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7화 (17/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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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었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몬스터에게 부모를 잃은 아이는 자기 혼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나는 운이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아빠 친구분이 입양을 해주셨다.

양부모는 진짜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나를 새로 생긴 딸이라고 자식보다 더 귀하게 키웠다.

처음부터 부모끼리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그것에 유나는 언제나 감사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갑의 남동생도 생겼다.

원래는 어릴 적 친한 소꿉친구였지만 졸지에 가족이 됐다.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 양아버지의 피곤함에 절은 어두운 얼굴이 보였다.

진한 눈그늘에 초췌해 보이는 양아버지를 바라보는 유나는 걱정과 죄책감이 들었다.

“아버지…. 혹시. 회사….”

“유나야 넌 회사 걱정할 필요 없단다. 유나 너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학생은 즐겁게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면 돼.”

양아버지의 따뜻하지만 어두운 그 미소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래 유나야 어서 밥 먹으렴. 밥맛이 없니? 이따가 유나가 좋아하는 치킨 사줄까?”

언제나 자신을 귀여워하시는 양어머니의 말에 유나는 울컥했다.

“아. 아니에요.”

“오! 치킨!”

옆에 있던 진우가 눈치도 없이 좋아했다.

유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죄책감이 들었다.

아버지가 저렇게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야 밥맛없게 왜 이렇게 우울해.”

진우가 핀잔을 줬다.

“미.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유나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이상한 놈.”

진우가 유나의 어색한 웃음을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게이트 사태로 가족을 잃은 유나를 가족들은 과할 정도의 애정과 관심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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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무슨 일 있냐?”

원래도 조용한 유나였지만 더욱 어두워 보이는 표정에 둘이 있을 때 진우가 물었다.

“아. 아니….”

유나는 자신의 이상함을 알아차린 진우의 따뜻한 모습에 울컥했지만, 적당히 얼버무렸다.

작은 미련이 있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린 소꿉친구였던 시절부터 오랜 시간 자기의 가슴에 간직해온 진우에 대한 마음을 전할….

“진우야….”

“응?”

“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와서 지금 이 말을 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까?

진우도 유나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표정이 긴장돼 있었다.

“........”

“.........”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유나는 결국 말하지 못했다.

“어? 어. 그래. 혹시 뭐…. 무슨 일 있으면 이야기해.”

진우는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주룩.

어렸을 때부터 함께였던 진우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나왔다.

유나는 조용히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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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다이빙하며 아까의 장면을 열심히 리플레이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아까의 미묘한 분위기.

설마?

‘고백하려 한 거 아닐까? 아닌가?’

진우도 사실 가족이 되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유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우린 남매인데…. 아니야 어차피 피는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유나가 입양이 된 후 가족이라는 사실에 그동안 서로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었다.

유나는 부모를 잃고 조용하고 언제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그전에 지금보다는 조금 더 밝았던 아이로 기억했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먼저 용기를 내기에는 쉽지 않다.

‘으아아아! 멍청한 놈. 좋은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어떡하지?’

자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학했다.

방금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지만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과 쑥스러움에 자기도 모르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젠장!!! 멍청한 놈! 이런 기회를 놓치다니!’

‘아. 아니야 아직 기회가 있어 내일 남자답게 내가 고백하자! 그러면 되지 않을까?’

진우는 유나에게 고백할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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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F급 균열을 하나 더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쉬고 있었다.

F급 균열 정리는 이제 3개째였다.

‘F급 균열은 이제 너무 쉬워.’

어느 정도 스킬 테스트는 끝이 났다.

그리고 레벨업이 F급 몬스터만 잡아서 하기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까지 모아온 균열 코어와 마석을 몇 개 흡수하면 레벨 하나 정돈 올릴 수 있었다.

수니의 계산에 의하면 3레벨은 2레벨이 될 때보다 거의 두 배 정도의 경험치가 필요한 거 같았다.

그럼 4레벨은?

그 두 배가 되는 건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경험치가 늘어난다면 감당할 수 있나?

이제 D급 몬스터를 잡아야 하나?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로그인을 사용해 퀘스트를 해결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지?”

게임도 닥사보다 퀘스트를 해결해야 효율이 높았다.

D급 몬스터는 중형몬스터가 대부분이다.

D급 몬스터 서식지는 캠프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

하루 만에 끝나는 사냥이 아니다.

파티와 서포터들과 함께 해야 한다.

혼자 간다고 하면 분명히 미친놈 취급받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D급 몬스터 사냥도 그렇게 효율이 높을 거 같진 않았다.

일단 레벨을 하나 올리고 로그인 스킬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F급 코어 2개와 마석 5개를 흡수해 레벨업을 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운호 레벨3>

“다음 레벨까지는?”

[4레벨은 2레벨에서 3레벨 구간의 두 배 정도 필요합니다.]

예상이 맞았다.

초반부터 왜 이렇게 레벨업이 빡센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닥사만으로는 답이 아닌 거 같았다.

“육체강화는 강화가 가능한가?”

[육체 강화 스킬을 강화하기에는 스킬 포인트가 모자랍니다.]

이것도 역시나 예상대로 최소 스킬포인트 2개는 필요한 거 같았다.

그렇다면 스킬은 뭘 올려야 할까.

인벤토리와 전투 슈트.

후보는 두 개였다.

“수니야 어떻게 생각해?”

[인벤토리를 추천합니다.]

“응? 전투 슈트가 아니고?”

[주인님의 인벤토리는 공간이 거의 한계입니다.]

인벤토리에 요즘 하도 이것저것 쑤셔 넣었더니 거의 포화 상태이긴 했다.

마치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같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의 스킬이 향상되면 저장용량뿐 아니라 물품을 소환할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벤토리의 소환 거리가 늘어나면 수니의 지원범위도 늘어난다는 것을 뜻했다.

“전투 슈트는?”

[방어력과 감지 기능의 상승은 기대할만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님은 인벤토리의 저장능력과 전투 시 저의 서포트 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지금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수니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지금의 나는 방어력은 충분했다.

총알도 뚫을 수 없는 피부에 그 위에 전투 슈트를 입었다. 사냥 갈 땐 그 위에 슈트를 또 입는다.

확실히 인벤토리를 늘리는 게 낫겠어.

로그인을 사용한다면 챙겨야 할 것도 많아질 테니.

인벤토리에 스킬포인트를 투자해 인벤토리 스킬을 2레벨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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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에 친구 집에서 놀다 온다고?”

유나는 자신의 오랜 외출에 걱정하지 않게 양어머니에게 준비된 거짓말을 이야기했다.

“네….”

“호호…. 그래 잘 다녀오렴. 가서 전화하고. 용돈 필요하니?”

“아…. 아니에요. 전에 주신 것도 많이 남아있는걸요.”

양어머니는 언제나 조용한 유나가 주말 동안 친구와 함께 있다는 소리에 흐뭇한듯했다.

물론 그게 남자일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유나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그래. 진우 녀석 좀 깨워주렴. 밥이 다 됐으니까. 어휴. 녀석은 언제쯤 철이 드는지 유나 너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네. 어머니. 진우 깨울게요.”

아침잠이 많은 진우는 언제나 유나가 이렇게 깨워줘야 일어났다.

유나는 진우의 방을 익숙한 듯 열고 들어가 침대 위에 바보처럼 자는 진우를 흔들어 깨웠다.

“진우야 일어나.”

“응? 으응.”

진우는 멍하니 눈을 뜨며 익숙한 얼굴을 확인했다.

유나의 이쁘장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를 보자 어제 일이 생각나 얼굴에 피가 쏠리며 잠이 확 깼다.

“어…. 어. 유나구나.”

“어머니가 아침밥 다됐데.”

“어. 어. 나갈게.”

진우는 자기가 깬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가는 유나의 스커트 아래 보이는 하얀 다리에 자기도 모르게 눈이 쏠렸다.

‘지. 지금은 좀 그렇지? 오…. 오늘 아카데미 갔다 와서 고백해준다!! 오늘이 불금이니까 주말에는 데이트하는 거야!’

진우는 아카데미 수업을 마치자마자 친구들과의 피시방도 패스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고백할 생각에 잔뜩 긴장하며 유나를 기다리던 진우는 엄마의 말에 얼이 빠졌다.

“주말 동안 친구 집에 있겠다고 했다고?”

“응. 몰랐니? 앨리스인가? 하는 친구 집에서 있겠다고 하던데? 너도 아니?”

“어? 어….”

유나와 자주 다니는 키가 작은 외국인 여자아이 하나가 기억이 났다.

안면만 조금 있을 뿐 친하진 않았다.

“그. 그럼 오늘 안 들어온다고?”

“일요일에 온다고 하던데.”

유나가 노는 것까지 자기에게 보고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진우는 실망과 함께 긴장이 풀리며 기운이 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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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온댔지?”

[1시간 후면 도착할 겁니다.]

“흠….”

[고민이 있으십니까?]

“내 고민도 물어보고 수니 다 컸네.”

이젠 인공지능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래. 그래. 솔직히 프로필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인터넷 정보는 저도 현실과 다른 정보가 많다는 걸 인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놈들이 사기를 치면 어떻게 박살을 낼까 고민하고 있었지.”

[박살 말입니까?]

“돈이 3억이 넘게 들어갔단 말이지…. 여자 하나에”

솔직히 이 정도로 많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정확히는 3억 2천입니다.]

“이놈들 장난친 거 아닌가도 싶기도 하고…. 어때 추적할 수 있겠어?”

[네. 가능합니다.]

수니는 유능했다.

“일단 추적해놔. 봐서 맘에 안 들면 조지든가 해야지.”

출장 아가씨 하나에 3억이 넘는 건 좀 선 넘은 게 아닌가.

[예 알겠습니다.]

적당히 귀찮은 건 피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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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떨리는 손이 몇 번이고 벨 누르는 것을 망설였다.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지금이라도 포기할까.

“아버님이 생명보험을 여러 개 들어놓으셨더라고요.”

최양규라는 사채업자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듯했다.

그리고 어두운 얼굴로 흐릿한 미소를 짓던 양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가족보다 이 몸뚱이가 중요한가?

그건 아니었다.

결심을 굳히고 떨리는 손으로 벨을 눌렀다.

-띵동.

‘누. 눌렀어!’

-쿵.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꿀꺽.

-띠리리~.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문이 열렷다.

“어?”

고개가 한참을 올라갔다.

190은 넘는 듯한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서 있었다.

‘.....커!’

자신의 선택이 조금은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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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있는 유나라는 아이는 하얀색 블라우스에 무릎 위까지 오는 검은색 주름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들어와.”

유나는 그래도 쭈뼛쭈뼛 집 안으로 들어왔다.

유독 도드라진 가슴과 엉덩이 때문에 유난히 허리가 가늘게 보였다.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필은 이 아이를 절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아니 내가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가?

하지만 너무 위축된 모습에 제대로 된 관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후회했다.

외모랑 몸매는 취향이기는 한데 다른 여자로 고를 걸 그랬나?

굳이 억지로 범할 생각은 없었다.

“억지로 뭘 할 생각은 없어.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도 좋아.”

“에?”

유나가 고개를 들고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그녀가 탐나기는 했지만, 여자는 많았다.

나에게 이 아이를 판 놈들을 조지고 다른 여자를 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유나는 입술을 깨물더니 결심을 한 듯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진짜인가 연기인가.

그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솔직히 의구심이 들긴 했다.

커다란 눈망울이 내 눈에 들어왔다.

“괜찮겠어? 마음은 정했나?”

-끄덕.

이젠 참을 필요가 없겠지.

팔을 뻗어 허리에 손을 감아 끌어당겨 그녀를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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