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56화 (56/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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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문이라고 하는 놈들이 떠났다.

그제야 한숨을 놓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들어가자.”

“네….”

그녀들과 함께 휴게실의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흥! 그놈들쯤은 별거 아니라고.”

얼마 전까지 잔뜩 긴장해 있던 한수지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녀석들 전부 다 각성자다.”

자신만만해하는 그녀에게 내가 찬물을 끼얹었다.

“머, 뭐? 아저씨, 그거 진짜야?”

내 말을 듣고 수지를 포함해 채원과 지아 역시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그, 그럼, 우리 큰일 난 거 아닌가요?”

지아가 불안한 듯 말했다.

그렇게 불안해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들은 내가 저들을 다 상대할 수도 있다는 건 모르니 당연했다.

내 능력을 노골적으로 자랑한 적도 없으니.

“그렇게 걱정할 거 없을 거 같아요. 아저씨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죠.”

채원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 그러고 보니까 그럴 수도?”

수지와 지아의 표정이 채원의 말에 조금은 풀렸다.

“채원이 말이 맞아.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닌 거 같다.”

정상이 아닌 놈들이었으면 반반하게 생긴 이 아이들을 보고 눈이 돌아갔을 거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고 평소대로 지내도록 해. 나도 한동안 나가지 않고 녀석들의 상태를 지켜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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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세계는 낙엽이 지는데 여기는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

그 하늘로 드론이 날았다.

천부문이라는 녀석들이 뭐 하고 있나 확인하고 싶었다.

그냥 일종의 염탐이다.

투명화를 사용해 직접 갈 수도 있었겠지만.

편한 수단이 있는데 귀찮게 굳이? 라는 생각과 그들을 살짝 건드려 볼 계획이었다.

드론 조종도 오래간만에 하니 재미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식구가 많았다.

칠팔십 명은 되는 인원이었다.

천부문은 아파트의 안을 청소하고 살 생각인 모양이었다.

무슨 작은 마을 하나가 통째로 온 듯한 모습이었다.

잡일을 하는 여자들과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서 검을 들고 가볍게 휘두르고 있는 사람들.

그러다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선선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한 사람이 손에 마석을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저게 뭐 하는 짓이지?’

내가 직접 가서 봐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을듯했다.

무게를 잡는 모습을 보면 진짜 무공 같은 걸 익힌 건가?

‘황당하군.’

원래 세계에는 없는데 여기에는 있다.

전에 봤을 때 아랫배 쪽에 있는 기운을 봤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아니 원래 세계에도 있으려나?

있었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여태까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없다고 봐야 했다.

드론이 한창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촬영 화면이 먹통이 됐다.

“음?”

이런 경우는 드론이 박살이 났다고 봐야 했다.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드론이 거슬렸는지, 꽤 먼 거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그걸 부순 모양이었다.

굳이 숨길 생각 없이 꽤 노골적으로 살펴보기는 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전에 천부문주라고 밝혔던 노인네 뒤에 있던, 재수 없게 잘생긴 남자 놈이 똘마니 둘을 데리고 찾아왔다.

그때의 포지션이나 마력량을 봐서는 그 댕기 머리 여자와 함께 넘버 2, 3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남의 무공을 훔쳐보는 건 실례입니다.”

녀석은 똘마니들과 함께 얼굴은 상당히 굳히고 단호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나름대로 압박을 주려는 모습인 거 같았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훔쳐본 게 아니다.”

“훔쳐본 게 아니라는 겁니까?”

녀석이 얼굴을 찌푸리는 게 뭔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이었다.

“드론이 정찰하며 지나가다 본 거다. 난 언제나 주기적으로 하던 일이야. 갑자기 이주한 너희 때문에 포기할 순 없지.”

물론 뻥이었다.

내가 주기적으로 그 귀찮은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켕겨 할 이유도 없었다.

훔쳐보려면 더 좋은 수단이 있었다.

내가 직접 갔으면 조용히 염탐할 수도 있었지만, 드론을 사용했다.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 드론은 우리를 노골적으로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주기적으로 하던 정찰이라니까.”

“우리가 그걸 믿을 거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심드렁한 대꾸에 녀석이 흥분한다.

“그렇게 대단한 비밀이라면 너희가 천막을 치고 하던가. 아니면 집안에서 하던가. 그까짓게 뭐라고 하늘에서 날고 있는 드론까지 통제하는 거지?”

“궤변입니다!”

“당장 너희 구역 앞에서 내가 자리 깔고 무공수련이라는 것을 한다면 어쩔 건데? 그땐 눈감고 다닐 건가?”

녀석이 무공이라는 말에 반응하며 흠칫하며 물었다.

“당신이 무공을 익히고 있단 말입니까?”

내가 무공수련을 한다고 하니 그게 또 궁금은 한 모양이었다.

“어. 천마신공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내 말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붉으락푸르락한다.

“우릴...놀리는 겁니까?”

놀리는 거 맞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은 곧 폭발할 거 같았다.

“한바탕해보자고?”

내가 으르렁거리자 놈을 중심으로 쫄다구들이 긴장하며 검 손잡이를 잡았다.

무공이라는 것을 견식 해볼 좋은 기회였다.

죽일 생각은 없고 적당히 주물러 줘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만해라.”

어디선가 문주 노인네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 사부님….”

잘못한 걸 들킨 어린아이들 같은 표정이었다.

보니까 문주 할배한테 말도 안 하고 몰래 온 모양이었다.

“조직규율이 개판이구먼.”

-찌릿.

내 말에 3인조가 나를 째려봤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죄송하오. 아직 혈기를 주체못하는 어린 녀석들이라…. 우리가 민감했던 거 같소.”

“용서해주지.”

나는 깔끔하게 사과를 받아줬다.

그래도 무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볼 기회였는데,

문주 할배때문에 파투 났으니 조금은 아쉬웠다.

노인네 뒤에 녀석들은 상당히 분한 표정이었다.

“돌아가자.”

“잠깐!”

내가 불러세우니 그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부서진 드론은 변상해야지….”

“뭐?!”

내 말에 삼인조 녀석들이 발작하려고 했다.

“그만해라.”

“크윽! 사부님!”

억울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억울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당연한 일이다.

조용히 하늘을 날고 있던 드론을 부숴버렸다.

원래 세계라도 이건 변상이 당연했다.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소.”

“마석 하나.”

“마석?”

문주 노인네가 갸웃하는 게 마석이 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 침식체 놈들 잡고 나오는 파란 돌 말이야.”

드론 하나에 D급 마석 하나.

말도 안 되는 폭리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들에게 받을 게 그것밖에 없는데.

“내단......을 말하는 거군. 알....겠소….”

노인네도 그건 좀 속이 쓰린 모양이었다.

아까 봤던 걸로는 무공이란걸 수련하면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작은 마찰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은 놈들이었다.

드론으로 발작하는 것도 이 존망한 세상에 그 정도면 솔직히 얌전한 편이었다.

특히 문주 할배는 나도 감탄할만했다.

인내심이 대단한 건가.

배포가 큰 건가.

문주 정도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절대 못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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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그놈을 그냥 놔둘 겁니까?”

천수호는 천하의 천부문이 단 한 사람에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냥 왔다는 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는 우리가 오기 전부터 여기 살고 있었지. 우린 불청객일 뿐이야. 그 사내의 말처럼 하늘도 우리 것이 아니고.”

천부공은 형을 본다고 해서 뭘 알아낼 수가 있는 무공이 아니다.

그건 천수호도 알고 있을 터였다.

드론으로 본다고 천부문 식솔들이 뭔가 크나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네가 민감하게 반응한 거야.”

그도 마냥 잘했다는 건 아니었지만,

천수호가 드론을 부수면서까지 과민하게 반응할 일도 아니었다.

그게 거슬렸다면 그냥 찾아가서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됐을 일이다.

“하지만 사부님!”

“수호야 됐다. 그만하거라. 그가 네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이유를 자꾸 가져다 붙이지 말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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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천부문과는 별다른 마찰 없이 데면데면하게 잘 지냈다.

신기한 건 그 내공이라는 걸 쌓는 방식이었다.

직접 가서 관찰해 보니,

마석에서 마력을 뽑아내서 하복부 단전으로 끌고 가 내공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각성자가 처음 본 그때보다 더 많았다.

그때는 일부만 온 모양이었다.

물론 평범한 각성자는 아니고 전부 하복부에 마력이 뭉친 게 무공을 익힌 거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침식체를 잡는 거 같기도 하고….’

문제는 파밍 장소가 겹친다는 거다.

천부문 사람들도 결국 나처럼 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었다.

이쪽은 내가 그전에 침식체를 많이 잡아놔서 잡을 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다리 건너편에 있는 각성자 사냥팀들과도 그들은 조우했다.

혹시나 싸울까 싶어 기대하고 멀리서 지켜봤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서로를 경계만 하다 헤어졌을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능력 자체는 천부문이 좋았다.

두세 명이면 하급 침식체 하나를 가볍게 처리했으니.

이대로 별문제 없이 시간이 지난다면,

세종시는 꽤 빠르게 살만한 곳이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저놈들과 나누어 먹기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다른 루트를 파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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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하고 있던 백설화는 천부공의 단계가 오단으로 오른 걸 느꼈다.

손에 쥐고 있는 마석이 빛을 잃고 부스러지며 흩어졌다.

감았던 눈을 뜨자 눈동자가 잠시 신비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라졌다.

“후우….”

-스릉.

검을 뽑았다.

-파스스.

검에 푸르스름한 황홀한 검기가 맺혔다.

그리고 이내 검기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이거라면….’

자신이 있었다.

무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공이 있었다.

그 운호라는 사내는 그냥 봐도 압도적인 육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키에 어떻게 그 정도로 완벽한 몸을 만들 수 있는지,

조부도 감탄을 마지않았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이었다면,

어떤 격투기를 하더라도 세계 챔피언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아니 격투기뿐 아니라 어떤 운동을 해도 정점에 섰을 거다.

하지만 세상이 변한 이후 미미하던 내공이 급속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 체급 차이는 이제 큰 장애가 아니었다.

물론, 그가 단순히 강인한 육체만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에 오면서도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을 종종 봤으니.

하지만 특이했을 뿐 위협적이진 않았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천부공에 비할 바는 아닐 거다.

무공을 배운 사람과 안 배운 사람이 싸우면 당연히 무공을 배운 사람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는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최고의 무예라 할 수 있는 천부문의 무예를 공부한 자신이 유리했다.

많은 식솔을 책임지고 있는 조부는 흑랑에게 계룡산에서 쫓겨난 이후로 조심성이 부쩍 많아졌다.

조부의 의견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는 강자가 맞을 거다.

하지만 문인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과장해 말한 것도 있을 거다.

‘천부공의 경지가 상승한 지금이라면….’

백설화의 눈에 자신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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