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34화 (3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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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빠 다. 다시 돌아오실 거죠?”

탐색 나갈 채비를 하는 나를 본 지아는 왠지 불안해 보였다.

나를 보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내가 이대로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나?’

자신들이 나에게 짐이 된다는 걸 나와 동행하면서 알고 있을 테니 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해는 했다.

하지만 손절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진작에 버렸을 거다.

“그래. 도망 안 가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조금은 안심한 듯 그녀의 불안한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나도 별일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 아이들만 놓고 간다는 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걸 일일이 신경을 쓰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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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호가 나가자 지아는 이상할 정도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채원은 자기도 조금은 불안하긴 했지만, 운호가 혼자 떠날 사람으로는 보이진 않았다.

운호의 빈자리를 채원 역시 크게 느꼈다.

동생과 다니며 언제나 느끼던 불안과 생존에 대한 압박을 그와 함께하면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생존자 캠프에 있을 때도 느끼지 못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행의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

“지아 언니. 돌아다니지 말고 자리에 좀 앉아요.”

“어? 어. 응. 미안.”

의지할 사람이 운호밖에 없으니 지아의 저런 행동도 이해할 만은 했다.

그녀가 운호와 잠자리를 갖는 것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전에 있던 생존자 캠프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캠프에서 중요한 요직에 잇는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건 편안한 생활과 안전을 보장해준다.

그걸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다.

생존을 위해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다는 게 예전처럼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망한 세상.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운호 같은 터무니없는 능력을 갖췄다면 말할 것도 없다.

전에 있던 생존자 캠프에서 채원 자신도 그런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그 상대가 로리콘이라는 걸 몰랐을 뿐.

그래도 이 막장인 세상에서 운호는 나름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운호가 자기 몸을 요구했어도 채원은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거부할 생각도 없었다.

그걸 각오한 동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운호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듯했지만, 잠자리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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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에서 나와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지면을 박차자 몸이 떠오른다.

가볍게 3층 높이의 건물 위로 올라섰다.

육체 강화를 한 후로 이 정도 높이는 아무렇게 않게 올라올 수 있게 됐다.

아파트 외의 상가 건물들은 그렇게 높진 않았다.

그 건물들의 옥상을 밟고 빠르게 이동했다.

감지되는 하급 침식체는 움직이는 동선에 가까운 건 잡고 멀리 있는 건 표시만 해두고 빠르게 이동했다.

침식체를 사냥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좀비도 될 수 있으면 잡지 않는 게 낫겠군.’

전에 좀비에서 하급 침식체로 진화하는 걸 봤다.

나중에 언젠가 소중한 경험치…. 아니 침식체가 될지 몰랐다.

학교를 찾는 건 어렵지도 쉽지도 않았다.

지도가 없으니 조금은 돌아다녀야 했고 그래도 표지판을 발견하면 찾기는 쉬웠다.

두 개의 학교를 탐색하고 세 번째 학교를 찾을 때였다.

‘이상해….’

어느 순간 거리가 지나치게 깔끔했다.

아니 깔끔하다기보다 좀비가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이럴 수가 있나?’

그러다 침식체를 하나 발견했다.

‘고양이?’

황소 크기만 한 고양이였던 걸로 추정되는 흉측한 괴물 한 마리가 여유롭게 도로를 누비고 있었다.

[하급 침식체입니다.]

멀리 있는 거도 아니고 그걸 본 이상 참을 순 없었다.

그대로 옥상에서 뛰어 그 괴물 고양이를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쿵.

‘피해?’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괴물 고양이는 그걸 피했다.

고양이에서 변형된 몬스터라 그런지 반사신경이 남달라 보였다.

-캬악!

화가 났는지 고양이 괴물 놈은 내게 하악질을 했다.

덩치가 크니 무슨 뒤틀린 호랑이같이 보이기도 했다.

지면을 박차고 순식간에 접근해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빠르게 쏘아냈다.

하지만 어찌 된 반사신경인지 그것조차 인식한 듯 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봐야 하급이다.

꼴에 고양이였다고 민첩하다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전력을 쏟아 넣은 일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퍽!

순식간에 괴물 고양이의 머리뼈가 꿰뚫렸다.

<하급 침식체 처치: 3 / 10>

개 침식체들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게 남달랐다.

고양이라 재빠른 건가?

그렇게 나름의 추론을 하고서는 다시 3번째 학교를 찾아 나섰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데 왜 이렇게 좀비가 없어?’

[주인님. 침식체입니다.]

‘침식체?’

[너무 많습니다. 화면으로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멀리서 주변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빨간 점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포위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좆된거 같은데….’

이 세계를 너무 얕잡아봤나?

[C등급입니다.]

‘중급?!’

C등급이면 중급 침식체로 예상할 수가 있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중급 침식체였다.

수니가 점하나를 다른 색으로 표시해준다.

사뿐사뿐 건물 위를 밟으며 접근하는 체고만 5미터 정도는 될 거대한 괴물 고양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하급 개체와는 다르게 깔끔한 검은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까 잡은 놈의 복수...는 아니겠고 내가 저놈들의 영역에 들어온 건가?

[주인님 후퇴해야 합니다.]

수니가 경고할 것도 없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중급도 중급이지만 숫자만 봐도 위험해 보였다.

‘빠져나간다.’

일 대 일이면 모르겠지만 너무 많았다.

2, 30마리는 되는 거 같은데.

빠르게 도주를 시작했다.

‘뭔데?!’

중급 침식체인 거대 괴물 고양이는 빠른 속도로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덩치는 터무니없이 큰데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건물 위를 밟으며 빠르게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젠장.’

뿌리칠 가능성은 없다.

이놈들을 끌고 아이들이 있는 거점으로는 갈 수는 없었다.

빠르게 거점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던 나는 방향을 틀었다.

지금쯤이면 세이브 포인트가 활성화는 돼 있을 거다.

하지만 간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 레벨업을하고 온다고 해도 나야 별 탈은 없겠지만 이렇게 많은 침식체를 상대로 애들을 지켜낼 자신은 없었다.

터무니없이 강인한 육체다.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제 놈들도 언제까지 쫓아올 순 없을 테니 도주만 한다면 어떻게든 뿌리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방향을 틀어 도망치자 길목에 있던 하급 고양이 침식체들이 공격을 해왔다.

‘위로 간다.’

밑보다는 건물 위로 옥상을 타고 이동할 생각이었다.

다리에 힘을 줘 건물 옥상을 향해 도약했다.

그 순간 중급 고양이 침식체가 폭발적인 속도를 내더니 순식간에 그 거대한 앞발이 짓쳐 들었다.

공중에서 그대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못 피한다!’

[주인님!]

수니가 인벤토리에서 빠르게 꺼낸 거대방패가 나타나 그 공격을 막았다.

-쾅!

그 방패를 잡고 뒤로 날아갔다.

-쿠당탕.

공중에서 맞은 그 충격에 지면을 정신없게 굴렀다.

-캬아앙!

주변에서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하급 괴물 고양이들이 구르고 있는 내게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빠져나가야 해.’

방패로 앞에서 달려드는 하급 고양이 침식체 한 마리를 후려쳐 날리고는 그대로 일어나 방패를 앞세우고 포위망을 뚫었다.

-텅. 텅.

달려들던 괴물 고양이들이 방패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달리면서 방패를 보니 이 튼튼한 방패가 움푹 찌그러져 있었다.

중급 고양이 침식체에 맞은 부위 같았다.

‘시발. 무슨 공격력이….’

중급이라 그런지 공격력이 무시무시했다.

둘러싸인 고양이들을 돌파하자마자 무거운 방패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빠르게 달렸다.

일단 이 장소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암습에 능했다.

그 큰 덩치로 건물이나 골목길에 숨어있다 나를 덮쳤다.

감지 능력이 있으니 다행히 대비는 가능했지만 모든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급 침식체를 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중급 고양이 침식체는 나보다 빠르다.

저 거대한 괴물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냥 도망만 치는 것도 아슬아슬했다.

일단 피하면서 도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름 지형을 이용해 도망을 치고는 있지만 중급 괴물 고양이는 끊임없이 내 진로를 방해하며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하급 침식체들의 공격을 유도했다.

그렇게 도망치면서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회사의 전투 슈트가 견디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남은 건 시커멓게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슈트 스킬뿐.

‘이대로는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도망만 다닌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데미지만 입는 최악의 소모만 당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싸워야겠군’

마음을 잡고 도주를 포기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괴물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포위를 시작했다.

중급 침식체인 괴물 고양이는 조금 떨어진 건물 위에서 그 차가운 검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도도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배자의 눈이었다.

좀비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저놈이 이 구역을 지배하고 있는 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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