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보너스가 튀어나왔다.
[마석입니다.]
수니는 열심히 마석이 있다면 보고해 봤다.
슈트가 마석을 탐지한다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 처음 확인을 할 수가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마석을 탐지하는 탐지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상당히 비쌌다.
그래서 이런 F급 몬스터 잡는 데 쓰기에는 뭔가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았다.
D등급 몬스터부터는 대부분이 중형이고 몸 안에 마석이 있는 게 당연한 일이라 높은 등급 헌터들은 사용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마석 밀매 적발할 때나 쓰이고 헌터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 장비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수니 덕분에 하나하나 몬스터 몸을 쪼개지 않고 시간도 아끼면서 편하게 마석을 캘 수 있었다.
균열에 가는 동안 벌써 4개의 마석을 챙겼다.
부산물은 챙기지 않았다.
도마뱀 가죽도 나름 돈이 되긴 하겠지만 그것까지 챙길 짬은 지났다.
목표까지의 거리는 5km밖에 되지 않았다.
수니가 눈앞에 게임처럼 내비게이션을 띄워주니 균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인벤토리를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법을 이것저것 시험을 해보느라 3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밀림과는 완벽히 상반된 이질적인 황폐한 공터가 나타났다.
그 중간에 둥그런 무언가가 허공 1미터 정도에 떠서 불길한 검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구멍 같기도 구체 같기도 하고 요상하게 생긴 게 쉴새 없이 일렁이며 불쾌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균열을 지키듯 20마리가 넘는 검은 도마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 검붉은 구멍 안에서 도마뱀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그 무리에 도마뱀 한 마리가 추가됐다.
차원 균열은 몬스터를 뱉어낸다.
그래서 발견하면 되도록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았다.
[드론입니다.]
수니의 말에 하늘을 쳐다봤다.
드론이 떠 있는 게 보였다.
진아가 띄운 건가?
‘인벤토리는 쓸 수 없겠군.’
인벤토리를 활용한 수니의 도움은 받을 수 없지만 그다지 겁이 나진 않았다.
대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들고 전투 준비를 했다.
.
.
.
진아는 캠프 통제실에서 소장과 함께 한 큰 화면에 떠 있는 운호의 이동 경로를 보고 있었다.
“음? 도착했군. 드론 촬영화면으로 돌려.”
소장이 이채를 띠며 오퍼레이터에게 말했다.
그러자 커다란 화면에서 드론이 촬영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리 패기 넘치는 새내기 헌터님의 실력을 봅시다.”
밀림에서는 나무에 가려져 드론 촬영이 힘들었지만, 차원 균열 근처는 허허벌판이다.
균열이 주변의 생명력을 고갈시켜 저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황량한 벌판이니 드론 촬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밀림에서 나온 운호가 거대한 대검을 들고 도마뱀 무리에 달려들었다.
칼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서너 마리의 몬스터가 잘려 나갔다.
아니 분쇄된다는 표현이 맞았다.
“하하. 정말 화끈하게 싸우시는 분이군요. 저 빅…. 아니 저 무거운 걸 들고 저렇게 매끄럽게 사용하시는 분은 처음 봅니다.”
진아는 운호를 유심히 관찰하며 말했다.
“단순히 힘만이 아니군요.”
“흠…. 확실히 스피드도 나쁘지 않네요. 정말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분 맞습니까? 아이고 가죽 다 상하겠네….”
소장의 호들갑에도 진아는 조용히 화면에 집중했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하는 거 같지도 않아.’
운호의 대검에서 나오는 파괴력에 질릴 듯도 했지만, 도마뱀들은 불나방처럼 미친 듯이 운호에게 달려들었다.
침식체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차원 균열에서 나오는 침식체들의 특성이었다.
대검뿐이 아니라 주먹과 발의 사용도 매끄러웠다.
이제 막 각성한 각성자라기에는 상당히 숙련된 움직임이었다.
도마뱀들은 터지고 뭉개지면 순식간에 도살당했다.
결국서 있는 것은 운호밖에 없었다.
“대표님은 어디서 또 저런 분을 모셔 오신 겁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진아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도마뱀 도살을 마친 운호가 천천히 차원 균열로 다가갔다.
차원 균열은 일정 이상의 충격을 주면 깨진다.
보호막이 있고 그 보호막을 깨면 균열은 사라지고 코어가 남는다.
운호는 그 앞에서 서더니 검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내리쳤다.
.
.
.
-쩡!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불길한 빛을 내뿜던 구체가 쪼그라들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검붉은 빛의 반짝이는 무언가 떨어졌다.
차원 균열 코어였다.
코어를 집어 들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흡수하시겠습니까?>
‘이것도 흡수가 가능한가?’
일종의 마석이라고 보면 이상하진 않았다.
[시스템에서 말하는 마석은 에너지결정체의 상징적 의미입니다.]
‘에너지결정체라…. 어쨌든 지금 흡수하긴 좀 그렇군. 일단 킵하자.’
[알겠습니다.]
코어를 가방에 넣는 척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차원 균열의 동력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력을 소모하면 자가 충전이 되는 물건이었다.
무한동력은 아니고 어느 정도 수명은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손톱만 한 F급 코어지만 F급 마석의 10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돈 벌기 쉽구먼.”
이런 게 무각성 헌터들이 각성에 목을 매는 이유인가 보다.
.
.
.
가는데 3시간 정도 걸렸던데 반해 복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균열 처리는 확인하였습니다. 보상은 계좌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캠프로 복귀하자 캠프 소장과 진아가 다가왔다.
“어. 진아 씨도 수고했어.”
“코어는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진아가 내게 균열 코어의 처리를 물었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지.”
마석이나 코어 이런 건 그 자체가 귀한 물건이다. 어느 정도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그다지 손해 볼 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다음 일정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몇 시지?’
[2시 38분입니다.]
무리하면 한탕 더 뛸 수도 있겠지만….
“집에 가서 쉬어야지.”
“모시겠습니다.”
진아가 또 내 운전기사를 해줄 모양인 거 같았다.
“밥이라도 같이 먹을래?”
“죄송합니다. 모셔다드린 후 회사로 돌아가겠습니다.”
깔끔하게 까였다.
.
.
.
“어땠어요?”
한나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투 능력만 보면 베테랑 헌터라고 해도 괜찮겠어.”
하나의 물음에 진아는 솔직하게 답했다.
진아 자신도 D급이었다.
혼자 F급 차원 균열 정도는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편안하게 박살 낼 수 있다곤 장담할 수 없었다.
차원 균열을 처리했음에도 피곤한 기색조차 없었다.
“그렇겠죠. 그것보다 그 사람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에요. 이것 좀 봐요.”
한나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건넨 파일에는 운호의 프로필이 적혀있었다.
“조사했구나.”
“당연하죠. 그런 호구 계약했다고 할 건 한다고요.”
진아는 천천히 조사한 내용을 읽었다.
“서포터 생활 5년. 무각성 헌터 생활 9년. 이건 게이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게이트에서 살았다는 이야긴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여태까지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은 안정적이지만 게이트 발생 초창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름 높은 각성자들도 많이 죽어 나갔다.
“14년에 걸쳐 꿈을 이루다니 정말 대단하죠. 놀라운 건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게이트로 갔다는 거예요. 그래도 최근 반년은 지쳤는지 한 달에 한 번꼴이었지만”
진아는 무각성으로 게이트에서 14년을 버틴 그의 집념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거보다 재밌는 건 전투 슈트를 사서 약초나 캐고 다녔다는 거예요. 하하.”
“왜 그랬을까. 전투 슈트라면 용병단 쪽에 들어가면 상당히 괜찮은 페이를 받았을 텐데….”
“그건 모르죠. 인간 불신이 상당하다거나? 만나봤을 땐 그런 건 못 느꼈는데….”
턱을 괴고 있는 한나의 모습은 그림과도 같았다.
진아는 아름다운 한나의 모습을 보곤 말했다.
“그게 너라서 그럴 수도 있지.”
“저요?”
알면서 저러는지 몰라서 저러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나의 모습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프로필에 시선을 옮겼다.
“그것보다 놀랍네?”
진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한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네? 뭐가요?”
“여자관계가…. 상당히 깨끗해.”
“.....그게 놀랄 일인가요?”
진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나를 쳐다봤다.
“그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해? 첫 만남 당시 너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어.”
“히히. 저도 그런 노골적인 시선은 오랜만이었죠.”
진아는 차 안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운호의 눈길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도….”
진아의 자그마한 소리에 한나가 되물었다.
“네?”
“아.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하는 행동을 보면 여자를 상당히 밝힐 거 같았는데 조사 내용을 보면 그렇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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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아이로 하지.”
<이름: 이유나>
<나이: 만19세>
<몸무게: 47kg>
<신체 사이즈: B91-W60-H92>
<키: 161cm>
<성관계 유무: 처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검은 머리에 예쁘장하게 귀여운 얼굴이 꽤 어려 보였다.
옛날에 이런 걸 베이글녀라고 했던가?
그리고 왠지 모를 어두운 분위기가 얼굴에 보였다.
그냥 인터넷 프로필이다.
출장 아가씨의 프로필은 마냥 믿을 수는 없다.
수니는 어떻게 찾았는지 다크웹에서 열리는 경매에 올라온 콜걸들의 프로필을 가지고 왔다.
3명 정도 후보가 있었지만 그나마 내 취향에 맞는 얼굴과 몸매였다.
처녀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다들 상당히 비쌌고 가격도 터무니없었다.
8천만 원이 시작가였다.
쓸데없는데 돈을 쓰는 건 아닌지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뭐 어떤가 싶었다.
이 정도로 비싸면 얼마나 대단한지 흥미가 생긴 거도 있었다.
수니도 있겠다.
맘에 안 들면 뒤엎으면 된다.
[그럼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