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28화 (2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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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오늘 무슨 날인가?”

“병철아 이 여자앤….”

고생해서 그런지 지저분하긴 했지만, 이번에 잡은 귀여운 고양이상의 단발머리 소녀를 보며 장우가 조심스레 병철에게 물었다.

씻겨놓으면 한 인물 할 거도 같았다.

소녀는 손, 다리, 입이 꽁꽁 묶인 채로 분노에 찬 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사나워 보이는 게 길들이려면 시간 좀 걸릴 거 같았다.

“....그래 네가 가져라.”

조금. 아니, 꽤…. 아깝긴 했지만, 병철은 리더는 가끔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평소엔 어림없었지만, 지아 때문에 지금의 병철은 자비가 넘쳐흘렀다.

“병. 병철아 저 정말 고맙다.”

평소에 병철이 먹다 질린 여자만 먹던 장우가 감격한듯했다.

“후….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자! 빨리 가자고.”

장우는 신이나 원상을 재촉했다.

“옥케~”

원상도 소녀와 같이 묶여있는 새로운 신상에 신이나 있었다.

“어? 또 사람인데?”

웬 덩치 큰 사내가 한 조그마한 아이를 한쪽 팔에 안고 걷고 있었다.

“응? 뭐야 오늘 장날이야? 남자 같은데? 저 새끼 운 좋군. 그냥 가자.”

지금의 병철은 급한 마음에 자비가 흘러넘쳤다.

“아! 안돼 여자아이가 있어!”

“씨빨…. 이 로리콘새끼가.”

“제. 제발 병철아. 한 번만….”

뒤에 꼬마 하나가 있는데 욕심도 많은 놈이었다.

그래도 장우와는 다르게 자신과는 여자가 겹치는 일은 없었다.

병철은 리더의 넓은 아량으로 이번일 한 번 정도는 들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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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벗어나며 달려드는 좀비들을 상대로 강화된 육체 능력을 테스트했다.

달려들던 좀비 셋의 머리가 내 손에 들려있는 창에 거의 동시에 터져나갔다.

‘예전에 지금처럼 좀비를 학살하는 그런 게임이 있었던 거도 같은데.’

솔직히 좀비로는 제대로 된 테스트가 되지는 않았다.

최소 침식체 정도는 돼야 할 거 같았다.

이런 것보다는 새로운 감각을 시험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건 마력을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이었다.

범위는 그렇게 넓진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집중한다면 스캔으로는 감지가 되지 않던 좀비도 감지할 수 있었다.

솔직히 좀비가 그렇게 집중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다른 각성자들도 이런 식으로 마력을 감지하는 게 가능한 건가?’

나와 다른 각성자들의 차이가 궁금하긴 했다.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그 감각이 신기해 이것저것 훑어보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좀비의 몸에 흐르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좀비의 마력은 머리에 집중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몸에는 실낱같은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꼬맹이는 머리 쪽에 마력이 좀 더 많은 듯했지만, 좀비보다는 전신에 나름 고루 퍼져있었다.

이게 보통 인간의 마력 흐름인가?

침식체도 어떨지 궁금했다.

우선 목표는 세종시였다.

생각 같아선 대전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사냥터로 삼고 싶었지만 역시나 거대 멧돼지가 마음에 걸렸다.

서울로 간다는 생각은 그 거대 멧돼지를 보고 접었다.

세종시라면 그래도 인구가 좀 있을 테니 사냥감도 많지 않을까?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그쪽에 사냥터를 만들 생각이었다.

괜찮은 거점을 만들어 세이브포인트를 설치하고 사냥한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시라고 화살표가 표시된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도로 위를 걸었다.

건물이 낮아지고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자 도시를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좀비의 개체수가 확 줄어들었다.

도로 위에는 여기저기 박살 난 차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다.

도로에 좀비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주변 자체가 한적해서 그런지 한두 마리 어슬렁거리는 정도였다.

도로 옆으로 작은 주택이나 비닐하우스, 밭 같은 게 보이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부웅.

조용한 도로에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걸어온 대전 쪽에서 커다란 밴 차량이 다가온다.

[인간의 생명체 반응 여섯이 감지됩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조우한 생존자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 커다란 밴은 우리 앞에서 서더니 그 안에서 세 명의 사내가 내렸다.

꼬마 이후 처음 보는 생존자였다.

한 명은 k2 소총과 한 명은 리볼버 권총, 한 명은 빈손이었다.

사내들은 지저분한 면상에 웃고는 있었는데 호의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시발! 덩치 졸라 크네! 뭘 처먹으면 저렇게 크지?”

초면부터 욕을 먹고 시작하니 오래간만에 신선했다.

“낄낄. 옷도 이상하고 이상한 배지 달고 있는데 저거 씹덕인가 뭔가인가?”

‘시불. 전투 슈트.’

가슴에 붙어있는 히어로 SD 캐릭터가 눈에 띈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원래 세계는 전투 슈트라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게 얼마나 고가의 물건인지 알고 있어 저따위 개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구구절절한 설명을 저놈들에게 할 수는 없었다.

“아저씨. 그 애는 아저씨 딸인가?”

“......”

대답을 해줘야 하나?

이미 기분이 상했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뭐야 벙어린가? 물어봤으면 대답은 해야지.”

나는 이놈들을 어떻게 조질까 고민했다.

“야! 장난 그만하고 빨리 가자. 급해.”

“알았어. 우리 병철이 제대로 발정 났구나. 낄낄.”

무슨 소린가 했다.

권총을 든 남자의 손이 올라가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다짜고짜 총을 쏘는 모습이 황당하긴 했다.

‘미친놈들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 만나는 생존자마다 정상인 게 없었다.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이 보였다.

맞아도 죽진 않겠지만 기분은 나쁠 거 같았다.

고개를 살짝 틀어 총알을 피했다.

“어?”

내가 총알을 피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지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인벤토리에서 창을 소환해 총 쓴 놈의 머리를 박살 냈다.

-푸 확!

수박 터지듯 머리가 박살이 나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퍽.

옆에 어리바리하던 K2 총을 든 놈의 머리도 창으로 깨버렸다.

좀 뒤에서 구경하던 놈 하나가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급하게 양손을 내게 내밀었다.

마력 반응이 활발해지며 손 앞에 작은 불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염계 각성자?’

“씨. 씨발!!! 너. 넌 뒤졌!!”

-퍼석!

능력이 완전히 발현하기 전에 창이 순식간에 쏘아져 머리를 박살 냈다.

-털썩!

머리가 박살이 난 각성자의 시체가 쓰러졌다.

강화계와 다르게 각성한 직후부터 마력 발현이 가능한 각성자들을 보통 대충 묶어 자연계 각성자 또는 발현계 각성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연계 각성자 중에 저놈처럼 불을 다루는 인간을 화염계 각성자라고 불렀다.

딱 봐도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놈이다.

솔직히 그리 위험해 보이진 않아 보였지만 꼬마도 있고 굳이 능력을 발현하기를 기다려줄 필요도 없었다.

머리 없는 시체 3구가 생겼다.

좀비를 족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머리를 노리는 습관이 생겼다.

경험치가 흘러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 느낌에 정신을 집중해보니 놈들이 보유하고 있던 마력이 죽으면서 일부는 흩어지고 일부는 내게 흘러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양이 꽤 나쁘지 않았다.

원래 세계의 F급 몬스터 보다는 확실히 많은 양이 들어왔다.

각성자 놈의 경험치는 확실히 더 들어왔다.

이런 식이었나?

말이 경험치지 흩어지는 마력을 일부 흡수하는 거였군.

그리고 이 꼬마….

확실히 비교해 보니 보통의 인간과 마력의 움직임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방금 각성자의 마력 분포와 비슷했다.

그렇다고 해서 꼬마로 뭘 어떻게 뭔가 해볼 생각은 없었다.

이런 꼬마의 능력이 필요로 할 정도로 무능하지도 않았다.

어찌 됐든 세종시까지 편하게 갈 좋은 차가 생겼으니 이득이었다.

‘안에 있는 세 놈들은 뭐하는 거지?’

감지된 인간은 분명 여섯이었다

궁금함에 짖게 선팅된 밴의 문을 열자 여자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튀어나온 여자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비비며 머리를 조아렸다.

여자는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긴팔 폴라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키가 170cm 정도 돼 보이는 모델 같은 몸매의 여자였다.

긴 생머리에 얼굴이 꽤 요염한 거 같으면서도 순둥해 보이기도 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여자였다.

자세히 보니 얼굴도 깔끔하고 옅게 화장도 하고 있었다.

뭐 하는 여자지?

순간 이 세계가 좀비 세계관이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고 멀쩡한 얼굴이었다.

원래 세계에서 만났어도 위화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슬쩍 보곤 차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벤 안쪽을 보니 꼬질꼬질한 단발머리의 소녀 하나와 그보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꽁꽁 묶여있었다.

“읍!! 읍!!”

납치당한 모양새였다.

묶여있던 두 명을 풀어주었다.

단발 소녀는 머리가 없는 세 명을 보고는 흠칫하더니 조금 두려운 눈빛으로 내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가. 감사합니다. 구해주셔서.”

내가 저놈들의 머리를 박살 낸 걸 모르진 않을 테니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옆의 꼬맹이도 옆의 소녀를 따라 같이 배꼽 인사를 했다.

조금 닮은 얼굴을 보니 자매인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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