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것 말고는,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게끔.
방 안을 감싸 안는 짙은 복숭아 향기에 페르젠은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정신이 몽롱한 느낌 가운데로 인지 되는 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성욕과 눈앞에 있는 유리엘의 음탕한 엉덩이 뿐이었다.
자신의 귀두에 입맞춤을 하듯 밀착하여 벌름거리고 있는, 조금도 변색 되지 않은 옅은 분홍빛 항문을 보고 있을 때면……
이대로 허리를 내밀어 뿌리 끝까지 대번에 쑤셔 박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방 안 전체에 틀림없이 그녀의 애달픈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겠지.
꽈악!
그러나 어째서일까.
페르젠은 유리엘의 그러한 목소리가 지독히도 듣고 싶었다.
울면서 헐떡거리는 그녀의 비참하고 애잔한 신음 소리를 이 방안에 가득 드리우고 싶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본인의 쾌락만을 추구하지 말고, 충분한 배려를 하라고 아우성을 처대나……
그것은 머잖아 짙은 도화향에 가려져, 눈앞에 있는 암컷을 원하는 대로 범하라는 메아리로 변질된다.
그에 페르젠은 왼손으로 그녀의 엉치뼈 부근을 부드럽게 쓸어내린 뒤, 오른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붙잡아 좁디 좁은 항문 안으로 꾸구국! 밀어 넣었다.
“끄윽! 아…… 아악!”
신축성이 부족한 뒷구멍으로 커다란 흉물이 꾸역꾸역 파고들어서인지, 유리엘은 쾌락에 허덕이는 암컷의 교성이 아니라 단순한 비명을 내질렀다.
만약 전후 관계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뱀 한마리가 자신의 항문으로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해도 믿었으리라.
“아! 아파……! 아파……! 페르젠……! 처, 천천히익……!”
입은 그에게 애원을 하나, 몸은 그것이 이루어질리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이불보를 꼬옥 움켜쥐는 유리엘이 본능적으로 엉금엉금 기어 그의 곁을 달아나려 한다.
삐걱!
“히끅……!”
하지만 페르젠은 그러한 유리엘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짓누르며 단단히 옭아맸다.
그 와중에도 커다란 흉물을 꾸득꾸득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기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높게 치켜든 탐스러운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며 최대한 진입을 늦춰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묵직한 이물감을 느끼고 자신의 성기를 밖으로 밀어 내보려는 그녀의 항문인데, 그러한 저항까지 더해지자 페르젠은 오히려 자신의 성기가 밖으로 빠져 나올 것을 염려해 허리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쁘즉!
“끄힉……!”
그 끝에 반절 정도가 온전히 그녀의 항문에 틀어 박히자,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더 수월히 페르젠은 남은 부분들을 끝까지 쑤셔 박았다.
“하아……”
매번 자궁에 가로 막혀 아쉬움을 머금던 그녀의 음부와 다르게, 자신의 성기가 온전히 삽입되어 있는 이 상황은 엄청난 만족감을 페르젠에게 선사했다.
조임은 말로 할 필요가 없었으며, 살짝살짝 허리를 움직일 때 마다 부르르 몸을 떠는 유리엘을 보고 있자하면 질척한 가학심이 샘솟는다.
조금은 이대로, 그녀가 익숙해질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까.
“끅……! 흐끅……! 끄…… 끄으윽……!”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페르젠의 몸은 반대로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뒷구멍을 게걸스레 탐해나갔다.
빈틈없이 밀착하여 치덕이는 교접부의 추잡한 소리는, 이것이 단순한 섹스가 아니라 짐승들의 교미임을 알려주는 듯 했다.
“아……! 악……! 하악……! 끄흐윽……!”
이것을 차마 쾌락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묵직한 그의 흉물이 구불구불한 자신의 장내를 파고 들어 깊숙히 틀어 박힌 다음, 천천히 뒤로 빠져 나갈 때 마다……
유리엘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생리적 배설감에 숨을 헐떡였다.
이런 추잡한 감각에 암컷처럼 교성을 흘려대고 싶지 않은데, 자신의 몸은 그 반복되는 배설감에 자연스레 집중하며 음부에서 음탕한 애액을 쉴새없이 쏟아보냈다.
‘아……’
그 때 고개를 살짝 들어 눈앞의 유리창을 마주하니, 희미하게 비추어지는 자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상기된 뺨에 질척하게 눌러 붙어 있는,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흑발.
머리를 침대에 완전히 맞대고 있기에, 그에게 매번 천박하다고 놀림 받았던 어깨 밑의 살덩이는 보이지도 않는데……
높게 치켜든 엉덩이를 따라, 기지개를 펴는 고양이처럼 매끈한 굴곡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허리는 왜 이리도 음탕해 보이는 걸까.
“끄…… 흐응……!”
삐걱이는 침대의 소음에 맞추어 흔들리는 자신의 몸뚱이가, 마치 의심 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암컷의 표본이라고 주장하는 듯 하다.
물론, 그곳에 투영된 페르젠 또한 브뤼테인 가문의 차남이자 아폴리온 등급의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본디 지니고 있는 품격과 위용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오직 자신이라는 암컷의 엉덩이를 거칠게 붙잡고 쾌락을 위해 항문을 집요하게 쑤셔댈 뿐인 수컷 한 마리.
“하으……! 아앙……!”
그렇게도 자신의 몸이 기분 좋은 걸까.
깔끔히 비워냈다고 한들, 더러운 곳이라는 건 변함이 없을 텐데.
개의치 않는다는 듯,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그를 보며 유리엘 또한 더는 교성을 억누르지 않았다.
“아윽……! 흣……! 앙! 앙……!”
치덕이는 교접부에서 울려 퍼지는 추잡한 소리를 따라, 생리적 배설감이 선사하는 쾌락에 몸을 맡기며 신음을 토해낸다.
그가 허리를 뒤로 내뺄때는 먼저 엉덩이를 밀착해 따라 붙는 천박한 앙탈을 부리기도 했다.
그 바로 밑의 자궁에는 그와의 결실인 아이가 자라나고 있을 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느껴지는 강렬한 배덕감에 유리엘은 항문을 꼬옥 옥죄였다.
……그래도 음부로 그의 흉물을 받아 들인 것이 아니니, 아마도 뱃속의 아이는 무슨 일이 일어 나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마치 자식들 몰래 뒷방에서 관계를 가지는 부부들 같아 유리엘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생리적 배설감과, 심리적 저항감이 가져다주는 배덕감에 취해 쾌락을 느끼고 있는 엄마라니.
철퍽!
“끄힉……!”
갑작스레 거칠게 허리를 내지르는 페르젠 덕에 유리엘은 숨이 끊기는 듯한 교성을 토해내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말로 하지 않았을 뿐, 명백히 으르렁 거리고 있는 듯한 그의 행동.
자신이 잠시 정신을 다른데 두고 있었다는 걸 눈치를 챈 것일까.
가장 깊숙한 곳에 단단히 틀어 박혀, 세차게 껄떡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의 흉물이 대놓고 모든 신경을 자신에게 쏟으라고 야단을 치는 것 같았다.
“미, 미안…… 해, 해요……”
그에 유리엘은 흐느끼는 건지, 아니면 울먹이는 건지 모를 어눌한 목소리로 사과하며 자신의 항문을 꼬옥 꼬옥 조여주었다.
더불어 음탕한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그의 귀를 즐겁게 해주려고도 노력했지만……
“아윽!”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듯, 페르젠은 두 손을 뻗어 숙이고 있는 자신의 상체를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커다란 팔뚝으로 자신의 몸을 단단히 옭아매며……
꾸구국!
철퍽!
자신의 둔부에 고간을 빈틈없이 밀착했다.
“흐…… 하으!”
자세가 자세인지라 힘껏 오므려지는 자그마한 항문에 그의 커다란 흉물이 틀어박혀 껄떡거리고 있으니, 유리엘은 다른 의미로 아랫배가 더부룩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끄…… 흐윽!”
더듬더듬,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전신을 훑어내리는 페르젠.
처음에는 배꼽 부근을 가볍게 지분거렸으나, 단숨에 위로 올라가는 손이 천박하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거칠게 주물러댄다.
“끄힉!”
그러다 빳빳이 발기한 자신의 유두를 꼬집듯 붙잡고 밑으로 쭈욱 잡아 당기는 페르젠의 손길에, 유리엘은 울먹이는 교성을 내질렀다.
자신의 가슴을 천박하게 늘어트리는 희롱만큼은 참아 달라고 애원을 하고 싶지만, 새하얀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 넣는 그가 낮게 으르렁 거리자 유리엘은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얌전히 그 유린을 받아들여야 했다.
훌쩍……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짙은 숨을 몰아 내쉬는 페르젠이 가슴으로부터 슬며시 손을 치워내자, 유리엘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가슴 위로 선명하게 새겨진 그의 손자국.
그리고 유린 당한 분홍빛 유두는 팅팅 부어 올라 추잡스러울만큼 빳빳이 발기하여 움찔움찔 떨어대고 있었다.
아마 이갈이를 하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도 이러지는 않으리라.
“아……!”
그러나 그 해학스런 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페르젠은 자신의 상체를 옭아매고 있던 두터운 팔뚝을 완전히 풀어냈다.
그러자 자연스레 앞으로 쏠리는 상체가 밑으로 기울어지나……
“흐끄앙……!”
말의 고삐를 붙들듯, 자신의 두 손을 낚아채는 그가 뒤로 잡아 당겨 중간 지점에서 멈추게끔 만든다.
“끄…… 끄흑……!”
혹여나 끊어지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활의 시위처럼 팽팽히 휘어지는 허리를 따라 적나라하게 부각되는 그녀의 커다란 가슴.
그리고 그 모습을 정면의 유리창을 통해 감상하던 페르젠은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즈뽁!
찔꺽!
즈뻑!
그의 고간이 그녀의 엉덩이를 치덕일 때 마다, 꼬옥 다물려진 뒷구멍에서 추잡하고 음탕한 소리가 흘러 나온다.
반면 세차게 출렁이고 있는 풍만한 가슴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아앙……! 아……! 악! 아아…… 흐앙!”
울부짖듯, 짐승 같은 교성을 내지르며 유리엘이 거칠게 숨을 헐떡인다.
‘당신은……’
나의 몸이, 얼마나 음탕하고 천박한지를 알려주고 싶은 걸까.
마주보고 있지는 않으나, 눈앞의 유리창을 통해 맞닿는 그의 시선을 응시하며 유리엘은 경련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붉은 눈이 쫓고 있는 건, 빳빳이 발기한 유두를 내세운 채 천박하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가슴.
……그러나 유리엘은, 이번에 그 광경을 외면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이러한 몸뚱이에 유리엘은 일종의 컴플렉스가 있었다.
어릴 때 부터 자라나면서 받아오던 사내들의 원치 않은 음흉한 눈길.
달거리를 할 때 마다 찾아오는 심한 젖몸살.
그 어느 하나 그녀에게 좋은 기억을 마련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런 천박한, 창녀 같은 몸뚱이에 잔뜩 취해 있는 그를 보고 있으니 그 부정적인 기억들이 전부 지워지는 것 같았다.
철퍽!
“끄……! 끄흑……!”
곧이어 자신의 팔을 세차게 잡아 당기는 그가 깊숙히 성기를 쑤셔 박고 움직임을 멈춘다.
하지만 내부에서 서서히 부풀어 오르며 거칠게 박동을 하는 흉물을 통해, 유리엘은 머잖아 그가 사정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으…… 아……”
움찔!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장내에 그 비릿한 수컷의 냄새를 가득 묻히고 싶다는 듯 정액이 꿀렁꿀렁 배설되자 유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어 항문을 꼬옥 오므렸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싶은 사정은, 마치 그가 자신의 항문에 소변을 누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나, 어차피 배설의 용도로 쓰여지는 곳인데.
설사 페르젠이 정말로 자신의 안에 소변을 누는 것이라 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오히려 그의 가학심이 자신을 변기로 취급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면, 유리엘은 얼마든지 그러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짐승들은 본인들의 소변을 통해 영역을 표시 하지 않던가.
지금 자신의 뒤에 있는 것은 한 마리의 수컷이니, 오히려 그러한 행동은 이질적이기 보다는 자연스러울 것이다.
삐걱!
“흐끅……! 으……! 히끅……!”
이내 거칠게 잡아 당기고 있던 두 손을 풀어주는 그가,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기나긴 사정의 여운을 만끽한다.
그에 유리엘은 힐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앞의 암컷을 완전히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도취되어 있는 수컷의 표정.
‘아……’
그것이 어찌 그리도 정신적인 쾌락을 선사하는지.
유리엘은 뒤늦게 희미한 절정을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마 페르젠의 이러한 모습은, 유페미아로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리라.
잠자리에서 남편으로서의 페르젠은 수없이 보았을 테지만, 사내의 근본적인──수컷으로서의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겠지.
그래, 오직 자신만이……
그가 여지껏 쌓아 올려온 자긍심과, 자연스레 몸에 배인 품격과 위용을 내던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즈뽁!
“끄…… 하앙……!”
곧이어 오랜 시간 틀어 박혀 있던 그의 흉물이 항문을 빠져 나가자, 유리엘은 말로 할 수 없는 해방감과 미묘한 상실감을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꼬옥 오므리려 노력을 해보아도, 그의 성기에 맞추어져 확장된 항문은 천박하게 뻐끔거리며 차디찬 공기를 가득 들이킬 뿐이었다.
주륵.
그리고 그곳을 통해 밀려 나오는, 질척하고 꿀렁거리는 그의 정액이 음부를 타고 침대 밑으로 뚝뚝 떨어진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 몸을 일으키고 싶으나,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유리엘은 이불보를 꼬옥 움켜쥐고는 고개를 묻었다.
하지만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그의 시선이 자신의 항문에 오래 머물러 있자, 유리엘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두 손을 뒤로 뻗어……
꾸욱.
개폐되어 벌름 거리고 있는 자신의 항문을 더욱 보기 좋게 벌려 주었다.
“……”
그리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유리엘의 치부를 지켜보고 있던 페르젠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잠시 숨을 멈췄다.
이리도 은밀한 곳까지 자신의 흔적과 냄새를 덕지덕지 묻히고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그 모습에, 사내로서 어찌 넋을 잃지 않을 수 있으랴.
숨이 막힌다는 듯, 세차게 뻐끔 거리며 꾸득꾸득 정액을 밀어내고 있는 그녀의 항문은 조금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보다 음탕한 광경이 있을까 싶어, 페르젠은 뒤늦게 뜨거운 숨을 몰아 내쉬며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쓸어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저곳에 한번더 자신의 성기를 쑤셔 박고, 정액을 토해내지 못하게 만들고 싶으나……
더 이상 몸을 섞는 건, 말 그대로 그녀를 학대하는 것이겠지.
그에 페르젠은 옆에 편히 누워 유리엘의 몸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유리엘.”
“으, 응.”
“창문을 조금 열어두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응……”
페르젠의 한 마디에 마력을 소모하는 그녀가 방 안에 대기에 간섭해 창문을 연다.
그러자 시원하게 불어 닥치는 미풍이 방 안에 가득 채워진 암컷과 수컷의 냄새를 환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품안에 끌어 안은 채, 상냥히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그를 보며 유리엘은 너스레 웃었다.
홧김에 일을 저지르고,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사람 같아 평소에 자주 보기 힘든 그의 인간미가 절실히 느껴진다.
“……”
지금만 해도 얼마나 무안하면,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보고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것이냐고 묻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에 유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페르젠이 무척이나 귀엽다고 생각을 해버렸다.
살다보니 이 남자가 귀엽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항문을 무자비하게 쑤셔대던 짐승에 불과했는데.
맹수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걸까.
스륵.
그 때, 조용히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던 그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유리엘은 의아한 지었다.
“어디가……?”
주섬주섬 옷을 걸치는 것을 보아하니, 물을 마시려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마.”
“……”
어울리지 않게, 이 무안한 분위기를 피하려 드는 건 아니리라.
그렇다면 차디찬 밤공기에 달아 올라있던 몸이 급격히 식는 과정에서 정말 배뇨감을 느끼고 만 것이겠지.
……이러면 안되는데.
페르젠을 귀엽다고 느껴버린 탓에, 유리엘은 조금 음탕한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저…… 페르젠.”
“왜 그러느냐.”
대충 입는 옷조차 새겨지는 주름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매무새를 가다듬던 그가 고개를 돌린다.
그에 유리엘은 자신의 두 다리를 반듯하게 오므린 다음 위로 치켜들고, 엉덩이를 쭈욱 내민 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느새 꼬옥 다물어진 항문을 좌우로 벌렸다.
“나, 나한테…… 해, 해도 되는데……”
다물어지려는 항문이 그녀의 손가락 탓에 그러지 못하고 세차게 벌름거리며 안에 남아 있던 정액을 찔끔찔끔 토해낸다.
그것은 마치 이미 당신의 체액이 배설된 변기가 눈앞에 있다고 주장하는 듯한 천박스러움.
유리엘 또한 자신이 말하고도 너무나 민망했으나, 그의 반응이 참을 수 없이 궁금하였기에 쭈욱 뻗어 끌어 당긴 두 다리를 살짝 벌려 보았다.
“……”
그러자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어처구니 없다는 건지 모를.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페르젠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유리엘.”
움찔!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 깔린다.
분위기만 봐서는 “기어오르지 마라.” 같은, 그러한 한 마디를 내뱉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말은……
“나를 놀리지 마라.” 였다.
벌컥.
그 한 마디에 무어라 반응을 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나가버리는 페르젠을 보며 유리엘은 멍한 표정을 짓다 “풋.” 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페르젠.
페르젠 폰 슈바이크 루에르그.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의 남편.
그런 그가 어찌 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키득키득 웃는 유리엘이 눈가에서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처럼 음탕하고, 천박한 자신이라도 사랑해주는 남자.
그리고 자신 또한, 한 가문을 박살내고 평소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학적인 섹스를 탐미하는 그의 추악함을 사랑했다.
아마 그에게 자신은, 또 자신에게 그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의 못난 부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이겠지.
‘그러니…… 페르젠……’
나는 당신이 없는 세상이 찾아 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처럼 당신도, 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줘.
* * * * *
밤은 길다고 하는데, 오늘 밤은 왜 이리도 짧게만 느껴지는지.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품에 보듬어 안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이 천천히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드리우는 12월 8일의 아침──오전 11시.
에르네스 제국의 황제는 전쟁을 선포했다.
다가오는 겨울의 매서운 추위조차 몰아낼, 뜨거운 열기를 품은 피의 꽃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