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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55화 (5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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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에서 침식체 사냥을 하다 보면 종종 두세 그룹의 사냥팀이 보였다.

나름 체계적으로 사냥팀을 운용하고 있는 거로 보였다.

보통 각성자 4명에서 5명으로 파티를 하고 다녔다.

재미있는 점은 다리 쪽으로는 절대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마도 우리 거점 쪽에 고양이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내가 다 처리했다는 건 모르는 거 같았고.

알았다면 유난히 그쪽만을 피해 다닐 리가 없었다.

[주인님. 침입자입니다.]

침입자라고 하면 거점 쪽밖에 없었다.

“침입자?”

[인간입니다.]

느긋하게 사냥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빠르게 근처에 설치해 놓은 세이브 포인트로 향했다.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로그아웃으로 순식간에 풍경이 거실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접속해 좀비 세계 학교의 옥상정원으로 진입했다.

다시 풍경이 바뀌며 깔끔한 옥상정원으로 들어섰다.

이런 면에서는 세이브 포인트가 2개인 게 편하긴 했다.

아래를 보니 두 무리가 대치하고 있었다.

여자 세 명과 깔끔한 개량 한복 비슷한 걸 입은 듯한 무리였다.

당연히 여자 세 명은 채원, 수지, 지아였다.

셋은 전투 슈트를 착용하고 수지는 내가 준 하급 강화계 각성자용 커다란 해머.

채원은 리볼버, 지아는 창을 들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한복 인간들 때문인지 세 명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반면에 개량 한복 무리는 허리에 통일된 검을 차고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열댓 명은 돼 보이는 게 쪽수는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놈들을 칭찬할 만한 점은….

이 거점을 무단으로 점거하려고 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거다.

여자 셋과 꼬마가 둘.

충분히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할 수도 있었을 거였다.

어쩌면 의외로 멀쩡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곳이 전기와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몰라서 일수도 있다.

“젊은 처자 그 위험한 물건을 내려놓는 게 어떤가. 우리는 모르고 이곳에 들어온 거라네.”

경직된 분위기에 서도 리더로 보이는 노인네가 채원을 차분하게 설득했다.

노인은 채원이 들고 있는 리볼버 권총을 얘기하는 거 같았다.

그러면서도 총을 그리 두려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상당한 강심장이거나 아니면….

총이 그리 자신에게 위협이 안 된다거나.

“그러면 다시 돌아가시면 되겠네요.”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네.”

“저희는 싫습니다.”

채원은 냉정하게 철벽을 치고 노인은 대화를 나누려 했다.

“싫다는 사람한테 뭐 할 말이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군.”

그대로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쿵.

“아저씨!”

“오빠!”

아이들이 나를 반겼다.

“누구냐!”

-챙~

내가 위에서 떨어져 나타나자 깜짝 놀란 개량 한복 무리 몇 명이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았다.

“뭐야. 싸우자는 건가?”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원래 세계에서도 A급까지는 상대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제 막 각성자가 생기는 좀비 세계에서 내 상대가 될 인간이 있을까 싶었다.

노인이 호통을 쳤다.

“다들 무기를 넣어라!”

리더로 보이는 할배의 말에 반사적으로 꺼낸 무기를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꿀꺽.

내 덩치를 보고 긴장했는지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나를 쳐다본다.

채원을 슬쩍 쳐다보자 내 눈빛을 이해한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전에 채원이 있던 생존자 캠프 인간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솔직히 내 상대가 될만한 인간은 없어 보였다.

보니까 각성자로 보이는 인간들이 많았다.

아니........상당히 많았다.

‘내 상식이 잘못됐나? 뭐가 이렇게 많지?’

등급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개량 한복 무리 전부가........각성자였다.

아니 각성자인가?

마력이 아랫배에 뭉쳐있었다.

특이한 형태였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연구해본다고 해도 어떻게 연구한다는 건지.

저놈들이 순순히 알려줄 거 같지도 않고.

잡아다가 해부라도 해야 하나?

노인은 거의 우리 세계로 치면 C급 정도에 해당할 정도였다.

그리고 노인 뒤에 있는 댕기 머리 예쁜 여자와 곱상하게 생긴 젊은 남자.

그들도 노인네보다는 약간 부족했지만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지?”

그래도 내가 등장하자 여유가 있던 모습은 사라졌다.

만만한 여리여리한 여자들을 보다가 2미터가 넘는 시커먼 사내가 등장했으니 당연했다.

뒤에 아이들도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꼭 쥔 채 잔뜩 굳어있었다.

이정도 인간들이 들이닥쳤다.

그녀들은 어쩌면 그들과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불안해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진다는 상황에 대해선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마력 변환과 수니를 활용해 나는 아이들을 지킬 수단이 있었다.

그런데 왠지 날 보는 개량 한복 놈들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날 보는 꼬락서니가 내가 여자들에게 안전을 미끼로 몸을 요구하는 놈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덩치가 문제인지.

얼굴이 문제인지.

그렇게 악당처럼 보이나.

반면에 리더 노인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단순히 내 덩치 때문인가? 아니면 마력의 차이를 아는 건가?’

C급 정도 되니 마력 감지 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었다.

“......그대가. 이곳의 주인이오?”

노인이 눈치를 보다 결국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토지랑 건물은 내 것이 아니었지만 이 상황에서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것에 대해 별생각은 없었지만, 이제부터 주인 하면 된다.

“뭐…. 그렇지.”

“갑자기 들이닥쳐 실례했소. 본인은 천부문의 문주 백태산이라고 하오.”

노인은 나름 고풍스러운 말투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해왔다.

처음 위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말투 빼고는 정상적인 인간 같기는 했다.

“박운호다.”

내가 이름을 밝히자 정상적인 대화가 된다는 걸 안 건지 조금은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젊은 처자들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나?”

노인네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 줄 이유도 없었다.

이들은 불청객이다.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반말했지만 할배는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는 기색이었다.

내가 만만치 않아 보여서 그럴 수도 있고.

오히려 뒤에 놈들이 꿈틀꿈틀했다.

그때 뭔가를 본 노인네 뒤에 있던 댕기 머리 여자의 눈초리가 험악해진다.

(으득. 저런 작은 아이들까지!)

노인네 뒤에서 그녀가 조용히 이를 갈았지만 내 발달한 감각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창문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이쪽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꼬마들이 보인 모양이었다.

‘어이없군. 자기네들 때문에 그렇다는 걸 이해 못하는 건가?’

뭐…. 팍팍한 세상에 시커먼 사내놈이 여자만 잔뜩 데리고 있으니 이해 못할 건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쩝. 악당은 몰라도 로리콘 타이틀은 좀 그런데….’

“이곳의 시체들 처리도 그대가 했소?”

좀비 처리는 내가 한 건 아니지만 내가 그 고양이 놈들을 처리했으니 내가 한 거라고 치자.

“......맞아.”

“이 근처는 다른 곳과 다르게 움직이는 시체들이 없는 곳이오. 우리 가족이 생활하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래서 둘러보다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오.”

“그런가?”

“그렇소.”

그래서 뭐 나한테 어쩌라는 건지….

“.........”

“.........”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설마 내 허락받으려는 건가?’

노인네가 나름대로 예의가 있다면 있는 거겠지만.

아니 내가 강자라고 느껴서 그럴 수도 있다.

아까 아이들한테 대하는 것과는 판이하니.

어차피 이 넓은 땅을 다 내 땅이라고 하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일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 학교 관리 하나도 벅찼다.

“전체가 내 땅도 아니고. 이 학교만 건들지 않는다면 상관은 없어.”

“고맙소.”

그렇게 상종 못할 인간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면 혹시 모를 사태에 방파제 역할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래도 한동안 사냥은 접고 지아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저 집단의 성향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저 요상한 마력 상태도 궁금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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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의 주도하에 운호라는 사내와는 원만한 합의를 하고 헤어졌다.

백설화는 사내를 처음 봤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덩치는 둘째치고 왠지 모를 압박감을 사내에게서 느꼈다.

문인들이 문주의 명령 없이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뽑은 것도 그 때문이었을 거다.

사내의 뒤에 있던 여자들의 미모도 심상치 않았다.

그 특이해 보이는 옷 하며 보통이라면 그런 미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가 없었다.

일부러 고른 거 같은….

저건 틀림없이 그 덩치 큰 사내가 ‘수집’한 것이었다.

그리고 멀리 창문에서 숨어 보던 불안한 표정의 어린 여자아이 둘을 보았다.

도움을 갈구하던 그 눈빛이 기억이 났다.

백설화는 여기로 오던 중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사육’당하던 처참한 상태의 여자와 아이들을 구해 준 적이 있었다.

그 쓰레기 놈들은 처리했지만, 여자와 아이들은 정신이 정상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은 것 같았다.

백설화는 그 사내놈에게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조부님. 그 사내는….”

“그 사내와는 부딪치지 말아라.”

“예? 그놈은 전에 본 그 악마 놈들과 같이 여자들을 사육하는 놈일지도 모릅니다. 여자와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사매 말이 맞습니다. 사부님. 그 아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사형 천수호가 옆에서 거들어줬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안 된다.”

조부의 단호한 거부의 말이 돌아왔다.

“조부님!”

“사부님!”

“천부문주로서 명령이다!”

“큭..........어째서….”

“흑랑 놈에게서 느꼈던 압박을 그 사내에게서도 느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백설화와 천수호는 경악했다.

천부문은 흑랑 때문에 살고 있던 계룡산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

그 사내가 흑랑과 비견될 정도의 강자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인간이 그 정도 일리가….”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그가 강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흑랑과 다르게 그는 혼자일 뿐입니다.”

그가 강자라면 다수로 압박하면 된다.

백설화는 자신과 조부 그리고 사형과 함께 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대적한다면 제자의 상당수를 잃게 될 것이야. 나는......그 아이들보다 제자들이 더 소중하다.”

백설화는 조부의 단호한 거부에 자신도 모르게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참아라. 천부공의 진전이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졌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거다.”

조부의 생각은 변할 거 같지 않자 백설화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동안 아이들이 받을 고통은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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