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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깼다.
어두운 방 안.
눈 앞에 이상한 게 보였다.
<운호 레벨1>
<스킬>
<육체강화 Lv 1>
<로그인 Lv 1>
<인벤토리 Lv 1>
<전투슈트 Lv 1>
<스킬포인트 0>
게임의 상태창처럼 보였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꿈에서조차 이런 걸 보다니 요즘 게임을 많이 했더니 이게 게임중독인가 뭔가인가?’
멍하니 그 상태창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
‘꿈이 맞나?’
뭔가 감각이 생생하다고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 어두운 방 안에 불을 켰다.
그러나 눈앞의 상태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생생함이 꿈은 아닌듯했다.
‘각성?’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잘 알려진 강화계와 자연계 이외에도 특수한 능력을 각성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들었다.
물론 본 적도 없고 말 그대로 들어만 봤다.
하지만 눈앞에 이상한 상태 창이 아른거리는 게 보통의 각성과는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이젠 기대조차 거의 없는 포기 상태였었다.
이 상황에서 각성하니 기쁘다기보다 어리벙벙했다.
‘그나저나 이 상태창은 언제까지 이렇게 눈앞에 보이는 거지?’
조금 시야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상태창이 사라졌다.
‘뭐지? 내 생각에 반응한 건가?’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내 의지에 상태창이 반응하는 거 같았다.
요즘에 게임을 많이 했더니 각성도 이따위인가 싶었다.
스킬이 네 개가 보였다.
‘육체 강화. 인벤토리. 로그인. 전투 슈트.’
게임스러운 스킬 목록이었다.
‘육체 강화는 강화계를 말하는 건가?’
내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오른다.
<육체 강화 Lv 1: 육체를 강화합니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강화한다니 얼마나 강해진다는 거지?’
의문을 가지며 내 몸을 바라봤다.
“어?!”
몸이 벌크업이 되어있었다.
조금 헐렁했던 셔츠가 몸에 타이트하게 되어있었다.
셔츠를 올려봤다.
선명한 초콜릿 복근이 새겨져 있었다.
어제만 해도 관리를 안 해 불어있던 몸이 근육펌핑이 되어 불어있었다.
“이게 무슨….”
서둘러 헬스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엔 거의 쓰질 않지만, 예전에 남는 방을 집에서도 운동을 할 수가 있게 헬스 방으로 만들어 두었다.
먼지가 쌓여 있는 헬스기구들이 보였다.
대충 먼지를 털어내곤 각성 전에 부담스럽던 무게를 끼우고 들어보았다.
가볍게 들렸다.
두 배를 들어도 무난할듯싶었다.
‘각성했구나.’
나는 각성을 확신했다.
복잡 미묘한 감정과 함께 이제야 실감이 났다.
전신거울에 웃통을 벗고 내 몸을 비춰봤다.
조금은 젊어진 듯한 얼굴과 조각 같은 근육이 온몸에 새겨져 있었다.
헌터가 노화가 늦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젊어진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늦은 나이에 각성하는 헌터가 흔치 않아서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젊어져서 손해 볼 건 없었다.
‘키도 좀 커진 거 같은데?’
조금이 아닌 173이던 키가 180은 가볍게 넘어 보였다.
‘설마!’
바지를 들춰보았다.
“크흠.”
전보다 더욱 진보한 물건이 보였다.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보다 더 커져 남자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었다.
나머지 스킬도 확인해야 했다.
<인벤토리 Lv 1: 물건을 수납합니다.>
게임처럼 인벤토리 창이 나타났다.
‘어떻게 사용하지?’
<대상에 접촉해야 합니다.>
의문에 대답하듯 친절한 설명이 나왔다.
옆에 있던 아령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인벤토리에 수납하시겠습니까?>
인벤토리에 넣겠다고 생각하자 아령이 사라졌다.
‘아령은?’
눈앞에 게임처럼 인벤토리에 수납된 아령이 보였다.
‘어떻게 꺼내지?’
<아령을 꺼내시겠습니까?>
대충 요령을 알 거 같았다.
이 게임 시스템과 같은 것은 내 생각에 반응하고 있었다.
<꺼낼 곳을 지정해야 합니다.>
‘지정하라고?’
<반경 1미터 이내로 지정해야 합니다.>
‘1미터라면 저 정도 되려나?’
좀 거리가 떨어진 곳에 놓는다고 생각하자 아령은 그곳에 놓여있었다.
“이건…. 대박이군.”
신기한 건 둘째치고 그냥 봐도 유용성이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런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있나?’
세상의 모든 각성자를 내가 아는 것도 아니고 이 넓은 세상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능력이 상당히 좋은 능력이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신이 나서 주변의 헬스 기구들을 마구 넣어봤다.
전부 들어갔다.
공간이 얼마나 넓은 걸까.
인벤토리창의 구석에 잔여 공간이 10퍼센트 정도 남았다는 것이 표시됐다.
‘이걸 다 넣고도 여유 공간이 좀 남다니.’
게임처럼 인벤토리창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헬스 기구들이 보였다.
터무니없는 편리한 능력이었다.
무거운 기구들이 꺼내기도 쉬웠다.
생각만으로 꺼내지는 기구들이 신기하기도 재미있기도 해 헬스 기구들을 방에 배치하며 노는데 한동안 정신이 팔렸다.
<로그인 Lv 1: 다른 세계에 접속해 퀘스트를 수행합니다.>
<경고: 로그인 후 24시간 동안 로그아웃할 수 없습니다.>
<접속 가능한 세계>
<23지구: 어비스 침식으로 좀비가 창궐했습니다. 침식체를 제거하세요.>
<판테라: 검과 마법이 발달한 세계입니다. 어비스 침식 미궁을 공략하세요.>
<세이브포인트: 1>
‘24시간이라….’
한번 접속하면 24시간은 나올 수가 없다는 경고가 신경 쓰였다.
‘세이브 포인트는 또 뭐고….’
게임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의미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쓰여있기는 로그인이라고 쓰여있지만, 차원 이동 비슷한 걸 하는 모양인 거 같았다.
게임을 많이 해봤으니 하는 추측일 뿐 이건 각성 스킬이다.
로그인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나는 판타지 세계 같고 23지구면 평행세계 비슷한 건가? 뭔가 정보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두 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사용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었다.
이건 지금 사용하기에는 위험해 보였다.
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전투 슈트 Lv 1: 동기화가 필요합니다.>
‘동기화 무슨 동기화를 말하는 거지?’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투 슈트를 착용하면 무슨 버프가 작용한다거나 하는 패시브 스킬인가 싶었다.
당장 실험해보고 싶지만 내 전투 슈트는 망가졌다.
확인을 하려면 새로 장만해야 했다.
각성자가 된듯하니 돈 걱정은 없었다.
<스킬포인트: 0>
이건 게임이라면 렙업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레벨업은 어떻게 하지?’
<퀘스트 해결. 마석 흡수.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여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는 로그인과 관련이 있는듯했고 마석 흡수? 마석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건가?’
마석은 가지고 있는 게 조금 있었다.
금고에 있으니 확인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명체를 죽여서 경험치를 얻는다는 건 조금 신경이 쓰였다.
‘게임으로 치면 몹을 잡아 경치를 올리는 방식인 거 같은데 몬스터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를 통틀어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인간이나 그냥 동물들도 포함이 되는 걸까?’
일단은 하기 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면 된다.
일단은 마석이었다.
마석으로 일단 레벨업을 해볼 생각이었다.
마석은 한 40개 정도 모아뒀다.
전부 F급이다.
F급이라곤 하지만 1레벨업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석은 장비방 금고에 있었다.
“어…?”
장비방에 들어서 본 광경에 조금은 황당한 기분이었다.
거치대에 있어야 할 전투 슈트가 안 보였다.
아니 다른 슈트 비슷한 것이 걸쳐져 있었다.
내 전투 슈트보다는 슬림해진 전신이 밋밋한 슈트였다.
이건 전투 슈트라기보다 히어로 슈트에 가까워 보였다.
히어로는 각성 범죄자를 때려잡는 각성자들을 말한다.
폼나는 슈트를 입고 범죄자들을 잡는 그들은 상당한 대중들에게 상당힌 인기가 있었다.
전투 슈트도 비싸지만, 히어로 슈트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비싼 물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멋있는 히어로 슈트와는 달리 그저 아무런 무늬도 장식도 없어 밋밋해 보이긴 했다.
손을 뻗어 만져봤다.
약간의 탄력이 느껴졌다.
<착용하시겠습니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게 무슨….”
전투 슈트 스킬이 생각났다.
스킬에 있던 전투 슈트가 패시브가 아니라 이걸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망가진 전투 슈트가 이렇게 변한 건가?’
이것 외에 다른 전투 슈트는 보이질 않았다.
<착용하시겠습니까?>
‘...해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