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중간한 상점 스킬보다 슈트 스킬이 변화하며 생긴 마력 변환에 좀 더 관심이 있었다.
이건 상당히 재미있는 스킬이었다.
단순한 마력 발현뿐만이 아니라 물질화도 가능했다.
검은 갑옷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마력에 의지를 부여했다.
그러자 그 검은 마력이 내 의지에 따라 몸을 감싸며 심플하고 멋진 내 취향의 검은 갑옷이 만들어졌다.
미래에 강화 아머 슈트 같은 걸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마력을 쏟아부은 만큼의 방어력은 보장할만했지만, 전처럼 얇은 슈트로 쓰는 게 마력 효율은 높았다.
그 형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집중력도 필요했다.
물론, 이건 전의 슈트 스킬처럼 내가 신경 쓸 거 없이 수니를 이용해 형태를 유지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런 물질화는 멋을 위한 마력 낭비이긴 했다.
그래도 상상 속의 무언가를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건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이 마력 변환 스킬을 2레벨로 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마력 간섭이라는 기술도 궁금해졌다.
<마력 변환 Lv 2: 마력 간섭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력 간섭이라….’
스킬을 올려 확인해볼까?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서 스킬 포인트도 하나밖에 안 들어간다.
궁금은 하지만 일단은 스킬을 올리고 싶은 그 욕구를 좀 누르고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냉정하게 보면 지금 급한 건 인벤토리 스킬이다.
아직 시간은 많았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오래간만에 돌아와 좀 쉬려 했는데 못 참고 또 이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능력이 발전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 능력은 누가 봐도 탐낼만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마력 검사를 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능력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은 했다.
그러면서 나름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유니크한 능력이 있고 그걸 힘없는 놈이 가졌을 땐 말할 것도 없이 주변에 휘둘리기가 쉽다.
‘휘둘리기 싫다면?’
그건 간단하다.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힘이 있으면 된다.
그 정도 힘을 얻기 전까지는 조금은 열심히 할 필요도 있었다.
그 기준을 지금 육체 강화의 다음 레벨 정도로 보고 있었다.
다음 강화 정도면 거의 이 세계에서의 S급에 근접하지 않을까 싶었다.
육체 강화 다음 스킬 레벨까지 필요한 포인트는 8
슬슬 부담되는 포인트였다.
하급 침식체만 따지면 레벨업을 고려한다고 해도 육체 강화 스킬 레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 최소 70마리를 처리해야 한다.
다른 스킬 레벨까지 올릴 걸 생각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침식체를 처리해야 할까.
뭐 이건 지금 고민해봐야 의미도 없는 일이다.
배부른 고민이기도 했다.
좋게 생각하면 차근차근 시간을 들인다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했다.
나름 건설적인 생각을 하며 나른하게 소파에 누워 있으니 배가 출출해졌다.
배달시켜 먹을까 했지만, 좀비 세계에서 인벤토리에 쟁여둔 배달 음식은 먹을 만큼 많이 먹었다.
단골집 순대국밥이 땡겼다.
예전 게이트 심마니 시절 생각나면 들르던 깔끔한 단골집이었다.
엄청난 맛집이란 느낌은 아니지만 깔끔한 반찬과 맛이 기본은 하는 집이었다.
그 순댓국밥집은 배달은 하지 않으니 외출해야 했다.
나가기 귀찮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한번 땡기자 참을 수가 없었다.
‘가는 김에 몇 개 포장해서 인벤토리에 넣어야겠군.’
옷을 대충 걸치고 순댓국밥집으로 향했다.
차를 몰기에도 애매한 거리였으니 그냥 걸었다.
바깥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고 가로등과 가게의 환한 간판들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좀비 세계에서 한동안 있다 와서 그런지 그것도 나름 색다른 풍취가 느껴졌다.
어울리지 않는 감상을 하며 걷던 길거리의 평화를 깨는 사나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 년아! 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
“개새꺄! 그래도 안 간다고!!”
사나운 목소리에 지지 않을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싸움인가?
“이 개 같은 년이 보자 보자 하니까.”
-쫙!!!
“아악!! 이 시발 놈아! 왜 때려!!”
덩치 두 놈과 껄렁하게 생긴 건달 한 놈이 여자와 싸우고? 있었다.
엄밀히 여자와 싸우는 쪽은 껄렁한 양아치 건달 놈이었다.
게이트 때문에 그 옛날과 같은 좋은 치안은 아니었고 그런 틈을 타 저런 놈들이 많아지긴 했다.
“시발! 뭘 봐 안 꺼져?”
“쓸데없는 생각 말고 갈 길이나 가라.”
덩치 두 놈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쓰며 윽박지르고 쫓아내고 있었다.
여자 쪽은 머리가 엉망이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착 달라붙은 미니스커트 위로 보이는 몸매는 상당히 좋아 보였다.
입은 거칠었지만, 저놈들에게도 지지 않고 대드는 게 대단해 보이긴 했다.
‘서로 아는 사이 같고.’
다투고는 있는 거 같은데.....어떤 사이인 건지 잘 모르겠다.
“좆같은 년이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엉?!”
여자의 계속되는 반항에 껄렁한 놈이 여자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고 끌고 가고 있었다.
“아악!!! 시발! 안 놔?”
여자는 납량특집에 나올듯한 처녀 귀신같은 몰골이었다.
그 산발해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 있는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눈빛이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분노와 절망, 허무 그리고 절박함......
그냥 내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다.
내가 관심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나를 보고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눈빛은 엄청나게 도와달라는 눈빛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듯하지만 입을 열진 않는다.
특이한 여자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꿎은 사람이 말려들지 않길 원하는 건가?
그 모습을 보고 고민하고 있으니….
“씨발! 뭘 봐 뒤지고 싶어? 덩치 믿고 까불지 말고 조용히 갈 길 가라.”
하지만 양아치 건달 놈이 그 고민을 조금 덜어줬다.
그래도 한번 물어는 봐야 했다.
괜히 조졌다가 괜한 치정 싸움에 끼어들면 나만 개 같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세상에 워낙 이상한 놈들이 많아야 말이지.
“어때. 도와줄까?”
“도와주긴 뭘 도와줘 이 새끼야.”
덩치 두 놈이 다가온다.
“.....네...”
내 능력이 아니면 듣기 힘들 정도로 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덩치 믿고 설치다가 훅 가지 말고 신경 끄지?”
껄렁한 건달 놈이 그러면서 슬쩍 숨겨둔 칼을 보여준다.
나도 내 커다란 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자 머리카락을 잡은 양아치 건달 놈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어?”
양아치는 그 순간에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었다.
손아귀에 아주 조금 힘을 줬다.
“크아아아!!!”
그리고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놈의 팔을 조심히 툭 쳤다.
-우득.
“커. 컥.”
양아치 놈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며 움켜쥐고 있던 여자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그걸 보고 놈의 머리통을 잡고 그대로 집어던졌다.
-꽈당!
“크아악!!”
놈은 고통스러운지 부러진 팔을 움켜쥐고 구르고 있었다.
“아악!! 씨. 씨발!!! 뭐해 조져!!”
땅을 뒹굴던 건달 놈이 윽박지르자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벙하게 있던 두 놈이 달려들었다.
먼저 앞에 달려오는 놈의 다리를 로우킥으로 살짝 차줬다.
-뿌득.
“으헉!”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덩치 놈은 그대로 붕 떠서 반 바퀴 돌더니 바닥에 처박혔다.
-쿵.
‘너무 셌나?”
그 뒤에 오는 놈은 더 가볍게 잽으로 턱을 건드려 줬다.
-툭.
놈이 턱을 맞는 순간 눈이 흰자위를 보이며 위로 돌아가더니 정신을 잃은 듯 그대로 꼬꾸라졌다.
“아악! 시발!! 그만! 그만해...나 팔 부러진 거 같아!!”
두 놈을 처리하고 보니 머리가 귀신같이 산발한 여자가 어느샌가 하이힐로 양아치 건달 놈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퍽. 퍽.
“씨발! 개새끼. 뒤져버려!!”
“아악..제. 제발!!”
건달 놈은 최대한 팔과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씨발! 좆같은 새끼. 후욱. 후욱.”
하이힐로 건달 놈을 두들기다 힘들었는지 여자는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같은 모습으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양아치놈을 연신 발로 걷어찬다.
-퍽. 퍽. 퍽.
“개새끼! 시발 놈! 좆같은 놈!”
바닥을 구르는 양아치놈을 험한 말을 하며 신나게 두들겨 패는 그녀를 보고 나는 터덜터덜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동안 걸으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같이 가!”
고개를 돌리니 웬 여자가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조금 익숙한 모습이었다.
“......?”
대충 보니 내가 조금 전에 도와준 여자 같았다.
“감사합니다.”
“어. 그래.”
감사 인사하려고 쫓아온 건가?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예의가 바른 처자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음에 바로 깨졌다.
“아저씨 혹시 어디가?”
여자는 뜬금없이 물어왔다.
‘얘한테 그런 거까지 말해줘야 하나?’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봤다.
아까 귀신 같을 땐 몰랐는데 그새 나름 정돈된 모습을 보니 가슴까지 오는 생머리에 하얀 피부의 괜찮은 미인이었다.
아까 양아치 건달 놈에게 맞은 그녀의 볼이 벌게져 있는 것도 보였다.
“밥 먹으러 간다.”
“아저씨.....나 배고파서 그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