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9화 (9/259)

“이거 슈트가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래도 슈트의 착용을 권장합니다. 방어 면에서 에너지효율이 슈트가 더 낫고 무엇보다 1차로 슈트에서 충격을 흡수해주는 쪽이 주인님에게 데미지도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생각 없이 하는 말이었지만 수니는 내가 진짜 전투슈트를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줄 아는 건지 필사적으로 장점을 어필했다.

마치 기계가 아닌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내 각성이 특수한 각성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특별한 점이 있었다.

각성자가 육체가 강화된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육체 강화계 각성자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육체 능력을 갖춘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로 강화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내 피부는 수니의 말이 맞는다면 일반총알은 뚫을 수 없을 거다.

각성자도 총알을 튕겨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거는 마력을 사용하는 C급 이상 각성자의 이야기다.

그러면 나는 지금 C급 각성자 수준인가?

육체의 감각은 강해졌다고 느껴졌지만,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걸 봐서는 아닌 거 같았다.

세간에서도 강화계는 무기에 마력을 담는 것으로 C급으로 인정을 해줬다.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곤란하군.’

오늘은 외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74정도 되던 키가 순식간에 190이 넘어버렸다.

맞는 옷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내일 나가야 하나?’

전투 슈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가서 할 일도 많은데 이런 쫄쫄이를 입고 돌아다닐 만한 배짱은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외출은 내일 하기로 했다.

코팡에서 사이즈에 맞는 옷들을 주문하면 내일 아침이면 올 것이다.

로켓배송이 있으니 지금 주문하면 내일 오전 중에는 배달이 된다.

오늘은 집에서 차근차근 스킬들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면서 지내는 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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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기분에 잠에서 깼다.

‘시발.’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팬티가 허옇게 젖어있었다.

억울했다.

좋은 꿈이라도 꿨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울컥하는 느낌에 깨보니 이런 상태였다.

요즘 욕구불만인가?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나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영상을 보며 빼 왔기 때문에 몽정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시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거대한 물건에 허옇게 묻은 걸 샤워로 씻어냈다.

젠장 잠이 다 깼다.

더 이상 잘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현관 앞에는 어느샌가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대충 새로 산 운동복을 꺼내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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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육체의 전투 능력만 따지면 D급 정도가 아닐까 생각이 됐다.

보통 강화계 C급의 기준이 마력의 외부 발현이다.

대표적으로 검에 마력을 씌우는 마력검이 있다.

나는 지금 마력을 외부로 발현하지 못했다.

몸은 강해졌지만 지금 마력이라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D급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능력이 하나만이 아니다.

스킬이라는 명목으로 4개나 가지고 있었다.

각성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됐다.

누가 봐도 특별한 각성 능력이었다.

‘혹시라도 측정이 안 될 수도 있으려나?’

이건 괜한 걱정인 거 같긴 하지만 과거의 일이 나름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었다.

측정이 안 된다고 해도 육체 능력을 보이거나 인벤토리 능력만 보여도 각성자 인정을 받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인벤토리 같은 능력은 될 수 있으면 숨겨야 했다.

세상은 넓다.

인벤토리 같은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나 혼자뿐일 거라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상당히 관심을 받을만한 능력이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보유한 스킬만 4개니 오히려 높은 등급이 나와 주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곤란했다.

난 인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아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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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D등급으로 각성하셨습니다.”

처음 내 덩치에 긴장한 모습을 보이던 협회 직원이 밝은 얼굴로 축하해 줬다.

그런 내 쓸데없는 걱정이 무색하게 그냥 평범하게 각성 판정을 받았다.

평범하다기엔 첫 마력 측정이 D급이 나오는 것도 나름 상위 30% 정도 됐다.

보통은 F급으로 시작해 점점 능력을 키운다.

하지만 내 능력에 비해서는 낮게 나왔다고는 생각했다.

안심은 됐지만 오기 전까지 그 이상의 상상을 하던 자신이 조금은 머쓱했다.

“아! 헌터 자격증이 있으시군요! 그럼 자격증을 새로 발급받으시는 게 나으실 겁니다.”

협회 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지고 있던 자격증을 반납하고 새로 발급받기로 했다.

“혹시 아카데미 교육을 원하시면 추천서도 써 드리겠습니다.”

협회 직원의 친절도는 일반인 시절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카데미는 각성자나 일반인들이 헌터나 히어로에 대한 여러 가지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을 말한다.

요즘은 헌터나 히어로로 활동할 생각이라면 여러모로 들어가서 배우는 게 좋긴 했다.

물론 아카데미에 갈 생각은 없었다.

“그건 됐습니다.”

각성자와 일반인이 나뉘어 교육받기 때문에 배울 게 없는 건 아니겠지만 강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는데 시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허름한 헌터 자격증이 삐까번쩍하게 변했다.

약간의 푸른빛이 도는 알 수 없는 금속 재질로 되어있었다.

“박운호 님의 마력 패턴을 새겨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입니다.”

이런 사소한 데서도 무각성 헌터와의 격차를 느낄 수가 있었다.

“혹시…. 협회 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연락해주십시오.”

그러면서 팸플릿을 넌지시 건넸다.

“협회는 언제나 각성자분들을 환영합니다. 하하.”

협회에 소속될 경우에 대한 혜택이나 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담은 팸플릿일 거다.

협회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네 관심이 생기면 연락드리죠.”

그래도 나름 나를 위해 고생한 사람인데 매몰차게 거절하긴 뭐해 팸플릿을 받고 자리를 일어섰다.

각성자가 됐다는 기쁨보다는 후련함이 컸다.

14년을 바란 일이다.

속이 시원했다.

각성자 협회를 나오자 많은 사람이 다가왔다.

“세이버즈의 강성현입니다.”

“히어로 매거진의 이규안입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일성의 조수정이에요.”

“강한 헌터스의 나민수입니다.”

마력 측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회사와 길드 언론사 등 다양했다.

D급도 이 정돈데 그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너무 들이대니 불쾌함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 얼굴 때문인지 덩치 때문인지 순식간에 사위가 조용해졌다.

많은 눈동자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190이 넘는 거구가 인상을 쓴다.

심지어 그냥 덩치도 아니고 근육이 꽉꽉 들어찬 각성한 덩치다.

예전에 나라도 쫄릴 듯했다.

스카우트들과 기자들의 긴장한 표정이 보였다.

“비켜.”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비켜섰다.

각성자 중에 성격이 더러운 놈들은 많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그런 놈들을 모를 리가 없다.

험한 꼴 당한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각성자는 중대한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냥저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루 만에 각성자가 되었다고 십수 명의 사람이 내 눈치를 보는 게 웃기긴 했다.

욕이야 좀 먹겠지만 싸가지가 없는 많은 각성자 중에 내가 추가된다고 해서 뭐 달라질 게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그게 나을 거 같기도 했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데서 귀찮게 시간을 끌릴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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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협회 건너편에는 화려한 쇼핑몰이 있었다.

히어로 몰.

단순히 각성자의 장비만 이 아니라 여러 편의시설과 관광 요소도 있어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헌터 몰이 아니라 히어로 몰이라는 게 대중적인 인기가 헌터보다는 히어로라는 증거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향했다.

지하 2층은 각성자 장비 전용 구역이다.

[암스틸과 블루락 쪽이 평가가 좋습니다. 블루라이트는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평이 있습니다.]

수니가 내게 인터넷으로 조사한 내용을 열심히 보고했다.

예전의 전투 슈트도 인터넷 접속기능은 있었지만 거의 쓰진 않았다.

인터넷은 집에서 쓰는 일이 많았고 집에서 슈트를 입고 생활하진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스킬이 된 이후로는 달랐다.

수니는 인공지능이다.

수니가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수니에게 각성자 장비의 조사를 시켰다.

원래는 내가 해야 했을 일이지만 그래봐야 인터넷 조사다.

내가 하는 것보다 수니가 하는 게 효율이 높았다.

수니는 이런 쪽에 최적화된듯하니 말이다.

지하 2층엔 위쪽처럼 바글거리진 않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보였다.

각성자가 주 고객이라 그런지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예쁘장한 직원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친절한 직원의 말에 용건을 말했다.

“무기를 좀 보고 싶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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