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5화 (15/259)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조금.’

수니가 인간의 미의 기준에 대해 알까 싶었다.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는 수니다.

그걸 고려하면 나름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하긴 인공지능에게 이딴 일을 시키는 놈이 있었을까 싶었다.

이 정도라면 예전이었으면 그냥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는 돈이 많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관통하는 진리였다.

‘그냥 비싼 애들로 찾아봐.’

조금 시무룩해진 수니가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수니에게 지시하고 운전하는 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나에게 가려져서 몰랐는데 인제 보니 꽤 단아한 전형적인 동양의 미인이었다.

쌍꺼풀이 없어 전형적인 동양인의 날카로운 눈매와 수수함이 단발과 잘 어울려 전형적인 차가운 도시의 미녀라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좀 작지만, 몸매도 나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진아 정도만 돼도 괜찮을 거 같은데….’

진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를 슬쩍 보더니 물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당연히 하고 있던 생각을 그대로 말할 리는 없었다.

“아니…. 그냥 진아 씨도 미인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적당한 칭찬으로 얼버무렸다.

-덜컹.

차가 잠깐 흔들렸다.

“...농담하지 마십시오.”

“농담 아닌데.”

“.....도착했습니다.”

부끄러워하는 건가?

자세히 보니 얼굴이 조금은 상기된 듯 보이기도 했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

.

.

히어로 프렌즈 개척캠프.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있는 로고와 입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저 로고가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건 나뿐일까.

“이 회사 로고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대표님입니다.”

.....대표가 좋다는데 내가 뭐라 할 건 아니었다.

자기애가 강한 여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사냥을 나갔는지 캠프는 대체로 한산했다.

‘몇 시지?’

[오전 10시입니다.]

‘애매한데.’

점심 먹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다지 배도 안 고픈데 사냥 갔다 와서 먹어야겠군.’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이전에 돌아다니던 후방과 다르게 진짜 헌터들의 전장이다.

F급 몬스터라면 떼로 몰려다니는 지역이었다.

캠프 주변엔 울타리를 치고 그 위에는 활이나 석궁 등을 든 헌터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각성 헌터일 거다.

근처에 높은 등급의 몬스터는 없을 테니 그들로 충분했다.

40대의 살갗이 검게 그을린 아저씨가 다가왔다.

“진아 씨.”

“소장님. 오늘 말씀드린 F급 균열 공략하실 헌터님입니다.”

“아! 새로 입사하신 헌터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오장수입니다.”

“박운호입니다.”

적당히 악수하고 내 픽업트럭에 실려있던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

진아와 소장은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다.

인벤토리에 넣으면 편하지만 그래도 맨몸으로 사냥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엑스칼리버라는 거대한 전설의 성검을 트럭에 싣고 왔다.

“저거 뭐야! 빅 뻑킹 소드아냐?”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한 검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애송이 각성자 하나가 또 들어왔나 보군.”

좀 떨어진 곳 매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는 헌터로 보이는 사람들이 말했다.

“각성자 애들은 가오 잡는 거는 병인가?”

“다음에 올 때 무기 바뀐다는데 내 전 재산 건다.”

육체가 강화되면서 예리해진 감각이 쉬고 있던 헌터들의 뒷담화를 잡아냈다.

안 들릴 거로 생각했는지 그들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았다.

무각성 헌터 놈들의 질투는 어쩔 수 없었다.

말보단 행동이다.

상자에서 대검을 꺼내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둘러줬다.

“헐. 저걸… 한 손으로 휘두르네….”

헌터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근력 계열인가? 등급도 높은가 본데?”

“시발 나도 빨리 각성자 되고 싶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들고 다니는 건 불편하다.

무게는 둘째치고라도 이렇게 큰데 걸리적거리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러니 베테랑이 보기엔 애송이의 개뻘 짓으로 보일 거다.

원거리 공격이 좀 부족한 거 같은데.

다음에 투척용 창을 몇 개 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하겠다.

수니와 소장 사이에 뭔가 언쟁이 있던 모양이지만 내가 D급이라는 걸 알고 수긍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장 아저씨의 나를 보는 표정은 여전히 떨떠름했다.

애송이의 객기로 보는 걸까.

애송이로 불릴 나이는 아닌데 말이야.

진아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진아가 걱정되는 듯 내게 다가와 말했다.

“어. 괜찮다니까.”

그리고 진아는 미덥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태블릿을 건넸다.

“여기 공략할 F급 차원 균열 정보입니다. 혹시 감지기가 필요하시면 대여도 가능합니다.”

“가지고 있으니까 됐어.”

백 팩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은 빈 가방이지만.

진아는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물러났다.

태블릿에 있는 정보를 대충 훑어봤다.

캠프에서 남서쪽 5km에 있는 차원 균열이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최근에 생긴 건가?

몬스터 종류는…. 도마뱀들이군.

정식명칭이 <침식체 D-06 코자드> 라는 거도 알 수 있었다.

그냥 도마뱀처럼 생겼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그냥 검은 도마뱀이나 그냥 도마뱀으로 불렸다.

F급 몬스터로 중형견 정도의 크기의 검붉은 도마뱀들이었다.

태블릿의 데이터를 수니에게 전송하고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밀림으로 진입했다.

.

.

.

진입하고 얼마 안 가 대검의 걸리적거림을 몸소 체험했다.

나뭇가지에 걸리는 건 일상이었고 심심하면 나무와도 부딪쳐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더 이상 보는 눈이 없음을 확인하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자 세상 편해졌다.

[2시 방향 F급 몬스터 3마리 접근 중입니다.]

시작부터 환영 인사하러 나왔다.

-사사사삭!

수풀 헤치며 빠르게 접근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붉은 도마뱀이 튀어 오르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입을 벌렸다.

전투에 들어가자 감각이 확장되며 그 장면이 느린 장면처럼 느껴졌다.

손에는 어느샌가 대검이 들려있었다.

그대로 도마뱀의 벌려진 입에 대검을 찔러넣었다.

찔러넣고 보니 대검의 끝은 뾰족한 게 아닌 두툼한 일자라는 걸 깨달았다.

-푸확!

그러나 도마뱀의 절반이 저항 없이 갈려 나가며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뒤이어 달려드는 도마뱀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퍼석!

찍소리도 못하고 반으로 뭉개졌다.

그리고 발을 물려고 달려드는 놈을 걷어찼다.

-퍽!

-쿵.

그대로 튕겨 나가 나무에 부딪히자 나무가 떨렸다.

죽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몬스터를 죽이자 내게로 흘러들어오는 기운을 느꼈다.

이게 마력인가?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럴 땐 조금 느낄 수 있는듯했다.

‘이런 식으로 경험치를 얻는 건가?’

생각보다 간단했다.

당연히 마석보다야 들어오는 경험치는 적었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미친 능력이었다.

각성자는 끊임없이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정답이 없었다.

온갖 속설이 많았다.

게이트에서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마석을 갈아 마시면 좋다. 등등.

그나마 많이 알려지고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건 능력을 많이 사용해야지 능력을 키울 수가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도 안될 놈은 안됐다.

이정표가 없는 길을 걷는 건 생각보다 인내가 필요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각성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각성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기에는 생각보다 오랜 헌터 생활에 지쳐있었다.

14년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게이트 생활을 해왔다.

안 지치는 게 이상했다.

평범한 F급 각성이었으면 혼자 더 안전하고 쾌적한 심마니 생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열심히 사냥에 나서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나에겐 정답이 있었다.

몬스터를 잡기만 해도 강해진다고?

이것보다 더 재밌는 게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씨익.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개사기야. 사냥할 맛 나는구만.”

내 육체 능력은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F급 몬스터가 상대라서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각성 헌터였던 내게 몬스터를 학살하는 맛은 각별했다.

차원 균열로 향할수록 도마뱀들은 더 많이 튀어나왔고 그런 도마뱀을 학살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스킬에 대한 숙련도도 올랐다.

단순히 편의성 정도라고 생각했던 인벤토리 스킬이 전투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공격하기 전에 소환해 공격하고 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는다.

뒤쪽에서 달려들던 도마뱀 앞에 거대한 직사각형의 대방패가 튀어나왔다.

도마뱀은 대형방패 부딪쳐 뒤로 튕겨 뒤로 굴렀다.

“잘했어. 수니.”

[별일 아닙니다.]

수니가 밝게 대답했다.

수니에게 인벤토리 사용에 대한 권한을 허락했더니 인벤토리 기능을 활용해 전투를 보조했다.

그 위로 소환된 거대한 망치가 떨어졌다.

묠니르였다.

-뿌직!

도마뱀이 납작하게 짓눌려졌다.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다.

사거리가 아쉬웠다.

반경 1미터.

스킬레벨을 올리면 인벤토리에서 꺼낼 수 있는 사거리도 늘어나려나?

인벤토리를 활용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차원 균열에 다가갈수록 몬스터가 많아졌지만 그래봐야 F급.

잡몹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좋은 경험치가 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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