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차원 균열.
현재 존재하는 균열 등급으로는 최고등급이다.
게이트에서야 A급 몬스터까지 튀어나왔지만,
미국 쪽 게이트에 S급 몬스터가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다.
뭐 최고등급의 균열이라고 해도 게이트 바깥은 안정화가 되어서 매뉴얼이 잘돼 있다.
처리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수니가 내비게이션에 통제구역을 표시해 줬다.
“멀어.”
히어로 몰로 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했다.
굳이 돌아갈 필요 없이 편한 길로 가기로 했다.
인적이 없는 적당한 골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어때?”
[주변에 주인님을 관측할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수니의 말을 듣고 픽업트럭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검은 마력이 온몸을 감싸며 매끈한 슈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 그 모습이 점차 투명해지며 사라졌다.
수니 말로는 내 마력 변환 스킬에 광학 기술과 마공학을 응용한 스텔스 기술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내 머리로는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이런 걸 보면 수니가 얼마나 발전했고 어떤 존재가 된 건지 감도 잡을 수가 없었다
내 다양한 마력 발현 기술들의 대부분은 수니를 통해 발현된다.
내가 하는 건 무식하게 무기 휘두르는 거밖에 없었다.
‘아니면 여자를 만질 때라던가.’
이런 복잡한 마력 활용 기술은 수니에게 교육받고 훈련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재능의 영역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굳이 수니가 있는데 머리 아프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C등급 균열이라….’
이 세계의 C등급은 상대해 본 적이 없다.
호기심이 일었다.
잠깐 들러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투명화를 유지한 채 건물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균열이 발생한 곳으로 이동했다.
알록달록 히어로 슈트를 입은 히어로들과 방송국 카메라.
8차선 도로 어느 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게 어디에 차원 균열이 터지는지 한눈에 봐도 알 거 같았다.
아직 균열이 터지지는 않은 듯 이미 8명의 히어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히어로 한 명은 B급.
나머지는 C급이었다.
히어로와 헌터의 차이는 초반 혼돈의 시절에는 구분이 없었지만.
현재는 간단하게 히어로는 게이트 바깥 몬스터와 빌런 처리.
헌터는 게이트 안쪽이라고 보면 된다.
[히어로 프렌즈 소속 B급 히어로 최동식입니다.]
“뭐? 우리 회사 소속이라고?”
[네. 주인님.]
히어로 프렌즈란 회사에 B급이 몇 명 없는 거로 알고 있었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B급 각성자도 꽤 귀한 존재였다.
최동식은 세련된 멋있는 기사 갑옷과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히어로도 인기가 있어야 잘 먹고 산다.
그래서 유니크하게 멋있게 보여야 하고 거기서 히어로 슈트의 역할이 중요했다.
“뭐야 왜 이렇게 예상 시간보다 늦게 열려?”
히어로들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대책본부 놈들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파티원끼리 포메이션 유지 잘해주세요.”
등급이 높은 최동식이 자연히 리더가 된 모양이었다.
최동식을 포함해 3명이 뭉쳐있는 걸 보니 한 파티.
그리고 5명이 한 파티인 모양이었다.
C등급 균열은 보통 한 마리에서 두 마리의 몬스터를 발생하자마자 뱉어낸다.
그래서 두 파티로 나눈 거 같았다.
슬슬 시간이 됐는지 공간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쩌엉!
처음은 허공에 생긴 검은 점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점이 팽창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검은 구체가 생성된다.
구멍 같기도 하고 구체 같기도 하고 저건 볼 때마다 묘했다.
‘생각보다…. 아니 너무 큰데?’
저런 큰 차원 균열은 처음 봤다.
그냥 봐도 10미터가 넘어 보였다.
“어?? 균열이 왜 이렇게 커?”
히어로들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서, 설마….”
“씨발! 일단 균열 보호막 깎아!”
최동식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듯 소리쳤다.
화려한 색깔의 원거리 마력 공격과 강화계들이 무기에 시퍼런 마력을 두르고 뛰어들었다.
그 거대한 균열에 공격을 퍼붓지만, 고등급 차원 균열이다.
당연히 보호막이 깨지지는 않았다.
원래는 처음 나오는 몬스터를 여유 있게 잡고 균열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튀어나오기 전에 균열 보호막에 미리 데미지를 주려는 거 같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느낀 듯한 B급 히어로 최동식의 판단이었다.
그 안에서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튀어나왔다.
“티, 티라노?”
형태는 티라노 공룡 얼추 비슷하게 생겼는데 훨씬 흉악하게 생겼다.
“미친! 어떻게 저게 C급이야! 시발! 대책본부 새끼들!”
체고로만 9m, 10m는 돼 보이는 게 그냥 덩치만 봐도 B급.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B등급 차원 균열이 열린 타이틀을 획득한 게 아닐까?
번들거리는 검붉은 피부.
두툼한 꼬리와 굵은 두 개의 다리.
꽃봉오리처럼 여러 개로 갈라진 입.
그리고 그 입 틈새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
저 괴물의 특이한 점은 눈이 없었다.
-크어엉!
거대한 공룡 괴물이 고개를 쳐들고 포효한다.
-와장창!
그 괴성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주변 건물의 유리창이 터져나갔다.
“꺄아악!”
촬영을 위해 대기하던 일반인들이 귀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히어로들도 그 포효에 귀를 막고 비틀거렸다.
마력에 의한 음파 공격에 가까웠다.
“씨발. 빨리 지원 요청해! 아니 A급 불러!!! 나 혼자로는 안 된다고! 일단 강화계는 물러서고 원거리는 최대한 멀리서 공격해!”
최동식이 검에 시퍼런 마력을 두르고 달려들며 소리쳤다.
그 괴물이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강화계들은 간신히 피했지만, 뒤에 있던 화염계 각성자 하나가 꼬리를 맞고 터져나갔다.
-푸확!
피안개가 피어났다.
‘쯧. 균열 대책본부 놈들 때문에 아까운 각성자가 죽어 나가네.’
저 정도면 뭔가 이상이 있었을 텐데….
당연히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B등급 균열일 거란 생각은 안 하고 그냥 C등급으로 판단해 버린 거 같았다.
C급 히어로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놈이었다.
일단은 지금은 한 놈이지만 균열은 몬스터를 뱉어낸다.
하나 더 튀어나온다면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빨리 처리하고 균열을 처리해야 했다.
A급이 얼마나 빨리 올지 모르겠지만.
‘안 올 수도 있고.’
한국의 정점에 선 A급 그놈들은 엉덩이가 무거웠다.
일단 한국에 4명밖에 없는 게 크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세력이 있다.
그놈들이 올 때쯤이면 균열이 저놈들을 몇 마리를 뱉어낼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한 놈일 때 처리 못하면 이 근방이 초토화가 될 거다.
그래도 우리 집까지는 거리가 있어 괜찮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우리나라 인간들이 그 정도로 무능할까?
“.........”
할 거 같기도 하고….
무려 B등급이다.
저게 쏟아져 나온다면….
사람 일은 모른다.
집엔 재은이밖에 챙길 게 없긴 했다.
송도 게이트가 안정화가 되면서 집값도 많이 올랐는데….
B급 히어로 최동식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열심히 탱킹을 하고 있기는 하다.
냉정하게 보면 그냥 버티는 수준이었다.
C급 둘이서 화염과 전격으로 열심히 공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로 타격을 못 주고 있었다.
덩치가 큰 거치고는 상당히 민첩했다.
놈은 눈이 없는 거 같은데 마치 보이는 거처럼 최동식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쿵.
그 큰 동체가 최동식에게 몸통 박치기를 했다
그건 마치 거대한 건물이 가로로 밀고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공룡 주제에 철산고라니.
그 범위가 엄청나 최동식도 꼼짝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쾅!
“크악!”
최동식이 그 몸통 박치기를 맞고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맞는 순간 방패로 막은듯했으니 죽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그 꽃봉오리 같은 갈라진 입에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시, 시발! 뭐야!”
당황한 히어로 하나가 소리쳐다.
-콰아아!
최동식이 처박힌 건물을 향해 브레스를 발사했다.
그 경로에 있던 히어로 하나가 삭제됐다.
-콰앙!
최동식이 박살을 내고 들어간 건물이 폭삭 주저앉았다.
‘어처구니없군. 브레스까지, 쓰다니.’
죽었나?
“쿨럭. 쿨럭.”
그 먼지 속에서 비틀거리며 최동식이 걸어 나왔다.
브레스를 맞은 건지 안 맞은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B급이라 그런지 생명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만신창이였다.
비틀거리는 게 눈이 좀 풀려있었고 입에서는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 이상 시간 끌면 위험할 거 같았다.
B급이면 회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인간일 거다.
그래도 나름 받아먹은 게 많아서 그런지 한나 대표 걱정도 할 줄 알게 됐다.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저놈을 사냥하려는 건 아니고….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밑에 있는 히어로들에게는 재앙이었지만.
내게는 지금처럼 괜찮은 상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상대해 볼 수 있을지 모르고.
잘 안 풀렸을 때 도망가더라도 부담이 없기도 했다.
[EMP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수니가 물어왔다.
투명화를 했다고 해도 EMP를 쓰면 더욱 확실하게 정체를 숨길 수 있다.
전자기기를 마비시키면 남아있는 건 사람들의 증언밖에 없을 테니.
하지만 마력을 꽤 잡아먹는 기술이기도 했다.
반경을 늘릴수록 마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저놈 때려잡고 여유가 있으면 하자.”
[알겠습니다.]
자신은 있었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사소한 것 때문에 잡고 나서 마력이 모자라 투명화가 벗겨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거대 해머 묠니르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마력을 둘렀다.
투명화까지 운용하려니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많긴 했다.
그대로 입 갈라진 괴물 공룡을 향해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