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가지기 전, 서로가 품게 되는 긴장감과 설레임.
그런 것은 지금의 두 사람에게 보이지 않았다.
천박하게 두 다리만을 벌린 채 페르젠을 바라보는 리지의 눈동자에는 수줍은 두근거림이 없었으며.
그런 그녀의 밑에 억지로 자리를 잡은 페르젠 또한, 나신을 선보이는 암컷에게 응당 수컷으로서 품어야 할 욕망은 조금도 없었다.
정략 결혼을 통해 첫날밤을 맞이하는 사내와 여인도, 이만큼이나 삭막한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으리라.
“언제, 세울 거예요?”
침묵의 끝에, 리지가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연다.
남자를 경험해보지 않은 몸이었어도, 흐물흐물 거리듯 축 늘어진 저것이 발기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쯤이야 간단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겠네요. 그때도, 당신은 나의 비루한 몸뚱이에 하등 관심이 없다고 했었지.”
조막만한 오른발을 뻗어, 그 발등 위로 축 늘어진 페르젠의 성기를 얹히는 리지가 자조섞인 웃음을 머금는다.
오빠인 세자르와 함께 연행되던 날.
그 때도 지금처럼 적나라한 나신을 선보이며 그에게 자비를 구걸했었으나, 그는 싸늘한 한 마디만을 남긴 채 걸음을 돌렸었다.
물론, 자신의 몸에 좀처럼 성욕을 품지 못하는 페르젠이 그럴 수 있게끔 얼마든지 도와 줄 수는 있지만……
리지는 굳이 그러지 않고 페르젠을 기다려주었다.
이것은 배려라기 보다는, 다른 의미로 그를 괴롭히는 것.
왜냐하면 페르젠 본인이 이 상황에 육욕을 느끼기 위해선, 틀림없이 유리엘이나 루에르그의 여인을 뇌리에 떠올려야 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안는 것은 자신의 몸일지라도, 겹쳐 보는 것은 그녀들일테니.
페르젠이 느끼는 불편함, 불쾌함, 아픔은 배로 증가 되겠지.
“당신 생각 보다…… 나는,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아요.”
어쩌면 리지 입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페르젠을 향한 유일한 배려──오른발을 내리고 왼발을 뻗어 그 발등에 축 늘어진 성기를 비스듬히 얹히고 자신의 목 부근을 두 손으로 살포시 쓸어 내린다.
이 근방에 어긋난 손자국을 남기기만 해도, 그는 대칭을 맞추기 위해 극독을 머금은 벌레의 시체가 얌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목을 졸라야 하리라.
강박증 때문에 비참한 결과를 미리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실행해야 하는 페르젠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 날처럼 자신의 다리를 분지르듯 거리낌 없이 행하려들까?
꽈악!
하지만 그런 고민은 필요 없다는 듯, 페르젠이 두 손을 뻗어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 머리 위로 올리자 리지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에는 상당한 힘이 들어가 있는 터라 적잖은 통증이 느껴졌으나, 이것은 페르젠 나름대로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하고 필사적인 의사표현 일테기에 리지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내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을 잠깐 바라보는 그가 두 눈을 감자……
움찔!
리지는 머잖아 자신의 왼쪽 발등 위에 얹혀진 축 늘어진 성기가 점차 커지는 걸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뱀 한 마리가 자신의 발목을 감싸 안고 다리 위로 타고 오르는 듯한 감촉.
지금 눈을 감은 페르젠이 뇌리에 떠올리고 있는 건, 과연 누구일까.
그래, 그것 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리지는 왼발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러자 단단히 발기한 그의 성기는 조금전과 다르게 빳빳하게 솟구쳐 특유의 흉측한 위용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머리를 살짝 들어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껄떡거리는 그것을 조금더 자세히 바라보니, 정말 흉기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저런 것이 곧 자신의 음부 사이로 파고들어, 생살을 찢듯 헤집는 걸까.
경험 해본적이 없었어도, 어렴풋하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예상이 갔기에 리지는 순간적으로 오므려지려는 자신의 다리에 힘을 주었다.
흠칫!
하지만 곧이어 페르젠이 자신의 고간 쪽으로 손을 내리자, 리지는 화를 내듯 가녀린 두 다리를 그대로 끌어 모았다.
“집어 치워요.”
“……아플 것이다.”
“당신이 내 몸을 보고 반응하지 않았듯, 나 또한 당신의 손길에 유리엘 언니처럼 반응하지 않아요.”
아니면 현재 투영하고 있는 것이 유리엘이기에, 페르젠은 자신도 모르게 전희부터 하려 했던 걸까.
‘그래……’
당신은 그런 식으로, 유리엘이라는 여인과 관계를 가졌구나.
손수 먼저 배려를 하고, 서로의 체온을 주고 받으며 몸을 섞는.
하지만 페르젠, 페르젠 폰 슈바이크 브뤼테인.
당신이라는 남자가 여인과 나누는 섹스는 교감이 아니라, 단순한 학대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유리엘과 루에르그의 여인과 얼마나 많은 밤을 보냈는지 몰라도.
오늘 이 밤이, 그 추억과 기억들을 말끔히 밀어내는 여명이 되기를 바라며 리지는 끌어 모았던 두 다리를 다시금 천천히 펴 자신의 음부를 그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딱히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고 있으나, 리지의 눈빛은 쓸데없는 행동과 말은 집어 치우고.
껄떡 거리는 그 흉측한 성기를 그대로 쑤셔 박기나 하라는 것 같아, 페르젠 또한 입술을 까득 깨물고서는 자신의 성기를 붙잡아 밑으로 내린 뒤 허리에 힘을 주었다.
리지가 지금 자신에게 품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를 만큼 페르젠은 어리석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빠르게 끝내 버리는 것이……
“끄흑!”
현재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 중에서 최선이 아닐까.
“아…… 아, 아학──!”
꾹.
꾸국!
귀두 부근 조차 온전히 들어가지 않았는데.
뻑뻑한 그녀의 음부는 상당한 저항감을 선보이며 진입하려는 성기를 따라 도톰한 보짓살까지 함께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려 했다.
조금도 젖지 않은 터라 지금의 이 행위는 말 그대로, 생살을 찢으며 파고드는 것.
“끅!”
이내 간신히 귀두 부근을 안으로 밀어 넣은 채, 페르젠은 끝에 미묘하게 걸리는 처녀막의 감촉을 느끼며 그녀의 골반을 두 손으로 붙들었다.
꾸욱!
“흑! 아…… 아아아악!”
그리고는 선보이는 저항감을 찍어 누르듯, 억세게 힘을 주어 허리를 전진 시킨다.
부욱!
동시에 페르젠은 듣지 못했을지라도.
리지는 자신의 몸을 통해 내부에서 울려 퍼지는 그 선명한 파과의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아…… 끄흑! 흐…… 아악!”
분명 예상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상을 웃도는 통증에 리지는 숨을 헐떡이며 온 몸을 빳빳하게 굳혔다.
그러면서도 들썩거리는 가냘픈 허리와 높게 치켜 올려져 바들바들 떨리는 두 다리는, 지금 그녀가 어떤 통증을 느끼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표현을 해준다.
사실 지금 자신의 아랫배에 쑤셔 박힌 뭉툭한 건, 사람의 살덩어리가 아니라 사포로 다듬지 않은 커다란 통나무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살점이 모조리 뜯혀 나가는 듯한 화끈거리는 통증이 솟구칠 이유가 없었다.
꾸국!
“끄흑……! 아악!”
이내 발악하는 자신의 골반을 단단히 움켜쥐고 허리를 밀어 넣는 페르젠을 따라, 그 흉물이 더더욱 안으로 파고들자 리지는 반사적으로 질내부를 꼬옥 조였다.
“큭……!”
그러자 페르젠 또한 상당한 양의 피가 윤활유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음에도, 살갗이 쓸리는 듯한 아픔에 식은땀을 흘리며 허리를 멈춰 세웠다.
기름을 바르지 않고 손가락에 끼인 반지를 억지로 뽑아 내려 드는 느낌이 이러 할까.
리지도.
페르젠도.
그 탓에 일말의 쾌락조차 탐미하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을 입히는 비틀린 교접을 이어 나갔다.
특히나 페르젠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질안에 틀어 박힌 자신의 성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하체에 힘을 주어 억지로 팽창을 하려 해도, 순수한 통증만이 맴도는 이 교접은 발기한 성기의 강직성을 이어 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원치 않아도.
유리엘과 유페미아를 뇌리에 떠올리며 성욕을 복돋아 보나, 그럴 때 마다 작금의 리지와 그녀들이 강제로 겹쳐 보이자 페르젠은 솟구치는 환멸감에 상체를 숙여 빈약한 리지의 몸을 커다란 손으로 주무른 뒤 명백히 다른 체취를 코로 들이마셨다.
가학적인 섹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들.
이처럼 일방적으로 학대를 하는 섹스 같은 건, 결코 페르젠도 달갑지는 않았다.
그래도 맨살을 부대끼며 통증에 펄떡거리는 그녀를 끌어 안고 있으니, 유리엘과 유페미아가 희미하게 겹쳐 보이더라도.
지금 자신이 누구와 몸을 섞고 있는지 비교적 선명히 인지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윽! 끄흑……! 아…… 아악!”
그에 페르젠은 안고 있는 리지의 몸을 일으켜 자신의 다리 위로 얹히고서, 가느다란 골반을 붙잡은 뒤 억지로 내려 앉게 만들었다.
얼마 되지 않을 체중이어도, 무게가 실리니 한 동안 파고들 수 없었던 성기가 뻑뻑한 속살을 헤집으며 조금씩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바닥에 맞닿은 그녀의 무릎은 자신의 손길에 저항하듯 강렬히 힘을 주며 버텨보려 하나, 다친 왼발 덕에 그 행동은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람처럼 굴 뿐이었다.
꾸국!
“흐끅!”
꾹!
“하윽……!”
뽀득!
“아악!”
이윽고 한층 한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듯.
골반을 붙들어 내려 앉히는 손길을 따라, 그녀의 질안에 틀어 박힌 흉물은 서서히 뿌리 끝까지 파고 들었고.
꾸욱!
“아……! 학──!”
그 끝에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자신의 자궁를 거칠게 두드리는 감촉에 리지는 허리를 뒤로 잔뜩 젖히며 온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뻑뻑한 질 안을 강제로 헤집으며 도달한 터라, 마치 끌려 올라 간듯한 속살은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듯 페르젠의 성기를 훑는다.
그 과정에서 리지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아랫배에 묵직한 감각을 선사하며 자리를 잡은 그의 흉물이 어떠한지 자세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 끄흑……! 아…… 하하……”
빈틈없이 밀착해 껄떡거리는 맥박을 따라 자신의 자궁 입구를 훑는 그의 귀두가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본능적으로 씨를 받지 않기 위해 자궁 입구가 꼬옥 오므려지나, 그럴 때 마다 그의 흉물은 입구 부근에 게걸스레 달라 붙어 요도 부근을 들이민 채 자궁을 압박해왔다.
그에 리지는 자신도 모르게 페르젠의 어깨를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말뚝처럼 쑤셔 박힌 그의 흉물이 자신의 속살까지 함께 끄집어 내려는 것 같아 상당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고.
만약에 자신이 그의 아이를 품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그가 괴로워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우욱──!”
고작 상상에 불과했을진데.
그 상상만으로도, 자신의 몸은 비명을 내지르며 엄청난 거부감을 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모든 걸 송두리째 앗아간 원수의 씨를 받아, 아이를 품게 된다는 것이니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의 아이를 가진 자신을 보고 유리엘과 루에르그의 여인은 분명 절망하게 되리라.
또, 그 광경을 지켜보는 페르젠 또한 제 살을 도려내는 느낌이 들겠지.
분수에 맞지 않는, 주제에 맞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손에 넣은 그의 모든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니 리지는 그 역겨움을 뒤덮는 희열을 느꼈다.
심지어 출산한 아이가 대칭이 맞지 않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게 된다면, 아무리 페르젠이더라도.
맨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괴물에게 안겨 괴물의 아이를 품고.
괴물의 아이를 낳아, 그 괴물에게 아이를 잃게 되는 것.
어디를 봐도, 행복한 삶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만큼, 그것에 비례하여 페르젠의 삶도 똑같이 망가지겠지.
서로가 서로의 양분이 되어주기는커녕, 서로가 서로의 생기를 빨아 먹으며 함께 이 세상에서 바스라지는 것.
그래, 그것만큼……
그에게도.
자신에게도.
어울리는 결말이 있을까.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통증에 찌푸려진 얼굴에 미소를 드리우며 리지가 페르젠의 뺨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