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능력계열과 등급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반인과 각성자가 쓰는 무기가 다르고 강화계 각성자는 C등급을 기준으로 나뉜다.
“강화계 D등급.”
미녀 직원은 내 대답에 예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의 뒤를 따라 걸었다.
유니폼 위로 보이는 잘빠진 몸매와 움직이는 탐스러운 엉덩이, 치마 아래로 보이는 잘빠진 다리의 검은 스타킹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진짜 욕구불만인가…. 이상할 정도야.’
미녀에게 시선이 가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이상할 정도로 성욕이 끓어 올랐다.
필사적으로 단단해지려는 물건을 제어했다.
그녀를 따라가며 꼴사나운 장면이 연출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미녀 직원은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있는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각성자분들이 자주 사용하시는 무기들이 전시된 곳입니다.”
미인 직원이 말했다.
“혹시 원하는 무기가 있으시면 찾아 드리겠습니다.”
“일단 둘러보죠.”
“예. 알겠습니다. 편하게 둘러보셔도 됩니다.”
[주인님의 자금 사정으로는 암스틸과 블루락 브랜드 위주로 보시는 게 효율적인 소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수니의 말대로 두 개의 무기회사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애초에 무기는 한 개만 살 생각은 아니었다.
인벤토리라는 편리한 능력이 있으니 스킬 활용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었다.
천천히 무기들을 둘러봤다.
다양한 무기들은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대부분이 크고 무거워 보였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마력을 외부로 발현하지 못하는 한계라고도 볼 수 있었다.
D급 몬스터는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
최소 중화기의 화력이 필요했다.
마력을 방출하지 못하는 강화계는 강한 육체의 힘으로 이런 중장비를 휘둘러 타격을 줘야 했다.
둔기류가 많았고 창이나 도끼도 있었다.
총기와 활 같은 원거리 무기도 있었지만 그다지 관심은 가지 않았다.
총알이나 화살에 마석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무기였다.
유지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때 시선을 끄는 무기가 있었다.
거대한 직사각형 철판에 둥그런 철봉을 꽂은 듯한 거대한 검이었다.
고급스러운 문양과 검은색과 회색이 적절히 조화된 대검이었다.
그 크고 아름다운 대검은 상당히…. 멋이 있었다.
이런 무기를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대검은 헌터분들의 구매 3순위에 올라가 있을 정도로 인기 제품입니다.”
미녀 직원이 내 관심을 눈치챈 듯 말했다.
[주인님 이 무기의 평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별점도 하나입니다.]
가격표를 보니 다른 무기의 3배는 나갔다.
‘평가가 어떤데….’
[평가를 메시지로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집안이 허전하다 싶으면 하나 사서 걸어놓는 것도 좋습니다.>
<애송이 각성자들의 상징 같은 검입니다. 절대 사지 마세요.>
<남자의 로망! 남자라면 이 검을 선택해야 한다.>
<미친 제작사 놈들 알바를 풀었구나. 각성자한테 칼 맞기 싫으면 당장 지워라.>
<초보 헌터분들 이것 들고 사냥 가는 순간 지옥이 먼지 경험하게 될 겁니다. 절대! 사지 마세요.>
<빅 뻑킹 소드!>
<빅 뻑킹 소드!>
<빅 뻑킹 소드!>
그 밑으로는 광기가 어린 도배가 되어있었다.
제작사가 원한을 많이 산 모양이었다.
[주인님 맨즈라는 제작사에서 만든 무기입니다. 한번 사면 심각한 결함이 없는 한 반품이 불가능한 무기입니다.]
“중고장터에 매물이 가장 많은 각성자 무기 1순위이기도 하죠.”
수니의 말에 동조하듯 여직원과는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겁기만 하고 그다지 실용성은 없어요. 300kg이 넘는 무게니까 따로 수레를 끌고 다닐 생각이 없으면 사지 않는 게 나아요.”
시선을 옮기니 두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미녀가 있으면 주위가 밝아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하나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깔끔한 단발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다른 하나는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정장과 뿔테 안경을 쓴 지적인 올림머리를 한 이름다운 미녀였다.
진한 군청색의 머리카락과 보랏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특이했지만 매력적이었다.
‘염색한 건…. 아닌 거 같고 각성자?’
각성자는 능력에 따라 머리카락 색이나 눈동자 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외국인인가 싶었지만, 동양적인 얼굴형이 남아있어 혼혈인가 싶었다.
‘연예인인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예뻤다.
솔직히 이런 미녀를 실물로 본 건 처음이었다.
각성자도 연예인을 한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연예인은 많았다.
관심도 없고 텔레비전 자체를 본 지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이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내게 무안했는지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넸다.
“히어로프렌즈 대표 한나 블루라이트예요.”
내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아무리 봐도 20대는 안 넘어 보이는데 회사 대표란다.
엄청난 동안이거나 금수저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한국인인가 싶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이름을 들어보면 한국인은 아닌 거 같았다.
‘히어로프렌즈?’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조금 유치한 듯한 회사명이니 내가 들어봤다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름 이 바닥에서 생활하다 보니 헌터 계에서 유명한 회사나 길드는 알고 있었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한나라는 미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생긴 지 2년 정도 된 얼마 안 된 신생 회사에요. 그래도 나름 요즘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분발해야 하겠네요. ”
내 생각보다는 유명한 곳인가 싶었다.
하긴 최근에는 게임 말고는 관심도 없었으니 모를 만도 했다.
그녀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박운호입니다.”
시커먼 사내였으면 관심도 없었겠지만, 악수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보기가 드문 미녀였다.
“실례가 됐나요?”
히어로 회사 대표임을 밝혔으니 목적이 뭔지는 알 거 같지만 싫은 소리를 하기에는 그녀는 너무 예뻤다.
미녀 앞에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괜찮습니다.”
원래 내가 이런 성격이었나 싶었다.
여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가까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육식보다 초식남에 가까웠다.
욕구불만에 여자에게 끌리는 건가도 싶었다.
그저 욕구불만이라기보다 각성의 영향으로 그런 건가도 싶었지만 확인하는 방법도 없었다.
“그 대검을 사실 건가요?”
한나가 물었다.
한나의 말에 전시된 거대한 대검에 시선을 옮겼다.
다시 봐도 마음에 들었다.
“흠….”
게임을 할 때도 무기가 큰 걸 좋아했다.
거대한 대검과 거대한 대방패를 들고 괴물들을 썰고 다녔다.
그런 대검이 눈앞에 튀어나와 있다.
솔직히 완전 내 취향이었다.
“네. 마음에 듭니다.”
“후회하실 거예요.”
그녀의 말에 조금 고민이 됐다.
나보다는 무기에 대한 지식이 있어 보였다.
“뭔가 하자라도 있습니까?”
마음에 든다고 무기로서 중대한 하자라도 있다면 그냥 피규어 수집일 뿐이다.
나는 무기가 필요한 거지 피규어가 필요한 게 아니다.
한나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하자는 없어요. 그냥 봐도 튼튼해 보이잖아요? 하지만 단점이 있죠. 쓸데없이 너무 무겁다는 거. 같은 무게라도 차라리 둔기가 효율적이죠.”
턱을 쓰다듬으며 조금 고민해 본다.
거의 10cm는 되어 보이는 두께는 그냥 봐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긴 했다.
“저건 근력 강화계열도 버거워하는 무기에요.”
“한번 들어봐도 됩니까?”
여직원에게 물어봤다.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 자체도 보통 검보다는 두꺼웠고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육체 강화 스킬을 높이지 않았으면 들기 힘들었겠군’
한쪽 면에만 있는 날은 딱 봐도 뭉툭한 게 날카롭진 않았다.
디자인한 사람도 이런 무기로 내려치면 날카로운 날 따윈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말이 대검이지 그냥 기다란 둔기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실용성 면에서 좀 구린 면이 있어 보였다.
실용성은 둘째치고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무기였다.
검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 가볍게 움직여 봤다.
묵직한 감이 없진 않았지만 휘두르는 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와우! 정말 대단하네요! 그걸 한 손으로…. 힘이 제 상상 그 이상이군요.”
“손님같이 가볍게 드시는 분은 처음 봅니다.”
한나와 미녀 직원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각성자들이 버거워할 만한 무게일 만 했다.
“내구성은 어떻습니까.”
“보시면 알잖아요. 내구성으로만 보면 현재 존재하는 무기 중에 손가락에 꼽을 거예요. 그게 유일한 장점이고요. 그렇게 무식하게 만들면 내구성이 안 좋기도 힘들어요.”
하긴 날이 날카롭게 서 있을 필요도 없고 그저 두껍고 무겁고 큰 무기다.
그냥 봐도 튼튼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