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망할 거 같았다.
갑자기 게이트라는 게 터지고 차원 균열이 터지고.
그걸로 인해 북한이 멸망하고.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는 제주도를 포기했다.
멸망한 북한에서 내려오는 몬스터와 내륙의 게이트와 차원 균열 정리에도 한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성자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성자는 크게 강한 육체를 바탕으로 능력을 발현해 싸우는 육체 강화 능력자와 물, 불, 바람 등 자연의 힘을 구현하는 능력자들로 나뉘어 각성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군대와 힘을 합쳐 국내의 게이트와 차원 균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망할 거 같던 세상은 다시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몬스터가 나타날 때마다 중화기를 뻥뻥 날릴 수는 없기에 각성자의 몸값은 올라갔다.
각국의 각성자 보유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회 한정 무료 마력 검사를 시행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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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벨 소리와 함께 창구 번호판에 948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기대와 작은 긴장을 느끼며 창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피곤한 듯 다크서클인 진한 안경을 쓴 남자 공무원이 앉아있었다.
“박운호 님?”
“네.”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안경을 쓴 공무원의 말에 신분증을 주고는 의자에 앉았다.
공무원은 신분증을 보고는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돌려주며 말했다.
“오른쪽에 있는 기계에 손을 넣어주시고 안에 있는 손잡이를 잡으시면 됩니다.”
이게 그 유명한 마력 측정장치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며 측정하는 앞의 많은 사람을 봐왔다.
처음이지만 익숙한 원통형의 기계에 손을 집어넣고 손잡이를 잡았다.
-우웅.
작은 기계음과 함께 기계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왼쪽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게이지가 차오르는 게 보인다.
게이지는 여러 칸으로 나뉘어있었고 그중 첫 칸을 채우려는 듯 게이지가 차오른다.
게이지가 차오르듯 내 기대감도 차올랐다.
가슴이 뛰었다.
사전에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왔다.
그 때문에 저 게이지 칸에서 한 칸을 넘기면 각성자 자격을 얻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이지는 한 칸을 채우는듯하더니 아슬아슬하게 채우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아….”
내 아쉬운 표정을 읽은 것일까.
“박운호 님. 여기 게이지 첫 칸 눈금 보이시지요?”
“네….”
“보통 일반인은 이 절반 아래가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박운호 님은 게이지가 거의 다 차 있습니다. 각성자 자격에는 조금 모자라시지만, 후에 각성할 가능성이 그래도 낮지는 않으실 겁니다. 게이트 쪽은 그래도 마력이 풍부하니 그쪽에서 활동하시면 각성에 유리할 겁니다.”
공무원은 고저 없는 기계처럼 준비된 말을 쏟아부었다.
-띵동.
그리고 익숙한 벨 소리가 울렸다.
창구의 번호가 바뀐다.
“.......”
이런 경우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쉬움을 감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했다.
“후….”
한끝 모자란 게이지가 떠오른다.
조금만 더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게이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