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37화 (37/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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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는 거의 각성한 거로 보였다.

내가 머리를 터트린 화염계 각성자와 마력의 흐름과 분포가 거의 흡사했다.

“흠….”

내가 지아를 보며 뭔가 고민을 하는 듯이 보이자 옆에 누워 내 가슴을 쓰다듬던 그녀가 물어왔다.

“왜, 왜요?”

“별다른 느낌 없나?”

“네? 아, 아뇨. 아직 소식은.”

지아의 얼굴에 옅게 홍조가 떠올랐다.

뭔가 오해를 하는 거 같았다.

그녀의 오해에 나도 모르게 볼을 긁적였다.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연계 각성 같기는 한데 어떻게 처음 능력을 발현시키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각성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깨닫기도 하지만 모르는 경우가 꽤 있는 거로 안다.

강화계야 육체에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지만, 자연계는 자신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들지언정 각성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번은 무료 검사를 시행한 이유기도 하고.

‘원래 세계로 가서 알아봐야 할 일이 하나더 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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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고양이 놈의 구역이었던 한 중학교에서 수니가 이야기한 비슷한 걸 찾아냈다.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중학교였다.

예상보다 빠르게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중급 괴물 놈의 구역이었기도 해서 좀비들도 없으니 아이들이 지내기에 괜찮은 환경이었다.

“이걸 찾으신 거예요? 이게 뭐죠?”

지아가 내가 찾은 관정을 보고 궁금한 듯 물어왔다.

“관정이라는 거 같은데?”

수니의 말대로 정말 콘크리트로 만든 우물처럼 생겼다.

“이걸 왜 찾은 거죠?”

“어쩌면 물을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무. 물이요? 어머, 저 샤워도 할 수가 있는 건가요?”

지아의 얼굴이 밝아지며 좋아했다.

“뭐 성공한다면 그렇겠지.”

“그런데 전기가 없으면 안 되는 거 같은데요.”

채원이 말하지 않아도 전선이나 스위치가 있는 걸 봐서는 전기가 필요하긴 한 거 같았다.

원래 세계로 가서 마력 발전기라도 가져와서 돌리면 되지 않을까?

마력 발전기는 마석으로 전기를 생성한다.

마석이야 침식체 놈들 때려잡으면 될 테니 전기는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문제는 전기를 가져온다고 해서 이것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그거는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예? 알아봐요?”

아이들이 의문에 싸인 표정으로 내 말에 갸우뚱했다.

세이브 포인트 설치는 24시간이 걸린다.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일이 안 풀려도 최소 내일 아니 모래까지는 여기서 있어야 할 거 같았다.

그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낼 장소가 필요했다.

일단 2층 교실 하나를 정리해 쉴 곳을 만들고 고양이 침식체 놈들 때문에 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복도 쪽도 적당히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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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옥상은 예쁘게 꽤 잘돼있었다.

‘요즘 학교는 옥상에 정원도 만드나?’

내가 학교 다닐 때 출입 금지였던 옥상과는 달랐다.

높은 펜스를 치고 만든 녹색정원은 꽤 보기 좋았다.

‘수영장도 있는 거 같았는데.’

만든 지 얼마 안 된 건물인지 학교 시설이 좋았다.

<기존의 세이브 포인트를 제거하고 세이브 포인트를 설치하시겠습니까?>

“그래. 설치해.”

<세이브 포인트 설치를 시작합니다.>

-지잉.

주변의 마력이 빨려 들어가며 이제는 익숙하고 희미한 직사각형의 문이 만들어진다.

“흠….”

고양이 침식체의 경우도 있었으니 다른 곳에 설치할까도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먼 곳에 설치하자니 또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반대의 경우가 있을 수도 있었다.

갑자기 터무니없이 강력한 적이 이곳을 습격해 온다던가….

그 경우엔 또 애들을 두고 세이브 포인트를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결국 내가 편한 쪽에 설치하기로 했다.

‘로그인 스킬을 하나 더 올려?’

중급을 잡고 얻는 스킬포인트가 하나 있기는 했다.

그러면 세이브 포인트가 하나 늘어난다.

하지만 로그아웃의 페널티가 풀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로그아웃의 쿨타임이 이 세이브 포인트와 관련이 없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급한 상황에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스킬포인트 하나하나가 아까우니 이런 고민도 하는군.’

역시 침식체 사냥을 해서 스킬포인트를 버는 게 답이었다.

다음날 세이브 포인트가 완성되자 확인해 볼 것도 있어 지아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무, 무슨 일일까요?”

지아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 모습에 나도 동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참을 때였다.

“뭔가 보여?”

“음…. 옥상에 정원이라니...예쁘네요. 그래도 손 좀 봐야 할 거 같은데요. 한동안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손질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세이브 포인트는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머? 예? 뭐, 뭐에요?”

지아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내 행동에 여전히 의문 어린 표정이었다.

그녀의 손을 끌어 세이브 포인트에 갔다 댔다.

“..........에?”

지아 입장에서는 내 기이한 행동이 이상할 법했다.

“..........”

별 반응이 없었다.

역시 나만 볼 수 있고 나만 이용할 수가 있는 거 같았다.

이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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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을 하자 익숙한 거실의 풍경이 보였다.

“돌아왔군.”

그래도 내 집이라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가서 꽤 오랜 시간 있었지만 여기서야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다.

창밖에 붉게 물든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오래간만에 시원한 샤워를 하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 늘어졌다.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가 기분 좋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늘어져 멍하니 있다가 문득 새로 생긴 스킬이 생각났다.

“상점 오픈.”

내가 5레벨이 되면서 개방된 스킬이다.

<차원 상점.>

좀비 세계에 있을 때 잠깐 살펴보긴 했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애매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스킬 레벨이 안 보이는 걸 보니 성장의 여지도 없어 보였다.

<접속한 세계의 물건을 판매합니다.>

상품 자체는 좀비 지구에 있을법한 거의 모든 물품을 팔았다.

자동차부터 소소한 볼펜까지 심지어 핵폭탄도 있었다.

상점 코인은 경험치나 마석으로 전환할 수가 있었다.

‘경험치로 코인을 전환한다고 하면 레벨 하락까지 되려나?’

굳이 경험치를 전환할 생각은 없었지만, 상식적으로 레벨링 구간의 쌓아놓은 경험치를 말하지 않나 싶었다.

문제는 상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거다.

단 10코인이 F급 마석 하나와 가치가 비슷했다.

단적으로 짜장면 하나가 상점 화폐 1코인.

F급 마석은 시세가 100만 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한마디로 거의 10만 원쯤 하는 짜장면이라는 거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먹어 보진 않았다.

마석은 내게도 귀중하다.

짜장면 하나 맛 좀 보자고 귀중한 코인을 태워 먹을 순 없었다.

1코인이 최소단위라서 그럴 수도 있었다.

좀비 지구에 있는 물건들은 원래 세계에도 돈을 주고 구할 수가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냥 돈을 주고 사는 게 차원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는 쌌다.

“판테라를 먼저 갈 걸 그랬나?”

그랬다면 꽤 쓸만한 물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쓸만한 건 하나 있었다.

<언어 팩: 해당 언어를 습득합니다.>

지구에 있는 거의 모든 언어가 있는듯했다.

내가 처음 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언어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한 언어당 500코인.

이건 꽤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대충 D급 마석 5개 정도를 상점 화폐로 전환하면 500코인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고양이 놈들을 때려잡으면 얻은 마석이 꽤 있었다.

<마석을 흡수해 상점 코인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5개의 D급 마석이 흡수되며 코인으로 전환됐다.

<570코인.>

마석의 질이 괜찮았는지 예상보다 조금 많게 얻었다.

시험 삼아 그래도 가장 범용성이 좋은 영어를 구매해봤다.

신비한 문양이 있는 카드가 하나 튀어나왔다.

<영어 언어 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해.”

카드가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며 그 입자들이 내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의 영화채널을 틀어봤다.

“이건…. 대단한데.”

카드 쪼가리 하나로 언어 마스터.

다른 사람에게도 줄 수 있으려나?

만약에 줄 수 있다면 이건 장사가 될법했다.

하지만 이득이 될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한 가격이긴 했다.

‘돈 좀 있는 인간들한테는 먹힐 듯도 싶은데….’

이거 팔 시간에 침식체 한 마리라도 더 잡는 게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신기한 아이템이 당연히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귀찮음과 돈벌이를 저울에 올려본다.

잘 모르겠군.

지금 돈이 절실한 거도 아니고.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 외의 물건은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고 싶으면 그냥 돈을 주고 사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살 수 없는 물건.

예를 들면 핵폭탄이라거나 민간인이 살 수 없는 그런 물품을 마석을 쏟아부어서라도 살 수 있다는 건 매리트 아닌 매리트였다.

하지만 거기에 쏟아부을 마석이면 레벨을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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