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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빠 이거 봐요.”
지아는 여성 의류 매장을 발견하자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그리고 그곳으로 급히 달려가 이것저것 옷을 만져본다.
“오빠~ 이거 하나 가져가면 안 될까요?”
눈치를 보며 애원하는 눈동자로 니트 티와 무릎까지 올법한 치마를 들고 내게 왔다.
“네가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 능력을 사용하면 꽤 가져갈 수 있을 거야.”
지아의 능력 숙련도도 올릴 겸 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허락했다.
“저, 정말요? 보급품은요?”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건 내가 가져가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그럼 화, 화장품도 가져가도 돼요?”
지아의 눈이 왠지 모르게 번들거렸다.
“.......뭐 능력이 되면 뭐든 가져가는 거지.”
이때는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나는 사람이 절실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지아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자기 몸의 세배는 되는 짐을 들고 귀환한 지아를 보고 채원이 경악했다.
“어, 언니....이게….”
능력의 과도하게 써 그 힘든 와중에서도 지아는 힘든 기색 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후로 지아의 훈련 목적으로 이틀 정도 쇼핑몰을 다니며 그녀에게 좀비를 사냥하게 했다.
갈 때마다 한 번씩 기분 좋게 쥐어짜이고….
지아가 자기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염력으로 한 보따리씩 짐을 가지고 오는 건 덤이었다.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지아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좀비 잡을 필요도 없이 그냥 쇼핑몰에 던져만 놔도 되지 않을까?’
이를 악물고 가져오는 물건들이 쌓이자 결국 교실 하나를 더 치우고 지아 전용 룸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쇼핑몰에 왔다 갔다 하면서 냉장고나 가구 등을 가져다 설치하니 다소 삭막했던 생활 공간이 그럴듯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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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
지아는 심호흡하며 잔뜩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쿵. 쿵.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반 좀비와 비교도 되지 않는 큰 거대한 좀비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급 좀비 침식체였다.
“흐압!”
지아를 향해 다가오던 거대 좀비가 그녀가 손을 뻗자 움직임이 덜컥 멈췄다.
“교관님! 됐어요!”
거대한 좀비가 염력의 힘으로 멈추자 그녀가 흥분한 듯 소리쳤다.
“그럼 머리를 노려봐.”
“넵! 교관님! 후아아앗!”
지아는 땀을 삐질 흘리며 나름 힘을 쓰는 듯했지만, 침식체의 머리에 큰 변화는 없었다.
“아, 안되는데요?”
그녀는 당황한 듯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은 예상했다.
지금 마력으로 하급 침식체를 처리하는 게 욕심이었다.
속박만으로도 상당한 성과였다.
각성자 한 명만 더 있으면 하급 침식체 한 마리 정도는 문제없이 처리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속박만 유지해.”
“넵!”
지아는 그 후로도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유지 시켰다.
쇼핑의 성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슬슬 지아가 지속된 염력으로 지친 거 같아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멈춰있는 좀비 침식체의 머리를 부쉈다.
“잘했어.”
“헥. 헥. 헤헤....교관님~”
내 칭찬에 지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겨 왔다.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이지아 훈련생 졸업이다.”
“예? 졸업이요?”
지아는 기뻐하기보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저 운호 팀에 들어가는 거 아녔어요?”
“......아닌데….”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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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도 어느 정도 능력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졌겠다.
한층 마음 편하게 거점을 중심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며칠 동안 침식체 사냥을 지속했다.
그 결과 인벤토리를 하나 더 올려 스킬 레벨이 3레벨이 됐다.
이대로 침식체를 조금만 더 잡으면 마력 변환 스킬도 올릴 수 있어 보였다.
[하급 침식체를 발견했습니다.]
수니가 보고와 함께 내 눈앞에 방향과 거리를 표시했다.
은근히 집중력이 필요한 감지는 전적으로 수니에게 맡기고 있었다.
건물 옥상을 밟으며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좀비들에게 쫓기는 여자 하나를 발견했다.
포니테일을 한 여자였다.
그리고 탄탄한 몸매가 드러나는 달라붙는 스포츠웨어를 입고 있었다.
“하악! 하악! 씨발~! “
그녀는 거칠게 욕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3m 정도 되는 커다란 하급 좀비 침식체 하나.
그리고 일반 좀비 무리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
굉장한 상거지 꼴에 누가 봐도 상황이 안 좋아 보였다.
그대로 건물 위에서 침식체 좀비를 향해 뛰어내렸다.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 마력을 두르고 그대로 침식체 좀비를 세로로 나눠줬다.
-스각! .....쿵!
두 동강이 난 좀비가 양옆으로 쓰러졌다.
-크아아~
그 뒤로 조무래기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평소라면 혹시 모를 좀비 놈들의 진화를 생각해 이대로 두고 떠났을 테지만….
뒤에 지쳐있는 포니테일 여자를 생각해서 친절을 베풀기로 했다.
대검에 마력을 씌우고 물질화를 사용해 대검의 크기를 한층 키웠다.
안 그래도 큰 대검이 터무니없이 커졌다.
그리고 대검을 옆으로 눕혀 한 바퀴 돌렸다.
-푸화악!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한꺼번에 상하체로 분리돼 쓸려나갔다.
-후두둑.
-크에엑!
위아래로 분리를 해놨더니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도 두 팔로 몸을 이끌고 내게 다가오는 좀비가 보였다.
‘저거도 놔두면 침식체로 진화하려나?’
그런 사소한 의문을 가지면서 그 머리를 밟아 버렸다.
-퍼석!
“미친!”
여자는 경악하며 긴장된 눈빛으로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꺼먼 옷을 입고 있는 덩치가 큰 수상한 놈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이해는 했다.
‘각성자?’
마력 감지를 사용해 보니 그녀는 강화계 각성자로 보였다.
“헉! 가, 감사합니다….”
말은 감사하다고 하지만 뻣뻣한 게 긴장해 보였다.
그리고 상당히 경계하는 것도 같았다.
경계하는 인간과 굳이 억지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사실 할 이야기도 없었다.
‘각성자이기도 하니 제 한 몸 간수는 잘하겠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자, 잠깐!”
그녀가 나를 불러세웠다.
“.......?”
그녀를 보니 꾀죄죄한 얼굴로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먹을 거라도 달라는 건가?’
하긴 상태를 보니 이해는 했다.
그 정도 친절은 베풀 수 있었다.
‘배달 음식은 좀 그렇고 통조림이면 되려나?’
“혹시 예쁜 여자애 본 적 있어......요?”
“.....?”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뜬금없이 황당한 말을 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 아닌 건가….’
“아. 아니야! 그런 게….”
내 눈빛을 읽은 건지 그녀는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걔가 진짜 이쁘거든? 머리카락은 이 정도에...... 검은색 폴라 원피스 입고 있었으니 봤으면 기억을 못 할 수가 없는 여자애야….”
여자는 횡설수설 내게 열심히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무슨 사이지?”
“아는 동생이야…. 약탈자 놈들에게 잡혀간 거 같은데…. 후.....찾고있어.”
그녀의 얼굴엔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다.
지아와 아는 사이 같았다.
“이름이 뭐지?”
“한수지......요.”
‘지아한테 물어봐. 아는 사람인지.’
수니에게 시켜 거점에 연락했다.
[지아씨가 전에 있던 생존자그룹에서 같이 있던 사람 같습니다.]
지아를 찾는다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사이가 나쁘진 않은 관계 같았고….
쓸데없이 고민할 필요 없이 데려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다.
“.........따라와.”
“어? 어? 아저씨. 그 여자애 보, 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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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수지를 데리고 거점으로 돌아가자 지아가 상당히 기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수지 언니!”
“지, 지아?”
반가운 기색으로 수지를 향해 뛰어가 끌어안으려던 지아가 멈칫했다.
그 이유는 알만했다.
수지 그녀는 지금 상당히.....아니 지독하게 지저분했다.
지아의 태도를 봐서 수지의 말은 거짓은 아니었던 거 같았다.
“지아야. 무사했구나….”
“언니….”
지아가 수지와 거리를 두고 눈물을 글썽였다.
“훌쩍. 언니는 좀......고생을 많이 했나 보네요.”
“뭐…. 그렇지.”
수지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머! 어떻게 해. 언니 피부 다 상했잖아요.”
상했다기보다 더러워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풋, 넌 여전하구나….”
수지도 그런 지아를 보고 안도한 듯한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언니 냄새가….”
지아가 장난스레 코를 막았다.
“야!”
지아의 말에 수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유난히 깔끔한 아이들의 모습과 대비돼 은근히 신경 쓰일 만 했는데 지아의 말은 치명타였다.
특히 지아는 깔끔하게 청바지와 흰 티만을 입고 있을 뿐인데도 상거지 꼴인 수지와 유난히 비교돼 빛이 나는 듯했다.
“언니~ 일단 씻어요~”
“씨, 씻는다고?”
지아가 수지의 손을 잡고 끌고 갔다.
수영장에 있는 샤워실로 가는 모양이었다.
잘하는 일이었다.
지저분한 것도 지저분한 거지만 냄새가 견디기 힘들었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침식체 몇 마리 더 잡고 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