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들어서니 홀로 체스를 두고 있는 페르젠이 두 눈에 들어와 라우라는 시신을 회수한 뒤 우산을 근처에 내려 놓았다.
“……”
자신의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정확히는 어느곳에 반드시 집중을 해야 할 만큼 그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리라.
저벅.
앉아 있는 그의 뒤로가 어깨 너머로 곁눈질을 하니,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의 체스 판국이 두 눈에 들어온다.
아직까지 시간은 남아 있고, 그에게 어울려주지 못할 정도로 체스 실력이 허접하지도 않았기에.
라우라는 그의 옆으로 걸음을 옮겨 자신의 아담한 몸을 밀어 넣고는 그대로 무릎 위에 주저 앉았다.
“……”
그에 뒤늦게 라우라를 인지한 페르젠은 깜짝 놀라 몸을 굳히다, 하얀색의 퀸을 붙잡아 한 수를 두는 라우라를 보고는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체스판 위의 판국이 기이한 건, 일부러 대칭을 맞춘다는 전제하에 두고 있었기 때문인데.
라우라가 그 균형을 깨트려버리니 어찌 거슬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어차피 그녀가 온 시점에서 이런 식으로 강박증이 의식을 분산시키는 건 부정적인 방향이 아니었기에, 페르젠 또한 자연스레 다음 수를 건넸다.
탁.
타악.
그렇게 한수 한수를 주고 받다 보니, 의외로 라우라의 체스 실력이 출중 하다는 생각이 들어 페르젠은 침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니, 굳이 따진다면 체스 실력은 그녀가 더 우위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애초에 첫 전황은 그녀가 불리한 쪽이었는데도, 자신이 밀리는 상황이라면 수읽기에서 지고 들어가고 있다는 뜻일 테니.
탁.
라우라 또한 가장 처음 체스판의 판세를 접했을 때, 페르젠의 실력이 상당히 허접한 줄만 알았다.
솔직히 그러지가 않았다면 도저히 보기가 힘든 판국이었으니까.
하지만 몇차례 자신의 수를 읽으며 위협을 가해오는 페르젠을 보고 있으니, 어느덧 한쪽 턱을 괴며 고도의 집중을 하게 된다.
스륵.
그러나 페르젠은 한수를 두고서 자신도 모르게 턱을 괴고 있는 그녀의 조막만한 손을 붙잡아 밑으로 치워냈다.
저 행동까지 의식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무시를 하기에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에.
움찔!
그리고 라우라는 자신의 한손을 붙잡아 내린 뒤, 그것을 빼내지도 못하게끔 꾸욱 붙드는 페르젠의 커다란 손에 자그마한 몸을 가늘게 떨었다.
……이 행동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페르젠이 자신에게 먼저 선뜻 건네오는, 일종의 섹스어필일까.
하지만 고작 이렇게 손을 겹치는 것을 섹스의 도입부로 받아 들이는 자신이 너무 음탕하지 않나 싶어 라우라의 머리는 잠시 동안 수읽기를 멈추었다.
탁.
“아……”
그렇기에 이후 내세운 한수는, 그녀에게 있어서 악수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의미있는 수가 되지도 않은 떡수.
“……”
그 끝에 최종적인 국면은, 페르젠 입장에서 스테일 메이트──무승부로 접어든다.
당황하여 실책했던 한수만 아니었다면 완벽한 체크메이트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기 싫다는 집념하나만으로 자신을 당황시킨게 아닐까 싶어, 라우라는 페르젠이 치사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치켜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려다보는 그와 두눈이 마주치니, 채 3초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생각보다 실력이 좋구나. 중간에 실수만 아니었다면 스테일 메이트를 유도하지 못하고 내가 완벽히 체크 메이트를 당했겠지.”
그 실수를 유도 한 게 누구라 생각하는 것인지.
너무나도 뻔뻔하게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 라우라는 일순간 얼척이 없어졌다.
아니면 사내들이란 죄다 여인과 몸을 섞게 되면, 손을 겹치는 행위 정도는 “고작”이 되어버릴 만큼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까.
아직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자신의 손등을 문지르며 괜히 입술을 삐죽 내민 라우라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그런 라우라의 머릿속을 모르는 페르젠은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여 체스의 기물을 담으려 했으나, 그 순간 자신의 코끝을 간질이는 라우라의 체향을 맡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뒷목에 고개를 부드럽게 묻었다.
움찔!
“향수를…… 바꾸었느냐.”
“아, 아니요……”
후방 보급 부대라 한들, 엄연히 전선을 구르는 군인인데.
유리엘 같은 암퇘지처럼 향수나 뿌리며 몸단장을 할 만큼 정신이 미숙하지는 않았다.
“그러느냐.”
말을 더듬는 라우라의 대답을 들으며 페르젠은 자신의 코끝을 그녀의 뒷목에 가져다대고는 부드럽게 문질렀다.
향수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체향이 바뀌었다는 것은──이것이 완연히 성숙해진 그녀가 여인으로써 가지는 향(香)이라 볼 수 있겠지.
지조를 갖추듯 향기 자체는 더욱 은은하게 옅어졌으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존재감을 과시하듯 그윽하게 풍겨온다.
아직 봄이 오지도 않았는데 만개를 했다는 것에 화형(花兄).
엄동설한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웠으니 청우(淸友).
그리하여 삼청, 삼백, 삼군, 사군자의 으뜸이라 일컫는 눈속에서 피는 꽃──설중매(雪中梅), 백매화의 향이라 볼 수 있으리라.
“읏……”
그리고 자신에게 심취한 페르젠 덕에 야릇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자, 라우라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손을 움직여 뒷목을 가리는 기다란 백발을 옆으로 빼내어 가지런히 정돈했다.
동시에 그의 무릎 위에 맞닿아 있는 엉덩이를 뒤쪽으로 슬그머니 옮겨 음탕하게 허리를 흔들며 고간을 자극해보나……
‘역시……’
빳빳하게 치솟는 그의 흉물이 자신의 둔덕에 자리를 잡는 일은 없었다.
그가 앓고 있는 문제가 자신의 괴벽과 비슷한 수준의 난제라 한다면, 고작 성욕에 집중을 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겠지.
아니 남성의 발기라는 것은 엄연히 본능이고, 무조건 반사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병드고 늙은 뱀처럼 흐물흐물한 수준의 경직도 까지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않으리라.
계속해서 머리를 맴도는 난제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마치 복잡한 수식을 끊임없이 계산하는 것처럼 눈앞의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도록 괴롭힐 테니까.
실제로 머잖아 페르젠이 자신을 얌전히 놓아주고 체스의 기물을 정돈하기 시작하자 라우라는 그의 무릎 위에서 내려와 자신의 제단인 로사리오를 매만졌다.
그리고 그 안의 아공간에서 미리 조합을 해둔 무언가를 꺼내어 올려 두고는 자그마한 불꽃을 지핀 뒤……
딱!
손가락을 튕겨 빌려 받은 부끄럼쟁이의 능력으로 주변을 완전히 폐쇄한다.
저번과 다른 점은, 자신 뿐만이 아니라 페르젠 또한 부끄럼쟁이의 능력 안에서 예외 범주라는 것.
꿈틀!
때문에 자연스레 페르젠은 타들어가는 무언가로부터 풍겨오는 냄새를 맡고는 라우라를 쳐다보았다.
체내에서 혈류가 급속도로 도는 것만 같이, 전신이 뜨거워지며 아무런 자극이 없음에도 고간이 반응을 하는 이 감각.
그래, 라우라가 낮에 조합을 해둔 것은 엄연한 최음향이었다.
“……”
눈치를 채는 순간 페르젠은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마치 지우개처럼 자신의 고뇌를 모조리 지워버리기 시작하는 강렬한 성충동은 마약과도 같아 여기서 그녀를 나무랄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너는……”
오히려 그녀가 왜 이런 것을 준비했는지, 그것에 페르젠은 의문을 가졌다.
라우라에게는 아직 아무런 언질을 준적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는 듯, 오늘 밤을 대비하여 자신을 배려하는 듯한 이 짓궂은 친절은 도대체 무엇인지.
쿵!
기껏 정리된 체스의 기물이 페르젠의 팔뚝을 맞고 바닥으로 떨어져 난잡하게 주변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최음향에 마비된 페르젠의 뇌는 그 난잡함으로부터 강박 증세를 느낄 새도 없이 제복의 단추를 거칠게 풀어 헤치며 답답함이 가득 스며든 뜨거운 숨을 몰아 내쉬었다.
스륵.
하지만 라우라는 그 향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입고 있는 제복을 말끔히 벗어 속옷과 함께 고이 접어 둔 뒤 적나라한 나신으로 페르젠에게 걸어갔다.
보름달이 뜨고, 만월의 괴벽이 발작하는 순간 제노바 가문의 핏줄을 이은 자들은 극도의 각성 상태가 되며 천상의 쾌락을 맛보기도 하니 애당초 이런 것에는 절대적인 내성을 지니게 된다.
물론, 이번 생의 몸은 아직 괴벽을 수십 수백차례 거치지 않았기에 완전한 내성을 가지지 못했다.
찌걱.
그래서인지 슬그머니 손을 내려 고간을 훑으니, 떨어지는 손가락을 따라 묽은 애액이 끈덕지게 늘어진다.
하지만 달아오르는 몸은 가볍게 와인을 몇잔 걸친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라우라는 탐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페르젠을 향해 마저 걸음을 내딛었다.
“앗…… 흐읍!”
그러자 순식간에 자신의 팔을 낚아 채는 그가 난폭한 키스를 건네오더니 아담한 가슴을 세차게 움켜쥔다.
그것은 결코 주무른다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통증에 라우라는 눈물을 머금었다.
“흐프……!”
하지만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아 밑으로 숙이게 만드는 페르젠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게 만들자, 새하얀 엉덩이를 뒤로 쭈욱 내뺀 채 쪼그려 앉은 라우라는 젖어든 음부를 벌름 거리며 허우적 거릴 수 밖에 없었다.
툭.
움찔!
심지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오른발을 다리 사이로 집어 넣는 페르젠이 신발의 앞부분으로 자신의 음부를 건드려온다.
신고 있는 것은 구두가 아닌 명확한 군화였기에 맞닿는 감촉이 까끌하여 쪼그려 앉아 있는 라우라의 다리는 수차례 바르르 떨더니 균형을 잃어 나갔다.
“아…… 앗! 끄흑!”
간지러우면서도, 쓰라리고.
아프면서도, 또 기분이 좋은.
그리고 페르젠은 라우라가 주저 앉을 때 마다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올바르게 쪼그려 앉게 만든 뒤, 울상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욕망을 충족시켜 나갔다.
순수하게 성욕만을 쫓는 페르젠이기에, 그의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학심이 절제 되지 않고 흘러나오는 것이다.
찔꺽!
“흐윽!”
그렇게 신발의 앞굽이 그녀의 애액으로 반들반들하게 물들어 갈 때쯤, 페르젠은 조금 더 편히 다리를 벌리고는 라우라를 내려다보았다.
스륵.
그리고 그 행동의 의미가 지금 자신에게 무얼 강요하는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기에, 라우라는 떨리는 두 손을 뻗어 그의 바지춤을 끌어 내렸다.
투욱.
움찔!
그러자 뇌리 한편에 각인된 형태보다 한층 더 커다래진 그의 흉물이 거칠게 튀어 나오더니, 진득히 퍼져나가는 최음향에도 묻히지 않는 지독한 수컷의 냄새를 풀풀 풍기며 자신의 콧잔등을 두드린다.
“아……”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자연스레 그녀의 다홍색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이게 만들었고.
그 너머로 징그럽게 곤두선 핏줄과 당장이라도 괴사할 만큼 격렬한 혈류가 쏠린 채 껄떡이는 흉물의 박동을 아로 새긴다.
과연 자신의 입으로 이것을 삼킬 수나 있으련지, 걱정이 앞서는 라우라였으나……
킁……
그런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한동안 멍때리던 라우라는 코끝을 씰룩이며 풀풀 풍기는 지독한 수컷의 냄새를 한가득 들이키고 말았다.
“쪽…… 쪼옵……”
나아가 마치 입맞춤을 하듯, 귀두 끝에 고여 흘러 나오는 묽은 쿠퍼액을 조심스레 핥아 먹는다.
약간의 짭쪼름한 맛이 느껴질 뿐이고.
코끝에 가득 들어차는 수컷의 냄새도 분명 달갑지는 않은 것인데.
배뇨감이 드는 것처럼 찌르르하는 아랫배는 왜 이리도 욱씬 거리는 것인지.
꾸욱!
이내 자신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페르젠이 부드러운 입술을 거칠게 짓누르며, 핏줄이 흉측하게 곤두선 성기를 억지로 틀어 박자……
“끅! 끄…… 끅! 케헥……!”
라우라는 괴롭다는 듯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볼썽사나운 신음을 토해냈다.
특히나 목젖을 건드리며 꾸득꾸득 넘어가는 그의 흉물이 목 안쪽에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자, 라우라는 당장이라도 턱이 빠질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상스러운 암컷의 얼굴로 페르젠을 애처롭게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페르젠은 그녀의 목구멍이 선사하는 직접적인 촉감보다, 그렇게 헐떡이고 괴로워하는 표정이 더욱 즐겁다는 듯 흘러내리는 그녀의 앞머리를 움켜쥐어 올린 뒤 목구멍 안쪽을 느릿하게 긁어냈다.
“끄……! 끄극……!”
어디까지 틀어박힌건지도 모를 흉물이 자신의 목과 입천장, 짓눌린 혀를 타고 슬그머니 빠져 나갈 때 마다 칼에 살살 찔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1/3가량 빠져나온 그의 흉물이 세차게 껄떡이며 의도적으로 목젖을 건드릴 때 마다 라우라는 발작이라도 하듯 온 몸을 덜덜 떨었다.
하지만 페르젠은 그런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붙잡고 억지로 올려다 보게 만든 뒤, 추하게 얼룩진 얼굴을 감미롭게 감상할 뿐이다.
‘정말……’
어지간한 여인은 기겁할 고약한 취향이지 않은지.
감히 그 누가 브뤼테인의 차남인 페르젠이 여인을 강아지처럼 쪼그려 앉게 만든 뒤 신발로 음부를 토닥이며, 우악스런 흉물을 목구멍에 쑤셔 박은 뒤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긴다고 생각을 할까.
그래도 직면한 문제를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을 때, 고뇌만이 쌓여 괴로움이 점칠 되어 갈 때.
가끔씩은…… 이렇게 짐승이 되어 보는 것도 생각보다 나쁜건 아니지 않느냐고.
그렇게 속으로 한 마디를 건네며 라우라는 희미한 희열을 머금고 있는 페르젠을 따라 일그러트린 얼굴에 미미한 웃음을 지었다.
유리엘.
유페미아.
그녀들은 페르젠이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직면해 있는 문제가 가져다주는 괴로움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크나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번식과 번영을 위해, 씨받이로서는 유리엘과 유페미아가 더 나을지 몰라도.
반려이자 동반자로서는 자신이 더 적합한 게 아닐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라우라는 곧이어 발작하는 괴벽을 따라 그와 똑같은 천박한 짐승이 되어 어울리기 시작했다.
타인이 공감할 수도.
또 공감 받을 수도 없는.
그렇다고 해결할 수도.
또 망각할 수도 없는.
그러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언어가 아닌 신음과 울부짖음으로 대화하며 서로의 아픔을 핥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