나가 어디 팔려 간 것도 아니고….

누가 보면 유나가 지옥에라도 떨어진 줄 알겠다.

참고로 유나는 잘 먹고 잘 지낸다.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 싶었다.

김경숙은 나이는 있다고 하지만 관리를 그래도 좀 한 건지.

아니면 타고난 건지.

상당히 볼륨이 있는 농익은 육체이긴 했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을 훑어보는 내 노골적인 시선에 김경숙은 이번엔 자신도 매력이 있다는 듯 당당한 모습을 취했다.

내가 매력 있는 여자에 약하다는 걸 파악한 건가?

아니 그녀의 몸을 그렇게 훑어봤으니 모르는 게 이상했다.

그녀가 탐이 안 나는 건 아니었지만….

유나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싫군.”

“제, 제발.”

내 바짓가랑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억지로 뿌리칠 수도 있지만.

이 정도 되면 그냥 가는 것도 남자로서 해야 할 도리는 아니었다.

“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뭔가 제안을 하는 듯 보이자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승산이 없는 거래를 제안했다.

“날 만족시켜준다면…. 생각은 해보지.”

“만족?”

“내가 성욕이 좀 많아.”

“서, 성욕이….”

김경숙은 내가 역시나 자기 몸을 요구한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살짝 굳혔다.

하지만 이내 결의에 찬 표정을 짓는다.

“유나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지.”

유나를 언급하자 김경숙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쯤 되면 진짜 악당인가?

뭐…. 내가 제안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을 거절하는 것도 남자로서 예의가 아니다.

“혹시 그런 내 넘치는 성욕을 만족시켜 줄 수 있다면 생각해 보지.”

“제가 당신을 만족시킨다면 그 아이를 놓아주세요.”

“좋아.”

나는 김경숙의 요구조건을 흔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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