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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8화 (8/259)

전투슈트 덕분에 정신이 쏠려 잊고 있던 원래의 목적이 생각났다.

금고 안에서 마석이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푸른 빛을 은은하게 뿜어내는 F급 마석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올렸다.

[마석을 흡수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뜨는 대신 수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동기화의 영향인가 싶었다.

‘흡수해.’

마석이 익숙한 모습으로 흡수됐다.

게이트에서 주웠던 검은 마석처럼 녹듯이 내 손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잠깐 흠칫했다.

그때의 고통스러운 뜨거운 느낌과는 다른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의 기운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져 조금은 안심했다.

“.....”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게…. 경험치가 오른 건가?’

그때 수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와 비슷한 마석 37개를 더 흡수하면 레벨업을 할 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하나로 렙업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37개라니….’

예상보다 많았다.

F급 마석 하나가 백만 원 안팎이다.

현금으로는 거의 4천만 원 가까이하는 돈이다.

내가 헌터 생활하는 동안 모아 놓은 마석을 거의 다 쏟아 부어야 했다.

1레벨에서 2레벨이 되는 레벨업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마석이 들어간다.

이게 게임이라면 레벨업은 갈수록 올리기 힘들어진다.

이건 게임이 아니라 각성 능력이니 다를 거라는 희망스러운 생각은 품을 수 없었다.

상당히 비싼 능력이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민이 됐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각성자가 이런 돈으로 고민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나도 모르게 일반인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무심코 수니에게 물었다.

[레벨업을 할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왜?”

[정보를 얻기 위해섭니다.]

“정보?”

[지금 레벨업을 함으로써 시스템의 성장과 함께 얻는 정보는 앞으로의 주인님의 성장 방향성에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수니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전에 내 마음은 이미 기울어있었다.

각성했으니 이 정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 말고도 다른 레벨업 수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지금 당장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데 이걸 참는다는 게 힘들었다.

상자에 있는 마석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석이 흡수돼 사라져 간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무각성 헌터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동안 모아 놓은 마석이 사라지는데 속이 쓰렸다.

37개를 흡수했다.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레벨업이 되지 않았다.

쌓여있던 마석이 5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리고 자연히 내가 가지고 있던 마석 개수도 알 수 있었다.

‘43개….’

내 무언의 불편함을 알았는지 수니가 급하게 말했다.

[마석마다 품고 있는 마력량이 달라 오차가 발생했습니다. 한 개나 두 개 정도면 레벨업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녀석 당황한 거 같은데’

“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수니는 풀이 죽은 듯했다.

어마어마한 매몰 비용이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한두 개가 아니라 다섯 개 다 쏟아 부어야 한다고 해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개가 아닌 2개를 흡수하고서야 안도하는 듯한 수니의 목소리가 들렷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운호 레벨2>

<스킬>

<육체강화 Lv 1>

<로그인 Lv 1>

<인벤토리 Lv 1>

<전투슈트 Lv 1>

<스킬포인트 1>

‘스킬포인트 하나.’

그게 유일한 변화였다.

레벨업이 된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강해지는 방법이 이거 하나뿐인가.

적어도 스킬 당 하나씩 4포인트는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짰다.

‘너무 적은데….’

지금보다 레벨이 오르면 더 주려나 하고 행복회로를 돌려보려 했지만, 아닐 거 같았다.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무슨 정보.”

[스킬들을 업그레이드시켰을 경우의 효과들입니다. 메시지로 표시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해봐.”

<육체강화 Lv 2: 육체를 강화한다.>

<로그인 Lv 2: 세이브포인트가 하나 추가된다.>

<인벤토리 Lv 2: 저장공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전투슈트 Lv 2: 전투슈트를 강화한다.>

인벤토리 스킬이 탐이 나긴 했다.

저장공간이 두 배 상승이라니 스킬 강화에 대한 상승 폭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일단은 내 전투 능력을 올리는데 먼저라는 생각이다.

인벤토리는 거의 편의성 쪽이 강했으니 끌린다고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육체 강화와 전투슈트.

“뭘 먼저 올리는 게 좋을 거 같아?”

[육체 강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유는?”

[육체 강화는 주인님의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그리고 전투슈트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전투슈트도?”

[네. 전투슈트의 동력원 중 하나가 주인님입니다. 전투슈트 스킬이 성장했을 경우 더 많은 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그렇다면 육체 능력을 올리는 게 더 나은 선택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력원이 마석이 아니라 나라고?”

[네. 전투슈트는 주인님의 각성 스킬입니다. 마석으로도 충전할 수 있지만 주인님을 통한 충전이 가장 효율이 높습니다.]

생각으로 전투슈트의 에너지상태를 띄웠다.

<전투슈트 에너지 잔량: 78%>

에너지 잔량이 생각보다 꽤 높았다.

“이건 슈트가 충전된 건가?”

[착용하시기 전 대기 중에 충전했습니다.]

“자연 충전이 된다고?”

[기본적으로 0퍼센트에서 100퍼센트 완전충전까지 10시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만약에 슈트가 손상을 입었다면 그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마석으로 충전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 말은 유지비가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주인님의 마력을 흡수해 급속충전이 가능합니다.]

“나한테서 충전한다고? 지금은 충전 중인 건가?”

[지금은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 충전 중입니다. 별다른 지시가 없는 한 꾸준히 주변의 마력을 흡수해 충전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마력을 흡수한다는 터무니 없는 소리가 나왔다.

[착용만 하고 별다른 활동이 없다면 에너지 소모 비율보다 충전 비율이 약간 높습니다.]

“입고만 있는다면 충전이 된다는 소린가?”

[네. 하지만 1퍼센트 충전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니 착용을 해제하시고 충전할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입고만 있어도 미미하게 충전이 된다는 소리다.

그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개사기였다.

지금은 78퍼센트다.

나머지 20퍼센트 정도를 내가 충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20퍼센트를 나한테서 충전한다면 얼마나 걸리지?”

[2초면 됩니다.]

내 생각보다 상당히 빨랐다.

1초당 10퍼센트라고 보면 될 거 같았다.

“20% 충전해 봐.”

[20% 급속충전 실행합니다.]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20% 충전 완료되었습니다.]

약간의 피로함을 느꼈지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급할 때 사용하면 괜찮겠는데.’

육체 강화 스킬을 올리면 자연히 내 육체의 마력량도 늘어난다는 거다.

하긴 마력이 아니라면 육체가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

확실히 슈트보다는 육체 강화를 사용하는 게 좋은 선택이다.

[육체 강화 Lv 1에 스킬포인트를 사용하시겠습니까?]

“하자.”

<육체 강화 Lv 2: 육체가 강화됩니다.>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가벼운 현기증이 일어났다.

-우득우득.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고통은 없었다.

끔뻑.

눈을 깜빡이자 시각이 돌아왔다.

거울을 보자 키와 몸이 더 커져 있었다.

“헐….”

각성하면서 180이 넘던 키가 더 커져 190은 넘어 보였다.

키가 상당히 커졌음에도 근육의 손실 없이 슈트 위로 보이는 잘 빠진 근육의 위압감이 대단했다.

‘스킬 강화했다고 키와 덩치가 커지다니 이게 정상인가?’

스킬을 강화할 때마다 커진다면 그것도 곤란했다.

주먹을 쥐어봤다.

무엇이라도 부술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느껴졌다.

확실히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힘이 흘러넘쳤다.

감각도 예민해졌다.

“내가 얼마나 강해진 거지?”

[데이터가 부족해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현재 주인님의 피부 강도는 현재 전투슈트의 보호 강도와 비슷합니다.]

“내 피부가 전투슈트의 실드와 강도가 비슷하다고?”

[각성 전의 슈트와 비교한다면 족히 2배는 강합니다.]

전투슈트도 업그레이드가 됐다.

그래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정도의 효율이 나온다.

그런 전투슈트와 비슷한 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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