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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1화 (11/259)

“그런데 왜 잘 팔리는 겁니까?”

“왜긴 왜겠어요. 자존심 때문이지.”

한나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존심?”

“새내기 헌터들의 허세죠. 디자인이 잘 빠지기도 했고 그 정도 무게는 아무렇지 않다는 자존심이 사게 만들죠.”

그냥 디자인이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무기였다.

자존심이라기보다 남자라면 이건 못 참을 거다.

제작자가 남자의 심리를 잘 꿰뚫고 있었다.

각성자가 무리한다면 사용 못할 대검은 아니었지만 전투할 때만 사용하는 대검이 아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려면 이동해야 했고 그동안 들고 다녀야 했다.

사냥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질만한 무기다.

하지만 난 인벤토리가 있으니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동시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이 회사에서 만든 무기 다른 것도 있습니까?”

“설마…. 맨즈사 무기를 살 생각인가요?”

“일단 보고 결정하죠.”

[주인님. 맨즈사 제품은 반품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시 고려하시는 게….]

‘어. 일단 보고.’

난 두 사람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여직원에게 눈길을 줬다.

“아…. 전시된 건 그것뿐입니다. 맨즈 매장 쪽으로 가시면 다른 무기도 있을 겁니다. 안내해 드릴까요?”

“네 그쪽으로 가죠.”

.

.

.

의외로 맨즈 매장은 지하에 없고 10층에 있었다.

“이곳이 맨즈 매장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직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나도 모르게 흔들리는 엉덩이에 눈이 갔다.

“아쉽나요?”

내 모습에 어떤 오해를 했는지 한나가 짓궂게 물어왔다.

오늘 잠깐 만났는데 아쉬울 게 뭐가 있겠는가.

이건 본능이었다.

한나는 굳이 이곳까지 나를 따라왔다.

대표라고 들었는데 시간이 괜찮은가 싶긴 했다.

뭐…. 바라는 게 있으니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녀는 미녀다.

함께 있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귀찮게 하지 않으면 굳이 떨어뜨릴 이유도 없었다.

매장엔 사람이 많았다.

다른 곳보다 특히 아이들이 많았다.

“와…. 엄마 이 망치 봐 엄청나게 크다.~!”

아이들은 커다란 무기들을 보며 신이나 있었다.

시끌벅적했다.

무기가 큼직큼직한 게 전시되어있으니 그림이 되었다.

왜 댓글에 하나쯤 집에 전시해두면 괜찮다고 했는지 알 거 같았다.

옆에 맨즈 굿즈 샵에서는 아이들 대상으로 장난감 무기들도 팔고 있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맨즈 한국지점장 김하성입니다.”

머리 가운데가 시원하게 반짝이는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인사를 해왔다.

“저희 장비에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네. 한번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아이고 물론이죠.”

대검의 이름이 엑스칼리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빅 뻑킹 소드라는 이름이 더 착 감기는 느낌이군.’

한나정도는 가볍게 가려질 듯한 거대 방패 아이기스.

3미터는 넘을 듯한 거대한 창 궁니르.

대검과 쌍벽을 이룰듯한 도끼라기엔 부담스러운 크기의 파라슈.

전시된 무기들이 참…. 대단했다.

“....전설의 무기가 참 많네요.”

한나가 질린 듯이 말했다.

솔직히 디자인은 깔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남자가 보면 환장하게 생겼다.

“처음 와봅니까?”

“네. 처음 와 봐요. 그래도 나름대로 눈요기는 되는군요.”

대검도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해머는 특히 압권이었다.

<묠니르>

거창하게 묠니르라고 이름을 붙인 해머는 사람 몸통보다 큰 크기와 두께가 사람을 압도했다.

매장 중앙에 자그마한 언덕을 만들어 거대한 해머가 비스듬히 박힌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들어보려는 아빠들로 가득했다.

물론 들릴 리는 없었지만.

“저건 사용하라고 만든 건가요?”

한나가 황당하다는 듯 물어봤다.

“무 물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점장 아저씨가 대답했다.

“팔린 적은 있나요?”

한나가 물었다.

“물론 있습니다.”

지점장 아저씨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게 팔렸다고?’

“각성자에게요?”

한나는 의심이 어린 눈빛으로 의문을 표했다.

“......일반인입니다.”

그냥 장식품으로 팔린 모양이었다.

해머를 한번 들어보라는 듯이 무대를 마련해 놓은 그 모습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건 장식품입니까?”

매장 중앙에 전시된 거대한 해머를 사내들이 하나씩 들어보려 애를 쓰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아닙니다. 진짜 무기를 가져다 놓은 겁니다.”

지점장 아저씨는 사람들이 용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지점장 아저씨는 그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기색이었다.

“들어봐도 됩니까?”

“예?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무거우실 텐데.”

지점장 아저씨가 걱정되는 듯했다.

저걸 들어보려 한 각성자가 나 하나였을 리는 없고 내가 자존심에 상처라도 받는 걸 걱정이라도 한 걸까.

확실히 저 많은 사람 사이에서 실패하면 조금은 쪽팔릴듯싶었다.

“손잡이가 부러지거나 그런 건 아닙니까?”

손잡이는 튼튼해 보였다. 하지만 망치의 머리가 너무 거대해 그것도 불안해 보였다.

“아이고 절대 아닙니다. 내구성 하면 맨즈! 맨즈 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여 만든 일생일대의 대작입니다. 절대 부러지지 않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두 손으로 해머를 들려고 애를 쓰던 아저씨가 머쓱해 하더니 물러났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오. 각성자인가?”

“들려나 본데?”

“진짜?”

“아냐 못 들어. 전에 어떤 각성자가 와서 들려고 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더라.”

“덩치를 보면 꿈쩍 정도는 할 수는 있지 않을까?”

“흠. 확실히 가능성이 없진 않겠네.”

주변의 이목이 쏠렸다.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이벤트에 눈이 반짝였다.

‘젠장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군.’

두툼한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힘을 줬다.

“후읍!”

각성하고 나서 처음으로 근육이 일하는 기분이었다.

거대한 해머가 조금씩 들어 올려졌다.

대머리 지점장 아저씨의 동공이 확장했다.

“어…. 어?”

“우와! 아빠! 아빠~! 저 아저씨 왕 해머 들었어!”

주변이 술렁이며 경악에 찬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올라가던 해머는 마침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우와아아아!!!”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토르!”

누군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토르! 토르! 토르!”

그에 호응하듯 사람들이 소리쳤다.

“토르! 토르!”

아이들도 흥분한 듯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는 나는 황당하기만 했다.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확실히 엄청난 무게에 몸에 부담이 가는 게 느껴졌다.

이건 육체 강화를 한 번 더 레벨업 하지 않으면 쉽게 사용하지 못할듯했다.

아니…. 인벤토리를 이용하면 어떻게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거 같았다.

“미친! 말도 안 돼!”

지점장의 외침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이 거대해머를 드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 같았다.

아니 각성자라도 이 무기를 들어야 사용할 거 아닌가.

들지도 못할만한 무기를 만들어놓았다는 소리 같았다.

지점장 아저씨도 정상은 아닌 거 같았다.

‘이대로 내려치면 얼마만큼의 파괴력이 나올까.’

위험한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솟구치는 파괴본능을 억누르고 조심스레 망치를 내려놨다.

한나가 분위기에 휩쓸려 흥분한 듯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대…. 대단해요!! 마치 토르의 전신 같았어요!”

“묠니르는 이것보다 한참 작지 않습니까.”

내 기억에 히어로 영화에서 본 묠니르라는 망치는 훨씬 작았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설마 묠니르를 드시는 분이 계실 줄은….”

지점장 아저씨가 질린 듯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축하?”

웬 뜬금없는 축하란 말인가.

“아! 모르셨습니까?”

“......?”

난 몰랐지만, 맨즈사에서 D급 이하의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묠니르를 들어 올린 사람에게 묠니르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묠니르라는 전설의 무기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아이기스라는 거대한 대형방패와 궁니르라는 거대한 창 처음부터 봐둔 엑스칼리버라는 대검을 추가로 구매했다.

전설의 무기들로 인벤토리를 채울 걸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인벤토리가 있으니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지만,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도끼도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제품의 하자가 없는 한 반품은 받지 않습니다.”

지점장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고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사는 이유가 있나요?”

한나는 누가 봐도 부담스러운 무기를 내가 몇 개씩 사대니 황당해하는 표정이었다.

인벤토리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비밀입니다.”

변명을 생각하기도 귀찮아 적당히 대꾸해 줬다.

“흐음.”

팔짱을 끼며 호기심이 어린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고 느꼈다.

짓눌린 가슴이 계곡을 형성했다.

‘생각보다 가슴이…. 크군.’

옆에 단발머리의 여비서가 내 눈길을 눈치챘는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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