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씨발…. 이래도 일어난다고? 저게 어떻게 F급이야!?”
쌍욕이 튀어나왔다.
-크어엉!
거대 고블린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런 개씹…. 시끄럽게.”
혹시라도 근처에 또 다른 몬스터가 있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주변 다른 몬스터는?”
반사적으로 수니를 찾았다.
[반경 50미터 내에 다른 몬스터의 생체반응은 없습니다.]
다행이었다.
근처에 다른 몬스터는 없었다.
도끼를 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거대 고블린이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그래도 데미지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옆구리에서는 피가 질질 흘렀고 볼트와 창, 정글도가 치명적인 곳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상황에서도 서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부웅!
“...?”
비틀대던 거대 고블린이 제자리에서 갑자기 헛스윙하기 시작했다.
-크륵크륵.
입에서는 피거품이 새어 나오며 머리에 박힌 볼트들 때문인지 한 개 남은 눈알이 초점을 잃고 제멋대로 움직인다.
머리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드디어 뒤지나.’
그래도 긴장감은 놓지 않았다.
거대 고블린은 뒤늦게 온 후유증 때문인지 엉뚱한 곳에 공격하며 혼자 발광을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마무리는 해야 했다.
게이트에서 계속 저렇게 시끄럽게 발광하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주변 몬스터의 관심을 끌고 위험해지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쇠뇌를 주워 와 발광하는 괴물에게 볼트를 날렸다.
.
.
.
쿵.
거대 고블린은 열댓 발 정도 볼트가 박히고 나서야 버티기 힘들었는지 고슴도치가 된 채 쓰러졌다.
“후….”
팽팽하던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꾸준히 주변을 탐지했지만, 다행히 더 이상 감지되는 몬스터는 없는듯했다.
한꺼번에 세 마리나 몰리다니 이런 후방에서 헌터 생활하면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런 경우는 근처에 차원 균열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철수해야 했다.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도끼를 들고 가 거대 고블린의 가슴을 쪼개 확인했다.
‘응? 뭐지 이건. 마석인가?’
마석이라고 생각이 안 될 정도로 커다란 게 들어있었다.
크기가 골프공만 했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마석이다.
F급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였다.
최소 C급 몬스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마석의 크기였다.
‘대박?’
마석이라고 생각은 됐지만, 색깔이 이상했다.
‘검은 마석이라니.’
보통은 푸른색이다.
마나석의 중심은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심장에 박혀있는 그 검은 마석을 조심스레 꺼냈다.
이 정도의 마석을 만져보는 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좋은 묵직함이 있었다.
대박의 예감에 오랜만에 설렜다.
설렘도 잠시 급작스러운 열기가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마석이 뜨거운 건가?’
손에 들고 있는 마석을 자세히 바라보니 마석 크기가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손에 녹듯이 박혀 들고 있었다.
“뭐야?!”
깜짝 놀라 손을 털었지만 이미 반쯤 박힌 마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슈트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 발생.]
수니의 목소리와 함께 전투슈트 바이저 디스플레이에서 상태창이 뒤죽박죽 떠오르며 맛이 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개…. 억!”
온몸이 불타는듯했다.
지독한 고통이 들이닥쳤다.
“커…. 컥!”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의식이 흐릿해졌다.
.
.
.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났다.
‘미쳤구나. 게이트에서 정신을 잃다니.’
운이 좋았다.
그 정도의 고통이었다.
그 고통을 생각하니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몸에 더 이상의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전투 슈트의 디스플레이는 꺼져 있었다.
‘미친!’
왜인지 입고 있던 전투 슈트가 여기저기 너덜너덜해져 망가져 있었다.
“좆됐네….”
망연자실했다.
“씨발! 이게 얼마짜린데….”
허탈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밝은 게 오랜 시간이 지나진 않은 거 같았다.
가슴이 갈라진 거대 고블린의 시체가 보였다.
분명히 골프공만 한 희귀해 보이는 마석을 보고 흥분했다.
손을 바라봤다.
전투 슈트가 너덜너덜하게 뜯어져 손바닥의 피부가 그대로 보였다.
착각이 아니었다.
마석이 내 손으로 흡수된 건가 싶었지만 몸에 아직까진 별다른 이상증세는 없었다.
헬멧 안의 공기가 텁텁했다.
“수니.”
“수니?”
수니의 반응이 없는 게 전투 슈트가 먹통이 된 듯했다.
이 정도로 손상을 입었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답답함에 헬멧 바이저를 올리자 맑은 공기가 들어와 기분이 좀 나아졌다.
하지만 사라진 마석과 망가진 전투 슈트를 생각하니 속이 답답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멍때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F급 마석 하나. 로카열매하고 노그. 고블린 손톱.’
계산을 해봤지만 300도 안 될 거 같았다.
수확은 괜찮았다.
망가진 전투슈트와 사라진 마석의 손해가 너무 막심했다.
욕이 튀어나올 듯이 속이 쓰렸다.
빠르게 고블린과 괴물의 손톱을 잘랐다.
이런 거로 슈트 망가진 게 벌충될 리가 없었다.
은퇴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씨불…. 아직 자동차 할부도 남았는데….”
마석만 못하지만, 이 거대 고블린의 단단한 손톱은 꽤 값이 나갈 거다.
알뜰하게 챙겨야 했다.
거대 고블린을 손톱을 챙겨 빠르게 철수를 시작했다.
몬스터를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연달아 만났다.
전투슈트도 맛이 갔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오래 살고 싶으면 빠른 철수가 답이었다.
.
.
.
거대 고블린 손톱과 F급 마석은 일단 가지고 있기로 하고 나머지를 처분했다.
마석이야 가지고 있어도 손해를 볼 일은 거의 없고 손톱은 나름 희귀종 손톱이니 천천히 팔아도 될법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장비를 정리했다.
거치대에 걸쳐져 있는 너덜너덜한 전투 슈트를 보자 속이 쓰렸다.
F급 몬스터만을 상대하니 그동안 찢길 일조차 없었다.
그동안 나름 험한 일 한번 해보지 않은 관리 잘된 전투 슈트였다.
그런데 그 이상한 마석으로 인해 작살이 났다.
‘그 마석은 뭐였지? 아니 애초에 마석이었나?’
이건 내가 봐도 고쳐 쓸 수가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새로 사는 게 나을 거다.
하지만 새로 살 생각은 없었다.
각성 헌터라면 대출이라도 잘 나오니 살만하지만, 무각성 헌터에게 그런 건 없다.
산다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인제 와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몬스터 감지기를 사야 하나.’
감지기만 있다면 어떻게든 될 듯은 싶었다.
몬스터 감지기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 저축해둔 돈을 몽땅 털어야 할 거다.
문제는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다.
감지기는 몬스터는 탐지하지만, 사람은 탐지하지 못한다.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다.
요즘에야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혹시 모른다.
그 옛날 게이트가 없던 평화로운 세상에서도 범죄자는 있었다.
견적을 일단 알아보고 생각하기로 했다.
감당이 안 되면 다른 일도 생각해 봐야 했다.
그 이상한 마석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마석이 내 손으로 흡수돼 사라졌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당장은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대충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 안락함과 편안함에 피곤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스마트폰을 들었다.
여러 앱이 보였다.
그러다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오늘 숙제해야지.”
영웅의 주인이라는 앱을 실행시켰다.
최근 새로 나온 핫 한 미소녀 모바일 게임이다.
미소녀 영웅을 소환해 던전도 보내고 전투도 하는 그런 게임이다.
시스템은 흔한 가챠 모바일 게임이지만 신작이기도 하고 그래픽이 좋아 매출도 좋고 요즘 꽤 인기가 있었다.
게임성보다는 최신게임이라 그런지 그래픽이 상당히 잘 뽑혔다.
모바일 게임 특유의 가챠가 있고 분재게임이다.
어느 정도 성장이 되면 10분 정도 투자해서 일퀘만 하고 나오면 된다.
앱을 실행시키자 메인화면이 뜨고 접속 보상을 받았다.
10연차 티켓이 모여있었다.
“이건 못 참지. 가즈아!”
이벤트 기간은 아니지만 이런 거라도 해서 기분을 풀어야 했다.
눈부시게 화려한 연출이 떴다.
“오성이다! 떴나?”
화려한 연출과 함께 화려한 고스로리풍의 미소녀가 튀어나왔다.
“.....에이 시불 좆같네!”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오성이니 성능은 나쁘지 않은 캐릭터다.
하지만 여자로 그려놓고 남자라는 설정이다.
옷도 여자 옷으로 입히고 심지어 기분이 나쁘게 목소리조차 여자였다.
미소녀가 아닌 미소년이었다.
미소녀게임이라면서 이딴 개 같은 설정은 왜 처넣는 건지.
‘이게 오히려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지만….’
좆망겜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기분이 꿀꿀한데 기분 잡쳤다.
접는 걸 심각하게 고민했다.
기분이 나빠 게임을 껐다.
오늘은 안 풀리는 날이다.
피로감이 엄습했다.
다른 게임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오늘은 다른 게임을 할 체력이 없었다.
솔직히 기분이 아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었다.
너튜브를 실행시켰다.
생각 없이 너튜브 알고리즘의 바다를 헤엄치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