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하게 살이오른 새하얀 뺨을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레 매만져보나, 살짝 찌푸려진 라우라의 미간은 좀처럼 풀리지가 않았다.
유리엘이나 유페미아는 이미 한참 성숙했던 여인이라 그런지.
아직 소녀의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라우라는, 페르젠에게 있어서 다른 의미로 상당히 까다로운 점이 있었다.
툭.
투둑.
그에 페르젠은 그녀를 어루고 달래거나, 아니면 위압적인 분위기로 굽히게 만들거나 하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가능하면 어쩔 줄 몰라하는, 당혹감을 머금을 수 있도록.
그녀의 제복 단추를 풀어 헤치며, 그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아……”
그러자 라우라는 페르젠의 예상대로 흠칫 몸을 굳히며, 아담한 가슴을 주무르는 손길에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치사한 애송이……’
페르젠 본인은 휘하에 벌써 아내가 두 명이나 있으니.
이 분위기와, 이 상황 자체에 익숙할지 몰라도.
자신은 그러지가 않았기에, 라우라는 괜히 얄미운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유두를 살살 꼬집는 페르젠의 손가락에 움찔움찔 몸을 떨어댔다.
이럴 때는 자신도 페르젠의 옷을 벗겨줘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밑으로 손을 뻗어, 그의 성기가 발기하게끔 주물러줘야만 하는 걸까.
정말 별거 아닌 것만 같은, 복잡한 상념으로 점칠된 라우라가 다소곤히 무릎을 꼬옥 붙인 채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페르젠은 그런 라우라의 몸을 간이 침대로 눕히고는, 단추를 풀어낸 상의를 완전히 벗겨 내렸다.
스륵……
그에 라우라는 자신도 모르게 유리엘이나 유페미아와 비교되는 빈약한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자신은 분명 딱히 잘못 한 것이 없는데.
이 혼나는 듯한 분위기는 무엇일까.
마치 너무나도 투정을 부렸다는 것에 대한 훈육이라는 듯, 기어코 페르젠이 자신의 두 팔을 움켜쥐고 좌우로 벌리자 라우라는 잔뜩 긴장을 머금고 붉은 입술을 앙 다물었다.
“흑……!”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페르젠이 자신의 그 빈약한 가슴 가운데, 빳빳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어오자 라우라는 부르르 몸을 떨며 가녀린 허리를 간헐적으로 들썩이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조약한 가슴을 탐닉하는 페르젠을 보며, 라우라는 마치 굶주린 사람에게 조잡한 식사를 제공한 것만 같아……
설령 페르젠이 그러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괜스레 이상한 피해망상이 생겨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때 마다 그 감정은, 쓸데없이 유리엘이나 유페미아의 험담을 수차례 곱씹게 된다.
“하, 으……”
직후, 고개를 떼어내는 페르젠이 옷을 벗기 시작하자.
라우라는 상체를 일으켜 그의 이빨에 무자비하게 희롱당해 바들바들 떨고 있는, 팅팅 부어오른 자신의 분홍빛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투욱 건드렸다.
찌릿!
“하욱……!”
그러자 고통이 아닌, 선명한 쾌감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간다.
도대체 여인의 몸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인지, 이 자그마한 부위에서도 이만한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걸까.
나중에 아이에게 젖을 물리게 된다면.
자신은 얼마나 상스러운 모친이 될지.
“아……”
하지만 그 생각 도중, 자신은 페르젠의 아이를 품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라우라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유일하게 그녀의 아래쪽에서 뻐끔거리는 음부만이,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듯 얼른 사내의 씨를 받고 싶어 안절부절 거릴 뿐이다.
“너를 눈앞에 두고, 내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싫으면서…… 본인은 상관 없다는 것이냐.”
“……”
어느새 탈의를 마친 페르젠이 상처 가득한 수컷의 몸을 드러내며 자신의 턱을 붙잡는다.
그리고 더러워진 제복과 다르게 말끔해진 그의 모습에 어렴풋하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희미하게 풍겨오는 유리엘의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찌르자, 라우라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옷을 벗고 나서야 확인을 할 수 있었다는 건, 틀림없이 서로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몸을 섞었다는 거겠지.
“라우라.”
굳이 더 확인을 하지 않아도, 그것은 명확한 사실일텐데.
라우라는 자신을 부르는 페르젠의 목소리에도 대답을 하지 않고, 세차게 껄떡이고 있는 흉측한 흉물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수치심과 창피함도 무릅쓰고, 그의 성기를 두 손으로 붙잡아 냄새를 들이킨다.
킁……
그러자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전장을 구른 고약한 수컷의 냄새는 커녕.
살짝 비릿한 암컷의 냄새가 은은하게 묻어져 나온다.
그래, 누가봐도 천박한 암캐의 모습으로 뛰어가더니.
기어코 잠깐의 시간조차 참지 못한 유리엘이 자신에게 내던져준건, 이미 본인이 실컷 맛보고 남긴 찌꺼기인 것이다.
페르젠 또한, 어찌 이렇게 배려가 없을까.
다른 여인의 흔적을 제대로 지우지도 않고, 그것을 덕지덕지 묻힌 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꼴이라니.
“……”
하지만 그 생각 끝에, 라우라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로 짜증이 샘솟고,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지 않은가.
이 피곤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웃기기만 하다.
‘적어도……’
이걸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여인들이 한 사내를 공유하는 삶이란 결코 이상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라우라는 껄떡거리는 성기를 자그마한 손으로 붙든 채 페르젠을 올려다보다……
딱!
그대로 손가락을 튕겨, 부끄럼쟁이의 장막을 주변에 펼쳤다.
* * * * *
“……”
완연한 밤이 찾아오기까지란 아직 시간이 있을 텐데.
이른 시간에 부끄럼쟁이의 장막을 펼치는 라우라를 보고 페르젠은 의아함을 머금었다.
자신이야 영향을 받지 않으나, 라우라 본인은 촉감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
꾸욱.
하지만 그런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까치발을 들어 자신의 뺨을 붙잡는 라우라가 입술을 겹쳐온다.
본디 체구 자체가 작았기에, 높이 들어 올린 가느다란 까치발은 그 얼마 나가지 않을 체중조차 감당하지 못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하…… 음…… 쭙……”
그런 주제에 자신과 입술을 맞대고 얽히려드는 혀는 왜 이리도 능숙한 것일까.
순간적으로 괴벽이 발작한 줄 알았으나,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아……
“흐읍!”
페르젠은 슬금슬금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라우라를 제압하듯, 그녀의 혀를 옭아매고는 자신의 타액을 건네었다.
그러자 서서히 뒤로 젖혀지는 고개 가운데, 라우라가 중심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목에 손을 두르자 페르젠은 밑으로 손을 내렸다.
“으, 응……”
비가 오고 있는 터라 습기가 가득해서 그런 걸까.
제복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 넣고 아담한 엉덩이를 움켜쥐고 천천히 주무르니, 상당히 후끈 거리는 공기와 함께 벌써부터 옹골옹골 맺히는 땀방울이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팬티를 살짝 젖히고 엉덩이골 사이에 검지를 가져다대니, 후끈거리는 원인이 비단 습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아 페르젠은 유리엘과 다르게 수줍게 다물려있는 그녀의 항문을 꾸욱 눌렀다.
“히끅……!”
그러다 키스 도중 깜짝 놀라는 라우라가 고개를 도리질치며 허리를 좌우로 비틀어댄다.
“대, 대체……”
그런 곳은 왜 건드리는 거냐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솔직히 페르젠도 유리엘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꾸욱!
“아, 아……”
육체적으로 기분이 좋다는 걸 떠나, 항문을 건드릴 때 마다 보여주는 반응 하나 하나가 어찌 이렇게도 가학적인 욕망을 깊게 충족시켜주는지.
지금만해도 일부러 항문이 부각되게끔 아담한 엉덩이를 붙잡아 좌우로 벌리고, 벌름거리는 항문 위에 검지를 가져다대니……
얼굴이 새빨개진 라우라가 무어라 말조차 못하고 당황을 하고 있지 않은가.
울상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하니, 안그래도 빳빳하게 발기한 성기가 더욱 세차게 껄떡여댄다.
“으, 흑……”
그리고 라우라는 이토록 추잡한 곳까지 손을 대야할만큼 자신의 몸이 빈약했던가 싶어, 또 한번 실없는 피해망상이 치솟았다.
“망, 할…… 애송아……”
“……”
“그, 그딴…… 차, 창녀 같은 아, 암캐에게 여, 여자를 배우니…… 세, 섹스가 아니라…… 교, 교미를 차, 찾게 되지 않느냐……”
라우라는 자신의 목소리가 “존재”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저런 말을 한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그 주옥 같은 한 마디 한 마디는 전부 페르젠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때문에 페르젠은 드물게 자신의 몸을 굳히며 표정 위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둘째치고.
유리엘을 저런 천박한 단어로 비난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페미아와 유리엘만 해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건 눈치를 채고 있었는데.
그 겉으로 드러난 신경전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듯, 여자라는 존재의 속내를 라우라가 잠시나마 보여주자 페르젠은 마치 들여다봐서는 안될 심연을 본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느덧 자신의 품을 벗어나 밑으로 쪼그려앉는 라우라의 움직임을 놓친 페르젠은 뒤늦게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꾸욱.
그러자 자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는 라우라가 아담한 가슴 쪽으로 귀두를 가져다대고는 살살 문지르며 기둥 전체를 손으로 훝어 내린다.
조금전의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듣고 난 이후의 그녀를 보고 있으니.
마치 유리엘과 비교되는 자신의 빈약한 가슴으로 사정하지 않는다면, 추잡한 질투심은 더욱 깊어 질것이라고 협박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앙 다문 입술을 보고 있자하니.
이것은 확실히 그런 의도를 품고 있는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